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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4.04 3월의 책 총정리
  2. 2015.03.31 아버지..
  3. 2015.03.28 마크 로스코 전
  4. 2015.03.28 3월의 책과 영화 2
  5. 2015.03.24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6. 2015.03.21 3월의 영화
  7. 2015.03.03 이다... 3
  8. 2015.03.02 2월의 책과 영화 2 (총정리)
  9. 2015.02.27 엄마의 나들이 2
  10. 2015.02.27 엄마의 나들이 2

3월의 책 총정리

2015. 4. 4. 17:12 from about books


1. 희망의 이유 / 제인 구달

2. 실종자 / 프란츠 카프카

3. 모든 것은 빛난다 / 휴버드 드레이퍼스

4.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5.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옌렌커

6. 변신, 선고 외 / 프란츠 카프카

7.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영화


1. 위플래쉬

2. 버드맨



전시


마크 로스코 전



연극


갈매기



Posted by labosque :

아버지..

2015. 3. 31. 01:08 from 기억한올

# 마음...


언니가 엄마 아버지를 모시고 집앞 성모병원으로 병원 나들이를 왔다..

같이 병원에 들렀다가 점심 식사를 하고 모셔다 드리는 차안에서 아버지께

드디어 <마음>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 제가 나쓰메 소세키 <마음>을 샀거든요..

다시 읽고 싶으시면 가져다 드릴께요..'


'나쓰메 소세키? <마음>? 그런 게 있어?

나쓰메 소세키 책중에 <봇짱>, <와가하이와네꼬데아루> 그런게 있지'


'네..아버지 <코코로>요..아버지가 젊었을 때 재밌게 읽었다고 하셨는데?'


'몰라.. 그랬나?'


<도련님>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얼마전 내가 엄마에게 빌려드렸던 책 들이다..

아버지는 <마음>을 다시 까맣게 잊으시고 최근까지 집에서 보았던 책 제목들만 기억하고 계신가 보다..


아버지가 <마음>을 말할 때 내가 <마음>을 몰랐고

이제 내가 <마음>을 말하니까 아버지가 <마음>을 잊으셨다..


이렇게 영영 서로 만나지지 않는 <마음>

내가 너무 늦었다...



# 상실예감...


지난 겨우내 언니는 아버지를 모시고 온갖 병원에 다 다녔다...

그리고 아버지는 특별한 중병은 없으시지만 급격한 노화증세를 보이고 계시다..


우선 기억이 뭉텅 뭉텅 빠져나간다...

이런 속도로 얼마간 지속된다면 어쩌면 치매가 오실수도 있겠다 싶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타시면 꼭 안전벨트를 채우시는데 막상 풀지를 못한다고 하신다..

또 방금 받아 넣은 영수증을 주머니에서 찾지를 못하시고...

그러다보니 결국 신용카드를 전부 해지시키실수 밖에 없었다..)


얼마전까지도 특별한 운동이나 관리 없이도 꽤 강건하시다고 여겨지던 체력도 

어느틈에 급격히 소실된듯..

앉았다가 잘 일어서지도 못하시고 버스를 타고 내리기도 힘들어 하시고

걸음을 걸을 때도 휘청거리신다..

어느 틈에 엄마는 회복하고 아버지가 한풀 꺽이셨다..


얼마전에는 엄마와 산책을 나가셨다가 아버지가 넘어지시는 바람에 손을 붙잡고 있던

엄마까지 같이 넘어져 버린 일도 있었다..

두분이 같이 나동그라져 버둥거리고 있는데 아파트 경비 아저씨와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달려와 도와주셨다고...

그래도 다친데는 없어 다행이라고...


나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거..

더 나쁜건 아버지가 넘어지셨던 사실 자체을 잊어버리신 거..


여태 맑은 정신에 큰 병환없이 잘 견뎌오셔서 영원할 줄 알았다..

편찮으셨던 엄마가 다시 이렇게 회복하실 줄 모를 정도로 회복하셨는데...

아버지를 조금씩 잃고 있는 느낌...


어쩔수 없는 거 아는데...




Posted by labosque :

마크 로스코 전

2015. 3. 28. 13:10 from 기억한올

한가람 미술관..

화창한 봄날...


마크 로스코 전...


일단 전시의 규모와 내용이 기대 이상이었다...

초기부터 말기까지 충실하게 작가와 작품세계를 소개..

전시작품의 양과 수준도 최고 수준 (관람 후 보게 된 기사에 평가액 2조 5천억...)


작가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자신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게 되었는지 

한눈에 알수 있는 가히 교과서적 전시...

좋았다...


다만.. 로스코의 작품을 색이 주는 좋은 느낌.. 그 이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터라..(아무것도 몰라서..ㅠ.ㅠ)

오디오가이드와 벽면에 가득 적혀 있던 로스코의 육성들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로스코가 느꼈던 색에 대한 느낌을 내가 도대체 어떻게 같이 느낄지...

로스코의 작품앞에서 무너져 울지 않는 나는 도대체 뭐가 결여된 인간인건지...

작품을 통한 관람객과의 교감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는 로스코에게

(만약 로스코의 유령이 보고 있다면..) 만족을 줄수 없어서 매우 송구하다는 느낌..

등등으로 약간은 괴로왔는데...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은 absolute.. 

머리 속에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앱솔루트를 추구 하다...

사각이 주는 느낌...

결국은 구상에서 형태를 무너뜨리고 유기적인 색의 형태에서 다시 사각의 프레임안으로..

물론 색들은 다 번져 나오고 있긴 하지만..

사각의 틀안에 꼼짝없이 가두어 버리는 로스코는 결국 엄청 엄격한 사람같다는 느낌...

뭐.. 그런 느낌이었다...


로스코 도록과 강신주의 해설집 알라딘으로 신청했으니 받으면 대충 읽어봐야지..

2조 5천억짜리 전시로 눈을 씻었는데 알라딘에서 책 주문하니 전시 티켓에 또 당첨되어 버렸다...

흔한 전시가 아니니 한번 더 보고 한눈에 2조 5천억씩으로 양눈을 씻을 수도 있겠다...




마크 로스코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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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책과 영화 2

2015. 3. 28. 12:39 from about books



그리스인 조르바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9-12-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리스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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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명한 책을 이제서야 비로서 읽었다..

초반에 이상하게 안 읽히다가 하루 마음 잡고 읽으니 또 순식간에 몰입시키는 힘..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책이 아닌가 하는게 읽고 난 느낌..

설명하거나 논증할 능력이 안 되는 평범한 사람들도 경험과 그 경험을 직관적으로 통찰하는 힘에 의해

정신의 어떠한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


내가 부러워해야할 건 조르바의 자유가 아니라 그를 자유의 경지에 오르게 한 그의 직관적 통찰력..

타고 나지 못한 사람들은 지식을 첩첩이 쌓거나 벽보고 수행정진 할 밖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저자
옌롄커 지음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2008-04-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어느 군부대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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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

즐거웠던 책읽기과 더 즐거웠던 독토...

덕분에 옌롄커의 소설 한권 더 주문...










변신 선고 외

저자
프란츠 카프카 지음
출판사
을유문화사 | 2015-01-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이자 모더니즘 문학의 개척자 카프카의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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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를 읽고 로쟈의 강의를 듣고

이 단편집을 읽고 다시 로쟈의 강의를 들으니

어렵고 멀던 카프카가 조금은 반갑다...

그러게..자꾸 보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면 용서가 된다....

다음 달 <성>까지 읽고 또 강의를 들으면 또 어떻게 될런지...









마음

저자
나쓰메 소세끼 지음
출판사
문예출판사 | 2002-08-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존재와 불안, 구원의 부재라는 내밀한 문제를 긴밀한 구성 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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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버지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씀하셨었다...

그무렵 서점에 나가서 찾아봤지만 눈에 안띄었고 마침 <도련님>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있길래 사들고 들어와서 읽었다..

그리고나서 아버지께 내가 읽은 책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지만 아버지는 관심없어 하셨다..

아버지는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게 아니라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으셨던 건데...


연말 도서 정가제 대란때 알라딘에서 이것 저것 퍼담던 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아버지를 위해서 샀고 아버지를 위해서 읽었다..

아버지에게 다시 이야기 걸어봐야지... 이번엔 <마음>으로...










버드맨 (2015)

Birdman 
7.3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츠 이냐리투
출연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19 분 | 2015-03-05



일단 재미있다...

촬영기법도 연출도 다 참신하고 새롭다..(이런건 잘 모르지만 막눈인 내가 보기에도 신선하다는 뜻..)

어쩌면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불안한지...

영화의 줄거리와 별개로 내가 느끼고 있는 불안함..

어쩌면 주인공의 불안함을 관객에게 전이 시키는 감독의 능력...


레이먼드 카버도 다시 읽어보고 싶고..

마지막 장면의 의미도 진짜 모르겠고...

누군가 설명해주면 좋겠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지만 어쨋거나..

신선한 경험...






Posted by labosque :

1.

가이드가 없었더라면...

(가이드라 함은 이 책을 소개하고 비평하고 문학상을 준 전문가들을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어떻게 읽고 어디쯤 던져 놓았을까?

새삼 지식의 어둠 속에서 등불을 들고 앞서나가는 분들이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2.

독서회가 없었더라면...

읽어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바쁘니까 나중에...하고 한쪽으로 밀쳐 놓았을터...

무엇을 말할지 생각해보고 정리해볼 기회를 갖게 해주어서 독서회에도 역시 감사...


3.

공산주의에는 관심도 없었고 우리때 흔했던 막스에 관한 불온 서적 한권 안 읽었던 터라

진짜 뭐가 뭔지 잘 모르지만..

언뜻 생각해볼 때 공산주의는 공리를 앞에 놓고 자본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앞에 놓는 걸로 여겨진다..

'공리를 위해 개인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많이)'가 아마도 공산주의의 한가지 바탕이 아닐까?

상대적으로 자본주의는 개인과 자유를 조금 더 지지하는 듯 하고...

배경은 이렇게 개인의 자유가 무척이나 제한 되었던 마오 시절의... 더군다나 병영이다...


온 나라가 일사불란한 하나의 군대 같았던 중국..

새로운 중국이란 새로운 계급과 위계질서와 다름이 아니고

물리적 자유 뿐 아니라 생각의 자유까지도 엄격하게 통제 당하는 사회..


4.

자유가 제한될수록 기회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공산주의든 아니든 자유연애가 지지 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연애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기회가 적으면 경험도 적고 적으면 적을수록 희소성의 법칙은 빛을 발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많은 자유를 누리며 지지 받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보다 훨씬 적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다른 시대, 다른 환경의 사람들이 더 정열적이고 장구한 연애사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평생 단 한번의 불꽃 같은 경험라면 한 인생에 충분히 깊은 낙인을 남길수 있겠지만

수도 없는 비슷한 기억을 모두 영혼에 기록한다면 하나 하나의 선명성이 좀 흐려지지 않을까?

인생의 경험을 하고 난 우다왕이 그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5.

그러니 어떻게 시작되었든 우다왕과 류롄이 사랑에 빠진 것 또한 당연하다..

사랑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시작되어야하는가...

아무리 정형화된 사회라도 거기에 한가지 답을 내놓을순 없다..

사랑은 어떤 것이든 될 수 있고 어떻게든 시작될 수 있다..

두 사람이 일치한다면 어떤 형태로도 가능하다..


6.

우다왕의 사랑은 중국이라는 시대적 상황적 특수성을 등에 업고 15년을 이어 내려온다..

우다왕의 처에 대한 태도, 장인의 우다왕에 대한 태도, 우다왕과 류롄이 서로 자신의 사랑을 맹세하는 장면,

아니면 영화 <오일의 마중> 등등에서 보자면 중국인들에게 중요한 정서는 약속인듯 하다..

하긴 사랑은 결정이고 결정하고 나서 헌신하는 것은 사랑의 중요한 한가지 조건이다..


7.

그렇다고 이 소설이 연애소설인가? 

그런 이유로 출간되자 마자 금서가 된건 아닐 것이다..

작가 자신이 '사랑과 존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중국 당국이 출간되자 마자 판금, 전량회수, 5금 조치를 

취해버린 것처럼 이 소설은 명백한 사회소설이다..

작가는 '중국의 특수한 시대, 특수한 배경'에서 이 소설이 탄생했고 이런 '영혼의 감옥'이 단지 중국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권력이 있는 한 견고한 담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이 담장이 인간의 정신과 문화의 

아우슈비츠가 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사랑보다는 '존엄'쪽으로 읽어달라는 뜻인거 같다..


8.

하지만 나는 연애소설로서의 또 다른 보편성을 본다..

비슷한 시기를 다룬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나 모옌의 <개구리>와 비교해볼때

우다왕의 결혼에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위화의 작중 인물들과 모옌의 작중 인물들도 우다왕과 류롄과 비슷하게 행동하고 비슷하게 말한다..

비슷한 배경의 인물들이다..중국 농촌의 힘없고 가난한...


한가지 차이라면 그들은 주위의 비슷한 인물들과 연애감정 비숫한 걸 느껴서 결혼을 한다..

어쨋든 한 동네에서 같이 자라서 비슷한 호감을 느끼고 비슷한 결혼관과 가치관을 공유한 사람들끼리..

딱히 너무 사랑해서 결혼하는 건 아닐수도 있지만 당연한 호감으로 시작되고 서로 의지하고 감싸주고

책임지는 가족..

내 피가 섞였니, 안 섞였니 따져서 애정이 생겼다 말았다 하는 허삼관조차 사랑과 결혼이

보다 나은 물질적 생활의 방편과 도구로 이용되지는 않는다..


거기에 비하면 우다왕의 주변인물들은 보다 더 목적추구에 매몰된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의 목적은 과업달성, 소출증대, 인민의 이익 같은 공산주의의 구호와 다르지 않은

공, 승진, 간부, 안락한 삶이다...

그 결혼에는 아무런 감정도 인간적인 면모도 없이 그저 물질과 현실로만 가득 차 있을 뿐이다..


결혼을 통한 인생의 목표를 더 큰 물질적 만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공산주의 국가든 

자본주의 국가든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그 부분에 이 소설의 시대, 배경과 무관한 보편성이 있는 것 같다..

비슷한 애정관, 결혼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건 지금 현재 우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신혼 첫날밤, 밝은 달빛 아래서 자신의 결혼에 사랑이 빠져 버린 걸 뒤늦게 깨달은 우다왕이 

혼인의 슬픔과 처량함을 삭이는 모습이 어쩌면 우리가 피해가야할 함정을 가리키고 있는지 모른다..

















Posted by labosque :

3월의 영화

2015. 3. 21. 09:52 from about books



위플래쉬 (2015)

Whiplash 
8.7
감독
데미언 차젤
출연
마일스 텔러, J.K. 시몬스, 폴 라이저, 멜리사 비노이스트, 오스틴 스토웰
정보
드라마 | 미국 | 106 분 | 2015-03-12


음악 영화는, 특히 위플래쉬처럼 비트가 강한 영화는

낯선 두사람도 사랑에 빠지게 할지 모른다..

쥐뿔만큼 아는 심리학 이론을 갖다대자면 사람들은 생리적 각성 상태를 

심리적, 감정적 상태로 오인하기 쉽기 때문인데 

즉, 위플래쉬처럼 비트가 강한 음악을 듣고 있다보면 심장박동도 드럼 소리에 맞춰 뛰게 되고

그래서 생리적 흥분상태가 되고 그러다가 옆자리의 멋진 남자를 보면 

'아..내가 이사람에게 첫눈에 반했구나' 하고 자신의 신체적 흥분상태를 감정적으로 해석해서

설명해보고 싶어하는거다..(라고 한다... ^^)


어쨋거나..

영화는 곧 그런 모든 생각들을 뒤로 하고 누구랑 같이 왔나도 잊을 정도로 정신없이 몰입하게 한다..

그러다가 종반부에 이르러 문득 영화에서 빠져나와 이것 저것 따져보고 있다..

플래처라는 인물...

이 인물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천재와 이상심리..

초반 플래처의 태도는 막귀의 나로서는 독선적이고 오만한..그렇지만 누군가를 모욕하고 짓밟고도

군림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 천재..

도저히 알아챌 수 없는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며 계속 되풀이시키 (not quite my tempo) 장면 들을 보면서 

진짜 미세한 차이를 느끼는 건지 혹은 자신의 권위를 그런 식으로 주입시키는건지 살짝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그때까지는 어쨋든 천재 인정..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감동을 불질러 주었던 클럽 장면에서 플래처는 원대한 이상을 품은 위대한 스승처럼 표현된다..

아마도 플래처의 진짜 가치관이고 철학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한계에 부딪혀 그 한계를 넘는 제자를 키우고 싶었다...(그만하면) 잘했어..(good job)란 말이 제일 쓸데없는 말이다..'


그렇지만 플래처의 진정성은 마지막 무대에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심리 스릴러로 바뀐다..

연주가 시작되기전 무대 뒤에서 '이번 공연이 성공적이면 너희는 수없는 러브콜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실수 한다면 이 바닥에선 끝장이다.'라는 격려로 위장한 협박으로 단원들을 독려한후 

무대에 올라 앤드류에게 다가가 '내가 핫바지로 보이냐? 네가 불었잖아'라고 말한후 앤드류가 전혀 알지 못하는 곡을

연주하게 한다. (심지어 악보도 안주고..)


이 부분에서 플래처의 병명이 진단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

(요즘 이상심리학 수업을 듣고 있는데 첫 시간 교수님이 '이 수업을 들으면 아마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진단하려 들것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수많은 진단명을 붙일텐데.. 여러분 모두 정상이니 그러지 마시라...'고 했었다..)


그러고보니 영화 내내 플래처의 태도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자의 특징들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도구화 하고... 타인의 감정이나 고통에 무심하고...

그런 부분은 실은 매우 감정적이고 무의식적인 부분이라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철학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혼돈하면 안되는 게 어떤 사람의 의식적이고 인지적인 부분과 무의식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이 모두 합쳐져서 

한사람의 인격 혹은 성격을 이루는 것이라는 점이다..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성격이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이상의 부재나 혹은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한 위선이 아니라는 뜻...

즉, 한계를 뛰어 넘는 제자를 키우고 싶은 것도 또 그러기 위해서 계속 몰아부치는 것도 플래처의 진정성이고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고 타인을 짓밟고 모욕하고 복수하고자 교묘하게 일을 꾸미는 것도 역시 플래처의 본성이다..

플래처라는 사람 안에서는 자신의 가치관 아래에서 자신의 성격적 결함들이 모두 정당화된다..(자기 모순에 빠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마지막 장면처럼 한계를 뛰어넘는 원수의 음악에 빠져 자신의 복수심을 잠시 잊고 음악 자체에 

몰입하는 진정한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


인간이라는 게 얼마나 복합적이고 다면적이고 총체적인지 깨닫게 해준 영화였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한번에 금 그어 나눌 수 있는 기준은 누구에게도 없다...

나처럼 'Good Job'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저런 의심이 들게 한 부분도 좋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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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2015. 3. 3. 22:03 from 생각꼬리

신이 내게서 너무 멀다 하고 치워버리려고 했는데

너무 예쁜 화면과 너무 예쁜 주인공이 자꾸 떠올라왔다...


결국 나는 여전히... 또....

나의 잣대로 (혹은 프레임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있구나...

여전히 나 인채로 모든걸 받아들이는구나...


이다에 나를 투영하지 결코 한번도 이다가 되어보지 않는구나... 

그냥 늘 나로서만 존재하고 

내가 이해할수 있는지...

내가 좋아하는지...

거기에만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다가 살아온...

그리고 용기를 내어 넘어온...

그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바치기위해 넘어갈...

그 세상에 대해...

단 한번도 이다의 마음이 되어보지 않는구나...


온 힘을 다해 나를 벗어 던지고 싶은 때가

가끔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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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

저자
커트 보네거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3-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커트 보네거트 소설! 지구상에 돌고 ...
가격비교


아들이 고등학교때 꽤 좋아했던 작가 커트 보네거트..

국내에 번역되어 있는 것중 아무거나 장바구니에 넣고 읽었는데 첫 선택이 탁월하지는 않았던듯..

나쁜건 아니지만 뭐 그닥 좋지도 않다...

더 확 끌리는 걸 먼저 읽었어야 했을텐데...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5)

Kingsman: The Secret Service 
7.9
감독
매튜 본
출연
콜린 퍼스, 태런 애거튼, 사무엘 L. 잭슨, 마이클 케인, 소피아 부텔라
정보
스릴러 | 미국, 영국 | 128 분 | 2015-02-11


다들 너무 재미있다고들 하는데 사실...

요즘엔 이런 영화가 별 재미없다...

시간보내기로 뭐 나쁘지 않았다...






흑백 화면이 예뻣는데 너무 예뻐서 <서편제>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오래전 서편제를 볼때 (93년작인데 어떻게 극장에서 봤는지 모르겠지만...)

화면이 너무 잘 짜여져서 갑갑한 느낌이 있었다...

한장면 한장면 너~~~~무 공들여 구도를 잡고 촬영한듯한 느낌...

비슷한 느낌... 어느 스틸을 잡아도 완벽할것 같은 구도..

뭐...그때처럼 갑갑하진 않았다...


또 그렇게 와닿지도 않는다..

신의 세계가 나한테 너무 멀어서 그런듯...

'조신의 꿈' 생각이 났다...

미리 한번 살아본건가?

그 정도면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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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총정리 



1.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2. 이상심리학 / 최정윤

3.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 페터 회

4.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 / 커트 보네거트








영화

1. 허삼관

2. 주피터 어센딩

3. 타임 패러독스

4. 킹스맨

5.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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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나들이 2

2015. 2. 27. 21:38 from 기억한올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3년전 날짜를 세번이나 받아놓으시고도 살아남으셨던 외삼촌은 

드디어 뜻을 이루셨다...


청주 장례식장에 가는 길은 이제 겨우 정월 이레(음력)일뿐인데 

재작년 처음 외삼촌댁을 방문하던 그날처럼 어찌나 포근하고 화창하던지..

봄날 같았다...


96세..다들 호상이라고 하는 연세시라 그런지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유쾌하고 즐거웠다..

시원섭섭 홀가분한 분위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즐겁고 유쾌하게 소풍 끝낸 사람에 대한 분위기..

자손들의 분위기가 그랬다..

사촌 오빠도 언니들도 붉어진 얼굴이었지만서도..


작년 봄에 찾아뵀을때 신지가 많이 흐려지셨다 싶게 멍하니 계시더라니...

작년부터는 치매가 오셨다한다..

순한 치매라 먹는 것에만 욕심을 부리실 뿐 생전 험한 말 한마디, 포악 한번 안부리셨다 했지만은..

그래도 구십 연세의 외숙모가 수발하기엔 너무도 힘에 겨우셨을게다...


요양병원으로 모신지 한달 며칠..

식사도 더 잘하시고 워커를 밀고 걸어다니시며 근력도 더 좋아지시고 해서

왜 진작 안 모셨을까하는 생각까지 했다고들 하는데...


택시를 불러서 탈출을 세번 시도하신 외삼촌은 병원에서 말썽쟁이 요주의 환자 였단다..

정신이 온전하신 낮에는 간호사 언니들에게 온갖 유식한 소리는 다하시고

밤이 되면 너무 외롭다고 외숙모 보고 싶다고 우셨다고 한다..


명절에는 아들 내외와 조카며느리와 함께 고향 마을을 둘러보시고

역시 자리보전하고 누우셔서 여러 해 얼굴 보지 못했던 마을 친지들 얼굴 보고

사시던 아파트 앞에 오셔서 2층이라 올라갈수는 없으니 마나님 얼굴 보시겠다고 기다리셨단다..


구십 외숙모는 설날부터 무슨 일인지 다리가 너무 아파서 움직일수 없이 앓아누웠는데

외삼촌이 기다리신다고 하니 며느리, 조카며느리 부축에 간신히 계단을 내려갔는데

하도 아파서 눈물이 줄줄 나고

외삼촌은 그 상봉을 마치고 병원에 돌아가셔서 애가 닳아서 펑펑 우시고

같이 있던 식구들도 다 같이 눈물바다였다고 

이제는 다들 웃으며 유쾌하게 이야기 나눈다...


그렇게 명절 연휴를 보낸 며칠 후 아침에 목욕을 하시고

식사를 조금 하신후 졸립다 하시니 간호사들이 그러면 들어가서 주무세요~ 하고

한시간쯤 후에 원장이 가보니 이미 깨지 않을 잠이 드셨다고 한다..


해마다 제삿날이면 자손들이 유쾌하게 주고 받을 이야기를 남겨주신 외삼촌..

복 많으신 분이다..


(손녀가 병원 탈출 시도 사건 이후<창문 넘어 도망친 백세노인>을 읽으시라고 사다드렸다는데 치매끼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읽을 것을 손에서 놓으셨다고... 그전까진 신문도 책도 보셨다는데... )








Posted by labosque :

엄마의 나들이

2015. 2. 27. 21:26 from 기억한올

지난 수요일은 햇볕도 화창하고 날씨도 포근하고..

나들이 지수 93점쯤 됐겠다...


엄마는 6남매, 딸셋, 아들셋의 막내 따님이셨는데

지금 생존해 계신 피붙이는 94세가 되신 둘째 오빠 한분...


저기 멀리 청주에 사신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사신지 벌써 몇년...


엄마가 오빠를 만난지도 벌써 몇년...

그 사이 울 엄마도 아프고..

그래서 제주도도 내려가서 살다 오고...

가까운 곳 간신히 다니다가

장거리도 이젠 괜찮다고 나서시게 된게 불과 한,두달이다..


더 늦기전에 오빠를 보러 가자고 조르는 엄마를 

이 핑계, 저 핑계.. 

날씨도 아직 춥고..

괜히 장거리 다녀오고 나서 몸살이라도 나실까 싶고..

또 사실은 나도 많이 바쁘다는 속내를

이런 저런 기우와 걱정들로 포장하다가

이젠 더 이상 피할수 없겠다 싶어 잡은 날이 수요일이었는데

차일 피일 미룬 보람이 있게

그동안 잡았다가 미루어진 어느날 보다도 따사롭고 좋은 날이었다..


청주에 사는 외사촌 언니(내게 외사촌 언니이지만 실은 엄마와 몇살 차이 안난다..) 가족과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출발 직전에 외숙모에게 전화를 드렸다.

올해 88세 이신 외숙모는 그나마 건강하셔서 거둥이 불편한 외 삼촌의 수발을 들고 계시다는데..

차로 10여분 거리를 달려 도착해보니

외숙모가 굽은 등으로 지팡이를 집고 아파트 뜰앞에 나와서 서성이고 계시다..

엄마는 분명 '언니..우리 좀 있다 갈께요..'라고 했고

외숙모는 노상 있는 일인것처럼 '그래..아가씨..어여 와..'그렇게 덤덤하게 대답했는데...


영화 '집으로..'가 생각났다..

할머니들은 그리운게 많아 눈들이 그렇게 진물렀는가?

지팡이에 의지해 한걸음 한걸음이 위태로운 양반이 우리가 언제 올 줄 알고

그 계단들을 내려와서 아파트 뜰앞에서 서성이고 있는지..

그리움이 도대체 뭐길래...


94세이신 외삼촌은 거실 소파밑에 요를 깔고 소파에 쿳션과 베개를 층층이 포개어 등을 기대고 앉아서

잠시 잠깐 화장실을 가실려고 해도 워커에 의지해야 한발짝을 떼시지만

아직도 총기를 잃지 않으셔서 그 많은 자손들의 근황과 안부를 줄줄이 꿰고 계신다..


평생 하루 한갑씩 태우셨다는 담배를 십수년전에 간신히 끊으셨다가

3년전부터 다시 태우신다는데 그 계기가 참 엉뚱한게

어느 날 아파트 계단에서 장초를 발견하시고 아까운 생각이 들어 '이거나 한번 피워봐야겠다..'

하셨다가 다시 흡연을 시작하셨다고..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안하시지만 두어시간에 한번 간신히 일어나셔서 베란다로 나가셔서

담배를 태우시는게 하루치 운동이자 낙이신분...

베란다 창가에 앉아 담배를 태우시는데 햇살이 환하다..


어른들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입에 발린 걱정들을 늘어놓으신다..

'담배가 몸에 해로운데.. , 그게 뭐 좋은 거라고.., 아이..끊으셔야 하는데...'

흠... 내 보기엔 베란다 햇살 속에서 담배를 태우시는 모습이 제일 멋지시던데...

그래도 예의상 그런 잔소리들이 필요한건가?

난 '외삼촌 담배 태우실 때 정말 멋져요~' 해드리고 싶었는데...


꼬장꼬장 까다로우신 양반이 엉뚱하고 위트가 있으셔서

작년엔 돌아가실 날짜를 세개나 잡아 놓으셨다고 형부가 이른다..

9월 며칠인가 '내가 이날은 꼭 죽어야 겠다...죽을거 같다.'.하셔서

'그날 안돌아가시면 어떻게 해요?' 했더니 '그럼 10월 언젠가는 죽게 될거다'

하시고 '그날도 안 돌아가시면 어째요?' 했더니 '12월 언제'도 말씀하시고..

'그날도 안 돌아가시면요?' 하니까 '그럼 그땐 나도 모르지' 하고 껄껄 웃으시더라고..

94년을 사시면 죽음도 그저 우스개거리가 될수 있나보다...


수년만에 남매 상봉인데 잠깐 앉아있다 나오는 엄마의 발걸음이 안떨어지시는지 

외삼촌 얼굴을 몇번이나 쓰다듬는다..

'또 올께요... 또 올께요..'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른지..

내 눈치만 살피고 있다...

아버지가 운전대 놓으셨으니 부모님들도 참 깝깝하실거다..


외숙모는 '아가씨.. 꿈에 본듯해요..'라고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베란다 창문에 매달려 하염없이 우리를 보내고 계셨다...

                                                                (2013년 3월)




* 외사촌 언니는 큰 외삼촌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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