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편의 책장에서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발견했다...

굉장히 오래전에 (십여년전쯤?)  이 책을 읽었다는 건 기억한다...

(심지어 재미있게... 그래서 '치알디니'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내용은 거의 잊었지만 아마도 과자를 팔면서 모금을 하는 스카우트 학생들 이야기가 나왔던거 같다...

학생들에게 그런걸 시킨다는 게 신기해서 기억에 남아 있고...

또 하나가 저자가 <라만챠의 사나이>를 보면서 줄줄 울었다고 하는 부분이다.. 

당시 (아마도 70 혹은 80년대)에는 미국에서도 남자가 공공장소에서 눈물로 감정을 표현한다는게 일반적이지는 않았다는..

뭐 그런 내용의 글이었는데 나에게는 <라만챠의 사나이>가 더 깊게 각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몇년 전 조승우의 <라만챠의 사나이>를 보면서 (그때 드디어 라만챠의 사나이가 동키호테임을 알았고...) 

도대체 치알디니는 어느 부분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는 걸까? 의아하기도 했었는데...

그 부분을 확인하고 싶어서 책을 샅샅이 뒤지는데...

없다... 

과자 파는 보이스카우트는 나오는데 라만챠의 사나이는 없다....

어떻게 된걸까? 기억의 완전한 오작동?

그럼 도대체 <라만챠의 사나이>를 보며 눈물을 줄줄 흘린 남자는 누구인건지....


2.

얼토당토 않은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갑자기 알퐁스 도데의 소설이 생각이 났다..

제목도 기억이 안나서 검색을 해보니 아무래도 <꼬마철학자>인듯한데....낯설다... 그런 제목이었을까? 정말?

계속 검색에 검색을 하다보니 그게 맞긴 맞다...

왜 그 생각이 났는가하면 팜므파탈... <꼬마 철학자>에서 주인공 다니엘을 꼬셔버리는 좀 나쁜 여자가 언뜻 떠올라서였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리고 읽은 당시는 틀림없이 주인공과 불쌍한 자끄 형에게 감정이입하여 그 여자가 나쁘게 여겨졌을 게 분명하지만... 

지금 문득 생각하니 그런 묘하게 나쁜 여자가 매력적이다... 뭐...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주인공이 배안에서 빈 새장을 들고 있던 장면이 기억이 나버렸다...

새장을 들고 다니는 꼬마...

표지 이미지도 그런 비슷한거 아니었나? 

흠... 그런데 정말 그 기억이 맞긴한걸까? 

책이 없으니 확인해볼 방법도 없다...


3. 

이야기 나온 김에 또 하나 찾고 싶은 소설이 있는데...

라게를뢰프의 <늪텃집 처녀>라는 소설집에 실린 소설이다..(이런 이름들을 기억하다니..대박...)

라게를뢰프가 노벨상 수상작가라서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때 읽었다..(그때부터 권위에 한풀 접고 들어가는...)

의외로 단편모음집이었다..

줄거리는 환히 기억이 난다..

도둑들이 들어 일가족을 잔인하게 죽이고 보물을 훔쳐간다..

딸(아마도 막내딸) 하나만 어딘가에 숨어(아마도 난로속?)있다가 간신히 목숨을 구한다..

몇년이 흐른 후 예쁘게 자라서 어떤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데 알고보니 그 도둑 무리중 한명..

(저주때문에)바다가 얼어서 배가 몇달동안이나 출항을 할 수 없게 되고 

그 여자아이가 연인이 그때의 그 원수였다는 걸 알게되고 스스로의 가슴을 창으로 찌르는...

그 동안 그 무리들이 다 잡히고... 뭐.. 그런 이야기...

약간 신비하고 (죽은 언니의 유령들이 계속 나온다..) 아련하고... 재미있었던 기억...

흠... 그 이야기 찾고 싶다...


4.

덧붙임)

이런 뜬금없는 궁금함이 떠오른다고 그때 그때 꼭 해결을 보는 성격은 아니다..

한순간 궁금했다가 또 잊고 살다보면 궁금증이 떠오를 때처럼 뜬금없이 해결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작년 여름인가 뉴욕 MOMA에 갔을 때 어떤 그림 하나가 생각이 났다..

옆에 걸려있던 그림들이 다 그대로 걸려 있는데 그 그림만 없는 거다..

한쪽 옆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걸려 있었고 또 이름이 기억안나는 어떤 작가의 그림들.. 

그 옆에 걸린 그림들도 다 기억이 나는데 유독 그 그림만 안보이는 거였다..

그때, 작가도 모르고 특별한 관심도 없이 휙휙 지나쳤던 그 그림이 새삼스럽게 왜 그렇게 다시 보고 싶은건지...

안내소에 가서 제목도 작가도 모르는 그 그림을 짧은 영어로 설명해가면서 찾겠다고 애써 보았지만...

내가 들어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찾을수 있을리가...

어쨋거나 그렇게 그냥 마무리 지었었다...

그리고 잊고 한참 지난 후...

Balthus (발튀스라고 읽나보다..)라는 화가의 그림들이 눈에 들어와 검색을 하다가 그 그림을 발견했다....

내가 여름에 MOMA에서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그림...

제목은 산 작가는 발튀스..

그런데 소재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으로 되어있다...

모마가 아니었던거다...

그렇다면 내가 위에 묘사해놓은 기억은 도대체 어디서 갑툭튀한건가?

이 그림의 주변에 전시 되어 있었다고 틀.림.없.이. 기억하고 있던 그런것들...

당연하게도 모마와 메트로폴리탄의 기억이 해체되고 합성되어 재구성된것이겠지만...

그러니 우리의 기억이란게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작자인건지...

어디가서 기억력 자랑은 하지 말아야겠다...



메트로폴리탄 - 1F 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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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기억

2015. 2. 20. 00:27 from 기억한올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와 진짜 내가 다 다르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부분들은 차이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인가?)

그 중 하나가 내가 스스로를 매우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알고보면 이성적인게 아니라 단순히 감정의 분화가 잘 안된 것일 수도 있다..

달리 말하자면 감정에 대해서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해야하나?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거나 진지하게 조망해주지 않거나 무시하고 억누르거나..

그러면서 그 책임을 이성에 전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


그래서인지 어째서인지 내게 격렬한 감정은 주로 분노와 짜증인듯하다...

분노를 폭발시키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까 눌러 참은 화와 그로 인한 짜증...

그게 명절을 보내는 내 주된 정서...


그닥 즐겁지 않은 나 자신을 간신히 힘내어 의례적인 미소로 포장하고...

뭐 그럭저럭한 설날이었다... (언제나와 비슷한...)


작년쯤 부터...

나도 당당히 명절 오후에 친정에 가겠다고 선언했더랬다...

결혼한지 20년이 넘고 부터는 무슨 말을 할 때 가슴이 떨려서 못하지는 않는다...

(뭐 하고나서 여전히 가슴이 콩콩 뛸 때도 아직 있지만...)

남편은 '무슨일이 있어도 2시에는 출발하도록 하겠다'라고..

어제 시댁에서 돌아오면서 이런 저런 궁리와 요구를 하는 나에게 약속을 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주버님들과 어머님을 모시고 드라이브를 갔다가 2시 반이 되어서야 돌아왔고

머리로는 뭐 그닥 화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났었다...

굳이 화를 내어 친정집 가는 길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도 않았는데

또 한편...어딘가..누군가에 화풀이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화를 냈다...

생각하는 그대로 '화가 나서 화풀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너무 너무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화가 나니까 말 시키지 말라'고도 했다...


왜 이렇게 지나치게 화가 날까 생각하다보니

결혼하고 계속 되풀이 되어 온 비슷비슷한 일들과 그때의 감정들이 물 밀듯 올라오는 걸 

비로소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오늘의 감정은 오늘 만의 감정이 아니었고

바로 그 과거의 감정의 기억들이었다..(정말 생생했다... )


결혼하고 미국에 갔다가 처음 한국에 나왔던 여름 방학...

시댁에 머물면서 친정집에 너무 너무 가고 싶은데 시부모님은 보내줄 생각을 않고

간신히 말을 꺼내어 사흘 말미를 얻어서 (한달중에!) 출발하려는데

남편은 늑장을 부리고...길은 멀고 차는 막히고...

너무 너무 속상하고 서럽고 안타깝고...답답하고 갑갑했던 그 길의 기억..


매번 비슷하게 되풀이 되는 상황과 되풀이 되는 감정..

그 감정들이 첩첩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별것 아닌 일에도 둑이 터지듯 밀려온다..

세세하게 구별되지 않은 알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분노...


그런 이야기를 꺼내자 남편은 말이 없다...

과도한 화와 짜증을 이해한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내 마음은 풀린다...

그랬구나...

젊었던 내가 그렇게 서러웠구나....

그렇게 조바심 나고 안절부절했구나...


이렇게 묵은 감정 하나가 풀려나간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 풀어져서 후에 또 비슷한 상황이 와도 그냥 여유있게 하하 웃어버릴 수 있을지 알수없지만...

왜 내가 별것 아닌 일에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났는지 알게 됐으니까..


조금 더 편안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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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책과 영화

2015. 2. 16. 14:22 from about books



살인자의 기억법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7-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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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에 e-book..





이상심리학

저자
최정윤 지음
출판사
학지사 | 2006-06-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저자들이 대학에서 임상심리학을 전공하고 이상심리학을 강의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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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 만난 친구의 어머니가 전형적인 자기애성 인격장애라는 이야기를 듣고 

새삼 호기심이 생겨서 찾아보다가 다 읽게 됨..

읽는다고 뭘 알게 되는건 아님... ㅠ.ㅠ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저자
페터 회 지음
출판사
마음산책 | 2005-08-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숨어 있던 걸작, 10년 만에 다시 빛을 보다. 1993년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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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의 어느 날..2015년의 첫 눈이 내렸다...

함박눈이 소담스럽게...

유리가 커다란 찻집에서 한참 눈구경을 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안 읽은 책 무더기에서 이 책을 꺼냈다..

그때까지 읽고 있던 책들을 모두 한팔로 쓸어버렸다...


2.

아침, 눈을 뜨자마자 약속되어 있던 친구에게 꾀병을 대고 만남을 취소해버렸다..

미안하지만... 모처럼 집에 혼자 있으면서 마저 읽고 싶은 책을 만나는 건....

하긴 종종 있는 일이구나... -.-;;


3. 

이 책의 종이의 질감은 좀 유별나다..

얼음처럼 매끄럽다..

내가 종이의 전문가라서 몇그람짜리 어떤 종이가 쓰였는지 말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어느 소설에선가 그런 사람이 나왔는데..)

표지에 들일 자본을 내지로 분산한듯 하다..

읽으면서 매끈한 표면을 계속 쓰다듬고 있다..

출판사에 전화 해서 묻고 싶다고 생각한건 아마도 스밀라에 빙의되서 그런듯...


4.

이 책이 읽히는 속도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간결한 문체에 살짝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전개..

과하지 않은 철학적 사고..

매력적인 주인공..짜임새 있는 구조...

특히 너무 흥미진진해서 휙휙 읽고 줄거리만 남는다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현학적이라 생각은 한쪽으로 밀쳐 두고 역시 줄거리만 따라가게 만들지 않는

한장 한장..한문장 한문장 꼼꼼하게 읽게 만드는 속도...


5.

스밀라를 움직이는 동력은 뭘까?

정의감은 아닐것 같다...

이사야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겠지만 그게 전부도 아닐듯하고...

일종의 야생성? 사냥 본능? 추격본능? 

그런 것과의 결합이 아니었을까?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결국 그 사람의 정체성의 문제이고

정체성은 어쩌면 조금 더 본능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

얕게 생각해볼때, 정체성이 과연 인식이 가능한건지 모르겠다..








허삼관 (2015)

7
감독
하정우
출연
하정우, 하지원, 남다름, 노강민, 전현석
정보
드라마 | 한국 | 124 분 | 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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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야기를 우리나라 1960년대로 설정해서 잘 구겨 넣었는데 뭐... 내가 잘 모르는 시대니까 제법 그랬을 법도 하다..

별 무리는 없으나 원작이 중국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우리나라사람들과 중국사람들의 성정 차가 느껴진다...

아무것도 몰랐으면 그럴수도 있지..하고 보았을듯...






주피터 어센딩 (2015)

Jupiter Ascending 
6.6
감독
라나 워쇼스키, 앤디 워쇼스키
출연
밀라 쿠니스, 채닝 테이텀, 숀 빈, 테리 길리엄, 에디 레드메인
정보
SF | 미국 | 127 분 | 2015-02-05



온갖 클리셰들로 가득 찬 그렇고 그런 SF이나 억지로 끼워 넣은 메시지는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의외성이 있다..

흔히들 오래 사는 것의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백세시대를 걱정하거나..

영원히 사는 것을 저주라고 믿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사회적 통념이지만...

그런것들은 알고보면 노인이 '늙으면 죽어야지' 라고 말하는 것 만큼이나 새빨간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그저 입버릇에 지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이 실제로 사람들의 상투어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라고 묻자면

꼭 그런것 같지는 않다..

말로는 다들.. 너무 오래 살까봐 걱정이야 라고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건강하게 오래 예쁘고 늙지않는 상태로 살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추구한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을 무병장수시키고 영원히 늙지않는 상태로 살게 한다면 누가 그걸 마다하겠는가..

특히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무한한 시간이 지루함과 절대고독이라고 생각하는건 어쩌면 만화의 영향이다..

죽음이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든다는 명제는 실은 실증된 적이 없다..

한가지 분명한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젊고 아름답게 살아남는 건 소수에게 주어지는 특권일것이고

계급은 더욱 더 심화되고 대다수는 피라미드의 아래쪽을 받치기 위해 굴러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어느게 내 진심인지 확인해보기전에 상투적인 말을 중단해야겠다...






타임 패러독스 (2015)

Predestination 
8
감독
마이클 스피어리그, 피터 스피어리그
출연
에단 호크, 노아 테일러, 사라 스눅, 매들린 웨스트, 크리스토퍼 커비
정보
SF, 스릴러 | 오스트레일리아 | 97 분 | 201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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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총정리

2015. 2. 6. 21:49 from about books

1. 데지레 클럽 9월 여름 / 로사 몬테로

2.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 오드리 니페네거

3. 시간 여행자의 아내 2 / 오드리 니페네거

4. 위폐범들 / 앙드레 지드

5. 미움 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6. 창문 넘어 도망친 백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7. 캐치 22 1 / 조지프 헬러

8. 캐치 22 2 / 조지프 헬러

9.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10.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파트릭 모디아노

1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12. 솔로몬의 반지 / 콘라트 로렌츠 






영화

1. 내일을 위한 시간 

2.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3. 마미

4. 프라하의 봄





전시

린다 맥카트니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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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책과 영화 3

2015. 1. 25. 16:38 from about books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1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참을 수 없는’ 생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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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반지

저자
콘라트 로렌츠 지음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2014-07-28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수십년의 연구와 노력끝에 얻어낸 동물의 생태상을 일반인들도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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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렌츠는 동물행동학자 , 동물심리학자 혹은 비교행동학자로 일컫어지는데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여

역시 그 동물의 한종인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유추한 발달 심리학자다..


꽤 오래전에 사두고 한쪽 구석에 밀쳐 두었던 이 책을 읽게 만든 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카레닌 부분은 <돌아온 래시>이후 읽었던 개에 관한 어떤 책 보다도 더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매우 놀랍다...

파브로 곤충기보다 시튼 동물기보다 더 재미있다...

내가 어릴 때 혹은 아이가 어릴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동물이나 자연에 대한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흥미롭고 재미있고 교육적이고 감동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대체로) 보기드물게 행복했을 거 같다...



'사랑에 빠지는 점에 있어서는 상당수의 고등 조류와 포유류가 인간과 똑같다. 갈가마귀에 있어서도 역시

커다란 사랑은 흔히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다. 더러는 사람처럼 <첫눈에> 반하기도 한다.'


'야생 동물을 관찰하는 생활과 작업을 통해 발견한 멋진 사실은 동물들도 놀라울 정도로 게으르다는 것이었다. 

참다운 문화적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어리석은 현대 문명인들의 조급함은 동물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근면의 상징인 벌과 개미도 하루의 대부분을 달콤한 무위로 보낸다.'


'사자는 모든 육식 동물 중에서 가장 게으르다. 정말 부러울 만큼 게으른 종족이다.'


'원숭이는 아마도 정신적인 고통을 통하여 심각하고 뚜렷한 육체적 병을 얻게 되는 유일한 동물일 것이다.'


'<까마귀는 다른 까마귀의 눈을 쪼지 않는다>.........<무엇을 위하여> 무기를 가진 육식 동물이 그러한 자제력을 

갖느냐, 하는 것은....'


'개에게 있어서 인간과의 우정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우정이 당신에게 조그만 의무도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라. 충성스러운 개와의 우정은 결코 해지되지 않는다.'

아..강아지 갖고 싶다....


7장에 소개된 기러기새끼 마르티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유명한 각인 이론이 탄생했다..








마미 (2014)

Mommy 
8.2
감독
자비에 돌란
출연
안느 도발, 앙투안-올리비에 필롱, 쉬잔느 클레몽, 알렉상드르 고예, 패트릭 후아드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캐나다 | 138 분 | 2014-12-18



# ADHD와 애착장애를 가지고 있는 소년..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의 그의 엄마..

과거의 상처로 인해 말을 더듬게 된 휴직 교사..(또 다른 엄마..)


인생의 문제는 결코 끝나는 법이 없다..

그저 휴지기가 있을 뿐이다..

적어도 사는 동안은...


그리고 사람들은 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며 사는 것일 뿐...

거기엔 특별히 옳은 방법도 맞는 방법도 없다..

그러니 타인에 대해서 판단하거나 정죄하지 말라...

(감정은 별개다..)


결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영화가 끝났다고 인생이 완료되는 건 아니니까..

Life goes on

순간 순간 그 순간의 결정을 할뿐...








프라하의 봄 (1989)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8.9
감독
필립 카우프먼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줄리엣 비노쉬, 레나 올린, 데렉 드 린트, 얼랜드 조셉슨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미국 | 171 분 | 1989-07-08




# 윗층에서 시도 때도 없이 치는 피아노 소리는 우리 집 천장으로 한겹 덮혀서

온퉁 무디고 둔중하고 희미하게  굴러 내려온다..

피아노 치는 솜씨 또한 그 소리만큼이나 서투르고 머뭇거린다...

늘 비슷 비슷한 수준의 곡들을 치는데 단 한번도 전곡을 유려하게 내달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책을 토대로 만든 영화...

태생적으로 비교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쌍생아같은, 한 이야기의 두 버젼..

어느 한편은 늘 다른 한편에 비해서 못하다 내지는 최고의 칭찬이래야 '그만하면...'정도...

비교를 안할래야 안 할 수 없는, 마치 틀린 그림 찾기 같은 그런 두 영역..


비교를 안하고 싶었지만 책을 읽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스토리들이 머리 속에 떠올라 오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배우들은 참 좋았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토마시 같다..

손이 그렇게 예쁘고 또 그렇게 두드러지게 눈에 띄다니...

초반 외과의사로서의 손과 나중에 창문을 닦거나 농장 일을 할때의 손이 다르다..


줄리엣 비노쉬도 역시 좋았다..

테레자의 느낌이다..

쉽게 붉어지는 얼굴과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이 송진으로 방수를 한 갈대바구니에 실려서

강물을 따라 떠내려온 아기같은 느낌이 있다..


사비나와 프란츠의 이야기를 많이 축소하고도 영화는 3시간에 육박하니 

책과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건 당연한데

그래도 이리 저리 짜맞춰서 책에서 묘사했던 주인공들의 개성을 최대한 표현해보려고 한건 애썼다..


또 좋았던건 그 시대를 보다 생생하게 재현해준것..

머리속에서 지나치게 세련되게 상상해버리는 오류를 '거기까지 가면 너무 많이 가는거야' 하고 

고삐를 채주듯 정정해주는 소박하고 일견 촌스러워 보이는 화면들..

그런 화면들이 현실감을 줘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건 더 이상 주인공들의 머릿속 생각을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

그냥 우리들처럼... 마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던 무슨 속말을 하던..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표현되는 말과 행동으로만 보여지는 것...

흔히 말하는 객관성...

영화를 통해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자... 그러면 (같은 이야기로 만들어진)책과 영화가 쌍생아일까? 

경우에 따라서는..

또 다른 경우에는 얼굴만 닮은 (혹은 주인공 이름만 닮은..) 쌩판 남일지도 모른다...


안 좋았던 것들...

영어로 만들어진게 가장 안 좋았다..

체코어로 말하게 하던지 아니면 배우들에게 보다 익숙한 유럽어로 말하게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그들의 영어발음의 탓...(특히 사비나..)


안 닮은 쌍동이도 아니고 형제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차라리 남인게 나을 뻔 했다는...)

주인공들의 내면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면적으로 보여지는 면들만 따라가다보니

책의 주제와는 백리쯤 멀어진 영화의 주제..

영화의 주제도 그 나름 가치가 있었는데 그럴바엔 차라리 원작에 대한 부담을 덜어버렸더라면

훨씬 산뜻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욕 먹었을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아쉬움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책에서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외부의 현실들..

토마시가(혹은 쿤데라가) 아무리 냉소적으로 가벼움에 대한 자신의 깨달음과 태도를 피력해도

카메라가 보여주는 현실성은 당시의 상황과 현실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가 책만 읽을 때 놓치기 쉬운 현실의 무거움...

그래서 더 더욱 추구하게 되는 가벼움의 역설을 영화는 놓치지 말라고 지그시 가리켜 준다..






#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폴 매카트니의 아내 린다 매카트니는 폴과 만나기 이전부터 이미 유명 잡지 표지에 사진을 싣는 사진 작가였고

폴과의 인연도 사진 작업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재미있는 건 린다가 오랫동안 이스트만 (코닥 창업자) 가문의 딸로 알려진 점이었다..(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진 전을 보러가기 전까지만 해도 린다에 대한 나의 생각은 재벌 딸로 태어나 세계적인 스타와 결혼을 한...

거기에 예쁘기까지 해서 취미로 사진도 찍고 취미로 락그룹의 일원으로 참여도 한 (린다는 비틀즈 해체 후 폴이 만든

그룹 '윙스'의 멤버이기도 했다) 억세게 팔자 좋은 여자...쯤...


사진전에 간략하게 붙어있는 약력들과 특히 '코닥사의 창업자인 이스트만 가와는 관계가 없다'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해서 검색을 해보게 되었는데 린다는 꽤 부유할것으로 추정되는(스캇스데일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뉴욕 근교의 부자 동네이다) 뉴욕의 유태인가정 출신이지만 코닥사와는 연관이 없다..

아마도 러시아계 유태인 이민자인 린다의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을 Leopold Vail Epstein에서 Lee Eastman으로 바꾼데서 

이 오해가 비롯된듯하다..

어쨋거나 결혼 후 인터뷰에서 린다 본인도 어리둥절하다고 밝혔음에도 이 소문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사진들을 보다보니...

모든 것을 다 가진듯 억세게 부러운 이 여자가 얼마나 치열하게 자기 일을 사랑했는지는 알 것 같다...

좋은 사진이란건... 늘 카메라를 들고 있어야 찍을 수 있는 법...

한순간도 게으르지 않게 자신의 일을 사랑했을 그녀의 열정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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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책과 영화 2

2015. 1. 15. 20:54 from about books



미움받을 용기

저자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
출판사
인플루엔셜 | 2014-11-1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당신은 자유로워질 용기를 가졌는가? 당신은 평범해질 용기를 가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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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상담 시에 내담자가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는 카운슬러의 과제가 아니라고 여기네

왜죠?

상담을 받은 결과, 내담자가 어떤 결심을 했는가, 생활 양식을 바꿨는가, 바꾸지 않았는가. 이는 내담자의 과제고

카운슬러는 거기에 개입할 수 없네.

아니아니, 그런 무책임한 태도가 허용된다니요!

물론 곁에서 최선을 다해 돕기는 하지. 하지만 끝까지 개입하지는 않아. 어느 나라에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네. 아들러 심리학에서 하는 상담, 혹은 타인에 대한 지원 전반이 그런 입장에 

있다고 생각하게. 본인의 의향을 무시하고 '변하는 것'을 강요해봤자 나중에 반발심만 커질뿐이지.

카운슬러는 내담자의 인생을 바꿔주지 않는다는 겁니까?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네.  (p163)


결국 나한테 유리한 부분에 눈길을 주고 안도한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저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3-07-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00년의 모험도 부족했다! 전 유럽을 강타한 특급 베스트셀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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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이미 책 속에서도 < > 속에 담아서 주구장창 주장하고 있는 주제문으로 여겨지는 구절...

뭐 그렇게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느 상황에서나 불평 불만이 없다는 건(말 대신 행동) 크나 큰 미덕이긴 하다..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미덕..







캐치-22. 1

저자
조지프 헬러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8-08-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작이자 반전 소설의 걸작인 『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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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22. 2

저자
조지프 헬러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8-08-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작이자 반전 소설의 걸작인 『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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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에서는 권장 도서 목록이 학년 별로 몇십권쯤 나왔던 것 같다....

만약 1학년 부터 12학년까지 그렇다고 가정해보면 몇백권...

물론 아이들이 그 책을 다 읽진 않는다..

그 중에 왠만큼 읽으면 매해 10여권쯤 읽겠지...

그 많은 책들 가운데 대체로 영미 문학이 많아서 내가 알지 못했던 미국 작가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 책도 아이의 권장 도서 목록에서 봤던 기억이 있는..

그리고 아이가 사서 읽어서 더 기억에 있는...

그래서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마지막 세일기간에 정신없이 퍼 담던 중에 

내 장바구니에 들어갔던...그랬던 책이다...


그리고 감상은...

너무 훌륭하다...

청소년기에 이런 책을 읽고 자라는 미국 아이들이...

경쟁력이 없을리가 없다...(물론 책을 읽는 아이들의 경우...)


두 권이나 되지 않았더라면 독서회때 추천할텐데...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저자
위화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9-08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세계가 사랑하는 소설가 위화가 그려낸 현대 중국의 열 가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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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를 읽어야겠다..

벌써 재작년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2013년 여름

독서회 몇몇 남자들은 중국에 대해서 흥미를 불태웠었다..

무협지와 영화를 통해..또 몇번의 여행을 통해 어느 정도 익숙한 나라 중국은

나에겐 딱 그만큼의 관심대상..


아이가 어릴때는 (약 십여년전) 한참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라는 잠재 대국의 앞날을 점치며

아이들에게 제2 외국어로 중국어를 시키려는 열기가 뜨거웠지만 

아들이 미국으로 들어가면서 그 열풍에서 빗겨가게 되었고 

그러고나니 나에게 중국은 그저 긴 역사를 가진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근대사를 가진 복잡하고 큰 나라.. 

기본적인 호감에 여행에서 엿보았던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풍속에 의한 비호감이 

뒤섞여 절대 한가지 감정으로 대할 수 없는 정리 안되는 나라...

그만치였었다..


아이들의 일은 아이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내가 굳이 중국을 새삼스레 알아야 할 일도 이해해야할 이유도 없어 보였다..그때는..


'위화, 열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중국의 지식인이 정리한 중국의 근대사에 대한 단상이라는 점에서 중국을 알려고 기를 쓰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시각과는 다르다..

그 세월을 겪어낸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들은 외부에서 흘깃거린 그것들과는 다른 밀도와 깊이가 있다..

겪지 않으면 알기 힘든... 그런 것들이 있는 법이다..


그러니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기가 얼마나 지난한가..

그런 의미에서 중국이 갑자기 매력적이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중국을 굳이 이해하려고 든다면 모옌의 <개구리>도 도움이 된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저자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5-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파트릭 모디아노의 공쿠르상 수상작이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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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틀림없이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쯤 읽었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읽고나서 콩쿠르 상이란 걸 알게 됐고 

그 후 한동안 콩쿠르 상 수상이 내 독서의 가이드 라인 노릇을 했었다..

노벨상이나 이상문학상처럼..


이렇게 간결한 문체로 씌여진 것들을 좋아하나보다...

화자나 주인공의 생각이 그다지 구구절절 드러나지 않아서 드라이한 느낌까지 드는..

맘에 드는 구절 하나 찾기 힘든...

줄거리를 따라서 성큼 성큼 읽어버리고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그리고 특히 기억에 관한...

그래서 그 많은 세월이 지나고 줄거리는 한줄 요약으로밖에 생각이 나지 않아도

제목만은 머리속에서 아스라하고 어렴풋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그 어둡고 모호한 느낌이 좋다..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2015)

The New Girlfriend 
8.4
감독
프랑수아 오종
출연
로맹 뒤리스, 아나이스 드무스티에, 라파엘 페르소나즈, 미셸 랭쥬발, 장-클라우드 볼레-레다트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프랑스 | 108 분 | 2015-01-08


오종 감독의 영화는 처음 보았는데 꽤나 독특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가 보다..

영화의 도입부,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적인 장면 속에서 심장이 철컥 내려 앉게 만들었다..

소리 하나 없는 평온한 화면으로 오소소 소름이 돋게 만들다니 놀랍다..(결국은 발상의 전환)

클레어의 어린 시절은 한눈에 빨간머리 앤을 연상시킨다..

삐삐 롱스타킹을 좀 더 닮았으려나?

그렇지만 얼굴 한가득 앉은 귀여운 주근깨와 단정치 못하게 삐죽삐죽 흐트러진

양갈래로 땋은 빨간 머리..(적갈색)

로라는 어릴때는 정말 예쁘더니 역변을 해버렸다...

내용은 뭐 이런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 싶은.. 그런 주제...

클레어 역을 맡은 여배우가 연기를 잘하는구나 싶었던게 그냥 클레어 연기를 할때는 

그냥 클레어 같았는데 남편에게 거짓말하는 모습에선 정말 거짓말하는 거 같았다..

어색하고 목소리도 부자연스럽고...티나게...

진짜 거짓말 잘 못하는 사람이 거짓말하는 거 같았다..사실 연기도 다 거짓말인데 말이지...(일종의)

로맹 뒤리스가 요즘 대세 배우인가보다..

여기 저기서 꽤 자주 보인다.. 연기도 잘한다...



Posted by labosque :

1월의 책과 영화

2015. 1. 7. 13:52 from about books

아직 마땅한 새해 결심을 하기도 전에 벌써 7일이다...

재작년, 어떻게든 지킬 수 있는 작심을 해보자 싶어서 세웠던 새해작심 글타래...

지킬수 있는 일이란 명제에 힘입어 책읽기, 영화보기 등등 좋아하는 일들로 채웠던 얍삽한 새해작심..

재작년에 이어 작년까지 손쉽게 적어도 책과 영화 부분은 목표 달성했는데

그것도 세번째 해가 되고 보니 조금 시들하다...


책은..여전히 가열차게 읽고 있지만..로쟈 말대로 독서근이 생겼는지

거의 매일 손에 책을 들고 있는 독서생활이 몸에 배었지만...

갑자기 왜 읽는지도 모르겠고...

올해 새로 무슨 목표를 세워야할지도 모르겠고...

양띠해라 그런가 갑자기 길 잃은 어린 양이 된거 같은 기분..

신년우울 같은거...

흠... 어쨋거나... 새해작심을 적기 전에도 독서 생활은 계속 된다.... 쭈욱~~





데지레 클럽, 9월 여름(디 아더스 The Others 2)

저자
로사 몬테로, 로사 몬떼로 지음
출판사
푸른숲(도) | 2010-07-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일상적 경험의 아름다움과 결핍을 울림 있게 전달하는 스페인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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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소통이란게 얼마나 어려운건지...

다른 사람들의 진짜 마음 속이 궁금해지게 만든다...

책을 읽고 나서, 타인과 함께 할때 즉각 즉각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물어보고 싶다 생각했지만

현실 속에서 나는, 여전히 내 감정과 내 생각속에서만 타인을 존재시키고 내 식으로 이해하고 (상상하고) 판단하고 있다.

소설 속 인물들처럼...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저자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출판사
살림 | 2009-08-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왜 사랑은 상대가 곁에 없을 때 더 강렬해지는 걸까?” 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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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2

저자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출판사
살림 | 2009-08-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왜 사랑은 상대가 곁에 없을 때 더 강렬해지는 걸까?” 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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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이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었을텐데...

내 취향이 약간 바뀐듯..

  






위폐범들

저자
앙드레 지드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0-07-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앙드레 지드가 자신의 유일한 '소설(roman)'이라 칭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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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는 헌신에 대한 참으로 놀랄만한 성향이 깃들어 있다.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란 흔히 여자에게는 자기 사랑을 매달아 놓는 어떤 옷걸이에 불과하다.'


500p가 넘는 장편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 작품의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이런 사소한 부분이라니..

그렇지만 이 문장은 정말 적절하다..

읽자마자 소리쳤다.. '그거슨 진리'


작가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게 되면 작중 인물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다..

지드에게 동성애 기호(더구나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젊은 청년과의..)가 있었다는 걸 알게된 지금

에두아르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거둘수 없다..

그는 왜 이렇게 어린 소년들에게 관심을 갖는걸까? 

소설가이기 때문에 주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일기를 통해 묘사하고 기록하는것..

전이라면 거기까지 봤을텐데..

그와 올리비에 사이의 미묘한 감정.. 어린 소년들에 대한 유별난 관심..

그와 파사방 백작 사이의 경쟁심..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런 부분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내일을 위한 시간 (2015)

Two Days, One Night 
8.5
감독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마리옹 꼬띠아르, 파브리지오 롱지온, 필리 그로인, 시몬 코드리, 카트린 살레
정보
드라마 | 벨기에 | 95 분 | 2015-01-01



영화가 현실적이면 현실적일수록..

우리와 참 다른 감정처리, 행동방식이 놀랍다..

감정처리방법은 확실히 본능적이라기보다 사회적 학습 쪽인거 같다..

똑같은 희노애락도 저렇게 다르게 표현되는 걸 보면..

의사결정과정의 신속함도 놀랍고... 


Posted by labosque :

올해의 책들..

2014. 12. 30. 19:50 from about books



노벨문학상 수상자 대표작


1. 황야의 이리 / 헤르만 헤세

2. 좁은문/전원교향곡 / 앙드레 지드

3. 노인과 바다 / 헤밍웨이

4. 소리와 분노 / 윌리엄 포크너

5. 사랑의 사막 /프랑수아 모리아크

6. 분노의 포도 1,2 / 존 스타인벡

7. 드리나 강의 다리 / 이보 안드리치

8.  / 장 폴 싸르트르

9. 오기 마치의 모험 1,2,3 / 쏠 벨로우

10.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11.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인리히 뵐  

12.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뮤엘 베케트                

13. 원수들, 사랑이야기 / 아이작 싱어              

14. 현혹 / 엘리아스 카네티                                  

15. 백년의 고독 1,2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16.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 카밀로 호세 셀라          

17. 양철북1.2 / 귄터 그라스                              

18. 미겔스트리트 / v.s. 나이폴

19. 빌러비드 / 토니 모리슨

20. 운명 /임레 케르테츠                                            

21. 추락 / 쿳시                                                        

22. 피아노 치는 여자 / 엘프레데 옐리네크

23. 다섯째 아이 / 도리스 레싱

24. 황금물고기 / 르 클레지오

25. 내 이름은 빨강 1,2 / 오르한 파묵

26. 숨그네 / 헤르타 뮐러

27. 염소의 축제 1,2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28. 개구리 / 모옌

29. 디어 라이프 / 앨리스 먼로

30. 파리대왕 / 윌리엄 골딩

31. 눈먼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32. 만엔 원년의 풋볼 / 오에 겐자부로

 

독서회


1. 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2.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웬디 윌치

3. 분노의 포도 1,2 / 존 스타인벡

4. 다윗과 골리앗 / 말콤 글래드웰                    

5.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2 / 김탁환    

6.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 강양구                          

7. 가벼운 나날 / 제임스 셀터

8. 낭독은 입문학이다 / 김보경  

9. 헤르메스의 기둥 1,2 / 송대방

10. 서양미술사 / 곰브리치

11. 달과 육펜스 / 서머싯 몸

12. 소문의 여자 / 오쿠다 히데오

 

고전


1. 사형장으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2. 절망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3. 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울프

4. 아들과 연인 1,2 /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5. 테레즈 데케루 / 프랑수아 모리아크

6. 이방인 / 알베르 카뮈

7. 호빗 / 톨킨

 

현대


1. 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2. 리스본행 야간열차 1,2 / 파스칼 메르시어

3. 바람의 그림자1. 2/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4. 천사의 게임 1,2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5. 천국의 수인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6. 정도전을 위한 변명 / 조유식  

7. 검은집 / 기시 유스케

8. 7번국도 REVISITED / 김연수

9. 은교 / 박범신

                           

독서 안내서


1. 왜 책을 읽는가 /샤를 단치

2. 아주 사적인 독서 / 이현우

3.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 이현우

 

심리학 관련


1. 심리학에 속지마라 / 스티븐 아얀

2. 감정독재 / 강준만

3.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진 시노다 볼린                                                          

                               

여행서


1. 가고싶다, 바르셀로나 / 신양란

2. 리스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 김지선

3. 인상파로드, 빛이 그린 풍경속을 걷다 / 김영주

 

기타


1. 이중텐 중국사 1: 선조 / 이중텐                       

2. 탈핵학교                                                      

3. 어니스트 티의 기적                                        

 

7183권 중 만엔 원년의 풋볼은 다 읽지 못했고

내 이름은 빨강, 파리대왕, 눈먼자들의 도시는 오래 전에 읽었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올해의 책에선 빼야할듯...

그렇다면 총 67종 78권이다...

Posted by labosque :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저자
이현우 지음
출판사
현암사 | 2014-01-1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어보셨나요?" ‘젊은’ 노문학자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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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다섯 군대 전투 (2014)

The Hobbit: The Battle of the Five Armies 
8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이안 맥켈런, 마틴 프리먼, 베네딕트 컴버배치, 에반젤린 릴리, 리 페이스
정보
판타지 | 뉴질랜드, 미국 | 144 분 | 2014-12-17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2014)

Clouds of Sils Maria 
8.8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출연
줄리엣 비노쉬, 크리스틴 스튜어트,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라르스 아이딩거, 조니 플린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스위스, 독일 | 124 분 | 2014-12-18





맵 투 더 스타 (2014)

Maps to the Stars 
7.3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출연
줄리안 무어, 미아 와시코브스카, 사라 가돈, 존 쿠색, 로버트 패틴슨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캐나다, 미국, 독일, 프랑스 | 112 분 | 201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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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보고 왔다..

우리 가족은 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편..

특히 아들은 판타지 매니아라고 할만하다...

스스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싶어할 정도이다..(여의치는 않아도..)


그런데 실은, 이 녀석..

매우 드라이한 공학도이다..

온국민을 히스테리아로 몰고 가는 온갖 종류의 건강 열풍에 경기를 하고

반과학적 우려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예견하는)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는 

과학 지상주의자..

그런데 안 어울리게 판타지라니...


아들의 과학지상주의가 때로는 참 불편한건 어쩌면

내가 귀가 얇아서인가?

난 원전도 불안하고 인공지능도 무섭고

더 이상 과학의 발전이 달갑지만은 않은 

걱정을 사서하는 

그런 나이가 되어 버린거 같다..

미래가 더 이상 장미빛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들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래도 다행이도 아직까지는 말다툼으로 번지지는 않지만...)

아들의 전문적인 설명은 어차피 들어도 잘 모르면서도

나이든 사람의 노파심스러운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쳐드는데

그건 바로 젊은이의 순진함..

특히 세상 풍파를 모르고

책을 통한 간접경험조차 미비한 세대를 향한...


내가 믿는 것들이 딱히 음모론들은 아니지만

그런 음모론들이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아들은 이해를 못한다..

'엄만 그럼 911도 자작극이라고 믿어?'

'딱히 그렇게 믿는다기보다 그것도 역시 가능하다고 믿는단다'라고 대답하면 

아들은 너무 한심하다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지만...


흠... 내 나이쯤 되면 아들아...

인간이 얼마나 무섭고 별별 일을 다 할 수 있는지

이렇게 저렇게 알수 있게 된단다...

직접 겪지 않아도 그냥... 그냥 알게 된다..

무슨 일이 생겨도 그닥 놀랍지 않다는 걸...


정말이지 너에게 <염소의 축제>를 읽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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