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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11 잠 깬 새벽... 2
  2. 2014.11.01 우울 전염 2
  3. 2014.10.31 10월의 책과 영화 2
  4. 2014.10.19 잊기전에... 여행 에피소드
  5. 2014.09.29 9월의 책과 영화
  6. 2014.09.27 책 읽다가..
  7. 2014.09.20 오독의 권리
  8. 2014.09.20 자유의 언덕
  9. 2014.09.14 9월의 책 2
  10. 2014.09.13 8월의 책 (총정리)

잠 깬 새벽...

2014. 11. 11. 06:21 from 생각꼬리

1.

어제 저녁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긴 했다..

중간에 화장실에 가느라고 일어나고 나선 한시간째 뒤척거리고 있다...


2.

엄마는 책 읽는 기계다...

여든이 넘으셨지만 만날 때마다 책을 가져다 달라신다..

처음엔 엄마가 읽고 재미있어 하실만한 책들을 골라서

이고 지고 가져다 드렸었다..

어느 순간 내용이 중요한게 아니구나 알게 되었다..

엄마에게 책은 새벽에 잠이 깨어 더 이상 잠자리에 누워 있지 못할때

아침을 기다리기 위한 수단.. 딱 거기까지...

그냥 기계처럼 읽는 거다...

그래서 말씀 하신다..

'아무 책이나 상관없어... 읽었던 거 또 읽어도 돼..'

말씀은 그렇게 하시면서 왜 책 다 읽었다고 가져가라시고

새 책 좀 또 가져오라시는지..

친구들은 '너네 엄마 대단하시다.. 그 연세에 아직도 책을 읽으시니?' 하지만

내용이 중요치 않은 채 뭔가 읽는다는 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싶기도 하다..

내게 위안이 되는 건 나도 엄마 닮았으면 그 나이에도 눈이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거..

새벽에 일어나 앉으니 눈의 강건함이 더없이 절실하다...

조만간 나도 하게 될 일일지도 모르겠다...


3.

책을 읽는다고 그 책들이 다 내게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유명하거나..아니 단순히  유명한 게 아니라 가치가 있다고 평가 받는

문학작품을 읽을 때 (특히 상 탄 작가 혹은 작품.. 그래... 노벨 상...)

그 내용이 특별히 난해하거나 현학적이지도 않은데 

공감가거나 와닿지 않으면 살짝 당혹스럽다...

도대체 어디가 포인트인건가?

왜 읽고나도 아무런 감상도 감동도 심지어 재미도 안남는가..

나하고 이 책과의 접점은 왜 이렇게 안 만나지는 건가...

뭔가 조그만 돌기하나가 어긋난 병뚜껑을 헛돌리고 있는 느낌이다..

르 클레지오의 <황금물고기>가 그렇다...


<황금 물고기>는 몇년 전에 한번 읽었었고 이번에 다시 읽었는데

두번 읽어봐도 느낌없고 공감가지 않기로는 비슷하다..

동일시가 안되나?

소설 속 세계를 내게로 옮겨 오던가 내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던가..

둘 중 하나라도 이루어져야 몰입이 될텐데

라일라의 세계는 내게는 너무 낯설다..

아무리 아는 지명들이 나와도 여전히 내게는 낯모르는 세계다...

그런데 그것도 참 이상한게... 

여태 그토록 여러가지 다른 세상에 대한 소설들을 읽어왔는데..

내가 직접 몰라도 직접 경험한적 없어도 얼마나 많은 시공간을 엿보며 살아왔는데 

왜 특히 라일라가 속한 세계가 낯선건지...

비교하자고 들면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데...


아마도 주인공에 동일시가 힘들어서 인것 같기도 한데...

주인공이 내가 원하는 식으로 움직이지 않아줘서?

정신차리고 공부해서 인생을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하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는 충동과 조급함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점점 더 나락으로 이끌어 가는듯 보여서?

맘에 들지 않는 주인공의 행보에 분통을 터뜨려 본 적이 그전에도 있긴 있지만...

이번엔 딱히... 그런것 같지도 않은데...


아... 이야기의 방식이 싫은거 같기도 하다..

아니...이제 알겠다...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건지 모르겠어서 싫은 거다...


작가가 뭔가 말하고 그게 나와 맞으면 좋다...

작가가 아무말 없이 그냥 펼쳐서 보여주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면 그것도 좋다..

그런데 아마 이 경우 내가 이해한 작가의 메시지가 나와 안맞는 거 같다..


라일라의 인생이 그렇게 흘러 가는 것...

그건 그대로 이해가 된다..

순간 순간의 위험에 맞서 최선의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는 모습도 아름답다...

그런데 라일라가 '표류'해서 자신의 뿌리인 아프리카로 찾아온것...

마치 연어가 본능적으로 자신이 알로 태어나 치어로 자라난 강 하구를 찾아오듯이

순전한 본능에 이끌려 찾아온것...

거기부터 살짝 맘에 안들지만..뭐 그래...그럴수 있다 치자...

그런데 왜 <황금 물고기>인가?

살아남은 물고기는 모두 황금 물고기인건가?


라일라의 생에서 의도와 목적을 찾아볼 수 없다...

우연들...

모든 불운들..

모든 행운들...

모든 적들...

모든 도움들...

그리고 재능...

타고난 재능들..

장애들...


모든이에게 불운의 순간만큼 이유없는 도움의 순간들이 비례하지는 않는다..

라일라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계획된 것은 거의 없어 보이고 

순전히 운(행운이든 불운이든)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게 

아마도 내가 공감하기 힘든 이유인지 모르겠다..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지 못하고 그저 힘없이 운명에 이끌려 부유하는데

자기의 정체성을 찾는다고 <황금물고기>가 되는 건가?

아니다... 물론 운명에 이끌려 부유하면서도 자신의 선함을 유지하고 정체성을 찾는다면

그 이는 <황금물고기>라 할 만하다..

단지 그렇지 못한 다른 수없이 많은 거머죽죽한 물고기떼들이 운명의 그물에서 이리저리 몰리고 쫓기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모양새에 화가 날 뿐...

강하구까지 그들을 실어다줄게 오직 우연과 본능과 운명뿐이라는게 화가 날 뿐..

오로지 운명의 선택에 의해서만 황금 물고기가 될 수 있다는 게 화가 날 뿐..


4. 

내가 또 얼마나 잘못 읽었는지 오늘 저녁을 기대해본다...

과제 독서가 유용하긴 하다..

두번 읽지않았을 책인데 두번이나 읽고 뭐가 재미없는지 포스팅까지 하고 있다...


5.

니나 시몬은 좋았다..



Posted by labosque :

우울 전염

2014. 11. 1. 11:13 from 기억한올

# 우울함은 살짝 전염성이 있다..

아니..보다 정확하게 기분은 살짝 전염성이 있다..


아침에 말할수 없이 가라앉은 기분과 이유를 알수 없는 눈물로 눈을 뜨는 것은 참 오랜만이긴 하다..


사실 이유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세가지 뚜렷한 이유가 이 감정이 전염이 아니고 자연 발생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제 날씨...우중충하고 흐릿흐릿 묵직한 하늘에 스산한 바람까지...

더구나 우리 집은 중앙 난방이 되어놔서 간절기인 이맘때 오히려 바깥보다도 춥다..

뼈를 시리게 하는 냉기가 불꺼진 집안에 가득하단 말이다...


어제 몸 상태...감기 뒤끝에 혈기 왕성해진 내 백혈구란 놈들이 

감기군을 퇴치하고 의기양양해진것 까진 좋았는데 빨리 해산을 안하나보다...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도 제대로 못하는 이 정신 못차리는 것들이 다시

내 모세혈관들을 공격하고 있다...이번엔 좀 넓게 오래 공격한다..

수도 없이 반복되는 이 내전에서 지원병 노릇을 하고 있는 스테로이드 연고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죽을만큼 아픈건 아닌데 스물스물 걱정이란 놈이 

때를 놓치지 않고 내 척수를 타고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우울이란 간세가 내부에서 호시탐탐 성문을 열어 줄 기회만 엿보던 참이다..


어제 읽은 책...레싱의 <다섯째 아이>

여기에 대해선 정말 정말 말하고 싶지 않다...

흘러 보내도 흘러 보내도 마르지 않는 내 맘의 우물같은 곳인가보다..

충분히 퍼내고 말려서 뽀송뽀송해진줄 알았는데 이렇게 직격탄을 쏘아버리면 

나로써도 어쩔 수 없다...


# 누군가 우울하다고 할때 내가 그 기분에 도달하지 못하면 답을 해 줄수가 없다...

그저 그렇고 그런 상투적인 답변으로 억지로 북돋음의 먼지를 피우거나

아니면 훠어이 훠어이 물럿거라... 불안 불안한 내 곁에 가까이 못오도록 살짝 한걸음 비켜서는 수밖에...


내가 그 기분에 도달했을 때도 여전히 답을 해줄 수가 없다..

막상 우울에 빠지면 다른 누군가에게 손 내밀기는 점점 더 힘들어 진다..

우울한 두 사람이 모여서 각자의 우울의 근원과 깊이를 재어보여주는 건 얼마나 볼썽 사나운가...



이러 저러한 이유로 실은 우울한 사람들이 서로 모이는 건 그닥 현실성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서로 딱 만나는 지점은 힘들다..

누군가는 너무 이르고 누군가는 너무 늦다..

누군가는 오래 머물고 누군가는 스쳐 지나가 버린다..

가버리는 사람의 뒷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게 

오래 머무는 자의 숙명이다...


# 비록 눈물로 시작했더라도 11월의 첫 아침이 환했으면 좋으련만...

20여년전 가깝게 지냈던 가족의 부친 문상을 가는 건 뭐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 본다 치면 되는데

그 소식을 전해 주는 지인의 간암 소식은...

도대체가 활기차게 시작할 수가 없는 아침이다...




Posted by labosque :

10월의 책과 영화

2014. 10. 31. 22:29 from about books

#어수선하게 10월이 시작되고 시간이 뭉텅 뭉텅 사라진채 어느틈에 10월의 마지막 밤이다..

할로윈..

지금쯤 이태원에 나가면 조금은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도 있을텐데..

감기 뒤끝에 시작된 혈관염 때문에 몸도 마음도 기운이 없다...

이번엔 약 발라도 잘 안 낫지만...(심지어 다리까지 번져서 약간 걱정되는 양상이기는 하나...)

병이 났다는 생각과 마주하느니 차라리 외면하고 만다...

마음 한켠이 살짝 무겁긴해도..(불편하긴해도 당장 어떻게 되는건 아닐테니까...)


정신없던 10월에 도대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영화들을 보았는지 나도 궁금하긴 하다..





가고 싶다, 바르셀로나

저자
신양란 지음
출판사
지혜정원 | 2014-07-25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바르셀로나에서 꼭 가봐야 할 장소를 꼼꼼하게 파헤친 색다른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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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준비를 하면서 소설과 여행서를 고루 보긴 했는데 다른 여행서들은 책을 읽었다라는 기분은 차마 안들고

필요하면 분철할 수 있는 정보지의 느낌이라면 이 책은 제법 책 답다...

바르셀로나와 가우디를 차근히 설명해준다...

부제가 '디테일이 살아 있는 색다른 지식 여행' 인데 지식여행이라는 말이 적절하다..

가이드없이 여행 할 때 아쉬웠던 점들을 많이 보충해줄만 하다..





리스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저자
김지선 지음
출판사
북노마드 | 2008-07-15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전혀 특별한 것이 없을 때, 하루가 1년 같을 때, 어제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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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한 맥락에서 읽었던 여행에세이풍의 책인데 뭔가 매우 어정쩡했다..

리스본과 포르투갈에 관한 일반 여행서도 워낙 찾기 힘들어서 그냥 읽긴 했는데

정보든 감성이든 글빨이든 뭐 그닥 건질건 없다..







7번 국도 REVISITED

저자
김연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12-2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우리에게는 어떤 힘이 있기에‥‥ 아직도 청춘일까‥‥ ‥ 돌이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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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중에 무료한 시간 E- Book으로 담아가서 읽었다..

김연수는... 뭔가 여전히 참 매력적이다...

난 아무리 아무리해도 아나로그적이라 이북으로 읽은 것들은 다시 지면으로 읽어야 속이 풀릴거 같다... 조만간...







피아노 치는 여자

저자
엘프리데 옐리네크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9-12-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0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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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쟈 4기 1강의 소설이라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숙제..

제목과 전혀 다른 충격적인 내용이라 몸서리를 쳐가며 읽은 몇몇 장면들...

머리 속이 낯설어서 로쟈가 정리해주기만 기다렸던 기억...






서양미술사

저자
E. H. 곰브리치 지음
출판사
예경 | 2003-07-10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이 책은 지금까지 출판된 미술에 관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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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회 주제 도서.. 발췌독을 했을 뿐이지만...

너무나 너무나 훌륭한 문장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했던...

조만간 완독을 향하여...






인상파로드, 빛이 그린 풍경 속을 걷다

저자
김영주 지음
출판사
컬처그라퍼 | 2014-06-16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네덜란드에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노르망디까지, 인상파 화가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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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오랜 시간을 두고 읽어서 앞의 내용이 거의 기억이 안나는 상태지만

표본이 될 만한 흥미있는 여행에세이..

풍부한 지식과 자료조사로 여행이라는 방법론을 떼어 놓고 생각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미술사 에피소드 모음인데 주제 여행이라는 방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들을 엮었다...

재미있는 여행 방법 소개이기도 하다..






다섯째 아이

저자
도리스 레싱 지음
출판사
민음사 | 1999-06-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작품!!현존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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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주 로쟈 수업용 책...

두껍지 않아서 읽어 내는데 물리적 시간이 많이 필요한건 아니나

소화시키려면 참 힘들겠다..

개인적인 경험과 닿아있는 부분들이 참...

아프다...

사실...고개를 돌리고 싶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1

저자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출판사
들녘 | 2007-10-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철학을 문학으로 풀어내 150만 독자의 심금을 울리다사람들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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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독..

처음 읽을 때 흥분 상태에서 정신없이 빠져 들어갔다면 한결 차분하게 읽고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꼭꼭 씹어가며...

때로는 혼자 낭독도 해가며...

내가 한번 읽고 친구 두명에게 빌려주고

다시 또 다른 친구에게 빌려주었다가

또 내가 읽으려니..

어느틈에 책이 날긋하다..

여러번 읽어서 낡는 책..

그다지 흔치 않은데...

그나저나 2권을 빌려 간 친구..

만날때 깜박하고  책을 안가지고 왔단다... 이런 제길...

재독이라 기다릴수 있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 비행기에서 꽤 많은 영화를 보았는데 그것들을 다 적기도 그렇다...

최근 극장에서 보았던 두편의 영화..

둘다... 참....

좋았다...





보이후드 (2014)

Boyhood 
8.8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출연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케이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 엘리야 스미스
정보
드라마 | 미국 | 165 분 | 2014-10-23



5일의 마중 (2014)

Coming Home 
8.7
감독
장예모
출연
공리, 진도명, 장혜문, 유패기, 염니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중국 | 109 분 | 2014-10-08



Posted by labosque :

#

나를 리스본으로 이끌었던 책 <리스본행 야간 열차>를 조금씩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

(조금씩인 이유는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걱정 때문에 몰입 할 수 없어서..어차피 아무 것도 안하면서도..)

초반 그레고리우스가 갑자기 리스본을 향해 떠나는 돌발 행동을 할 때 귓속에 울리던 '포르투게스...'

'하루종일이라도 이소리를 듣고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라든지 '조용하고 우아하군요 지나치게 번쩍이지 않는 은처럼.'

이라고 묘사하게 만든 언어...


다시 들춰보기 전까지 이 부분에 대해 전혀 기억 못한채로 포르투게스에 대해서 나도 나만의 느낌이 있었는데..비슷하다...

리스본을 들러 바르셀로나로 갔는데 리스본에 대해 묻는 한인 민박집 주인과 객들에게 나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보다) 더 조용조용하고 친절한 것 같아요..'

'스패니쉬는 되게 시끄럽게 들리는데 포르투게스는 마치 속삭이는 것 같아요..'

그에 대해 사람들은 바르셀로나에 비해 리스본은 관광객이 적으므로 사람들이 아직까지 순박하고 착하다..혹은 여유롭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직까지 그 곳을 오염(?) 시키지 않았으므로 일본인들이 구축해놓은 예의바른 동양인의 이미지가 

살아있어서 사람들이 친절한거다 등등의 해답을 내놓았고

바르셀로나에서 8년이상 살고 있는 민박집 주인은 '스패니쉬가 시끄럽죠... 맞아요... 포르투게스가 더 조용하고 그래요..'라고

비로서 나의 느낌에 동조하는 발언을 해주었다..


사실 나는 포르투게스와 스패니쉬를 구분하지 못한다..

'감사합니다'를 스패니쉬로는 '그라시(티)아스', 포르투게스로는 '오브리가다(여자),오브리가두(남자)'라고 한다는 것 

이상의 지식이 없다..

두 언어를 동시에 듣는다해도 구별해 낼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확연히 포르투게스는 부드럽고 속삭이는 듯 하다라는 느낌은 있었다...

그리고 그걸 책에서 다시 확인하니 반갑다...


#

리스본과 바르셀로나 중 어디가 더 좋았는지 묻는다면 참... 힘들다..

같은 시기 비슷한 지역으로 떠난 여행인데 이렇게 느낌이 다를수가...

바르셀로나는 보다 확실한 느낌이다.. 

언제 어느때 가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확실함, 견고함이 그 도시에는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가우디에 있다..

가우디는 아마 지구상 그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리스본은.. 나에게 타임머신을 태워준 기분이랄까?

내가..마치...30대의 자유로운 여행자가 된 기분을 맛보게 해주었다면

어쩌면 가우디보다도 더 멋진 일일 수도 있다..

가우디의 건축물은 언제 어느때라도 나를 감동시키겠지만

30대의 나와 같은 느낌은 언제 어느때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기분이 아니다..

(리스본을 다시 간다고 해도 그런 기분이 다시 들지는 의문이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사람들 말대로 관광객이 적어서 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스본에 모여든 관광객들에게는 뭔가 모를 여유가 있다..

아마도 도시가 사람들을 초조하게 만드는 꼭 봐야할 것, 혹은 놓치지 말아야할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코메르시우광장 앞 강가에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아름다울 것도 없는 풍광이 펼쳐지지만 

새똥으로 얼룩진 더러운 돌계단에 기대고 누운 사람들은 거리의 음악가들의 연주를 배경음악 삼아 

저마다의 시간과 상념속에서 타호(테쥬)강을 바라본다..

그냥 하염없이 앉아있는다... 

리스본에서의 시간은 말하자면 그런 식으로 흐른다..


#

리스본에서 내가 30대 여행자의 기분을 살짝 맛 보았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가령.. 여행을 그렇게나 많이 다녔어도 모르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어 본  기억이 없다..

특히 외국인과는 더욱 더...

단체 여행을 따라가도 거의 우리 식구 혹은 동행자와만 이야기 나누고 행동했었다..

외국인에게는 길 물어보는 것 이상의 소통을 해본적이 없고 그나마도 별로 없다..

그런데 리스본에서는 다른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단순한 이유가 나를 타임 머신 타게 만들었다면 나도 참 단순하다..

맞다... 나 단순하다... ㅠ.ㅠ

그냥 '아~ 젊은 사람들은 여행에 이런 느낌들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겠구나~'

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기분을 잠시 맛본걸로 해두자...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건 런던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20년쯤 전에 갔던 런던의 인상이 무색하게 (당시엔 영국 사람들, 무척 교만하고 불친절하단 느낌..)

어찌나 사람들이 친절하시던지 잠깐만 길을 물어도 자신이 알던 모르던 얼마나 자세히 설명하려 애쓰는지

우리끼리 결론을 '사람들이 죄 외롭다.. 그래서 누가 말 걸어주기만 기다리고 있다'로 내릴 지경이었다..

(자기도 잘 모르는 길을 하도 친절히 가르쳐주어서 우리가 오히려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든 사람도 있었다..ㅜ.ㅜ )

(친절과잉으로 우리를 이상한 뮤지엄까지 안내해준 이상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아마도 내가 20년 전보다는 영어가 좀 되니까 리액션이 좋아져서 그런가 보다 싶은데

리스본에서는 택시 운전사부터 시작되었다..

공항에서부터 호텔로 데려다 준 이 택시 운전사 아저씨..

내가 몇마디 맞장구를 쳐주자 알아듣기 힘든 포르투갈 액센트가 섞인 영어로 쉬지않고 말을 풀어놓는다..

처음에는 성심껏 알아듣고 맞장구 치고 질문하고 하려고 애썼으나 곧 깨닫게 된

이 아저씨에게는 나의 반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자신의 임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나보다.. 아니면 모처럼 만난 외국인 앞에서 나홀로 영어 연습?

나중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든 그냥 듣고 있고 이 아저씨 고장난 어학 테이프처럼 쉬지 않고 줄줄줄...

그래도 이 아저씨 덕에 중간 중간 유용한 정보도 몇개 얻긴 했다...(예를 들어 우리 호텔 바로 옆 건물이

시외로 나가는 기차 터미날이라는 것과 뭐... 몇가지 더 있었는데... 잊었다...)


그 다음 만난 외국인 커플은 파두 공연장에서..

둘쨋날 저녁식사를 파두공연을 볼 수 있다는 아마도 관광객 전용 식당쯤 되는 곳에서 하게 됐는데

옆자리에 미국인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이 앉았다..

식탁들이 촘촘히 놓여지고 한군데도 빈좌석이 없이 빽빽히 채워진 곳이었는데 할머니, 내 옆에 앉자

곧 영어 할 줄 아느냐고 묻는거다.. 조금 한다고 하니 반색을 한다..

시애틀에 사는 부부로 집떠난지 4주가 되어 간다는 할머니.. 

우리와는 반대로 바르셀로나로부터 시작하여 스페인 곳곳을 거쳐서 (그라나다, 마드리드, 세비야 등등)

리스본에 도착하였는데 포르투게스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영어를 쓸수 있어서 너무 반갑다고...

바르셀로나에서는 멋진 한국인 가족들을 만났노라고 하며 무척 반가와한다..

아마도 미국에서부터 나 같은 동양계 외국인들을 많이 대해보았는지 발음 한마디 한마디를 천천히

분명하게 해주려고 애쓴다..

할머니는 내게 이 파두 식당이 새벽1시까지 문을 연다고 알려주었고 나는 나대로 포르투갈어에 

전혀 지식이 없다는 할머니에게 포르투게스로 R은 H로 발음한다고..

그래서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옆 광장인 호씨우 광장과 할머니가 묵고 있는 호텔 옆 광장인 로씨우 광장이

사실은 같은 곳이라고 알려주었다..

할머니..바르셀로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 부분은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확인을 했다..

(다음 기회에..) 

부부가 같이 와서 자기네 끼리는 실컷 같은 언어로 이야기 할수 있었을 텐데도 

모르는 낯선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심리..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 심리...그것이 여행가의 심리인가?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30대의 마음인건가?

그렇다면 이 노부부도 여행하는 마음은 30대 인건가? 등등의 엉뚱한 생각을 뒤로하고

우리는 10시 반쯤 인사하고 나오고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아마도 1시까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다는 파두를

즐기기위해 식당에 남고...(마음은 어쩌면 우리가 더 늙었구나.. 내일 걱정을 하다니...하는 생각도 잠시...)


셋쨋날 알파마지구의 상조르제 카스텔로 아래 식당에서...

밥부터 먹고 힘을 내어 성 구경을 하기로 하고 가장 호객행위를 활발하게 하는 식당의 노천 파라솔 밑에 앉았다..

호객행위를 열심히 하는 웨이터와 메인 웨이터의 재미있는 말씨름 공방을 보면서 (씨애틀에서 왔다는 어떤 

미국인에게 제발 좀 저 말많은 녀석 데려가라고.. 데리고 가서 바다에 던져 버리라고...) 웃고 있다가

친구가 내 뒷쪽 (의자의 방향을 약간 돌리면 옆테이블이라고 할수도 있는..) 테이블의 커플이 마시고 있는

음료에 눈길을 주었다..'나도 저런거 먹고 싶어...'외국인과의 몇번의 접촉으로 자신감을 얻어 겁이 없어진 나는 

'지금 마시고 있는 음료가 뭐예요?'하고 물었고 곧바로 '샹그리아'라는 답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말길이 열렸다..

그 커플은 친구랑 둘이 흘깃거리며 여자도 참 예쁘고 남자도 참 멋있다 라고 논평하던 대상이었는데...

내 뒷자리에 앉은 남자가 자꾸 말을 걸어온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그들은 파리에서 북쪽으로 한시간쯤 떨어진 도시에 산다는데 두번이나 발음해주었지만 

알아들을수 없었다..

여기보다 날씨는 나쁘지만 사람들이 참 좋은 곳이라고 한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가보고 싶단다.. 

친구중에 포르투게스들이 있는데 그들이 참 좋아서 리스본에 오게 되었다고..

샹그리아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스페인에서 먼저 만들어졌는데 와인에 설탕과 탄산수와 과일등을 섞은 거란다.. 

그런데 그게 포르투갈에 들어오면서 포르투갈 식의 뭔가가 더 들어가서 더 맛이 있단다.

비밀 재료가 뭘까 물으니 아마도 더 많은 설탕인것 같다고 하며 웃는다...

잔 바닥에 미처 녹지 않은 설탕이 하얗다..

프랑스식 액센트가 섞인 영어로 이런 저런 말을 하고 말을 거는 남자의 눈동자가 참 예쁘다..

회색눈인데 맑고 밝고 초롱초롱한 눈이 아니라 뿌옇고 탁한듯 보이는, 그러면서도 투명한 회색눈이다..

어릴때라면 정말 이상하게 보였을 회색눈... 그런데 정말 예쁘다...

식사를 마치고 서로 인사하고 헤어진 후 서 너 시간쯤 후 성을 다 보고 한가롭게 골목 골목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는데 마침 트램이 지나간다..

길 한쪽으로 비껴서서 트램을 보내는데 누군가 팔을 쭉 뻗어 크게 손을 흔든다..

그 커플이 트램을 타고 있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마치 반가운 친구처럼 아는 체를 해준다..

이런게 여행지에서 친구를 사귀는 느낌인가?

새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진이라도 한장씩 찍을 걸..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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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책과 영화

2014. 9. 29. 12:36 from about books




헤르메스의 기둥 1

저자
송대방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5-11-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하나이면서 동시에 전체인 것은 무엇인가 매너리즘 시대의 화가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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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기둥 2

저자
송대방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5-12-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방대한 인문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르네상스 미술과 연금술을 둘러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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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회 9월의 책

작년에 읽었는데 1년만에 어쩌면 이럴까 싶을 정도로 까맣게 잊어버렸다...

심지어 줄.거.리.를...

미술사학도인 주인공이 파르미자니노의 그림 <긴목의 성모>의 비밀을 풀어내며 

연금술과 현자의 돌등 신비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딱 요기까지만 기억나고 나머지 등장인물들이 누구였는지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깜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죽지 않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등장하고는 기억나지만

살인 사건에서 손발이 잘려죽었다는 내용조차 기억이 안났었다..

(누군가는 딱 그것만 기억났다고 하던데...)


그런데도...

이 책을 통해 알게된 프랑스의 세종대왕 '프랑수아 1세'의 초상화는 똑똑히 생각난다..

긴코와 장난기 어린 눈..

어깨를 잔뜩 강조한 과장된 옷차림까지...

시각의 힘은 참 대단하다..


어쨋거나 1년만에 다시 읽으면서 작년에는 찾아보지 않고 그냥 넘겼던 수많은 그림의 목록들을

독서회 사람들의 열정으로 하나 하나 확인했다는 게 참 즐겁고 기뻤다...(Many Thanks)


(430p, 446p)






아주 사적인 독서

저자
이현우 지음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2013-02-0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삶이 시들어갈 때, 가장 위대한 스캔들을 읽어라 사적인 독서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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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싸인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기 위해 읽었다..

실제 강의 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엮은 책이라 편하고 재미있다..

(중간 중간 로쟈샘의 썰렁 유머가 음성지원된다..)


고전읽기의 안내서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안 읽고도 아는 체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던데...

(이것도 로쟈샘 책의 어느 서문중 하나였던 거 같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읽어봐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게 했으니

위의 이유보다는 반발자국 정도 더 목적에 다가가게 된거 같다...

(원래 고전 안내서의 목적이 관심을 이끌어내어 읽게 하기라면...)


(252p)





프랭크 (2014)

Frank 
7.5
감독
레니 에이브러햄슨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돔놀 글리슨, 매기 질렌할, 스쿠트 맥네이어리, 로렌 풀
정보
코미디 | 영국, 아일랜드 | 95 분 | 2014-09-25



# 코미디일줄 알고 아무 생각없이 웃고 나오면 될 줄 알고...ㅠㅠ


황당하게 시작하여 중간 중간 소리없이 실실 웃게 만드나 그렇게 호락 호락 진행되지 않는다..

중반부터 스토리는 롤러코스터 처럼 반전에 반전...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게 만들지만 맑은 수채화같은 풍경이 아름다운 영화..

(장면 장면이 참 맑다...)

그리고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들...


내게는 그냥 교감과 이해에 관한 영화..


진심으로 이해하고 교감하는 순간을 누리는 관계..

그 사람을 가린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 I Love You All'이라고 

눈물 줄줄 흘리면서 노래부를 수 있는 관계..

즉흥으로 시작되는 노래에 즉흥으로 맞춰서 합주 할 수 있는 관계..

운명의 슬픈 수레바퀴를 돌릴 수 없을 지 몰라도

살아있는 그 순간을 반짝거리게 만들어주는 관계...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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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가..

2014. 9. 27. 11:35 from 생각꼬리

'처음 사라지는 것은 행복이다. 그 무엇에서도 기쁨을 얻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곧 다른 감정들이 행복의 뒤를 따라 망각에 이른다. 우리가 일찍이 알고 있던 슬픔(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해 온듯한 슬픔), 유머 감각, 사랑에 대한 신념과 사랑하는 능력, 그렇게 모든 것들이 걸러져 나가면................다른 사람을 믿거나 감동하거나 슬퍼하는 능력도 잃는다. 결국 빈껍데기만 남는 것이다.'


                                                                                                                               - <한낮의 우울> 앤드류 솔로몬


이제 겨우 1장 몇 페이지를 읽고 있을 뿐인데 이 부분을 읽고 울었다..

슬프면 울어도 된다.. 혼자 있을 때는...


상담 할 때의 나를 돌이켜보니 나는 늘 웃는 얼굴이다..

학생이 울음을 터트린 경우 안타깝게 쳐다봐 주고 안아도 주고 등도 두드려주었지만

같이 울어준 적은 없다..

가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려고 할 때도 얼른 참고 눈물을 거두었는데 

혹시나 미소로 대신하지나 않았는지...


봄, 집단 상담때 입꼬리가가 올라가서 늘 웃는 상인 어린 친구가 있었는데

집단리더와 다른 집단원들이 화가 나는데도 미소짓고 있는 모양새에 대해

지적한 일이 있었다..

당시엔 그 부조화가 이해할 만한 범주라고 여겨져서 그런 사소한 것으로(혹은 본인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지적질을 하며 마치 그 어린 친구를 궁지에 모는 듯한 집단원들이

달갑게 안 보였었는데 지금 갑자기 그 생각이 난다..


눈물이 나려는 걸 미소로 대신하지 말았더라면 

내 대상은 조금 더 편안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을까?

감정과 표정을 일치시킨다는 게...

(그것도 과하지 않게 균형을 잡으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겠다..

그때, 왜 그 문제를 지적했는지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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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의 권리

2014. 9. 20. 17:36 from 생각꼬리

1. '아는 만큼 보인다..'

미술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다..

자기 머리 속 안 프레임의 구조대로, 그 방식과 크기대로 인지하고 이해한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


타인에 대해서도 그렇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나태주)


2. 그런가 하면 또 '해석은 독자의 권리'라고도 한다..

창작자가 어떤 의도로 작품을 내었던 각각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

다양한 해석이 오히려 작가의 의도를 확장시킨다는 것..

이것 역시 타인에게 적용 가능할까? 


3. 봄, 집단 상담에 참여 했을때..

한 집단원이 이렇게 말했다..

'난 내가 아무 말 안해도 눈빛으로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가 내 맘 좀 그냥 알아줬으면...말하지 않아도..'

한숨 소리조차 여리디 여린 그 친구의 지친 마음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었지만

남의 마음을 넘겨집는걸 싫어라하는 나로서는 와닿지는 않는 말이었다...


또 다른 집단원은 늘 이런 식이었다..

'제론님은 지금 이런거죠? 저런거죠?'

제멋대로 넘겨집고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꼭 집었다며 뾰족하게 구는 그가 참 불쾌했었다..


또 다른 집단원들끼리는 서로

'그렇게 내마음을 읽어주니 고마와요~' 라는 식의 인사가 오고 가곤 했었는데

오독의 두려움에 사로 잡혀있던 나로서는 자기의 프레임으로 다른 사람을 미루어 짐작한다는 게

그게 설사 따듯한 위로일지라도 섣불리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는 말들 이었다..


4. 그러게..여전히 잘 모르겠기는 하다...

미루어 짐작하여 말을 거는 게 맞는건지 어쩐건지...


상대가 스스로 꺼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건 결국..

잘못 읽어서 무안해지지는 않겠다는 자기 보호?

찔러보고 무책임하게 아님 말고 식의 경박하고 싶지 않다는 그것도 역시나 자기 보호?

내가 여기 있으니까 언제든 준비되면 말해 하고 기다려주는건 결국

스스로 관계의 손을 뻗지는 않겠다는, 나에겐 니가 와도 좋고 안와도 상관없어의 자기 보호?


5. 어차피 우리는 우리가 아는 만큼 타인을 이해할뿐이다..

제대로 읽든 잘못 읽든 자신의 능력만큼 밖에 못 읽는다..

표현을 안한다고 해도 여전히 내 머리속에는 내식으로 그 사람을 이해한 만큼이 들어 있을 뿐이고

표현을 안하면 내가 그 사람을 잘 못 읽었는지에 대해 확인조차 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6. 그렇긴한데...

막 넘겨집어 아는 척.. 자신있게 헛다리 긁는 사람...

꼴불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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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언덕

2014. 9. 20. 12:40 from 생각꼬리



자유의 언덕 (2014)

Hill of Freedom 
7.1
감독
홍상수
출연
카세 료, 문소리, 서영화, 김의성, 윤여정
정보
| 한국 | 67 분 | 2014-09-04


1. 영화가 끝나고 보통이라면 실소를 날렸을텐데..(헐..이거 뭐야? 류의...)

흠... 그럴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의미있다고 한다면 나도 어렵다고 그냥 밀쳐 버리지만은 못하겠다...


2. 지유가오카 핫초메

영화에 나오는 카페는 청담주민센터 옆에 있다..

아니 청담동에 있는 건 영화의 장소처럼 건물의 모서리에 있지 않다..

아마도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동일 브랜드의 가게인 모양이다..


3. 지유가오카 라는 말은 만화책에서 처음 보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일본 만화..

동경의 지역 이름..

장면 하나에 스쳐 지나간 것 같은데 그냥 그 소리가 좋았다..지.유.가.오.카


그래서 청담 주민센터 옆에서 지유가오카 8정목(한자로 丁目 이렇게 써 있다..)

을 보았을때 왠지 반가왔었다..

(그런데...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에 지유가오카가 나왔을까?)


4. 지유가오카가 자유의 언덕이란 뜻이란건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5. 아무래도 도통 모르겠어서 검색을 해보았다.. 

이해가 안되던 영화의 구성과 시간의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 해준 글을 읽었다..

간단한 점심을 먹느라 2~3분 늦었는데.. 

첫 몇분을 놓쳐서 더 이해를 못하고 있었나 보다 싶게 친절하게 정리가 잘 된 글..

다 읽고 보니 이동진이다...


6. 그래서 간신히 영화의 구성방식은 이해했다...

흠... 외국어를 공부하는 기분이다..

어순/ 문법/어휘를 모르면 소통이 안 된다..


7. 그래서 주인공들이 다 외국어로 소통하나?


8. 내 느낌은 이렇다..


영화는 권이 모리의 편지를 읽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간이 뒤죽박죽 섞인채로..

그렇지만 우리는 편지를 읽는 권의 마음이나 느낌을 전혀 모른다..

심지어 짐작조차 할 수도 없다..

그럴만한 단서를 하나도 보여주지 않으니까..

영화는 철저히 모리의 시점으로만 진행된다..


그런데..

그나마 모리의 시점조차도 뒤죽박죽이면서 동시에 완전치 않다..

권이 모리의 편지를 뒤섞고 게다가 한장을 잃어버리면서..


우리는 관찰을 통해서 모리를 보고 있지만

권은 글로 쓰여진 부분을 통해서 모리를 상상하는 거고 

우리가 모리를 보듯 모리를 이해할 수 있지는 않았을 거다..


영화를 보는 동안 참 마음이 아팠는데

모리의 편지를 읽는 동안 권도 모리의 간절함과 외로움에 마음이 아팠을까?

아니면 모리가 고백했던 영선과의 정사때문에 모리에 대해 분노하고 실망했을까..


영선과 권이 조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선과 모리의 정사를 읽은 이후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권이 카페에서 나가서 답답하다는 듯 담배를 피우고 영선에게 떨떠름하게 대했던 걸로 봐선 

알게 된 후인거 같다..(나중에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영선과 모리가 잠자리를 하게 되고 나서..

특히 두번째 잠자리를 하게 되고 나자 영선이 모리에게 사랑한다고 한다

그리고 'Do you love me?' 하고 묻는다.. 

모리는 사랑한다는 대답을 피한다..

그러나 계속 되는 영선의 요구에 결국 대답하고 만다..

우리는 그게 모리의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안다..

모리는 영선에게 상처 주지 않고 떠날 방법을 생각하고 있으며 

두번째 잠자리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어버렸다 라고 고백하고 있으므로...


결국..언어라는게 뭔가 싶다...

어떤 감정을 말로 꺼낸다는 거...

그래서 말하고 듣고 안심한다는 거...

이런 경우엔 참 무의미하다...


한편 글도 일정 부분 무의미하긴 마찬가지이다..

권이 모리의 편지를 읽어도 우리가 느낀 모리의 쓸쓸함을 전달받지 못한다면

글 역시 소통의 완전한 수단은 될 수 없다...


결국..

소통이란게 가능한가? 혹은 이해라는게?

우리가 누군가의 감정을 이해하는게

영화를 보듯 거리를 두고 관찰하며 느낌을 전달받듯 하는거라면..


밖으로 꺼내어지지 않은 수많은 감정들을 그냥 읽어내는 거라면

수많은 오독의 가능성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결국은 각자 읽고 각자 생각하고 각자 이해하고 가는건가?


그래서 누군가의 말처럼..

저마다 제 각각의 운명을 지닌채로 살아가야 하는 건가?


9. 나는 여기까지 이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를 하려고 굳이 시간을 그렇게 꼬아버릴 필요는 없었을 터..

시간에 대한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거 같지만...

뭐.. 그건 내 역량 바깥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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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책

2014. 9. 14. 00:05 from about books


천사의 게임. 1

저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7-1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스페인,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전 세계의 여름을 정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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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 2

저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7-1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스페인,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전 세계의 여름을 정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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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의 프리퀄 

바람의 그림자와의 연관성은 바람의 그림자의 주인공이자 나레이터인 다니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셈페레와 아들]이라는 서점을 운영하며 주인공 다비드 마르틴과 관계를 맺는 모습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흥미롭게 여겨졌던 점이라면 바람의 그림자와 굉장히 비슷한 구성과 배경이면서도 마치 다른 작가가 쓴 것 같은 

묘하게 이질적인 느낌(?)쯤 이랄까?

단순히 출판사와 번역의 문제만은 아닌것 같고 각각의 소설들의 주인공이 작가이므로 사폰이 마치 두사람의 작가인양

서로 다른 문체와 스타일로 소설을 쓴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짐작일 뿐이다..


(434p, 370p)



#



은교

저자
박범신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4-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10년 박범신의 신작 장편소설 [은교]'이 소설로 나는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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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전자 책으로 읽었다..

대학생때쯤 박범신의 소설을 몇권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뭔가 고정관념이 당시의 소설가들을 '너무 낡은...'카테고리에 쳐박아 넣어놓고 있었는지

책이 영화가 그렇게 화제가 되는 동안에도 도통 읽고 싶은 생각이 안들었었다...

참으로... 이적요가 분노해 마지않을 편견이었다...

영화는 책보다 별로라고 하던데... 그래도 한번 봐야지 싶다...

박해일은 참 마음에 드는 배우라서...


그런데 30대 배우에 굳이 60대(그것도 후반) 분장을 시켜서 영화를 찍은 이유가 뭘까?

아무리 연기라도 실제 그 연배의 배우를 쓰는건...

뭔가 불편했다는 뜻일까?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전자책으로 읽고나면 늘 지면으로 다시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쿳시의 <추락>과 연관되는 부분이 있는데..

쿳시는 보다 더 드라이하고 현실감있다...

어쩌면 그 씁쓸함이 순문학과 대중문학을 가르는 경계쯤 되는걸까?

은교는 좀 너무 낭만적이게 조숙하니까...




# 아들과 연인


아들과 연인 1

저자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2-0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90여 년 만에 만나는 무삭제 완역판!외설 시비로 삭제되었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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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연인 2

저자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2-0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90여 년 만에 만나는 무삭제 완역판!외설 시비로 삭제되었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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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제목을 알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바로 그 고전...

금세기 100권의 필독서중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명한 책...

나 역시 이번에 처음으로 읽었다...


내용만 대충..

어디선가 얻어들은 풍월로 '분화되지 못한 엄마와 아들의 정신적 유착관계에 

관한 책'임은 짐작하고 있었고...


읽어보니...

읽을수록 답답하다..

모임이 끝나고 '아들 잘 키워야 해.. 아들에게 읽혀야 해..'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날라다니고 있었지만..

정작 시급한 문제는 내 아들이 아니라 나와 살고 있는 다른 여자의 아들이다...


한치의 다름이 없는 한국판 폴 모렐과 나,

살고 있다...


이 자에게 이 책을....

읽힐 방법이... 

없다...



(474p, 410p)






천국의 수인

저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9-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바람의 그림자]로 전 세계 2500만 독자를 열광시킨 메가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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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폰이 기획하고 있는 바르셀로나 쿼르텟 (4부작이라는 뜻이란다...)의 3번째 이야기...

바람의 그림자로부터 확산 되어 딴 동네에서 놀던 천사의 게임은

천국의 수인에서 다시 한번 수렴된다...

더 다행인건 이건 한권이다...

두 이야기를 얽는 얼개의 역할이지만 뭐 역할에 비해 여전히 재미있다..

최종편을 향해 활시위를 힘껏 당긴 느낌이다..



(4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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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책 (총정리)

2014. 9. 13. 23:42 from about books

# 총정리


사실.. 7, 8월엔 책을 몇 페이지나 읽었는지 영화를 몇개나 봤는지

잘 모르겠다... 

얼추 권수가 맞을텐데..어쩌면 한, 두권쯤 더 읽은 것 같기도 한데...

뭐 기억이 안나면 안 읽은거랑 다를바 없다...

정신없이 보내긴 했다...


1. 운명/임레 케르테츠                                            315p

2. 추락/ 쿳시                                                        342p

3. 낭독은 입문학이다/ 김보경                                  327p

4. 바람의 그림자1. 2/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8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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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88p





#


운명

저자
임레 케르테스 지음
출판사
다른우리 | 2002-12-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은 다른 수많은 유태인들과 함께 고향을 ...
가격비교

 


(315p)




#



추락

저자
J.M.쿳시 지음
출판사
동아일보사 | 2004-03-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새로운 장정(양장)과 화보, 옮긴...
가격비교


(342p)



#



낭독은 입문학이다

저자
김보경 지음
출판사
현자의마을 | 2014-02-2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두껍거나 어렵거나 고전이라도 여럿이 함께 읽으면 즐겁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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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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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저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6-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세계 1200만 부 이상 판매 42개국 출간 스페인 아베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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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2

저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6-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세계 1200만 부 이상 판매 42개국 출간 스페인 아베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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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하게 된건 순전히 우연인데..

이른바 내가 검색어 독서라고 명명한 방법을 통해서이다..

지난 겨울에 괜히 리스본에 꽂혀서 리스본으로 검색하다 나온 책 3종을 읽고

나만의 리스본 삼부작을 완성했듯

이번엔 바르셀로나로 검색했더니 걸려 나왔다..

누군가의  추천에 기대지 않고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 건

마치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매대에 배를 내놓고 누워있는 책들을 쓰다듬다가

몇장 들춰서 속도 보고 다시 겉도 보고 하다가 한권과 눈이 맞아 들고 오는..

그런 약간의 기댈만한 우연의 느낌이 들어서 좋다..

요즘엔 서점에 도통 안가니까.. 

그냥 이런 저런 검색어를 넣어보는 거다...

뭐..검색어로 넣어 볼 그리운 도시는 무궁무진하니까...



사폰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탁월하다...

엄청 재미있다...





(401p, 403p)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