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을 바라보는 여자 셋이 모였다..
여자들의 친구가 일하는 가게이다.
여자들은 서로 자식들의 안부를 묻는다.
여자 4호가 써비스로 땅콩을 가져다 주면서 친구들의 대화에 동참한다.
4호: 우리 아들 이번에 재수해..
3호: 우리 아들도 재수 했잖아.. 걱정 마..학원 가면 다 해결돼..
근데 OO이네 애도 이번에 고 3이었는데 어찌됬나 모르겠네..
1호: OO이도 고3이었어?
3호: 응..XX네도.. VV네도..
1호: 아.. 고 3 많네..
여자들은 한참 자식들의 이야기에 열을 올린다.
2호 : 아~ 애들 얘기 하지마 . 머리 아퍼...
1,2,3호 : 우울해...
1호 : 그래 애들 얘기 하지말자..
시부모님 이사하실 때 가봐야 돼?
2,3호 : 가보면 좋아하시겠지.. 오후쯤 가..식사나 같이 해드려..
3호 : 시부모님 두분만 사시니?
1호 : 아니 큰집이랑 같이 사셔..
3호 : 왜?
1호 : 몇년전에 큰 형님이 돌아가셔서..
3호 : 아니 아직 젊은데 어쩌다가..암이였어? 암?
1호 : 그건 아니지만...
2호 : 내가 아는 누구도 젊은 나이에 죽었는데 말야...
여자들은 각자 자기 주변에 죽은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
1,2,3호 : 아~ 죽는 얘기 하지마... 우울해....
3호 : 뭐 재미있는 일 없어?
2호 : 재미있는 일이 뭐가 있어? 나 하루종일 화장실 청소 한 얘기 해줄까?
여자 2호는 홈쇼핑에서 보고 산 세제를 이용해 화장실 청소 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2호 : 그래서 지금 손목이 다 아프고 말야..
여자들은 각자 어디가 아픈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화제를 돌린다..
3호 : 1호는 이근처에 일이 있는거야? 뭐 배우러 다녀?
1호 : 배우러 다니는건 아니구..
2호 : 얜 맨날 뭐 배우잖아..
3호 : 그러다 너 훌륭한 사람 되겠다..
1호 : 책을 읽을 수가 없어..눈이 침침해..넌 괜찮아?
여자 3호는 바느질을 한다..
3호 : 나도 안보여.. 요즘 안하잖아.. 이거..이 안경..기능성이래는데 괜찮아..
2호 : 다촛점?
3호 : 다촛점은 아니구..
여자들의 이야기는 노안으로 빠진다...
그리고 나서 곧 흰머리 이야기가 시작된다..
1,2,3호 : 아~ 우울해...
서로 얼굴을 쳐다본다..
그리고 웃는다..
1호 : 오늘 왜 이러니?
2호 : 그러게 말야..
3호 : 모든 이야기가 다 우울해로 끝난다..야..
50을 목전에 둔 여자들은 우울함의 깔대기가 너무 커서 기를 쓰고 안간힘을 써봐도
벗어날 길이 없는건가? 잠시 의아해하다가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쓸쓸히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