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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20 우울한 깔대기 4
  2. 2013.02.18 2월의 영화와 책 2 6
  3. 2013.02.14 '엄마 사식 좀' 6
  4. 2013.02.12 2월의 영화 1 4
  5. 2013.02.07 2월의 책 1
  6. 2013.02.04 1월의 책 2 4
  7. 2013.01.15 1월의 영화와 책 1 4
  8. 2013.01.10 2013년 새해의 작심삼일 7
  9. 2013.01.01 Take This Waltz 4
  10. 2012.12.31 가슴 떨리는 일상 4

우울한 깔대기

2013. 2. 20. 12:45 from 기억한올

오십을 바라보는 여자 셋이 모였다..

여자들의 친구가 일하는 가게이다.

여자들은 서로 자식들의 안부를 묻는다.

여자 4호가 써비스로 땅콩을 가져다 주면서 친구들의 대화에 동참한다.


4호: 우리 아들 이번에 재수해..

3호: 우리 아들도 재수 했잖아.. 걱정 마..학원 가면 다 해결돼..

       근데 OO이네 애도 이번에 고 3이었는데 어찌됬나 모르겠네..

1호: OO이도 고3이었어?

3호: 응..XX네도.. VV네도..

1호: 아.. 고 3 많네..

여자들은 한참 자식들의 이야기에 열을 올린다.

2호 : 아~ 애들 얘기 하지마 . 머리 아퍼...

1,2,3호 : 우울해...


1호 : 그래 애들 얘기 하지말자..

        시부모님 이사하실 때 가봐야 돼?

2,3호 : 가보면 좋아하시겠지.. 오후쯤 가..식사나 같이 해드려..

3호 : 시부모님 두분만 사시니?

1호 : 아니 큰집이랑 같이 사셔..

3호 : 왜?

1호 : 몇년전에 큰 형님이 돌아가셔서..

3호 : 아니 아직 젊은데 어쩌다가..암이였어? 암?

1호 : 그건 아니지만... 

2호 : 내가 아는 누구도 젊은 나이에 죽었는데 말야... 

여자들은 각자 자기 주변에 죽은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

1,2,3호 : 아~ 죽는 얘기 하지마... 우울해....


3호 : 뭐 재미있는 일 없어?

2호 : 재미있는 일이 뭐가 있어? 나 하루종일 화장실 청소 한 얘기 해줄까?

여자 2호는 홈쇼핑에서 보고 산 세제를 이용해 화장실 청소 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2호 : 그래서 지금 손목이 다 아프고 말야..

여자들은 각자 어디가 아픈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화제를 돌린다..


3호 : 1호는 이근처에 일이 있는거야? 뭐 배우러 다녀?

1호 : 배우러 다니는건 아니구..

2호 : 얜 맨날 뭐 배우잖아..

3호 : 그러다 너 훌륭한 사람 되겠다..

1호 : 책을 읽을 수가 없어..눈이 침침해..넌 괜찮아?

여자 3호는 바느질을 한다..

3호 : 나도 안보여.. 요즘 안하잖아.. 이거..이 안경..기능성이래는데 괜찮아..

2호 : 다촛점? 

3호 : 다촛점은 아니구..

여자들의 이야기는 노안으로 빠진다...

그리고 나서 곧 흰머리 이야기가 시작된다..

1,2,3호 : 아~ 우울해...



서로 얼굴을 쳐다본다..

그리고 웃는다..

1호 : 오늘 왜 이러니?

2호 : 그러게 말야..

3호 : 모든 이야기가 다 우울해로 끝난다..야..


50을 목전에 둔 여자들은 우울함의 깔대기가 너무 커서 기를 쓰고 안간힘을 써봐도 

벗어날 길이 없는건가? 잠시 의아해하다가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쓸쓸히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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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영화와 책 2

2013. 2. 18. 20:20 from about books

# 돈의 인문학



돈의 인문학

저자
김찬호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1-01-3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문학적 사유로 풀어낸 돈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머니 게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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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 하는 책이라서 읽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딱히 이 책에 대한 감상이 아닌 이런 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것 저것들을 마구 엮고 있다..

언젠가 필요한 만큼 딱 정리가 되어 질지 아니면 그냥 이렇게 머리속에서 꾸물꾸물 대다가 사라질지

모르겠다..






# 발달 심리학




발달심리학

저자
송명자 지음
출판사
학지사 | 2008-08-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발달심리학』. 이 책은 아동기, 청년기, 성인기로 생애를 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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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의 권유(?)대로 이 교과서도 한자리 끼워 넣기로 했다..

한달여에 걸쳐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랑 써머리 노트까지 만들어가며 빡세게 읽은 책인데

단순히 그 시간과 노력이 기특해서가 아니라 

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책이 생각보다 정말 많은 걸 나에게 주었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됬지만 

이 책을 공부(읽었다기 보다 공부했다고 말하고 싶다)해가며 했던 그 많은 후회들..

내가 그때 그걸 알았더라면..류의...


역시나 머리속에 많은 생각들이 떠돌지만 정리 안되면 흘려버리는 걸로~


단..며느리는 이왕이면 심리학 공부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

아니면 적어도 우리 아들에게라도 이 책을 읽히고 싶다.. 애 키울때... ^^






# 파수꾼




파수꾼 (2011)

Bleak Night 
9.2
감독
윤성현
출연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조성하, 이초희
정보
드라마 | 한국 | 117 분 | 201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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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y per view로 TV에서 본 영화..

벌써 한참 전에 친구가 꼭 보라고 권해주었던 영화..

심지어 클라우드에 공유파일로 보내주기까지 했는데..

굳이 굳이 결제하고 조금이라도 큰 화면으로 보려고..


내가 좋아하는 이제훈이 나오니까 언젠간 꼭 봐야지 하고 있었다..


종종 스포일러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불평하긴 좀 그렇지만

스토리를 대충 알고 있다는 건 맥빠지는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또 하필...(-.-;;)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공부와의 연관성도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몰두했다..


소통, 불통, 상처와 또 다른 상처

물리적 폭력, 언어적 폭력..

그리고 그 모든 걸 극으로 치닫게 하는 그 나이...

그 나이를 이해하지 않으면 (너무 넓게 일반화시키기보다

그 시기에 더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든다..)

지키기 힘들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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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식 좀'

2013. 2. 14. 16:16 from 생각꼬리

'비행운'에 실린 단편 '하루의 축'에 나오는 구절인데..

그 순간을 설명하기 위해 그 소설을 구구절절 늘어 놓을 생각은 없다.


스포일러두 아니구..


그런데 또, 그 내용을 설명하지 않으면 그 감정도 풀어놓기 힘드니...거..참...

최대한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아들을 교도소에 보낸 엄마가 아침에 집을 나서며 아들로부터의 편지를 받고

하루종일 정해진 일과의 노동을 마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열어보니

단 한줄 '엄마 사식 좀'이라고 적혀 있었다는 이야기..

(써놓고 보니 완벽한 스포일러 다..브라보..)


딸 키우는 엄마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아들 키우는 엄마들은 이러한 순간에 종종 맞닥뜨린다... (아니면 나만 그런가?)


왜 아들들은 (혹은 우리 아들은) 소통불가의 답답함 속에 엄마를 밀어넣었다가

허무와 막막함의 심연으로 떨어뜨리는가...


소설 속의 엄마가 느꼈을 그, 허탈함이 휘몰아치는 복잡미묘하게 분통 터지는 감정이

단 한줄의 글로 내 감정에 완벽하게 이식되었다..


늘 보기좋게 기대를 배반해주시는 고마우신 아드님..

나를 냉탕과 열탕을 번갈아 가며 제련해서 

더 튼튼하고 강하게 새로 태어나게 해주려는

깊은 뜻이 있나보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미국에 돌아간 후, 다시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절대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고

내가 카톡으로 말 걸어도 심지어 가볍게 씹어주시기까지 하며

전화받기 무섭게 '나 지금 바쁜데...'라고 말하는 울 아들..

그러다가 자기 필요할 때면 먼저 연락해서 '엄마 사식 좀..'이라 하겠지...


그럴 때 사식을 넣어줘야 하는걸까? 아닌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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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영화 1

2013. 2. 12. 18:18 from about books



베를린 (2013)

The Berlin File 
7.9
감독
류승완
출연
하정우,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이경영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3-01-29


언젠가부터 외화보다는 한국 영화 보는걸 더 좋아하는데

종합선물세트 같은 한국 영화의 고유한 특성이 배제된

진지한 액션물은 참 오랫만인거 같다..

웃기는 장면이 단 한번도 안나온거 같은데.. 


현실감 넘치는 액션씬이 멋졌고

비열한 연기 지존인 류승범이 좋았고

창백하고 외로왔던 전지현도 좋았고

두 말할 필요 없는 하대세...


누군가 깨알같이 흠집들을 찾아낸 영화평을 읽은 적 있는데

난 시원시원해서 그런 옥의 티 같은 것들은 술술 잘 넘긴다..

그냥 북한이 그럴거 같고

우리나라 정보국도 그따위일거 같으며

베를린 이란 데가 그런 데 일거 같다..


액션 영화에서 다큐를 기대하는건지..

난 그냥 '블라디보스톡'을 기대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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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책 1

2013. 2. 7. 17:33 from about books



비행운

저자
김애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2-07-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 시대의 아픔과 비극을 공감하다!2010년대 대표 작가로 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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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비행운

김애란의 것이라 주문했고

아무 생각없이 첫번째 단편을 읽었다. '너의 여름은 어떠니'

그때까지도 몰랐다. 

그냥 김애란 답다 라고 무심결에 책장을 넘겼을 뿐..


두번째 단편 '벌레들'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뭔가 스물 스물 불편해진다..

어! 아닌데...

내가 김애란에게 반했던 문투..

'달려라 아비'의 그 문투가 아니다..


# 그녀가 변했다

내가 '달려라 아비'에 반했던 이유는 

슬픈걸 슬프다 말하지 않고, 아픈걸 아프다 말하지 않는 

신파나 엄숙이 섞여들지 않은 그녀의 그 태도가 좋아서였다.


그렇다고 자조적인 것도 아니고

신랄한것도 아니고

희화화하는것도 아닌..

난처하고 힘들고 괴롭고 그렇지만 

바닥에 깔려 있는 애정

뭐 그런 느낌?


생에 대한 낙관..

타고난 농담..

어쩔수 없는 긍정...



# 그런데 이책, 비행운

일반적으로 대표 단편의 이름을 붙이곤 하는 관례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독자적인 제목을 가진 모음집

그만큼 이것 저것 모아놓은 게 아니란 뜻인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처음 집어들 때 아무 의심없이 飛行雲 인줄 알았던 제목이

非幸運 인줄은 해설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 그녀의 십년

달려라 아비로 부터 십년쯤 지났나? (검색해보니 7년쯤 지났다)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서른) 라고 말하는 그녀는

푸릇한 생기를 좌악 빼버린 모습이다..


산다는게..

나이를 먹는다는게..

이런거 였구나.. 싶게 만든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의 무게가 (흔히 말하는 관록이..) 더께 더께 더해져

더없이 무거운 소설집이 되어 버렸지만

그게 바로 그녀의 말이라서 단단한 내 거죽을 뚫고 

속살로 침범한다.


어쩔수 없이 씁쓸하게 공감되는 어떤 순간들..

가령 '엄마 사식 좀..'의 순간(하루의 축)

'호텔 니약 따'의 전 여정 은 일상에서 흔히 만날수 있으니 그렇다쳐도

차라리 모르고 싶고,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골리앗 크레인위의 그 막막한 소년까지

왜 내게 느끼게 만드느냐구...


# 똑같은 말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의 말만 귀에 꽂히니까..

그래서 김애란을 읽어야 한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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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책 2

2013. 2. 4. 20:42 from about books



침묵의 미래(제3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2013년)

저자
김애란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 | 2013-01-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국 현대소설의 흐름을 보여주는 이상문학상 작품집!2013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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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기 시작했지만 아직 못 끝냈으니 1월로 보내야 할까?

2월로 보내야 할까!


엄밀히 따지자면 2월이 맞겠지만(며칠내로 끝낸다는 전제하에...)

그래도 뭐..나이도 먹을만치 먹었는데 걍...

1월 끄트머리에 묶어버리자..

정초부터 계획이 어그러지면 모냥 빠지니까...


스터디용으로 열심히 읽고 있는 발달 심리학 책이라도 확 넣어버리고 싶은 마당에..

(친구가 그래도 된다고 허락해줘서 엄청 반갑긴 했다.. ^^)

사실 발달 심리학 책도 읽기를 마치지 못해서 그렇지 다 읽었더라면 

진지하게 고민했을듯..


김애란을 생각하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떠오르는데

상실의 시대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순전히 기억에 기반을 두고 쓰는거라 정확하진 않은데

주인공의 친구중에 (대학시절 선배였나?) 아주 아주 융통성 없고 정확한 사람이 한명 있는데

같이 연상되는 단어들은 국기 계양대, 국민체조 뭐 그런것들이고..

암튼.. 그 인물은 하도 정확하고, 상상력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안정 지향적이고 실용적이라, 감상, 감성, 이런 불필요한 낭비도 취급 안하고.. 

그래서 결론은 책도 오로지  클래식 즉 검증된 명작 만 읽는다는거..


정확하지도 않고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이렇게 구구절절 늘어 놓는 이유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지레 찔렸다는 거...

그 느낌을 오래 가지고 있어서이다..


나도...

그런데...

누군가...

검증해준 것만 읽는데....


뭐...

그런 느낌?


현재를 살지 못하고 한발...

뭔가가 확실해질때까지 몸사리며 기다리고 있는 느낌?

그런 비겁한 느낌? 이 살짝 들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신문에서 김애란이란 작가를 보았고 그래서 그녀의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를 사서 읽었고..

왠지 그녀의 문체에 (문투? 라고 해야하나? 말투처럼)에 반해버렸고..

그때 상실의 시대가 떠올랐다..


드디어 현재를 살고 있다란 생각..

그녀가 더 유명해져서 고전이 되길 기다리지 않고 

드디어 나도 시차없이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 있구나..뭐 그런 느낌...


김애란은 그래서 신간이 나오면 내가 늘 살펴야 되는 사람이 되었다... 



덧) 포스팅후 [상실의 시대]를 다시 들추어보니 기억왜곡이 장난이 아니었어..

아주 아주 융통성 없는 국기 게양대와 국민체조와 관련있는 룸메이트와 

출간된지 삼십년이 넘지 않는 책을 읽는건 '낭비'라고 여기는 선배..

그 두명의 조합이 내 머리속에 새로운 형태의 인물로 각인되어 있었네..

10년도 더 전에 한번 읽고 만 책이니까 ...라고 변명한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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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영화와 책 1

2013. 1. 15. 21:21 from about books

# 호빗




호빗 : 뜻밖의 여정 (2012)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8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이안 맥켈런, 마틴 프리먼, 리차드 아미티지, 제임스 네스빗, 켄 스탓
정보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뉴질랜드 | 169 분 | 2012-12-13

  


아들의 강추로 아들이 외출한 저녁 남편과 둘이 보러 갔다.

3시간 정도의 긴 영화인데 하루에 몇 편 없어서 밤 9시도 넘어서 보러갔다.

약간 피곤한듯 하여 어쩌면 살짝 졸게 될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영화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한참 흥미진진하고 있는데 갑작스레 영화가 끝난다.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3부작

사전 정보 없이 보러 가서 전혀모르고 있다가 난데없이 To be continued~

깜짝 놀랐다.

세시간이 어떻게 지나간지 몰라서.

나름.. 세시간 앉아 있으려면 허리깨나 아프겠다..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 클라우드 아틀라스




클라우드 아틀라스 (2013)

Cloud Atlas 
8.3
감독
앤디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톰 티크베어
출연
톰 행크스, 할 베리, 짐 브로드벤트, 휴고 위빙, 짐 스터게스
정보
SF, 액션 | 미국 | 172 분 | 2013-01-09



작년 H가 권해준 덕에 책을  읽었다.

두번쯤 뒤적이다가 내려놓다가 시간을 좀 끌었었다

세번째 비로소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초반의 몇십 페이지를 넘기고나자 정말 미친듯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신선한 충격

소설의 구조가 충격적으로 참신하고 기발하다

구조도 복잡하고 배경과 등장인물도 방대해서 몇번이나 앞쪽으로 넘겨가며 확인을 해봐야 했다

그렇게 앞으로 뒤로 돌려가며 읽다가 마지막 장을 덮으니 그 여운이 참...

그 여운을 안고 또 미친듯이 몇날 며칠을 보냈었다.

뭐라고 정리는 안되는 막연한 감정

정말 재밌는 책을 읽었을 때의 그 즐거움과

소설속에 감정이입되어 느껴지는 마음아픔까지..

다 읽은 책을 몇날 며칠 책꽂이에 꽂지도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H에게 감사


작가와 책에 대한 것들을 웹서핑하다가 발견한 영화제작 정보

미국에 먼저 개봉하는 것을 알게 되어 아들에게 보라고 이야기해주고

한국에 개봉하는 것을 기다려 봤다.

영화는...

잘 모르겠다...

스포일러 만땅의 상태에서 보는 영화란게 객관적일 수가 없어서

이 복잡한 구조의 이야기가 어떻게 제작되었을까 내내 궁금했는데

만들어낸거 자체는 참 대단하다 싶지만 영화만 놓고보자면

사전 정보없이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단 느낌..

나야 스토리를 다 아니까 문제가 없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문제가 없었을까?

영화에 몰입하기보다 내내 그런것만 생각하게 되더라..

중간 중간 영화를 위해 변형된 부분들

그런것만 찾게되고


영상이 아름다왔다.

배두나도 좋았고..


이 소설을 영화화하겠다고 나선 그들의 용기에 건배를!




# 제노사이드




제노사이드

저자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12-06-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어째서 인간은 서로 죽이며 살아가야 하는가!13계단의 작가 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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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역시도 H의 권유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어보라며 H가 한말은 '『클라우드 아틀라스』보다 더 재밌어' 였는데

'친구야..이 책도 재밌지만 난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더 좋다~ '

어쨋거나 H에게 다시 감사..

감사 받을만큼 충분히 재미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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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이라고 해마다 별 뾰족한건 없다.

신정에 차례를 지내던 시댁도 언젠가부터 구정을 쇠기 시작하여

1월 1일 아침이라고 별다르게 보내진 않는다.


어느 해인가는 아들이 31일 밤부터 시작하여 1일 새벽에 끝나는 공연을 보러가서

아이를 데려다주고 또 데려오기 위해

남편과 둘이 근처 찜질방에서 새해를 맞은 적도 있다.


태어나서 한번도 새해 해돚이를 보기위해 동해에 가본적도 없고 평소와 다른 무언가를 해본적도 없다.


올해도 느지막히 일어나서 라면에 떡을 넣어 먹는 것으로 한해를 시작했다.


예년과 달랐던 점은?

흠..새해 첫 설겆이를 두 부자를 시켰다는 것 정도?


하긴..엄청난 변화라 할수도 있겠다..

20년 넘는 결혼 생활동안 처음 일어난 일이니..


흠..다시 생각해보니 호조의 스타트였구나!


어쨋거나..

1월엔 대체로 작심삼일짜리 결심들을 하곤 하니

올해도 역시..


올해의 결심은


1달에 영화 2편 이상 보기(극장)

1달에 책 2권 이상 읽기

무언가 새로운 어딘가에 소속되기(취미 동아리가 되었든.. 정치적 단체가 되었든..봉사단체가 되었든..아무거래도..)


참~~ 소박하다..

 

이 소박한 새해결심이 늘 버겁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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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This Waltz

2013. 1. 1. 15:09 from 기억한올

 

 

 

 

 

오랜만에 만난 친구 M과 시네 큐브

아무르는 너무 무거울 거 같아 M도 나도 고개를 흔들고

로열 어페어는 시간이 안맞아서

축 당첨 된 영화...

 

말 그대로 축 당첨..

 

시네 큐브에서의 영화 보기는 늘 신선한 즐거움을 주는데

여러가지 장점 중 가장 큰 한가지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그냥 무작정 나간다는 것..

 

그냥 가서 그냥 골라서 그냥 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늘 만족스럽다..

 

이 영화를 5년전 혹은 10년전에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때도 좋다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의 느낌은 아니었을 거라는건 분명하다..

 

M도 나도..

서로가 서로의 많은 경험들을 알고 있고

많은 정서들을 공유하고 있고 하기에...

영화를 보고나서 나눌 수 있는 것들도 더 많다..

 

영화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고

그래서 너무 의외였다고 M이 말했다..

 

교훈을 얻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그런가?

그게 메시지였나?

 

'모든 새것은 결국 낡는다'

'인생에는 빈틈이 있다. 누구도 어쩔 수 없는 빈틈..미친년 처럼 그것들을 메꾸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본다고 그것들을 메꿀 수 있는게 아니다..'

 

그런 대사들이 메시지인가?

 

시간이 지나면 가슴 뛰는 새로운 사랑도 결국 낡고 지루해져서

상투적인 일상이 되어 갈 뿐이고

결국 나와 함께 해줄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과 외로움 밖에 없다..

 

그런 장면들이 메시지인가?

 

그렇지만 제목은 말한다.

 

Take This Waltz

 

사람은 어차피 죽는다.

그렇다고 살지 않을 수는 없지 않나?

 

Take This Waltz

 

언젠가 바래고 낡아지고 무덤덤해질 사랑이라도

그게 내 앞에 오면...

 

인생을 사는 쪽이 낫지 않나?

 

난 여전히 그렇게 내 좋은 쪽으로 교훈을 얻는다.

 

 

 

 

 

 

Posted by labosque :

가슴 떨리는 일상

2012. 12. 31. 13:39 from 기억한올

# 12월 29일 새벽 1시

 

언제나 처럼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

 

둔중하고 아득하다.

 

잠시 귀을 기울였지만 뒤 따르는 정적.

 

스마트 폰에 마음을 뺏기면 다시 울려 퍼지는 소음.

날카로움도 다급함도 없이 그냥 소리치는 듯.

 

누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나?

싸우나?

싶지만.

 

남의 가정사.

새벽 한시라도 끼어들 일은 아니다.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리듬.

수년전 같은 아파트에 사셨던 치매 걸리셨던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정신이 약간 온전치 못한 분이 내는 소리인거 같다고 생각하며

누군가 빨리 조용히 시켜 주면 좋겠다 생각한다.

 

타닥 타닥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듯한 소음.

철컹 철컹 챙 챙 속 빈 금속들이 부딪히는 듯한 소음.

 

정말 궁금해져서 베란다 문을 열어 밖을 보니

세상에. 빨간 불꽃이 거실 창문을 뚫고 날름거리고 있다.

 

새빨간 불똥이 우리 창문 앞으로 날아 내리고 있다. 

 

옷을 주워 입고 핸드폰 하나 챙기고 아들을 깨워 아파트 앞에 나가보니

불 자동차가 10대쯤 늘어서 있다.

 

아파트 사람들 몇몇이 옹기 종기 모여 서 있고

귀가전이던 남편도 거기 있다.

 

회색 연기도 어느새 잡혀서 703호 시커먼 창문에는

잔불 수색을 하는 후레시 불빛만 어른 거린다.

 

모여 있던 주민들도 다시 잠자리로 돌아간다.

싸이렌도 울리지 않고 출동했던 배려에 힘입어 아파트 창문들은 까맣고 조용하다.

 

어떤 주민들은 밤새 무슨일이 일어난지도 모르고

내일의 아침을 맞겠지.

 

한 가정의 역사가 무너져도

조용한 일상은 이어진다.

 

가슴이.

몹시 뛴다.

그렇지만 잠은 자야지.

 

 

# 12월 27일 오전 10시

 

신사 사거리에서 유턴을 하는데 교통사고 안내 전광판이 눈에 들어 온다.

오늘의 교통사고 사망 2명 부상 ...휙~

 

아들이 했던 말

뉴욕에서는 하루에 아무도 안죽은날이라고 뉴스가 됬었어.

 

아들의 이야기에선 '살해' 였을지 모르지만

어쨋거나 서울에서도 하루에 몇명씩 제 명을 못 살고 있구나. '사고'로.

 

알고보면 살얼음 판 같은 일상

그래서 나이 먹으면 걱정만 많아진다.

 

 

 

# 2008 년 2월 10일 저녁

 

무슨 이유에선지 난 한국에 있었다.

굳이 겨울 방학도 아닌데 왜 아들을 기숙사 친구에게 신세지게 하고 나왔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남편이 아이랑 같이 지내려고 먼저 들어가고

난 아마 일주일에서 열흘쯤 혼자 지낸거 같다.

 

그동안 한 친구와 미친듯이 붙어 다녔다.

 

친구와 친구의 아는 동생과 또 그 친구와 남영동쯤에서 만나서 한잔하고

신촌쪽으로 넘어가는 길이었다.

 

친구와 나와 아는 동생은 택시를 타고

아는 동생의 친구는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다.

'남대문이 불타고 있어'

'미친놈. 거짓말 하지 마~'

'거짓말 아냐. 진짜야'

 

우린 모두 망연해졌다.

택시 운전사 아저씨는 얼른 라디오를 틀었고

찬물을 뒤집어 쓴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불타는 남대문 때문에 집에 돌아가거나

우울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일상은.

무엇보다 힘이 쎄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