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식 좀'

2013. 2. 14. 16:16 from 생각꼬리

'비행운'에 실린 단편 '하루의 축'에 나오는 구절인데..

그 순간을 설명하기 위해 그 소설을 구구절절 늘어 놓을 생각은 없다.


스포일러두 아니구..


그런데 또, 그 내용을 설명하지 않으면 그 감정도 풀어놓기 힘드니...거..참...

최대한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아들을 교도소에 보낸 엄마가 아침에 집을 나서며 아들로부터의 편지를 받고

하루종일 정해진 일과의 노동을 마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열어보니

단 한줄 '엄마 사식 좀'이라고 적혀 있었다는 이야기..

(써놓고 보니 완벽한 스포일러 다..브라보..)


딸 키우는 엄마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아들 키우는 엄마들은 이러한 순간에 종종 맞닥뜨린다... (아니면 나만 그런가?)


왜 아들들은 (혹은 우리 아들은) 소통불가의 답답함 속에 엄마를 밀어넣었다가

허무와 막막함의 심연으로 떨어뜨리는가...


소설 속의 엄마가 느꼈을 그, 허탈함이 휘몰아치는 복잡미묘하게 분통 터지는 감정이

단 한줄의 글로 내 감정에 완벽하게 이식되었다..


늘 보기좋게 기대를 배반해주시는 고마우신 아드님..

나를 냉탕과 열탕을 번갈아 가며 제련해서 

더 튼튼하고 강하게 새로 태어나게 해주려는

깊은 뜻이 있나보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미국에 돌아간 후, 다시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절대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고

내가 카톡으로 말 걸어도 심지어 가볍게 씹어주시기까지 하며

전화받기 무섭게 '나 지금 바쁜데...'라고 말하는 울 아들..

그러다가 자기 필요할 때면 먼저 연락해서 '엄마 사식 좀..'이라 하겠지...


그럴 때 사식을 넣어줘야 하는걸까? 아닌걸까?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