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242건

  1. 2012.05.14 불협화음 4
  2. 2012.05.05 日記 가 아니라 週記 3
  3. 2012.05.04 BUNKER 1 습격사건 6
  4. 2012.04.25 씨네 큐브 데이 2
  5. 2012.04.23 잡상.. 4
  6. 2012.04.17 하루치의 운동, 하루치의 생각.. 6
  7. 2012.04.16 글을 쓰는 습관 8
  8. 2012.04.16 뒷풀이 풍경
  9. 2012.04.13 선택 4
  10. 2012.04.13 남편에게 원하는 기능 4

불협화음

2012. 5. 14. 18:29 from 생각꼬리

# 불협화음 : 오래된 우정

 

낡은 우정은 삐걱거릴 수 밖에 없는 걸까?

조율 안된 피아노가 그렇듯이?

아니면 그저 L 과 내가 각자 다른 코드에서 잠시 음 이탈을 하고 있는것 뿐인걸까...

 

L과 만나는 자리가 언제 부터인가 유쾌하지 않다...

아니 유쾌하지 않을 뿐아니라 뭔가 개운치 않은 씁쓸한 뒷맛이 있다..

 

L 과의 대화 내용 어느 하나도 재밌거나 흥미를 끌지 못하고

더 나쁜 건 나의 그런 마음이 무의식적 표정과  태도로 온몸으로 표현되어 버리고 만다는 거다..

 

L 과 헤어지고나면...

내가 그랬구나...스스로 하나 하나 되집어 복기하게 된다...

 

그러면 내가 느낀 지루함과 권태로움에 묘한 불편함까지

L 도 고스란히 되비쳐 느꼈을 것 같아

뭔지 모를 씁쓸한 후회 같은것이 물 밀듯 밀려온다..

 

늘 후회하면서도

늘 그 순간은 그냥 그렇게 되버리고 만다...

 

마침표 없는 도돌이표...

 

사실 서로 알아온 역사에 비하면 서로의 변화는 더딘 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고속도로조차도 신갈 분기점을 지나면 하나는 남쪽끝으로 다른 하나는 동쪽끝으로 가버리는데...

 

서른 다섯해가 넘도록 서로 안부 챙기고 사는걸 보면

서로 다른 길위에 있는것 치고는 그래도 그럭저럭...

 

 

지난 화요일 L 을 잠깐 만난 후...

언제나 처럼 조금은 떨떠름한 기분으로 '왜?' "뭐가?'따위의 생각을 했었다...

 

변한건 L 이 아니고 나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니...L 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

 

L 은 소녀에서 처녀로..

젊은 새댁에서 아줌마로...

딸이고 며느리고 아내이고 엄마고...

자기 자리를 찾아 순리라고 일컫어지는대로 자연스레 나이먹고 있고...

 

나는...

나 역시 L 과 비슷하게 길을 가다가 ...

갑자기 다시 역행하려 한다...

 

딸 노릇, 며느리 노릇, 아내 노릇, 엄마 노릇...

그런거보다...

그냥 내 노릇...

나로 살기에만 관심이 있다...

 

나는 십대의 나..이십대의 나처럼 오직 나로 내안이 꽉차 있는데

거기에 L 의 가족속의 역할로서의 삶 이야기가 귀에 걸리기나 하겠는가...

그저 다 스쳐지나가는 이야기 일뿐...

 

근데..

단순히 그렇게 정리하기에도 미진한 무언가가 있다...

다른 친구들과의 의례적인 역할론도 재미있게 잘 즐기는 내가 왜 유독 L 과의 대화만 매끄럽지 않을까?

 

자기장의 방향이 바뀌어 버렸나보다...

 

 

# 불협화음 : 자기 자신과 친구되기..

 

산책과 블로그를 시작한후...

나 자신과 제법 친해진 것 같았다..

 

귀에다 이어폰을 꽂고 잠수교를 따라 걷고 있노라면

스스로 만든 감상의 성채안에서 혼자서 모노드라마 한편을 찍는 기분이다..

어찌 그리 스산한 기분이던지...

 

어쨋거나...

그렇게 스스로 쓸쓸해하고 그 쓸쓸해 하는 모습을 연민하고

또 그 연민하는 모습을 애잔해하며

 

넝쿨당에서 김원준 셀카 찍듯이 감정의 바다에 푹 빠져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 몸도 피곤하고 잠도 잘오고

 

나름 대견하고 뿌듯하기도 해서

일종의 확실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혼자 있는 시간도 왠지 충실한 느낌에 마구 뿌듯해 하면서

그렇게  나와 친해지고 있었는데...

 

아픈 나와는 가까와지기 힘들다...정말...

갑자기 우정의 마음이 십리 쯤 밖으로 달아나버린다...

 

지난주부터...

컨디션이 매우 안좋다..

 

고질적으로  몇년에 한번 찾아오는 위무력증..

 

지난 월요일, 화요일..힘들었는데

주중에도 계속 조심했는데...

 

강진이 두어번 있고 계속되는 작은 여진들처럼..

계속 그렇게 상태가 탐탁치 않다..

 

결국 병원에 가서 수액도 하나 맞고..

약도 지어오고...

 

할일도 많은데

잘 다독여서 넘어가야 할텐데..

 

긴병에 효자 없다고 벌써부터 꼴보기싫어지고 있다..

옛말 맞는건 자기 자신이라도 예외가 없나보다..

 

 

# 불협화음 : 세대차이?

 

N 양의 소개로 알게 된 블로그...

재치있고 까칠한 한양의 글들을 즐거이 읽어내리다가

'건축학 개론'에서 뭔가가 튕겨진다...

 

그 친구가 말하는게 뭔지도 알겠다...

 

그래..나도 그부분....그 선배가 술 취한 서연을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을 때

승민이 보고만 있었던건 참 바보같다고 생각했었다..

 

또...'어...저거...성폭행인데...'라고 잠깐 생각하고..

그게 2000년대식 생각이구나...가늠한 뒤

 

나의 7~80년대 사고회로를 끄집어 내어

그땐..그랬지 모드로 그 상황을 재 정리 했었다...

 

Sexual Harassmant 라는 말이 미국에서도 빈번히 쓰이기 시작한건...

내 기억으로는 1993년 Indecent Proposal 이라는, 우리나라 제목으로는 은밀한 유혹이라는

영화가 나온 이후이다...

 

정확한 인과 관계는 모르겠는데 아뭏든 내 기억에 이 영화와 그 단어가 묘한 조합으로

셋팅되어 있다...

 

그러니까 사실 90년대 초 이런 개념들...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등의 개념들이 바야흐로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되면서 정립되기 시작했고..

 

그것도 미국이란 사회에서 그랬고...

그게 완전히 자리 잡는데는 쫌 걸렸을 것이다..

 

그러니...90년대 중반이었던 배경상...

아직 우리나라에 그런 행위가 성추행이다..성폭행이다..라는 사회적 함의는

태동전이지 않았을까 싶다...

 

date 강간이란 말도  일부 아직 현존하는 남성 중심의 시각으로는

여자가 행실을 바르게 하지못해서..라는게 고리타분한 우리의 현실 아닌가...

 

그러니...그런 맥락에서 나는 내가 겪었던 7~80년대 사고 회로를 꺼내면

승민이 왜 그렇게 찌질하게 구는지 단박에 이해가 가는데..

그래서 그 상황들이 더 안타깝고 사랑스러운데...

 

그런 걸 겪지 않고 바로 2010년을 사는 사람들에겐 좀...

납득이 안갈수도 있겠다...

 

그게 바로...

세대차이인거다...

 

겪지 않은 걸...

느끼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을거다...

 

 

 

 

 

 

Posted by labosque :

日記 가 아니라 週記

2012. 5. 5. 13:37 from 생각꼬리

# 얼마 전까지도 사람 들에게 '나이 드니까 우울하지 않아서 좋아..봄도 안타..'라고

입바른 자랑질을 했었다...

 

난 원래 이른 봄에 봄앓이를 했었다..

겨울 끝자락, 대충 2월말쯤 되면 찬바람에 얼굴, 손,발이 아직도 얼얼해도

정체를 알수없는 매케한 봄내음에 코끝이 매워지는데

그날로 부터 봄 우울이 시작되곤 했다..

 

조금 더 젊었을적엔 우울의 깊이가 조금 더 깊더니

나이 먹을수록 길이도 짧아지고 깊이도 얕아지고...

어느날엔가 봄이 한참 깊었어도 우울감이 없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나이 드니까 좋은것도 있구나..싶었다..

 

그 수많은 봄꽃 다 피고 지도록 멀쩡하더니....

며칠 전부터 마음이 조금 그랬다...

 

사소하고 소소한 갈고리들에 자꾸 걸리기도 하고...

별다른 이유도 없이 가라앉기도 한다...

 

그냥 늦봄 타는구나..그렇게 생각한다...

 

# 크고 작은  ups & downs 가 되풀이 되었지만

확실히 우물도 아니고 롤러코스터도 아니다...

그럭 저럭 덜컹거리는 시골 자갈 길쯤 되는거 같다..

내려가기도 잘 내려가지만 올라오기도 쉽게 올라온다...

 

아들과의 전화 통화로 상심과 후회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 길에서 서행하던중 앞서 걸어가시던 50대 아저씨..

휘적 휘적 걸어가시는 듯 싶더니 갑자기 걸음을 멈추시고 길 옆에 민들레를 들여다 보신다..

스마트 폰으로 촬영하시는 모습을 백미러로 보면서 슬며시 웃음이 지어진다..

 

잡초처럼 돋아난 보잘것 없는 풀꽃이었는데..

발밑을 살필 줄 아는 아저씨라...왠지 멋있다...

 

# 며칠전부터 몸도 함께 몹시도 피곤했었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며 택시 안에서 어디선가 에너지를 훔쳐올 데가 없을까? 생각했었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책 '모모'의 시간도둑 생각이 났다..

하는 일도 없이 시간이 뭉텅 뭉텅 사라지고 있는거 같아서

요즘엔 때때로 주변을 살피곤한다..

 

회색 양복에 회색구두에 회색모자를 쓰고 회색 가방을 들고 다니며

우리 시간을 훔쳐 가고 있는 시간 도둑들이 있는거 아닌가 싶어서...

난 계약서에 싸인 한장 한적도 없는데

내 시간은 누가 다 훔쳐가나 싶다...

 

내 시간이 도둑맞고 있고 거기에 대해서 어찌할 방도가 없다면

난 대신에...에너지를 훔쳐오고 싶다...

 

에너지를 누군가 내게 준다면 감사히 받겠지만...

누군가 내게 혹시 빼앗긴대도...

어쩔수 없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참으로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뭐...어쩌겠는가...

 

# 에너지의 흐름을 기압의 흐름처럼 단순히 생각해보자면

나보다 에너지가 적은 사람이 내게 에너지를 빼앗길리는 없을테니까

자기안에 에너지의 원천을 가진 사람..

끝없이 스스로 에너지를 생성해내고 끝없이 방사해내는 사람..

그런 사람 옆에서 한줌 얻어오고 싶은거다..

솔직한 마음은...

 

에너지가 많다는건 기가 센것이랑은 다르다..

긍정적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사람..

그런 느낌의 사람을 일단 두명 떠올릴수 있다..

한분은 에너지를 생성해내고 끝없이 주위에 퍼 주신다..

마음이 우울하고 상심했을때 위로 받을 수 있는 어딘가가 있다는 건 한마디로 축복...

 

다른 한분은 아직까진 개인적인 친분은 많지 않지만

저 사람의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싶을 정도로

활동적이신 분이다..

차분하고 즐겁고 늘 웃는 얼굴에 다정한 분인데

그분을 그렇게 유지시키는 힘이야말로 진짜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곱게 나이드신 시골 아주머니 같은 차림새와 생김이지만

젊었을때의 사진을 보니 정말 예쁜 사람이었다..

그분을 그렇게 화장도 안해서 볕에 다 타고 주근깨와 자연스러운 잔주름으로 만들어진 얼굴과

염색도 안해서 회색이 된 틀어올린 머리와 늘 비슷한 스타일의 생활 한복으로

생활하게 했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예쁜 사람이 자신의 외모를 가꾸지 않게 만드는 힘...

허영심을 누르는 힘이 무엇이었을까? 많이 궁금했었다..

그분의 자그마한 몸 어딘가에 틀림없이 에너지 공장이 있을듯한 생각이 든다..

 

# K 양과 언터쳐블을 봤는데 '드리스'가 춤추는 장면에서 굉장한 힘과 생동감을 느꼈다..

정신적 에너지와 육체적 에너지..

둘다 생명과 관계가 있지만 후자가  보다 더 원초적인 쪽..

 

'드리스'가 나가고 난후 '필립'이 새로운 도우미를 구해서 지내는 장면을 보다보니

난 그 새로운 도우미에게 전이가 일어난다..

 

내 성격은 드리스쪽이 아니라  보통의 평범한 사람쪽이다..

편견도 있고, 하기 싫은 일도 책임감으로 하고,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말조심도 하지만

대신 마음도 쉽게 안열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만큼 격식있고 딱딱하고...등등등...

 

드리스를 보는건 즐겁고 유쾌했지만 드리스가 아닌쪽이 그렇게 우스꽝스럽고

보잘것없어 지는건 조금 씁쓸해진다..(마치 내가 비난받고 있는거 같아서..)

 

그러다가 금새 마음을 돌린다..

그건 그냥 인연의 문제야..라고...

필립이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사람'을 만난 것 뿐인거다...

 

내가 드리스가 아니라도 상관없는거다..

난 필립을 만나지는 못할수도 있지만 또 다른 내게 맞는 사람들과 만나게 될테니까...

 

어쨋거나..드리스의 생명력이 참 유쾌했다...

 

 

 

 

 

 

 

 

 

 

Posted by labosque :

BUNKER 1 습격사건

2012. 5. 4. 21:41 from 기억한올

 

2:00 pm S양과 혜화역 2번 출구에서 만남

벙커1을 향하여 고고씽..

 

2:15 pm 벙커1 도착

카운터 맞은 편, 창가에 있는 자리에 얼른 가방을 던져두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메뉴판'에서 '아에리카노' 2잔과 '비비케잌' 주진우를 시킴..

카운터 앞쪽에 테이블이 딸랑 두개 뿐인데 들어오는 사람들은 전부 카운터에 주문을 한후

어디론가 사라짐..

가방을 던져 놓았지만 사실 우리 옆 테이블은 한동안 비어있었음..(아무도 탐내지 않음..)

 

 

 

 

 

 

2;30 pm 창가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창밖으로 시사돼지와 김총수가 이쑤시개를 씹으며

걸어오는 모습 포착됨..

S양은 김총수 옆에서 걸어오고 있는 뽀글머리 아가씨가 포스가 장난이 아니라고 감탄에 감탄중..

이쁜 뇨자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는 애써 무시...

시야에서 사라진후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시사돼지가 카운터 앞에 등장..

선거땜에 맘고생 했는지 호~올~쭉 해서 마음이 살짝 아팠음...

들고 간 책을 얼른 꺼내서 싸인을 부탁함..

그닥 친절하지 않게 싸인해줌..

(불 친절했던것도 아니지만..암튼 그닥 반가와하지 않음.. ㅋ)

허둥지둥하느라 사진은 못찍고 있는 새 그냥 퇴장하심... 

 

 

 

 

2: 55 pm 시사돼지씨가 사라지고 김총수도 시야에서 사라져서 걍 수다 삼매경 중이었는데

쨔잔~ 총수 강림..

얼른 친한척하고 준비하고 있던 아이폰을 들이 댐..

실제로 보니...

연예인 만난것보다 더 감격스러웠음..

역시나 그닥 친절하지 않게 사진 찍어주심..ㅋ

 

 

 

 

 

4:00 pm 대략 수다를 마치고 둘러보지 못했던 벙커 1 내부를 둘러 봄..

둘러보니 들어 온 사람들이 전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게 되었음..

지하에 나꼼수 녹음을 할수 있는 스튜디오가 마련되어 있고

녹음 부쓰 앞에 좌석이 있었음..

꽤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음..

시사돼지와 김총수는 콧배기도 안보임..

 

S양과,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에 관해 자화자찬하며 벙커 1을 나섬..

'역시 일찍 오길 잘했다'

'우리가 1층에, 창가 바로 앞에 붙어 앉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

'원래 시사돼지가 벙커 1을 주로 지키고 김총수랑 주기자는 수시때때로 들리나봐..'

'그래서 내가 김용민 책만 가져왔잖아..세권 다 가져오긴 너무 무거워서...'

'바쁜 사람들이라 언제 올지 몰라..'

'주기자 못봐서 아쉽지만 대신 빵 먹었잖아...그래서 괜찮아...' 등등등...

스스로의 선견지명에 흡족하고 운좋음에 감탄하며

문을 나섰는데 그만...

우리의 울트라 촉이 발동한거심..

출구조차도 탁월한 선택이었음 (벙커1, 문이 두개임)

 

우리가 나선 문 바로 앞에 가림막이 서 있는데 그 뒤쪽으로 야외용 벤치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음..

원래는 흡연용 좌석인데..

거기에...

바로 문앞 그 좌석에....

주기자가 있는거심....

 

맞은편에 여자손님과 앉아서 뭔가를 막 읽고 쓰고 하고 있었음..

80 cm쯤 떨어진 곳에 서서 S와 계속 소근거림..

'일 하고 있나봐..'

'어떡하지?'

'앙~ 주기자 너무 멋있다...'

'말을 못 걸겠어..'

'귀찮아 하겠지?'

'너무 미안하긴 한데...'

그렇슴..

내 친구 S는 '상'용감한 아이였슴...

S가 용감하게 다가가자 주기자 벌떡 일어서심...

아마도 우리가 서서 망설이는것을 다 느끼고 이미 눈치채고 계심... ㅋㅋ

'사진 찍으세요..찍으세요..네..네...'

역시나 그닥 친절하진 않음...

그렇지만 간지 좔좔..포스 후덜덜...

 

 

그렇지만 내가 '죄송해요' 라고 하자 '아니예요' 라고 했슴..

생각해보니 세명 다 유명인 놀이가 익숙치 않아서 싸인이나 사진 찍자는 요청을 아직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거 같았슴..

어찌할바를 몰라 오히려 살짝 퉁명스러운거 같았는데 그게 뫅뫅 귀여웠슴..

 

암튼..무지하게 기분 좋은 하루...

 

 

덤) 지나가는 비, 피하러 들어갔던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카페...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뭔가 모르게 여러가지로 정말 마음에 듬...

 

 

 

Posted by labosque :

씨네 큐브 데이

2012. 4. 25. 21:19 from 생각꼬리

모처럼 씨네 큐브에 나간지라 두편의 영화를 보았다..

 

처음 건 '그녀가 떠날때' 란 제목의 독일 영화..

두번째 건 ' 리그렛 (Regret)'이란 프랑스 영화..

 

30년도 더 전에..아마도 고등학교때

이렇게 하루에 두편의 영화를 본적이 있다..

동시상영관이 아니라 개봉관에서..

 

1월..아마도 신정 연휴기간이 아니었을까?

정확하진 않은데 지금 막 그런 막무가내식의 느낌이 떠올라온다..

(아~~무 근거 없다..)

 

두편의 영화가 뭐였는지도 불분명한채

하나는 틀림없이 '파비안느'란 제목의 전쟁영화였고

또 다른 하나는 '하노버 스트리트'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극장도 피카디리랑 단성사처럼 마주 보고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고

꽤 떨어져 있는 곳이었는데 한곳은 스카라가 아니었을까 싶고....

 

아무튼...처음에 하노버 스트리트를 먼저 보고

여운이 길게 남아서 한참을 걷다가 뭔가 미진하여 하나 더 본 영화가 파비안느였지 싶다..

 

그렇게 두편을 보고나서, 감상은, 비빔밥을 너무 많이 먹어 급체한 느낌?

좋았던 여운을 따로 따로 길게 즐기지도 못하고..

줄거리는 헷갈리고..

머리는 아프고...

 

그 당시는 뭔가 외국 풍광 가득한 멜로 영화를 보는것만으로도

감성과 동경과 소녀적 낭만을 다 충족해줘서

안 먹어도 배부른 그런 시기였으니까..

소중한게 하나 생기면 아끼고 아끼고 길게 간직하고픈 그런 시절이었으니까...

 

더구나 두 영화 다 제법 재미있었단 말이다..

해리슨 포드의 젊었을적 모습이였단 말이다...(하노버 스트리트는..)

 

그때 이후론 동시상영으로라도 극장에서 하루에 두편의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후에 집에서 디비디로는 심심찮게 보았다...)

 

어제 본 두편의 영화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한편은 독일에 살고 있는 터키 이민자들의 영화..

주제면에서도 서로 다른 신념과 정체성들이 그들이 소속된 사회와 공동체뿐만 아니라

어떻게 관객에게까지 부딪히는가에 관한 불편한 영화였다면..

 

두번째 영화는 프랑스 판 건축학 개론..(건축학 개론과는 사실 전혀 다르지만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건축가이고 옛 연인을 만난다는점에서 그냥 그렇게 불러보자..)

연애와 엇갈림과 감정에 관한 영화..(전혀 낭만적이진 않고 오히려 끝에 이건 뭥미? 이런 느낌을 준다..)

 

중간에 H양과의 점심 식사와 산책이라는 간격을 두어서 그런가?

아님 단순히 내 위장이 더 커지고 뇌 용량이 조금 늘어 난건가?

아님 감정의 주름이 나이수대로 깊어진건가...

두편의 영화를 집어서 꿀꺽 삼키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뭐...

한마디로 말하자면 전처럼 여운을 즐기기에는 그저 너무 나이가 먹어버린거다...

영화를 보는 일도 외국인을 보는 일도

심지어 감정을 이입하여 대리 경험하는것에도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아...

한마디로 너무 낡아져버린거다..나는...

ㅜ.ㅜ

 

오늘 아침..

두편의 상이한 영화에서 또 다른 차이점 하나를 찾는다..

터키인에게 가족이란...

프랑스인에게 가족이란...

 

첫번째 영화에서 우마이의 가족들은 실체로서의 가족보다

개념으로서의 가족 (즉 가문의 명예, 공동체 안에서의 위치등)에 치중한다..

두번째 영화에서 마야는 (구체적으로 가족이 등장하진 않고 전화기 저쪽편에서 통화상대가

된다거나 마야의 행보속에서 짐작될뿐이지만..)

첫번째 결혼에 실패하고도 두번째 결혼에 실패하고도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결국 자기 엄마의 곁..

 

두번째 영화는 연애에 관한 영화였는데

첫번째 영화의 여파로 나는 거기서 가족 관계를 보고 있다..

 

나이 먹으니까 하루에 두편 볼만한가보다..

종종 씨네 큐브 데이를 갖을까 한다..

 

 

Posted by labosque :

잡상..

2012. 4. 23. 21:32 from 생각꼬리

# 4월 22일

   S의 가슴 한켠에 생긴 조그만 돌연변이 세포..

   S는 10년쯤 전에 한쪽 가슴에서 팥알만한 세포를 잘라내기 위해 수술을 했던 적이 있다..

   그 평범하지 않았던 모양의 세포를 도려내고 몇차례 항암치료라는걸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다른 쪽 가슴의 세포가 모양이 이상하다고 조직검사를 받으라고 한단다..

   다음주쯤 그날이 오기전까지 자기는 잊어버리겠다고 천하태평한 S는 그렇게 말한다..

   나도 말한다..

   '맞아..잊어버려... 미리 걱정한다고 좋은게 뭐 하나라도 있니?'

   그렇게 말해도 내 마음 한구석에 살짝 들어앉는 조그만 돌덩이..

   S의 마음 속에는 얼마나 큰 바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 4월 21일

   Still Life

   영화보러 나가기도 귀찮아서 집에서 케이블로  pay movie를 보았다..

   리암 니슨이 나오는 그레이..

   무슨 액션 스릴러물이 아닐까 생각했더니 비행기가 알래스카의 눈밭에 불시착하는 재난 영화..

   그리고 미지의 적..

   괴물들이 나오는 몬스터 싸이파이류인가 했더니 그들의 정체는 늑대..

   그 다음부턴 재난 영화 특유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과

   헐리우드 공식과도 같은 한명씩 희생당하기..(절대 한번에 두명도 죽지 않는다...)

   그렇게 영화는 별 특이점도 없이 느린 템포로 흘러간다..

   액션도 없고 활극도 없고 /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것 처럼..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싶었는데 막판에

   촌스러울 정도로 정직하게 마지막 메시지를 들이대며 허무하게...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끝에서 세번째 사람이 탈진하여...

   더 이상의 삶과의 투쟁을 중단하겠노라 선언하며

   강가의 돌위에 앉아 이야기한다..

   이제 지쳤노라고..

   더 이상 살아남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겠노라고..

   (살아 남는다 한들...)내 인생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루종일 공장에서 일하고 밤새 퍼 마시고..

   내 인생은 그게 다라고..

   아무 의미가 없다고..

   그리고 그 장면을 보다가 문득 몇해전에 보았던 영화 'still life'가 떠올라왔다..

   Still Life는 중국 감독의 어딘가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였는데

   보고나서 별 느낌이 없었다..

   고향을 떠난 한 노동자의 일상과 그리움을 소소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기승전결없이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렸던 영화였다는 기억..

   수묵화 같은 중국의 풍경과 잔잔한 일상..

   제목과의 연계성을 잠시 갸웃하며 일상중의 한 단면을 잘라서 보여주기 때문에

   Still Life( = 정물화) 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갑자기 떠오른 생각..

   노동자들의 삶/ 일상 자체가 정물화처럼 박제 되었다는 거...

   그냥 여기저기서 끌어다 모아 놓은 정물들처럼.. 살아있지 않고 이미 다들 죽어버린...

   아무렇게나 지어진 협소하고 옹색한 숙소에서 그저 잠만 자고 하루종일 일하고 또 자고..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

   삶의 기쁨과 즐거움도 없이 그저 영위되는 삶..정물화된 삶..

   새삼 그 영화가 그렇게나 슬픈 영화였나 싶다..

   아님 말고..

 

# 4월 20일

   벌써 10년..

   한겨레 문화 센타 사진반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 벌써 10년이다..

   H언니 YS와 만나서 이런 저런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집에 돌아오는 길..

   새삼스럽다...인연이...

   문득 8년 쯤 전에 친구에게 했던 호기로운 말이 떠오른다..

   '난 사진이 너무 재밌어.. 이걸로 뭐가 되겠다는 건 아닌데..

   한 십년쯤 하면 어떻게든 되어 있겠지..'

   그때 친구는 빙글 빙글 웃으며 '와~ 십년이나 할려구? 대단한데?'

   그때 마음엔 그랬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만난것도 쉽지 않은데 그냥 한 십년쯤 해보지 뭐...

   호기로왔다...

   참 좋았었다..재미있었고...

   한 3년은 그렇게 지낸거 같다..

   10년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 지나고 나니 또 원점에 서 있다..

   요즘도 또 말하고 다닌다..

   조금은 덜 호기롭게...

   '미술치료 공부 시작했어요.. 그냥 재밌어요.. 공부가 길어서 좋아요..

    걍 천천히 하려구요..'

   10년쯤 하겠다는 소리는 안한다..

   '좀 해보구 정 아님 접어야죠..'

    연막도 미리 쳐놓는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그냥 천천히 쉬엄 쉬엄 한 10년쯤 해봐야지..뭐래도 해야하잖아?'

    제발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말아줘...

    무노동에 대한 변명 강박증인거 같은데..

    하긴, 다른 사람이 묻지 않아도 스스로 묻고 스스로 변명한다..

   

   

   

  

  

Posted by labosque :

 

 

 

도봉산 천축사에 갔다...

엄마의 신묘한 꿈 이야기가 인상적이라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도봉산 입구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2KM..

언뜻 보기엔 고작..이지만,

산길이다...

 

거의 한시간을 숨이 턱에 닿을듯 몰아쉬어가며

Nina의 '실패지점' 근처까지 다녀온듯 했다..

흠..엄청 힘들었다...

 

절은 자그마했다...

법당에 들어가 언니를 따라서 절도 하고..

초도 사다가 키고..

종무소 비구니 스님이 놀다가라고 붙잡으셔서

차도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바람도 쉬고 나도 쉬었다..

 

 

 

후들거리며 내려오는 길..

발은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고

마음은 말에 채여 넘어진다..

 

아침에 아들과 통화했던 말소리들이 귓가에 쟁쟁 울린다..

아들에게 내었던 화..

아들의 신경질적 어투..

 

단순히 우리 밀월은 끝났나보다 라고 표현하기엔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있다..

 

나는 자꾸 붙잡고 싶고, 가두려 하고..

아들은 뛰쳐나가고 싶고, 뒤돌아보지 않으려한다..

 

말로는 아이들이 떠나갈수 있게..그리고 언제든 돌아올수 있게

묵묵히 지켜주자..한다만은...

 

곰곰히 생각해보니 알겠다..

길을 떠난 사람은 되짚어 돌아오지 않는다..

 

하다못해 연어도 새끼일때 떠나가서 어미가 되어 돌아오는데...

제 부모를 찾아 오는게 아니고 제 새끼를 위해 오는데...

 

생각해보니 내 미망이다..

전처럼 똑같이, 아니 적어도 비슷하게라도 내 그늘아래 두고자 함은..

언젠간 돌아오겠지 기다리고자 함은..

 

어리석은 욕심일 뿐이다..

 

 

 

아들은 이 시기를 지내고 나면 확실히 남자 어른이 될거 같다..

 

남자 어른들은 자기 엄마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

나는 남자 어른인 아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할까?

 

내가 풀어야할 오늘의 화두...

 

 

 

 

Posted by labosque :

글을 쓰는 습관

2012. 4. 16. 21:42 from 생각꼬리

친구 블로그에 들렀다가  '두달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다' 라는 구절을 읽었다..

블로그를 시작하여 규칙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스스로를 자각한 글귀이다..

 

그 친구의 글들을 보다가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시작한 블로깅이니 난 이제 겨우 한달쯤 되었나?

습관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아직 좀 너무 많이 이르긴한데..

 

나이먹으니 기록의 필요성이 간절해 지던 차라..

이렇게 습관이 되어 주면 좋겠다 싶다..

 

글쓰기를 통해서 뭔가 하겠다는 그런건 아니지만

어쨋거나 흔적을 남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니까...

아리랑도 아니고 뱃노래도 아닌데 구전으로 기억을 전승시킬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 시점에서 참 신기한건 어른들의 기억력이다..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해도 토씨 하나 안 틀리던 할머니 옛날 이야기..

그렇게 수십번 듣고 자란 이야기를 내 아들에게 해줄때는

난 반이상 생략, 축약, 각색하지 않으면 안되었었다..

 

마찬가지로 소소한 디테일까지 재현해내는 능력이 탁월한 엄마의 꿈이야기..

어젯밤 아니 오늘 아침 눈뜨기 직전까지 꾸던 꿈도 눈 뜸과 동시에 잊어버리는 나로서는

엄마의 그 묘사력과 기억력이 신기하기만 하다..

 

어쩌면 어쩌면...

이렇게 적어놓기 때문에 더 마음 놓고 잊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긴한데..만약 그래도 어쩔수 없는게

애초부터 뇌님의 용량차이가 있는듯하다..

 

이미 내 뇌님은 거의 만땅이신듯...

적어놓지 않아도 담아놓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어쨋거나 살았던 흔적을 오래 오래 간직하기 위하여..

기록은 좋은 습관이 될듯하다...

 

블친님들~~ 우리 다같이 열심히 글을 씁시다~~

 

 

* 글을 쓰기 시작하니까 좋은 점들..

 

-쉽게 자극 받는다..(바로 이 포스팅처럼..)

-지루하고 기계적인 일들을 하고 있을때 - 예를 들어 운동이나 걷기 등등 - 시간이 엄청 빨리간다

(쓸데없는 생각하느라..)

 

일단 이렇게 두개 ^^

 

 

 

 

 

 

 

 

 

Posted by labosque :

뒷풀이 풍경

2012. 4. 16. 18:40 from 기억한올

# 선배이자 학부형이자 이젠 친구가 되어버린 YR 언니

   첫 개인전 축하해요!

 

# YMJ 선생님

   그날 너무 짧게 뵈어서 서운했구요..

   저보고 연애하라고 벌써 한 세,네번째 말씀 중이신거 혹시 알아요?

   할말이 없나? 왜 반복해서 그말만...

   아님 내가 오직 그말에만 꽂히는건가?  -.-;;

   담번엔 대놓고 물어볼꺼예요..

   왜 자꾸 그말을 반복하시는건지?

   아님 누구 소개 시켜줄 사람이라도 있는건지요...

 

# SY 샘과 HS 샘..

   두분 무슨일 있는거죠?

   뒷풀이 내내 잠시도 근처에도 안 오고 테이블 이쪽 끝과 저쪽 끝에서

   서로 못 본척 하고 계신거 봤거든요?

   갤러리 사람들에게 살짝 물어볼까 하다가 마음을 바꾸었어요..

   궁금한게 있으면 직접 물어볼래요..

   더 이상 관계를 타인의 뒤에 숨어서 하지 않으려구요..

   모든 관계를 스스로 맺겠다는 뜻은 아니구요..

   앞으로도 여전히 어떤 부분은 누군가에게 엎혀가겠지만요..

   샘들과의 관계는 이제 스스로 맺고 풀어볼꺼예요..

   근데..고민은 있네요..

   어느 샘과 먼저 시작해야 할까요?

 

# J 군

  그대의 진심은 내 블로그 주소를 안물어본 것에서 87%쯤 드러났다고 보아지네..

  내가 모처럼 '나 블로그 한다~' 자랑질을 하는데 어떻게 주소도 안물어 볼수가 있나?

  그대의 평소 언행 대로라면 메모지가 없으면 손바닥 아니 볼따구에라도 받아적었어야 하는거 아니겠나?

  그러니까 내가 그대에게 곁을 줄수가 없는거라네...

  노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네..

  흠..역시 만고불변의 진리..'세상엔 믿을넘 하나 없다..' ㅜㅜ

 

# M 선배

   K 언니.. 언니 살짝 취한 모습 정말 백만년만에 다시 보는데

   흠...왜 이렇게 장면이며 싸운드며 씽크로율 100%로 오버랩 되죠?

   예전보다 몸무게가 수 kg 늘어난거 외엔 카랑 카랑한 목소리며

   목소리에 뚝뚝 묻어나는 자신감이며.. 정말 옛날 생각나더라..

   그런데 왜 그 자리에선 언니와의 옛기억을 떠올리며 즐거운 화제거리를

   찾아내지 못했는지 몰라..

   그래서 언니는 '내가 정말 예뻐하는 후밴데..' 소리만 몇번이나 되풀이하셨죠...

   거기서 좀 더 진도를 나갔어야 하는데..

   그러게..대화법도 어디가서 지도 받아야 할거 같아요..

 

# 사장님

   처음으로 진심으로 칭찬해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칭찬에 인색한건 기호가 흐릿해서 인거 같아요..

   감정이 쉽게 동하지 않으니 무언가를 칭찬한다는게 저절로 나오는게 아니고

   막막 노력해서 끌어올려야 되는 일이라서 저한테는 그냥 좀 수월치 않네요..

   왜 몸에 익숙치 않은 의례 있잖아요?

   뭐 그런거랑 비슷해요..

   하긴 해야하는데 익숙치 않아서 좀 어색하고 뻘쭘하고 쭈뼛쭈뼛하게 만드는 그런거요..

   그런데 사장님 최근 작품은 저절로 '좋다' 소리가 나왔어요..

   그 '좋다'는 '잘한다'와 동의어가 아니예요..

   '잘하는건지 어떤건지' 솔직히 저 그런거 잘 몰라요..

   그 '좋다'는 내가 '좋아한다'도 아니예요..

   저 그닥 취향도 없고, 순간 순간 이랬다 저랬다 하는거 외에

   딱히 '좋아하는' 거 없어요..

   그 '좋다'는 차라리 그 순간 사장님의 그림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쪽일꺼예요..

   더 엄밀히 따지고 들자면 '그림을 이해한다기 보다 과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쪽?

   어떤 사람이 흠...화가라고 해두죠..

   자기의 내면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모색해 가는 과정을 제가 발견한거죠..

   그런 부분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좋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거예요..

   그러니까 결국 굉장히 저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이유인것 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사장님이 '진짜'를 향해 가고 있는거니까 '최고의 칭찬' 이기도 한거 아닌가요?

   그렇다고 해둘래요..

   어쨋거나 그런 의미에서 감사해요..

   결과물만이 아닌 과정도 만나게 해주셔서요...

   저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눈뜨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신거거든요..

 

#  YM 언니

   흔들리는 눈빛이 매력적인 언니..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주는 운명같은게 있다면

   그리고 그 운명이 지금 발동하고 있는 거라면..

   그런 이유로 언니를 만난거라면...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죠?

   어쨋거나 굉장히 흥미로운 첫만남이었어요..

   한번에 주저함 없이 깊은 곳으로 풍덩 몸을 던지는 듯 보이는 언니의 속도와

   절대 한꺼번에 두발 다 담그는 법이 없는 제 속도가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두고 볼께요..

 

# 지나고보니 그 순간보다도 훨씬 더 매력적인 밤이었네요... ^^

 

 

   

 

 

Posted by labosque :

선택

2012. 4. 13. 22:09 from 기억한올

그런 저녁이 있다..

낮에도 즐거웠는데 아직도 뭔가 미진한 그런 날..

어디론가 한번 더 뛰쳐나가고 싶은 그런 날..

 

몇가지 초이스가 있었다..

 

1. 집에서 티비를 본다

2. 친구가 보내준 영화를 본다

3. 밀린 책들을 읽는다

4. 산책을 한다

 

오늘은 기호 4번..

 

 

 

 

 

 

 

Posted by labosque :

아줌마 셋이 모였다.

 

A : 살이 쪄서 얼굴이 똥그래졌어

B : 요즘엔 '라톡스'가 최고래..

C : '라톡스?' 그게 뭔데? 나경원이 했다는거야?

B : 아니~ 라면 먹고 자면 그 담날 얼굴 붓는거..

 

A : 난 어젯밤에 밤 11시에 칼국수 해먹었잖아..

B : 아니? 왜? 그 밤에?

A : 우리 남편은 맨날 그렇게 한밤중에 칼국수, 떡라면 그런걸 찾는다..

     간식은 빵이나 뭐 그런거 먹어야 되는거 아니니?

C : 간이 배밖으로 나왔구나...

B : 니가 버릇을 잘 못들여서 그래..

B,C : 해주지마~

 

A : 근데 안 해주면 삐져..

C : 삐짐 좋지 않니? 말도 안 시키고? 말 좀 안시키면 좋겠어..

B : 맞아..그냥 삐지라고 해..

A : 삐져 있으면 불편해..그냥 말만 안시키는게 아니고 심통을 부리 잖아..

     난 남편이 그냥 아무 불만없이 소파에 눌러붙어 앉아서 테레비나 보고 있는게 제일 좋아..

B : 가구처럼?

A : 맞아..가구처럼.

     남편이 있긴 있어야되잖아..

     그냥 암말 없이 있는게 젤 편해...

 

뮤트 기능 있는 테레비처럼 조용히 해주길 바래..

셀프 크리닝 기능이 있는 오븐처럼 자기 한 몸쯤은 혼자서 건사하길 바래....

새로 나온 트롬 스타일러처럼 옷도 다려 입으면 얼마나 좋을까?

로봇 청소기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건 걸리적거릴 뿐이니

제발 한쪽 구석에 딱 붙어 있어줘...

 

우린 그저 묵묵한 장롱을 바랄뿐이야..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