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의 권리

2014. 9. 20. 17:36 from 생각꼬리

1. '아는 만큼 보인다..'

미술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책도 그렇다..

자기 머리 속 안 프레임의 구조대로, 그 방식과 크기대로 인지하고 이해한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


타인에 대해서도 그렇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나태주)


2. 그런가 하면 또 '해석은 독자의 권리'라고도 한다..

창작자가 어떤 의도로 작품을 내었던 각각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

다양한 해석이 오히려 작가의 의도를 확장시킨다는 것..

이것 역시 타인에게 적용 가능할까? 


3. 봄, 집단 상담에 참여 했을때..

한 집단원이 이렇게 말했다..

'난 내가 아무 말 안해도 눈빛으로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가 내 맘 좀 그냥 알아줬으면...말하지 않아도..'

한숨 소리조차 여리디 여린 그 친구의 지친 마음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었지만

남의 마음을 넘겨집는걸 싫어라하는 나로서는 와닿지는 않는 말이었다...


또 다른 집단원은 늘 이런 식이었다..

'제론님은 지금 이런거죠? 저런거죠?'

제멋대로 넘겨집고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꼭 집었다며 뾰족하게 구는 그가 참 불쾌했었다..


또 다른 집단원들끼리는 서로

'그렇게 내마음을 읽어주니 고마와요~' 라는 식의 인사가 오고 가곤 했었는데

오독의 두려움에 사로 잡혀있던 나로서는 자기의 프레임으로 다른 사람을 미루어 짐작한다는 게

그게 설사 따듯한 위로일지라도 섣불리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는 말들 이었다..


4. 그러게..여전히 잘 모르겠기는 하다...

미루어 짐작하여 말을 거는 게 맞는건지 어쩐건지...


상대가 스스로 꺼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건 결국..

잘못 읽어서 무안해지지는 않겠다는 자기 보호?

찔러보고 무책임하게 아님 말고 식의 경박하고 싶지 않다는 그것도 역시나 자기 보호?

내가 여기 있으니까 언제든 준비되면 말해 하고 기다려주는건 결국

스스로 관계의 손을 뻗지는 않겠다는, 나에겐 니가 와도 좋고 안와도 상관없어의 자기 보호?


5. 어차피 우리는 우리가 아는 만큼 타인을 이해할뿐이다..

제대로 읽든 잘못 읽든 자신의 능력만큼 밖에 못 읽는다..

표현을 안한다고 해도 여전히 내 머리속에는 내식으로 그 사람을 이해한 만큼이 들어 있을 뿐이고

표현을 안하면 내가 그 사람을 잘 못 읽었는지에 대해 확인조차 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6. 그렇긴한데...

막 넘겨집어 아는 척.. 자신있게 헛다리 긁는 사람...

꼴불견인데....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