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언덕

2014. 9. 20. 12:40 from 생각꼬리



자유의 언덕 (2014)

Hill of Freedom 
7.1
감독
홍상수
출연
카세 료, 문소리, 서영화, 김의성, 윤여정
정보
| 한국 | 67 분 | 2014-09-04


1. 영화가 끝나고 보통이라면 실소를 날렸을텐데..(헐..이거 뭐야? 류의...)

흠... 그럴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의미있다고 한다면 나도 어렵다고 그냥 밀쳐 버리지만은 못하겠다...


2. 지유가오카 핫초메

영화에 나오는 카페는 청담주민센터 옆에 있다..

아니 청담동에 있는 건 영화의 장소처럼 건물의 모서리에 있지 않다..

아마도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동일 브랜드의 가게인 모양이다..


3. 지유가오카 라는 말은 만화책에서 처음 보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일본 만화..

동경의 지역 이름..

장면 하나에 스쳐 지나간 것 같은데 그냥 그 소리가 좋았다..지.유.가.오.카


그래서 청담 주민센터 옆에서 지유가오카 8정목(한자로 丁目 이렇게 써 있다..)

을 보았을때 왠지 반가왔었다..

(그런데...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에 지유가오카가 나왔을까?)


4. 지유가오카가 자유의 언덕이란 뜻이란건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5. 아무래도 도통 모르겠어서 검색을 해보았다.. 

이해가 안되던 영화의 구성과 시간의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 해준 글을 읽었다..

간단한 점심을 먹느라 2~3분 늦었는데.. 

첫 몇분을 놓쳐서 더 이해를 못하고 있었나 보다 싶게 친절하게 정리가 잘 된 글..

다 읽고 보니 이동진이다...


6. 그래서 간신히 영화의 구성방식은 이해했다...

흠... 외국어를 공부하는 기분이다..

어순/ 문법/어휘를 모르면 소통이 안 된다..


7. 그래서 주인공들이 다 외국어로 소통하나?


8. 내 느낌은 이렇다..


영화는 권이 모리의 편지를 읽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간이 뒤죽박죽 섞인채로..

그렇지만 우리는 편지를 읽는 권의 마음이나 느낌을 전혀 모른다..

심지어 짐작조차 할 수도 없다..

그럴만한 단서를 하나도 보여주지 않으니까..

영화는 철저히 모리의 시점으로만 진행된다..


그런데..

그나마 모리의 시점조차도 뒤죽박죽이면서 동시에 완전치 않다..

권이 모리의 편지를 뒤섞고 게다가 한장을 잃어버리면서..


우리는 관찰을 통해서 모리를 보고 있지만

권은 글로 쓰여진 부분을 통해서 모리를 상상하는 거고 

우리가 모리를 보듯 모리를 이해할 수 있지는 않았을 거다..


영화를 보는 동안 참 마음이 아팠는데

모리의 편지를 읽는 동안 권도 모리의 간절함과 외로움에 마음이 아팠을까?

아니면 모리가 고백했던 영선과의 정사때문에 모리에 대해 분노하고 실망했을까..


영선과 권이 조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선과 모리의 정사를 읽은 이후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권이 카페에서 나가서 답답하다는 듯 담배를 피우고 영선에게 떨떠름하게 대했던 걸로 봐선 

알게 된 후인거 같다..(나중에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영선과 모리가 잠자리를 하게 되고 나서..

특히 두번째 잠자리를 하게 되고 나자 영선이 모리에게 사랑한다고 한다

그리고 'Do you love me?' 하고 묻는다.. 

모리는 사랑한다는 대답을 피한다..

그러나 계속 되는 영선의 요구에 결국 대답하고 만다..

우리는 그게 모리의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안다..

모리는 영선에게 상처 주지 않고 떠날 방법을 생각하고 있으며 

두번째 잠자리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어버렸다 라고 고백하고 있으므로...


결국..언어라는게 뭔가 싶다...

어떤 감정을 말로 꺼낸다는 거...

그래서 말하고 듣고 안심한다는 거...

이런 경우엔 참 무의미하다...


한편 글도 일정 부분 무의미하긴 마찬가지이다..

권이 모리의 편지를 읽어도 우리가 느낀 모리의 쓸쓸함을 전달받지 못한다면

글 역시 소통의 완전한 수단은 될 수 없다...


결국..

소통이란게 가능한가? 혹은 이해라는게?

우리가 누군가의 감정을 이해하는게

영화를 보듯 거리를 두고 관찰하며 느낌을 전달받듯 하는거라면..


밖으로 꺼내어지지 않은 수많은 감정들을 그냥 읽어내는 거라면

수많은 오독의 가능성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결국은 각자 읽고 각자 생각하고 각자 이해하고 가는건가?


그래서 누군가의 말처럼..

저마다 제 각각의 운명을 지닌채로 살아가야 하는 건가?


9. 나는 여기까지 이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를 하려고 굳이 시간을 그렇게 꼬아버릴 필요는 없었을 터..

시간에 대한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거 같지만...

뭐.. 그건 내 역량 바깥인듯...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