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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08 여느 날.. 6
  2. 2012.04.03 Z 의 좌표 6
  3. 2012.04.01 건축학 개론 - 기억의 확인 8
  4. 2012.03.30 아이덴티티 7
  5. 2012.03.24 알파와 오메가였던 멕시코 여행 후기 4
  6. 2012.03.22 지나치게 친절한 사막 사파리 후기 2
  7. 2012.03.21 Dune 4
  8. 2012.03.20 2
  9. 2012.03.20 Sora 2
  10. 2012.03.19 생활의 발견 4

여느 날..

2012. 4. 8. 15:14 from 생각꼬리

여느날과 다르지 않은 그저 심상한 날들의 기억이 있다..

무슨 줄거리가 있는 사건이 있었던 날도 아니고 기억할만한 맥락의 꼬투리라도 있는 날들이 아닌

일상속에 스쳐지나가는 많은 날들중 하나인 그런 날..

그런데도 유달리 기억에 남는 그런 것들이 있다..

아무 주목하거나 기억할만한 사건도 없이 기억나는 그날의 감정...

 

우리 머리속이 참 이상해서 왜 이런 아무것도 아닌 기억들을 선명히 도장찍고

정작 우리가 가치를 두는 날들은 한뭉텅이씩 덥썩 잘라버리는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어쩌면 내 몸이지만 내가 완전히 이해할수 없는 내 '뇌'가

내게 경의를 표하길 요구하는가보다..

 

생각해보니..내 몸이지만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게 사실 뭐가 있을까?

내 '위'? 내 '간'?

몸안의 장기들은 말할것도 없고 하다못해 내 손과 발, 속눈썹과 머리카락 한올도

'나는 너를 모른다' 인셈이다..

내 '뇌'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 내 온몸에 엎드려 경의를 표해야 할 지경이다..써놓고보니...

 

이야기는 옆으로 새지만 오늘의 기록은 문득 떠오른 여느 심상한 날의 기억들이다..

 

 

기억 #1 : 대학 다니던 때..

버스 정류장..(567번 버스를 타고 가서 서울대 가는 버스를 갈아타는 반포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무질서 하게 서 있다가 버스가 오면 우루루 몰려가서 서로 경쟁하며,

밀치며 타야하는 세렝게티식 적자 생존의 승차 시스템이었는데 늘 그렇듯 그날도 버스를 기다리며

그냥 서 있을 뿐이었다..

아직 밀치지도 않고 밀쳐지지도 않고 버스를 놓친것도 아니고 그냥 대기 상태..

그런데도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의 긴장감과 땀냄새와 그런 걸 느끼며 버스가 오길 기다리며

서 있는 순간의 불쾌지수가 극도로 고조되어 있는 나의 기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뻗어 있는 혐오에 가까운 적대감..

그리고 내 적대감을 스스로 느낀 순간의 놀라움..

이 사람들과 같은 순간,같은 공간에 서 있을뿐인데...일면식도 없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일 뿐인데

왜 난 이사람들에 대해 이런 적의를 느끼고 있는가?

짜증을 알지 못하는 대상에게 적개심을 느끼는 것으로 표출할 수 있는 나자신을 발견해서 놀라웠던 기억..

또한, 사람들이 이유를 알수 없는 적의를 느끼게 만드는 사회가 조금 무섭다 잠깐 생각했던 기억..

 

기억 #2 : 몇해전..

아들이 귀국해서 저녁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집 앞 수퍼에 들러서 뭔가 사고

다시 차에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갑자기 밀려오는 행복감..

여느 심상한 저녁처럼 그저 간단한 외식을 하고 장을 보는 일상적인 일일뿐인데

'행복하다'라는 느낌이 드는것도 참 우습고..그 기억이 오래 남는것도 참 이상하고...

내 행복은 이런 소박한 곳에 있구나 라고 생각했던 기억..

 

기억 #3 : 고등학교때 혹은 대학교때..

잠실...

어쩌면 고등학교때 인것도 같고 아니면 대학교 때인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일정이 기억에 없으니 정확한 정황을 알수가 없다..

다만 잠실의 버스 정류장이었고 저녁 7~8시쯤...

어둑 어둑함을 넘어 약간 깜깜한 무렵..

아파트의 불빛들을 보며 저 많은 불빛속에 내가 갈곳이 없구나란 기분이 잠시 들었었다..

당시는 아파트의 삶이란 걸 부러워해본적도 없고

우리집도 엄연히 있는데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두운 밤거리에 수많은 불빛속에서 내가 아는 불빛이 없다라는 생각속에

그 수많은 익명의 수에 압도 당하는 느낌..

세계가 저렇게 크고 나는 이렇게 작구나..

뭐 그런류의 막막한 느낌...

 

기억 #4 : 중학교 1학년초..

중학교 1학년초에는 학교에 갈때는 버스를 타고 가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걸어서 돌아가곤 했다...(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

집으로 돌아갈때 큰길로만 다니면 가장 쉽고 편하고 빠르게 다닐수 있지만

때때로 알수 없는 골목길로 탐험 아닌 탐험을 하곤 했는데 그날도 역시 그렇게

집으로 가는 길에 늑장을 부리던 어느 날..

개나리와 목련이 핀 길들을 따라가다가 들어 선 어느 골목..

작고 낮은집들이 촘촘히 붙어 있는 좁은 골목길..

어릴 때 살던 동네를 연상시켰던 그 골목길의 집들..

낮은 담너머로 살짝 살짝 보이던 집들과 지붕들

담장 너머로 뻗어나온 꽃가지들..

그리고 사람 사는 냄새..

밥짓는 냄새..

엄마들의 아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풍경..

그리고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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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의 좌표

2012. 4. 3. 18:36 from 생각꼬리

X 라는 친구가 있다.

어렸을때는 - 다분히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나의 시각으로 -

공부만 잘 하는 친구였다.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없었으므로 주관적이라 하기도 그렇고

누군가에게 확인한 바 없으니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아이들의 분포를 좌표상에 마구 위치 시켜 놓았을때 공부는 잘하나 존재감은 그닥...

아이들 사이에서의 역학관계상 그렇게 보인다는 거다...

내게는 그런 이미지인거다..

 

청소년기의 X 와 학창 시절을 같이한 친구를 만났다..(친구 A)

지정학적으로 가까이에 위치했으나 (같은 반..짝 내지는 그 주변..)

기질적, 정서적, 심리적 거리감이 있어보이는  A는

X를 공부만 잘했던 친구 + (-a) 의 연상이 들게끔 표현한다..

딱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A가 골라 쓰는 어휘속에서

'남자 답지 못했...' '답답했...' '조용하고, 어리숙하고, 여전히 존재감 없던..'

느낌을 받게끔 한다...

 

X 를 알게 됬을때  X 는 이미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위치였다..

'공부만 잘했던' 을 증명하여 우수한 학벌에,

하고 있는 일도 어느정도 궤도에 올려 놓고 있었고

어린 시절 이미지의 최대의 단점이었던 공부 '' 에서 벗어나서

공부'' 잘했던 A 못지 않게 우리 사회가 남자들에게 요구하는

여러가지 사회성의 경우의 수를 다각도로 충족하고 있는듯 보였다..

능력 '도' 있고, 인간 관계의 폭 '도' 넓고, 적절한 사회적 스킬 '도' 갖춘...

당시의 X 에 대한 내 주관적인 평가중 부정적인 부분은 '성공 제일 주의의 가치관' 정도?

다른 사람들의 평가 역시 그런 면에서 일치하는 점이 있었던 걸 보면

X 가 언뜻 언뜻 언행에서 그런식의 가치관이나 엘리트 의식등을 흘렸던 거 같다.

 

그후, 10년..

10년전에 분명히 느꼇던 그런 부분을 어느틈에 못 느낀다..

그 사이 원하는것을 더 많이 채운 (물질적인 부분을 말하는건 아니다..)

 X 가 정신적으로 더 여유로와진건지

아니면 그 사이에 크고 작은 사회적 경험을 통해 역시나 성장하고 성숙해진건지...

X 의 삶의 궤적은 알수가 없지만..

분명한 건 10년전에 내가 느꼈던 무엇은 지금은 없다..

그냥 좀 더 여유있고 현명하게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뿐이다..

그리고 내 머리속에서 X 의 좌표들이 그리는 그래프가 보여진다..

 

Y 가 있다.

10년 전의 Y에 대해 약간의 부정적인 느낌이 있다..

10년 후의 Y가 10년 전쯤 어떤 실수를 했던 B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그 실수로

B를 설명하려는 걸 보고 막았다..

'그건 오래전 일이고 그 친구도 더 이상은 안그래..'

내가 Y 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좁고 단편적이라는 느낌..

10년 후에도 Y는 내게 여전히 그 느낌을 주었고

나는 Y를 더 알아보려는 노력 조차를 안하게 된다..

나 역시도 또 다른 Y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Z 가 있다..

Z는 나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속에서 내가 어떤 좌표들의 궤적을 따라

어떤 모양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그리려는 그래프의 모양을 따라 좌표를 설정하고

그 좌표들을 찾아 이동해야 하는건 내 몫이다..

 

 

ps.

X 의 경우와 Y 의 경우..

기회의 문제 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X가 10년전에도 지금과 같은 사고를 가지고 있었지만

내가 그걸 알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지금 우연히 난 그걸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에

내 맘속에서 X 의 좌표 이동이 일어난거지

X 가 달라진건 아닐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Y 또한..

Y의 좌표도 어디론가 이동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내게 그걸 알아볼 기회가 없었던 것일수도 있고...

내 스스로 선입견에 사로잡혀서 Y 가 B 를 보는 시각으로

Y 를 보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labosque :

나도 대학교때 건축학과 수업을 들은 기억이 있다..

내가 들었던 수업은 영화처럼 낭만적이거나 매력적인 기억이 전혀 없다..

 

나도 건축학과에 아는 남자 아이 하나쯤은 있었다...

역시나 아련하고 예쁜 기억대신 맹숭맹숭하고 살짝 씁쓸한 흐릿한 기억이 하나 있을 뿐이다..

 

나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을 테고

누군가 또한 내 첫사랑이었다..

다만 우리가 서로의 첫사랑이었는지는 평생 의문이다...(왠지 아닐거라는데 한표)

 

오랫동안 어떤 기억에 매달려 있다가

기여코 확인했던 경험들이 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어린시절 살던 집..

그 집과 마당과 마당안에 핀 채송화, 나팔꽃, 분꽃등이 그리웠던 어느날..

사실은 엄마 아빠께 야단 맞고 내 행복은 어린시절 그 집과 이별하면서 다 사라졌다고 믿으며

집을 뛰쳐나왔던 어느날 (아마도 중학교 2,3학년 무렵?)

떠나온지 7~8년만에 찾아갔었다..

 

혼자서 가본건 처음이었고,  이사오고 나서 한번 언니랑 놀러갔다 오다가

길을 잃고 고생한 이후로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저녁 어스름에 옛 기억과 알고 있는 정보들을 종함해 찾아 간 우리집...

그 골목길은 내 어릴때 기억보다 세배쯤 더 좁고 남루했다..

 

그런데..

그곳이 내 기억과 어떻게 다른지 내 기억의 미화되고 각색된 부분을 하나 하나 집어가는건

차라리 아무것도 아니게...

 

우리집은 사라지고 없었다...

 

마당이 너른 편이었던 우리집에..

좁고 불편한 옛집을 모두 헐어버리고 우물과 펌프가 있던 마당을 다 차지하도록

크고 번듯한 새집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던 거다...

 

참 모양없고 본때없게...

 

더 이상 돌아갈 기억도 없어진 나는

하루만의 가출을 마치고 터덜 터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물론 아침에 맨몸으로 빈손으로 동전 한 잎 안챙기고 울면서 쌩하니 집을 나가버린

나 때문에 엄마는 그날 하루치 만으로도 마음 고생을 충분히 하셨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한동안은 그리워 할 기억조차 잃어버린게 속상해서 그날의 그 방문을 스스로 원망했었다..

 

 

첫사랑과도..

 

역시나 재회했었다..

한 이틀, 마음이 산란하고 두근거리고 '싱숭 생숭'했지만..

두어번 더 보게 되니 조용히 내려지는 결론..

'우리가 헤어진건 알수 없는 무언가가 안맞기 때문이었어..'

 

헤어질 때, 이유를 정확히 발라내진 못한,

어떤 감정의 손톱만한 무언가가 있었다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역시 그 부분이 그 사람의 본질이라는거...

 

딱 꼬집어 가르키거나 집어낼수 없는 무언가...

헤어지게 만든 무엇...

서로 안맞는 무엇...

 

그러고나니 그 사람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첫사랑에 대한 근거없는 의미 부여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었다..

 

결국 기억의 확인은 그리움의 종결자인 셈인가?

 

 

 

* 영화는 매우 훌륭했다..

갓 대학생(한명은 재수생)이 된 두 소년이 술 마시고 담배 피고 마치 어른인듯 행동해도

감정과 관계의 서툼에 어찌할바 모르고 쩔쩔 매는 모습들이 참....

예뻣다고 말하는 나는 참으로 늙었구나... 에효~

 

* 한가인이 안 어울린다는건 아닌데..

수지가 정말 좋았고 수지와 전지현이라면 씽크로율 99% 일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이제훈과 엄태웅 씽크로율에 비해 수지와 한가인 씽크로율이 좀 떨어지는 게 아쉬워서..

 

Posted by labosque :

아이덴티티

2012. 3. 30. 17:07 from 생각꼬리

H양의 포스팅에 댓글을 남겼다..

H양의 글은 '타인이 무심결에 내 뱉는 말들에 내가 상처 입는것처럼

나도 혹시나 인식 못하는 채로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말을 할지 모른다' 라는 거였고

내 댓글 또한 '세상이 지뢰밭인거 같지만 실은 나도 폭탄이었어 ㅠ.ㅠ'라는 동조성 발언..

 

그 구절을 곱씹다가 [아이덴티티]가 떠올라 왔다..

반전의 결말이 너무 강렬하게 각인되어 그동안 눌려 있었던

'자기 인식의 순간'이 갑자기 떠오른것이다..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이 한명씩 한명씩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들은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에 대해 의문과 공포에 휩싸인다..

결국 시청자가 주인공급으로 생각해왔던 인물마저 스스로 자기의 존재가 누구라는걸

깨닫자 죽음으로써 살인자의 아이덴티티가 되는것을 거부하려하나.....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목록에 넣어야겠다...

주인공의 각성과 시청자의 각성이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멋진 영화였는데

 

자기인식이란게 머리속에 불이 번쩍 치듯 일어날 수도 있고

또 그냥 그런 뻔한 이야기 속에서 입에 발린 말,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처럼 범상하게 다가올 때도 있고...

그런 자질구레한 순간들도 되도록 싸안고 가고 싶은데..

왜 이리 말이 튀나 모르겠다..

 

어쨋거나 나도 폭탄이다..잊지말자...

Posted by labosque :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개설한 적이 있다..

글을 쓰는 것도.. 사진을 올리는 것도..
개인적인 일기쯤 되는 것들을 공개적으로 올리는 것도..
그땐 마땅치 않게 여겨져서
가까운 친구들과의 싸이질만 간신히 하고 있을 때였다..

사진이나 여행을 다녀 온 이후의 기록을 정리할 곳이 필요하다 
싶었는데 싸이 미니 홈피는 마땅치 않고...

이왕 여행후기를 올릴거면 철저하게 informative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치 무슨 여행 안내 책자라도 만들듯 자세히 올렸는데..

그 첫번째 작업이 너무 신중하고 철저했던 거다..
두번째 부턴 지레 힘들어서 차일 피일 미뤄버리도록..
그러다가 아예 손 놓아 버리기 좋게...

그러게...뭐든지 너무 열심히 하는건 내게 잘 안맞는다...


네이버 블로그 멕시코 여행기
http://blog.naver.com/la_bosque
Posted by labosque :

 

 



                     <아부다비나 두바이를 방문했을 때 손쉽게 해볼수 있는 사막 사파리>


● 우선 관광객들이 가장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내 투어 버스 (BIG BUS TOURS)에서 팜플랫을 얻어.
난 아부다비쪽에서 했지만 이 책자에 보면 두바이쪽에서는 여러가지 다양한 투어 상품들이 많이 소개 되어 있네..
● 전화로 예약을 하면 묵고 있는 숙소근처로 픽업을 하러 와줘..
호텔일 경우 호텔..호텔이 아니라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호텔이 약속장소가 되겠지..
● 한 차에 보통 4~6명 정도의 손님을 태우는데 우리는 이 아저씨와 같이 가게 되었었지..(독일에서 온 루드빅)
우리 일행만도 이미 5명이었는데 '남은 한자리까지 꽉꽉 채우네..'싶었는데..
처음의 뻘줌함은 금새 사라지고 '이 아저씨가 없었더라면 어쩔뻔 했어..'싶은 순간이 곧 오더라구...





● 투어는 오후 3시쯤 만나는 걸로 시작되는데
손님을 다 태우면 사막을 향하여 고고씽~~
시내 외곽을 향하여 30~40분 쯤 가면 이런 사막 지역이
시작되는데.. 차량은 토요다에서 나온 랜드 크루저..
아무차나 못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보통 랜드로버나 랜드 크루저등 사막용으로 더
적합한 차들이 있나봐..


 

 








● 낙타들이 마구 모여 있는 농장으로 우릴 데려가는데 이곳에서 20여대가 넘는 차들이 손님을 태우고 모이는거야..
이곳의 낙타들은 정말...귀여워...
너무나 귀여운 얼굴과 표정에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굴어..
사람의 관심과 손길을 얼마나 바라는지...
터키에서 본 낙타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이곳의 낙타들이 행복해보여..







● 그리고 20여대의 차들이 줄을 지어 사막으로 들어가는 거야..
모래 언덕의 능선과 골짜기를 타고...
보통 선두에서 이끄는 차량과 후미에 서는 차량이 가장 노련하고 경험많은 운전자들이라고 해..
모래 언덕과 골짜기로 운행하면서 차들이 빠져 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거든..
우리 바로 앞에 앞에 차도 빠져 버리는 바람에 우리 앞차와 우리차의 운전사가 가서 꺼내 줬거든..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는게 어차피 다 똑같은 모래 언덕인데
왜 어디에선 바퀴가 헛돌고 빠.지.는.지..또 거길 빠져나오면 왜 괜찮은지..
도대체 그런 모래밭에서 어떻게 운전이 가능한건지...
난 안해봐서 모르겠어...
뭐...모래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무슨 개미지옥처럼 발밑이 물렁 물렁한건 물론 아니지만말야...

● 그리고 그 아름다운 모래언덕 너머로 우릴 데려가서 석양을 보여주는거야..




● 석양이 지고나자 우리를 사막 더 깊은 곳에 있는 천막 촌으로 데려갔어...


천막 바깥에서는 낙타도 잠깐 태워주고..
판자떼기를 하나주고 모래 언덕에서 타보라고 하기도 하고..
천막 안으로 들어가면 가운데에 커다란 무대가 있고 뺑둘러
키 낮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있어..

천막의 가장자리 부분에는 매를 가진 남자들,
헤나를 해주는 여인,
물담배를 피워볼 수 있는 코너,
민속의상을 입어 볼수 있는 곳 등이 있고
한쪽 구석에 간단한 부페가 준비되어 있어..

 



 

● 식사를 마치고 나니 가운데 7~80cm 높이로 설치된 무대에 밸리댄서가 등장을 하더라구..
예쁘지도, 몸매가 훌륭하지도, 그렇다고 젊지도 않지만 맨발로 춤을 추는 무희가 참 멋지더라...
혼자서 또 상상의 나래를 펴는거지..
'저 무희는 원래 집시 출신일꺼야...' 등등의...
등에 잡힌 근육이 그녀가 춤을 추어 온 시간을 말해주는듯 했어...
두어번의 솔로댄스 후에 드디어 우리 루드빅 아저씨의 활약이 시작되지..
무희가 각 테이블에서 손님들을 초대해 무대위로 올리는거야..
두어 차례 이런 저런 사람들이 불려 나가고 드디어 우리 테이블로 손을 뻗었어...
우린 사전에 말을 맞춘대로 루드빅 아저씨를 강력하게 선동했지..
역시나 루드빅 아저씨...예상대로 우리의 박수소리에 힘입어 용감하게 무대위로 올라가셨지...
루드빅의 활약은 단순히 우리를 수줍음과 난감함에서 구해준 것 뿐만 아니고...
우리를 포함한 관객 모두에게 큰 웃음과 즐거움을 줬어...




● 댄스가 끝나고 나서 테이블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 갈 시간이 다가왔어...
마지막 행사는 천막의 모든 불들을 끄는 것...
갑자기...
사막의 밤하늘과 별들이 지상으로 훌쩍 내려와 버리고 말았어...
잠시 모래위에 누워...
완벽한 밤 속에서 수없이 많은 별들을 온몸으로 느꼈지...

● 이렇게 사막 사파리는 마무리 되었어..

★ 뱀발 : 쓰다보니 너무 친절하고 자세한 후기가 되어 버렸어..
여행블로그를 쓰는 건 정보를 주기 위함인데
여행이란게 사실은 최소한의 정보만 가지고 가야 더 즐거울 수 있는거잖아...
줄거리를 지나치게 많이 공개한 티비속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 되어 버린거 같아
살짝 걱정도 되긴 하지만...
블로그의 첫번째 목적이 내 기록을 남긴다는 이기적인 이유니까...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자'라는 쪽으로 합리화를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지 모르는 사람들을 염두에 둔 말투로 글을 적고 있네...
어쩌다 걸려들어 재수없게 산통을 다 깨버린 사람들에게 위로를 하자면
우리에겐 망각이라는 축복이 있으니 빨랑 읽고 빨랑 빨랑 잊어버리시오~

Posted by labosque :

Dune

2012. 3. 21. 17:23 from 생각꼬리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사하라 사막, 모자비 사막, 데쓰 밸리, 고비사막...
한번도 가 본적은 없다..

캘리포니아의 작은 도시 얼바인에서
원래는 사막 기후인데 후버댐에서 끌어온 물로
그렇게 푸르게 가꾸었단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다..

얼바인은 파란 바다와 초록색 키 큰 야자수들,
깨끗한 거리와 집들에 사철 푸른 하늘을 가지고 있었는데
두주만 지나면 갑갑해오기 시작했었다..

지긋지긋한 파란 하늘...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한달이 지나가도록 하늘에서 비 한방울이 안내리고
새벽마다 스프링쿨러 돌아가는 소리만 요란했었다..

도시 외곽쪽으로 10분쯤 달리면 붉은 흙, 붉은 산, 붉게 말라버린 나무들이
지푸라기 처럼 퍼석퍼석한 지형이 나오는데
그때야 비로서 '아! 여기가 사막 기후라 했었지' 실감이 나며
내 몸안의 수분까지 퍼석하게 말라가는 기분이 들었었다 ...

그땐..사막 기후와 사막이 얼마나 다른지 알지 못했다...

짧은 사막 기후의 체험만으로 나는 사막에 대한 모든 동경과 흥미를 잃어버렸고
사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야기했던 어린왕자와 여우의 이야기 따윈...
까맣게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그곳에 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죽을 때까지 몰랐을거다..
사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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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abosque :

2012. 3. 20. 20:41 from 기억한올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하다못해 꽃 구경도...
매화마을 매화꽃 축제에 맞춰 떠난 섬진강 여행은
꽃구경의 측면만 놓고 보자면 한마디로 '꽝'이었다..

꽃구경이란건...
꽃들은 그저 피어 있고, 우리는 그저 봄바람 타고 살랑 살랑 나들이 가면 되는..
그런일이 아니었던 거다..

'꽃구경'이란 말의 도대체 어디에 무게감이 숨어있나..
그저 바람에 나풀 나풀 날릴거 같은데...

여기서 '모든 것은 때가 있다'라는 말의 그 '때'...
그 '때'라는 말이 쓰나미처럼 어마어마한 중량감으로 꽃구경을 덥쳐오는거다..

굳이 생각해보자면..
어긋난 '타이밍' 때문에 황망하고, 먹먹하고, 안타깝고, 씁쓸한 기억 한,두가지쯤은
누구나 있을 터...
'꽝'된 매화 구경 정도는 그저 가뿐하게 내년을 기약해버리면 될 일이다..

너무 일러서..혹은 너무 늦어서...
죽지도, 살지도, 가슴을 치지도...
않을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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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마을에서 업어온 매화>
꽃망울만 맺혀있는걸 데려와서 어제 분에 심었는데 오늘 활짝 피어 버리고말았다..

Posted by labosque :

Sora

2012. 3. 20. 19:27 from 기억한올

소라는 6개의 이름을 가진 아이였다..
소라..클레어..야야...세개밖에 기억안난다..
소라라는 이름만으로도 특이하고 이쁜데 6개의 이름이라니...
'영한' 따위의 남자스러운 이름으로 골치가 아팠던  나로서는
너무 부럽고 신기해서 말도 안나왔었다..

소라는 뭉크를 좋아한다고 했다..
'뭉크'라니...
그런 이상한 뭉텅스러운 이름의 화가도 있단 말인가?
게다가 화집에서 짚어준 그 그림..'절규'
'이런것도 그림이란 말인가?'
가능하다면 나도 마구 비명을 지르고 싶어졌었다.

그리고 나에게 이상한 약속을 시켰었다..
오래동안 스스로 부끄러워해서 그 애 앞에 나서지 못하게 만든 약속..
'우리 이상해지자..이상한 어른이 되자'
그때 난...
무척이나 이상해지고 싶었지만 난...
그다지 이상하게 되지는 못하리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랬지만...
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진 않았기에..
열의를 다해 약속을 했다..


오늘 다시 만나서 차 한잔을 하며..
둘만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건 30년만의 일이다..

항상 그리워했지만 기회를 만들지 않았던 건
그리움이 충분치 않아서일까?

아니면 실체없는 그리움이 세월의 어색함과 그에 따른 빈곤한 화제의 벽을 넘지
못하리라는 걸 아는 현실적인 감각이 지나치게 발달한 때문인건가..

그도 아니면 여간해서 결코 먼저 손 내밀지 않는
그저 타성에 젖어 늘 그렇듯 소극적인 삶의 방식을 지향하고 있는
내 오래된 습성 때문인가...

년전에 그녀에 대한 꿈을 꾼적이 있다..
그녀가 등장하지는 않았었고
그냥 이야기만 들었다..
'죽었다고..'

꿈속에 나는 꽤나 슬퍼했던 것 같다..
후회도 많이 했고..
마음만 먹으면 만날수 있음을, 닿을수 있음을 알면서도
실체없는 그리움속에 가두어두고 있었던 걸..

깨고나서 그 일이 꿈이라는 걸 알았을때의 안도감..
그리고 다짐
연락해보리라..
만나리라..
후회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그 다짐은 또 한번 허망하게 스러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손 닿는 곳에 있었고..
언젠가 마주 앉을 때가 오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은건 아니지만...
그냥 그런 날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처럼..
어렸을때의 이야기를 하고
이사도라 던컨과 뭉크의 이야기를 하고..
그녀의 가족들..
개 (쉬바 라는 이름이었단다)
그리고 꼭 말하고 싶었던 그 '약속'에 대해
나누는 날이 오리란걸...
그냥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이 왔다.....
Posted by labosque :

생활의 발견

2012. 3. 19. 21:00 from 기억한올

 

15년을 살았다..
앉은 자리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사람만 모르고 산줄 알았는데..
길도...
몰랐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막다른 길이다..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같다..

택시를 타고 들어오는 날엔 어김없이
' 아저씨 저기 세워주시구요...끊어진데서 돌아나가세요' 한다..
길은 이어져 보이지만 출입구는 없다.

아니 없는 줄 알았다..
차에게 없으니까 사람 에게도 없는 줄...

아파트 길  끄트머리엔 고속도로변에 세워 놓은 방음벽이 있는데
그 옆으로 길이 나있다는 걸 안지 채 얼마 되지 않았다..

 
어디로 이어진지 모르는 오롯한 샛길이 나 있는걸 보고
차일 피일 하다가 드디어 큰 맘먹고 걸어보았다..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 오솔길..

폭 1M 남짓의 작은 길이지만
흙으로 덮여있고 나무도 양쪽에 두어줄 서 있고하여..
제법 오솔길 답다..

무엇보다 인적이 없고 드물게 마주치는 산책 나온 주민들..
나름 산책로라 이름 붙여줄만한 호젓함..




중간에 거리를 하나 건너면 롯데 아파트 앞까지 이어진다..

롯데 아파트 안쪽에선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게
이 동네에 살고도 15년간 몰랐던 경부 고속도로 밑을 관통하는 토끼굴..

그걸 건너면 신사동 번화가가 나온다..

이 아파트 사람들은 이걸 건너서 버스도 타러가고
집앞에서 한잔, 치맥도 하러가고..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겠구나..
싶은 순간...

세상엔 나 모르는 새 별별일들이 다 일어나고 있을거 같은 기분..

담번엔 친구랑 이 길을 걸어
저 골목안 선술집에서 맥주 한잔을 하리라 마음 먹으며...



집으로 다시 걸어오는데 새시랑 새시랑 대나무가 바람을 붙잡고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조그마한 대 숲..
아니 숲이라기엔 좀 민망한 대 뭉치 쯤?

어쨋거나 대나무숲에 바람이 들면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처음 알았다..

글로 배운걸 이렇게 동네 뒷길에서 익히기도 한다..



아파트 위로 떠 있는 별을 보며..
별들의 이름을 불러줄 수 없음을 늘 안타까와하며...

생활의 발견을 마쳤다..


*곰양 블로그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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