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큐브 데이

2012. 4. 25. 21:19 from 생각꼬리

모처럼 씨네 큐브에 나간지라 두편의 영화를 보았다..

 

처음 건 '그녀가 떠날때' 란 제목의 독일 영화..

두번째 건 ' 리그렛 (Regret)'이란 프랑스 영화..

 

30년도 더 전에..아마도 고등학교때

이렇게 하루에 두편의 영화를 본적이 있다..

동시상영관이 아니라 개봉관에서..

 

1월..아마도 신정 연휴기간이 아니었을까?

정확하진 않은데 지금 막 그런 막무가내식의 느낌이 떠올라온다..

(아~~무 근거 없다..)

 

두편의 영화가 뭐였는지도 불분명한채

하나는 틀림없이 '파비안느'란 제목의 전쟁영화였고

또 다른 하나는 '하노버 스트리트'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극장도 피카디리랑 단성사처럼 마주 보고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고

꽤 떨어져 있는 곳이었는데 한곳은 스카라가 아니었을까 싶고....

 

아무튼...처음에 하노버 스트리트를 먼저 보고

여운이 길게 남아서 한참을 걷다가 뭔가 미진하여 하나 더 본 영화가 파비안느였지 싶다..

 

그렇게 두편을 보고나서, 감상은, 비빔밥을 너무 많이 먹어 급체한 느낌?

좋았던 여운을 따로 따로 길게 즐기지도 못하고..

줄거리는 헷갈리고..

머리는 아프고...

 

그 당시는 뭔가 외국 풍광 가득한 멜로 영화를 보는것만으로도

감성과 동경과 소녀적 낭만을 다 충족해줘서

안 먹어도 배부른 그런 시기였으니까..

소중한게 하나 생기면 아끼고 아끼고 길게 간직하고픈 그런 시절이었으니까...

 

더구나 두 영화 다 제법 재미있었단 말이다..

해리슨 포드의 젊었을적 모습이였단 말이다...(하노버 스트리트는..)

 

그때 이후론 동시상영으로라도 극장에서 하루에 두편의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후에 집에서 디비디로는 심심찮게 보았다...)

 

어제 본 두편의 영화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한편은 독일에 살고 있는 터키 이민자들의 영화..

주제면에서도 서로 다른 신념과 정체성들이 그들이 소속된 사회와 공동체뿐만 아니라

어떻게 관객에게까지 부딪히는가에 관한 불편한 영화였다면..

 

두번째 영화는 프랑스 판 건축학 개론..(건축학 개론과는 사실 전혀 다르지만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건축가이고 옛 연인을 만난다는점에서 그냥 그렇게 불러보자..)

연애와 엇갈림과 감정에 관한 영화..(전혀 낭만적이진 않고 오히려 끝에 이건 뭥미? 이런 느낌을 준다..)

 

중간에 H양과의 점심 식사와 산책이라는 간격을 두어서 그런가?

아님 단순히 내 위장이 더 커지고 뇌 용량이 조금 늘어 난건가?

아님 감정의 주름이 나이수대로 깊어진건가...

두편의 영화를 집어서 꿀꺽 삼키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뭐...

한마디로 말하자면 전처럼 여운을 즐기기에는 그저 너무 나이가 먹어버린거다...

영화를 보는 일도 외국인을 보는 일도

심지어 감정을 이입하여 대리 경험하는것에도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아...

한마디로 너무 낡아져버린거다..나는...

ㅜ.ㅜ

 

오늘 아침..

두편의 상이한 영화에서 또 다른 차이점 하나를 찾는다..

터키인에게 가족이란...

프랑스인에게 가족이란...

 

첫번째 영화에서 우마이의 가족들은 실체로서의 가족보다

개념으로서의 가족 (즉 가문의 명예, 공동체 안에서의 위치등)에 치중한다..

두번째 영화에서 마야는 (구체적으로 가족이 등장하진 않고 전화기 저쪽편에서 통화상대가

된다거나 마야의 행보속에서 짐작될뿐이지만..)

첫번째 결혼에 실패하고도 두번째 결혼에 실패하고도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결국 자기 엄마의 곁..

 

두번째 영화는 연애에 관한 영화였는데

첫번째 영화의 여파로 나는 거기서 가족 관계를 보고 있다..

 

나이 먹으니까 하루에 두편 볼만한가보다..

종종 씨네 큐브 데이를 갖을까 한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