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보고 왔다..

우리 가족은 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편..

특히 아들은 판타지 매니아라고 할만하다...

스스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싶어할 정도이다..(여의치는 않아도..)


그런데 실은, 이 녀석..

매우 드라이한 공학도이다..

온국민을 히스테리아로 몰고 가는 온갖 종류의 건강 열풍에 경기를 하고

반과학적 우려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예견하는)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는 

과학 지상주의자..

그런데 안 어울리게 판타지라니...


아들의 과학지상주의가 때로는 참 불편한건 어쩌면

내가 귀가 얇아서인가?

난 원전도 불안하고 인공지능도 무섭고

더 이상 과학의 발전이 달갑지만은 않은 

걱정을 사서하는 

그런 나이가 되어 버린거 같다..

미래가 더 이상 장미빛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들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래도 다행이도 아직까지는 말다툼으로 번지지는 않지만...)

아들의 전문적인 설명은 어차피 들어도 잘 모르면서도

나이든 사람의 노파심스러운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쳐드는데

그건 바로 젊은이의 순진함..

특히 세상 풍파를 모르고

책을 통한 간접경험조차 미비한 세대를 향한...


내가 믿는 것들이 딱히 음모론들은 아니지만

그런 음모론들이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아들은 이해를 못한다..

'엄만 그럼 911도 자작극이라고 믿어?'

'딱히 그렇게 믿는다기보다 그것도 역시 가능하다고 믿는단다'라고 대답하면 

아들은 너무 한심하다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지만...


흠... 내 나이쯤 되면 아들아...

인간이 얼마나 무섭고 별별 일을 다 할 수 있는지

이렇게 저렇게 알수 있게 된단다...

직접 겪지 않아도 그냥... 그냥 알게 된다..

무슨 일이 생겨도 그닥 놀랍지 않다는 걸...


정말이지 너에게 <염소의 축제>를 읽히고 싶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