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책과 영화 3

2015. 1. 25. 16:38 from about books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12-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참을 수 없는’ 생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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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반지

저자
콘라트 로렌츠 지음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2014-07-28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수십년의 연구와 노력끝에 얻어낸 동물의 생태상을 일반인들도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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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렌츠는 동물행동학자 , 동물심리학자 혹은 비교행동학자로 일컫어지는데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여

역시 그 동물의 한종인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유추한 발달 심리학자다..


꽤 오래전에 사두고 한쪽 구석에 밀쳐 두었던 이 책을 읽게 만든 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카레닌 부분은 <돌아온 래시>이후 읽었던 개에 관한 어떤 책 보다도 더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매우 놀랍다...

파브로 곤충기보다 시튼 동물기보다 더 재미있다...

내가 어릴 때 혹은 아이가 어릴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동물이나 자연에 대한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흥미롭고 재미있고 교육적이고 감동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대체로) 보기드물게 행복했을 거 같다...



'사랑에 빠지는 점에 있어서는 상당수의 고등 조류와 포유류가 인간과 똑같다. 갈가마귀에 있어서도 역시

커다란 사랑은 흔히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다. 더러는 사람처럼 <첫눈에> 반하기도 한다.'


'야생 동물을 관찰하는 생활과 작업을 통해 발견한 멋진 사실은 동물들도 놀라울 정도로 게으르다는 것이었다. 

참다운 문화적 시간을 가질 수 없는 어리석은 현대 문명인들의 조급함은 동물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근면의 상징인 벌과 개미도 하루의 대부분을 달콤한 무위로 보낸다.'


'사자는 모든 육식 동물 중에서 가장 게으르다. 정말 부러울 만큼 게으른 종족이다.'


'원숭이는 아마도 정신적인 고통을 통하여 심각하고 뚜렷한 육체적 병을 얻게 되는 유일한 동물일 것이다.'


'<까마귀는 다른 까마귀의 눈을 쪼지 않는다>.........<무엇을 위하여> 무기를 가진 육식 동물이 그러한 자제력을 

갖느냐, 하는 것은....'


'개에게 있어서 인간과의 우정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우정이 당신에게 조그만 의무도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라. 충성스러운 개와의 우정은 결코 해지되지 않는다.'

아..강아지 갖고 싶다....


7장에 소개된 기러기새끼 마르티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유명한 각인 이론이 탄생했다..








마미 (2014)

Mommy 
8.2
감독
자비에 돌란
출연
안느 도발, 앙투안-올리비에 필롱, 쉬잔느 클레몽, 알렉상드르 고예, 패트릭 후아드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캐나다 | 138 분 | 2014-12-18



# ADHD와 애착장애를 가지고 있는 소년..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의 그의 엄마..

과거의 상처로 인해 말을 더듬게 된 휴직 교사..(또 다른 엄마..)


인생의 문제는 결코 끝나는 법이 없다..

그저 휴지기가 있을 뿐이다..

적어도 사는 동안은...


그리고 사람들은 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며 사는 것일 뿐...

거기엔 특별히 옳은 방법도 맞는 방법도 없다..

그러니 타인에 대해서 판단하거나 정죄하지 말라...

(감정은 별개다..)


결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영화가 끝났다고 인생이 완료되는 건 아니니까..

Life goes on

순간 순간 그 순간의 결정을 할뿐...








프라하의 봄 (1989)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8.9
감독
필립 카우프먼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줄리엣 비노쉬, 레나 올린, 데렉 드 린트, 얼랜드 조셉슨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미국 | 171 분 | 1989-07-08




# 윗층에서 시도 때도 없이 치는 피아노 소리는 우리 집 천장으로 한겹 덮혀서

온퉁 무디고 둔중하고 희미하게  굴러 내려온다..

피아노 치는 솜씨 또한 그 소리만큼이나 서투르고 머뭇거린다...

늘 비슷 비슷한 수준의 곡들을 치는데 단 한번도 전곡을 유려하게 내달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책을 토대로 만든 영화...

태생적으로 비교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쌍생아같은, 한 이야기의 두 버젼..

어느 한편은 늘 다른 한편에 비해서 못하다 내지는 최고의 칭찬이래야 '그만하면...'정도...

비교를 안할래야 안 할 수 없는, 마치 틀린 그림 찾기 같은 그런 두 영역..


비교를 안하고 싶었지만 책을 읽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스토리들이 머리 속에 떠올라 오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배우들은 참 좋았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토마시 같다..

손이 그렇게 예쁘고 또 그렇게 두드러지게 눈에 띄다니...

초반 외과의사로서의 손과 나중에 창문을 닦거나 농장 일을 할때의 손이 다르다..


줄리엣 비노쉬도 역시 좋았다..

테레자의 느낌이다..

쉽게 붉어지는 얼굴과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이 송진으로 방수를 한 갈대바구니에 실려서

강물을 따라 떠내려온 아기같은 느낌이 있다..


사비나와 프란츠의 이야기를 많이 축소하고도 영화는 3시간에 육박하니 

책과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건 당연한데

그래도 이리 저리 짜맞춰서 책에서 묘사했던 주인공들의 개성을 최대한 표현해보려고 한건 애썼다..


또 좋았던건 그 시대를 보다 생생하게 재현해준것..

머리속에서 지나치게 세련되게 상상해버리는 오류를 '거기까지 가면 너무 많이 가는거야' 하고 

고삐를 채주듯 정정해주는 소박하고 일견 촌스러워 보이는 화면들..

그런 화면들이 현실감을 줘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건 더 이상 주인공들의 머릿속 생각을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거...

그냥 우리들처럼... 마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던 무슨 속말을 하던..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표현되는 말과 행동으로만 보여지는 것...

흔히 말하는 객관성...

영화를 통해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자... 그러면 (같은 이야기로 만들어진)책과 영화가 쌍생아일까? 

경우에 따라서는..

또 다른 경우에는 얼굴만 닮은 (혹은 주인공 이름만 닮은..) 쌩판 남일지도 모른다...


안 좋았던 것들...

영어로 만들어진게 가장 안 좋았다..

체코어로 말하게 하던지 아니면 배우들에게 보다 익숙한 유럽어로 말하게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그들의 영어발음의 탓...(특히 사비나..)


안 닮은 쌍동이도 아니고 형제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차라리 남인게 나을 뻔 했다는...)

주인공들의 내면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면적으로 보여지는 면들만 따라가다보니

책의 주제와는 백리쯤 멀어진 영화의 주제..

영화의 주제도 그 나름 가치가 있었는데 그럴바엔 차라리 원작에 대한 부담을 덜어버렸더라면

훨씬 산뜻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욕 먹었을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아쉬움들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책에서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외부의 현실들..

토마시가(혹은 쿤데라가) 아무리 냉소적으로 가벼움에 대한 자신의 깨달음과 태도를 피력해도

카메라가 보여주는 현실성은 당시의 상황과 현실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가 책만 읽을 때 놓치기 쉬운 현실의 무거움...

그래서 더 더욱 추구하게 되는 가벼움의 역설을 영화는 놓치지 말라고 지그시 가리켜 준다..






#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폴 매카트니의 아내 린다 매카트니는 폴과 만나기 이전부터 이미 유명 잡지 표지에 사진을 싣는 사진 작가였고

폴과의 인연도 사진 작업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재미있는 건 린다가 오랫동안 이스트만 (코닥 창업자) 가문의 딸로 알려진 점이었다..(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진 전을 보러가기 전까지만 해도 린다에 대한 나의 생각은 재벌 딸로 태어나 세계적인 스타와 결혼을 한...

거기에 예쁘기까지 해서 취미로 사진도 찍고 취미로 락그룹의 일원으로 참여도 한 (린다는 비틀즈 해체 후 폴이 만든

그룹 '윙스'의 멤버이기도 했다) 억세게 팔자 좋은 여자...쯤...


사진전에 간략하게 붙어있는 약력들과 특히 '코닥사의 창업자인 이스트만 가와는 관계가 없다'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해서 검색을 해보게 되었는데 린다는 꽤 부유할것으로 추정되는(스캇스데일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뉴욕 근교의 부자 동네이다) 뉴욕의 유태인가정 출신이지만 코닥사와는 연관이 없다..

아마도 러시아계 유태인 이민자인 린다의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을 Leopold Vail Epstein에서 Lee Eastman으로 바꾼데서 

이 오해가 비롯된듯하다..

어쨋거나 결혼 후 인터뷰에서 린다 본인도 어리둥절하다고 밝혔음에도 이 소문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사진들을 보다보니...

모든 것을 다 가진듯 억세게 부러운 이 여자가 얼마나 치열하게 자기 일을 사랑했는지는 알 것 같다...

좋은 사진이란건... 늘 카메라를 들고 있어야 찍을 수 있는 법...

한순간도 게으르지 않게 자신의 일을 사랑했을 그녀의 열정이 부러웠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