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모임에서 회원중의 누군가가 재미있었다고 짚었던 구절


p159~161

클라라 소시 부인이 줄리엣에게 쓴 편지..

내용은 클라라부인이 독서회에서 자기가 만든 요리법을 읽는데 회원들이 화를 내고 욕을 해댔다는 이야기...


초등학교 때..

우리집에는 사진이 한장도 없는, 오직 글씨들만 들어있는 엄마의 요리책이 한권 있었는데

흠... 서양음식에 관한 책이었다...


그야말로 책에서나 보던 온갖 케잌, 빵과 요리들에 대한 조리법이 들어있었는데

요리나 빵만들기에 그닥 큰 관심이 없던 엄마가 왜 그 책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좀 의문..

우리집엔 오븐도 없어서 그 책에 나온 것 중에 해볼수 있는것은 팬케잌 정도였는데..


어쨋거나..

오후 4,5시가 넘어가며 어스름해지고 배가 출출해질 때쯤이면 

남동생이랑 그 책을 자주 읽었다..


책에서나 보던, 사진으로 본적 조차 없는 서양의 빵들, 재료들..

스콘, 마블케잌,오렌지 마말레이드, 미트로프, 올리브 잎, 바닐라 향, 화이트 쏘스, 브라운 쏘스...


그 책을 읽으면 틀립없이 배가 더 고파졌을텐데..

우리는 한번도 본적 없는 그 음식들을 상상하며

그 활자들을 열심히 읽어댔다...


그러게... 그땐 그랬다...


#p81


이번에도 곰양이 인물에 대한 상세한 도표와 심지어 책속에서 언급된 도서에 관해서도 정리해왔는데

아쉽게도 이 책이 빠졌더라..


찰스 디킨스의 픽윅페이퍼스


픽윅 페이퍼스에 대해선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상하게 나의 그..이상한 포토그래픽 메모리에 저장되어 있다..


내가 어릴때 좋아했던 '앤' 씨리즈 중에

빨강머리 앤이 나중에 자라서 레드먼드 대학에 간다..


아마도 그 쯤인거 같은데..

앤이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픽윅 페이퍼스'를 읽으면 이상하게 배가 고파져서 먹을 걸 찾으러 간다..

아마도 주인공이 뭔가 끊임없이 먹고 있기 때문일꺼야..'

뭐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서 그냥 머리속에 남아버렸다..


그런데 그 잊혀지지 않는 <픽윅 페이퍼스>를 30년도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안 읽고 있다..

갑자기 궁금하긴 하다..


그리고 정말이지 별 이상한데 꽂힌다...나...





Posted by labosque :

# 6월.. 어쨋거나 정해진 과정을 모두 마쳤다..

그다지 무리한 것도 버겁게 애쓴것도 없이 주어진 범위에서 그럭저럭 했지만..

뭐... 내 딴엔 제법 성실했다... 내 수준에선...


늘 시간은 잘도 흐른다..

딱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잘 가고

뭔가 하고 있어도 잘 가고..


자투리 시간도 잘 가고 뭉텅이 시간도 술술 잘도 빠져나가 버린다...

그렇긴 해도 지난 2년..

뭐래도 하나 남긴거 같아서 기분은 나쁘지 않다..


알고보면 나도 제법 성실할 수 있는 사람이라 뭔가에 몰두 해 있는 동안에는 제법...

대학 이후로는 늘상..제법...성실하다...

뭐..미친듯이 힘들게 성실했던 자부심따위는 원래...

그런건 안키운다...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주의라서...



# 6월초...과정을 마치고 아들이 있는 미국으로 날라왔다..

시차도 안 겪겠다 마음 먹고 첫날부터 적응하려고 애썼다..

여태까지와 다르게 이제는 더 이상 호텔 살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아들의 침실을 뺏고 있지만 미안한 맘이 드는건

소파에서 일어난 아들이 허리가 아파서 등을 두드리는 잠시...


그래서 집도 치워주고 정리도 해주고...

요리도 열심히 해서 먹인다...

어미노릇도 제법 성실하게...


뉴욕행은 아들의 휴식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또 내 휴식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 혼자하는 여행은 사실...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어느틈에 난...

혼자서도 몇차례 여행을 해봤었다..

혼자 호텔에 묵는 거..

참 재미없다...


혼자서 거리를 걷고

혼자서 관광을 하고

혼자서 밥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서서...

어떤 기분과 태도를 유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 순간들이

종종...


# 늘 그렇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라는 자유로움...

그 자유로움으로 나는 치열하게 휴식하고 있다...

거의 밤을 새가며 컴퓨터로 지나간 드라마들을 보느라 잠을 설치고

아침에는 졸리운 눈을 비비고 일어나서 밖으로 나선다...


이게 과연 휴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은 그 어느 때보다 부족하지만..

아무도 간섭할 수 없고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은 완전한 내 시간...

이 순간이 소중해..


치열하게 성실해 본 기억은 없지만 

휴식은 치열하게...

Posted by labosque :

기~인 하루...들....

2013. 5. 31. 22:15 from 기억한올

# 월요일...하루가 참 길구나...생각했다...

9시 반 수업에 맞춰 8시 50분쯤 집을 나서고

한참 수업중이던 11시쯤 시어머니의 전화..

가볍게 '지금은 전화를 받을수 없으니..'메시지를 손가락으로 퉁겨주시고...


'시간날때 전화다오'라는 메시지에 부응하기 위해 점심시간 짬을 내어 전화드리고..

내용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소소하고 황당한 이야기..

그러나 누군가에겐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발등의 불같은 이야기...


가끔 생각한다..

난 시어머니 전용 다산 콜센터인가?


어쨋든...


점심을 먹고 졸린 눈을 비비며 오후 수업...

아니 보통땐 이시간 늘 졸리운데 그날은 내가 발표하는날이라

정신이 바짝 들고..

생전처음..혼자 꿍쩍꿍적 파워포인트로 피티자료도 만들어 봤다..


발표도 잘 마치고 한숨 돌리는 4시무렵엔 시아버지의 전화..

오늘 쌍으로 왜이러실까?

4시반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면서 전화를 드리다가 왠 날벼락..

찬물 한바가지 뒤집어쓴거 같은 기분..

오늘 도대체 무슨 날이냐..


어쨋든...


예약해놓은 마사지를 받으러 가서 피로를 풀까하고 누웠는데

배가 아프다..

점심먹고 바로 발표했던 긴장감 탓일까? 

아니면 차안에서 난데없이 뒤집어썻던 찬물 한바가지 탓일까?

남편과 얘기해보니 남편도 장탈이 났단다..

그렇다면 올타쿠나..

찬물탓...으로 몰기로 하자...


어쨋든...


집에 와서 저녁을 꾸역꾸역 먹고

돌아가신 은사님 빈소에..

비는 추적 추적 오고 바람도 불고..

몸도 마음도 피곤하긴해도...

가겠다는 친구들이 있으니...

일종의 착한사람병이 도진건지...


어쨋든...


친구들 얼굴보고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잊은채

수다를 떠는게 차라리 낫네...

밤 11시가 넘어 귀가..

몸도 마음도 피곤에 쩔어...


직장인들은 맨날 이렇게 사는걸까???


# 아침 친구의 전화..

나 혼자 소원해져 있는 친구인데 본인은 절대 모른다..

지난주..바쁜척하고 시간을 안내고 있는 내게 미국 가기전에 꼭 보자고..

'뭐야? 혹시 눈치챈거야?'

했더니 역시 별 눈치 없고...

'그래..티내지 말고 시간이 좀 지나면 스스로 풀리겠지..

친구야 조금만 기다려줘...'혼자 맘속말 하고 있었는데...


문자 메시지가 들어온다..

'바쁘니? 시간날때 전화해'

'흠...뭘까?' 싶어 전화해보니..

물어보고 싶은 궁금증은 면세점 쇼핑을 해줄 수 있는냐에 관한 이야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내가..

꽤나 깍쟁이같이 생겼다고들 하는데..

몇몇 사람들은 투시경이라도 썼나?

남들이 안보는 각도로 나를 봐준다..


뭐...고맙다고 해야하나?


그렇긴한데... 요즘엔 나도 딱 잘라서 거절도 잘하는데...

거절하고도 마음에 찝찝함은 계속 남는단 말이다..


그 이유는 두가지인데..

첫번째는 난 요령있게 귀엽게 예쁘게 난처한 표정으로 거절을 못하고..

정색을 해버린단 말이다..

그냥 내 성격이 그런 순간에 그렇게 프로그램 되어 있어서...

그렇게밖엔 못한단말이다..


둘다 뻘쭘해진단 말이다..


두번째는 난  부탁을 잘 안하는 성격이라서

누군가 내가 해결하기 좀 그런, 좀...곤란한 부탁을 하면

난 내가 상식적인가.. 부탁을 한 사람이 더 일반적인가...

열나 머리아프게 생각하게 된단 말이다..

마치 끈끈이 주걱에 붙은 먼지들이 다시 옷에 잔뜩 붙어버린것 같은 그런 기분...


그리고 이렇게 뒷끝 길게 일기에 남겨버린단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의 전화..

뭐라 표현 할 수 없이 맥빠지는 어떤 이야기...

흠...길게 쓸 수는 없지만..머리 속에서 피가 조금 살살 빠져나가는 기분...

하루에 연타로 친구 두명에게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조금 너무해..

그렇지만 뭐 어쩌겠어... 그런 날도 있는거지...


마지막으로 오늘이 가기전에 해결해야만 했던 일은 

시어머니 병문안..

지난 주말부터 허리가 아프시다 하더니..

오늘 입원 하셨다..


뭐... 하실 때가 되긴 했다..

작년에 안하셨으니...


36도 8부 열의 페렴으로 입원하시는 분이다..


스스로 병원으로 찾아가셔서 조용히 입원하셨으니 차라리 다행이다 싶기도 한게..

적어도 병원에 들어가시면 목소리가 명랑해지시니까...


병원을 리조트나 힐링센터쯤으로 여기시는데

이젠 뭐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한다..


그럼에도 뭔가 마음이 편치 않은건 내 착한사람병이 주는 

일종의 가벼운 죄책감 같은것 때문일텐데

뭐 그러지 말자..

오늘은 혼자 입원하시고 밤에 잠깐 방문했고 

내일도 못가고 모레도 못가고..

어쩌면 6월5일까지 안갈지도 모른다 마음먹고 있는데...


입원하실 때마다 5일 기준 4~7회 방문기록을 가지고 있는지라..

그러지 말자 하면서도..

괜히 마음이 불편해...


결국은 난 내문제.. 다른 사람들은 다 각자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거지만...


하루들...참 길다...











Posted by labosque :

오늘

2013. 5. 23. 19:53 from 기억한올

# 고교때 은사님을 모시고 몇 몇 친구와 모였다.

선생님이 '과거는 History, 미래는 Mystery야..

현재는 뭔지 아니? Present.. 선물이야' 하신다...


어디선가 들어본 말이지만..

술자리에서 정년을 눈앞에 둔 선생님께 들으니 음... 멋지다..

현재는 선물...

오늘 하루를 기쁘게..즐겁게 살자...


# 선생님은 2학년 4반 담임이셨고 

난 2학년 1반.. 그냥 국사만 배웠다..


'그때 난 31살 이었어..뭘 알았겠나? 교육? 암것도 몰랐지...'하시지만

선생으로서 첫 직장이자 첫 담임을 맡으셨던 우리 기수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이신다..


'33년 교직 생활에 제자가 이제 만 이천 명이야...'

하시면서도 담임반도 아니었던 

일개 학생에 불과했던 내 이름까지도 다 기억하고 계셔서 깜짝 놀랐었다..


아마도 졸업생들과의 모임이 마련되면 앨범이라도 한번 펴보시는가보다..

첨엔 그렇게 생각했었다...


# 선생님은 그냥 내 이름만 기억하시고 공부 곧잘 하던 모범생쯤으로 알고 계시지만

난 실은 선생님과 즐거운 추억보다는 그렇지 못한 기억이 하나 있을 뿐이다.


난 생김만 얌전했지 진정한 모범생과는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충분히 일탈을 즐기는것도 아니고 어정쩡한 마음만 반항아?)

대표적인 반항 행동이란게 수업시간에 딴짓하기..


수업시간에 별다른 특별한 짓을 하는건 아니지만

옆자리 친구와 끊임없이 속닥거리거나

필담을 나누거나

혼자서 만화를 끄적거리거나

그도 아니면 졸기라도 해야하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거의 장애수준의 집중력 결핍 학생이었다..


노트필기도 거의 안하고 한동안은 책도 안가지고 다니고 노트도 전과목 한권에 대충 쓰는 흉내만 내고..

암튼 빈가방에 도시락 한개, 분철한 책들, 전과목용 노트 한권..

뭐 이렇게 들고 다닌 기간도 꽤 있다..(가방 무거운 거 싫어서..)


반항이라기 보다..

그냥 불성실...

좀 그랬다..


어쨋든...

그러다보니 선생님들과도 초반엔 좋게 시작하다가

나중엔 별로 기분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곤 했는데

국사 샘과도 예외없이 수업시간에 산만행동 하는게 걸려서 꾸중을 듣기도 했었다.


그때 그 전과목용 노트에 그해의 노벨상 수상작가가 쓴 '세상 끝날의 노래' 라는 시를

신문에서 보고 옮겨 적어 놓았었는데 샘이 내가 딴짓 하는 걸 보시고 그 노트를 뺏어서 

그 시를 보시고 제목이 노래니까 무슨 유행가 가사라도 적어 놓은 줄 알고 꾸중을 하셔서

속으로 샘을 원망하고 '경멸(?)'했던 기억이 있다..

뭐... 그럴 나이였으니까...ㅋㅋ


몇해전부터 샘을 모시고 한해나 두해에 한번씩은 식사 모임을 하곤 하는데

참 좋구나...싶다...

우리의 어린 기억(내 개인의 기억이 아니더라도..)을 같이 공유해주시고

우리 고향 같은 학교를 33년이나 지켜주신 믿을만하고 존경스러운 은사님...

참... 좋다...


# 내 친구는 사람을 특정 음식과 연관시켜 떠올리는 기억법을 가지고 있다..

가령 아구찜을 먹으러 가면 H양이 생각나고 추어탕집에 가면 또다른 H양..

얼마전에 맛있는 루꼴라 피자를 먹으면서 내 생각이 났다고 말해줘서 기뻣다..


그 친구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루꼴라를 먹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무슨 샐러드 같은걸 먹은거 같다고..

나 때문에 처음 루꼴라를 알게 되었는데 

'흠...제법 마음에 들었다'고..그렇게 말했다...


난 어디서 루꼴라를 알게 되었을까?

갑자기 궁금하다..

기억은 안나지만 언젠가...꽤 오래전에 동숭동에 이원승이라는 개그맨이 하던 

화덕 피자집이 있었는데 거기서 루꼴라 피자를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가 처음이었는지 어쨌는지는...잘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루꼴라를 아르굴라라고 한다..

어느게 어느 나라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츠데일 역 근처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일본 친구들과 

아르굴라 피자를 어렵게 시켜먹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작가가 역사는 '위로'라고도 했는데

개인의 역사도 역시 작은 '위안'이 될 수 있겠다..


특정 음식과 연관된 기억법..

따듯하고 좋다..


# 오늘을 프레젠트라고 해놓고 난 여전히 기억 언저리를 해메고 있다...


# 인터넷 검색해보니... 나오네..

그 때 그 시..맞아..체슬라브 밀로즈...


세상 끝날의 노래

                                                  <  체슬라브 밀로즈 >

 

 

 

세상 끝나는 날

 

벌 한 마리 클로버꽃 주위를 돌고

 

어부는 빛나는 그물을 깁는다

 

행복한 돌고래, 바다 속에 뛰어들고

 

어린 참새들 처마 끝 홈통에서 논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 뱀은 황금색 옷을 입고 있다.

 

 

세상 끝나는 날

 

여자들은 우산 쓰고 들길을 걷고

 

주정꾼은 잔디밭 가에서 존다

 

채소 장수들 거리에서 외치고

 

노란 돛배는 섬에 다가간다

 

바이얼린의 목소리는 공중에 남아

 

별 빛나는 밤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천둥 번개를 기다린 자들은 실망한다

 

조짐과 천사장의 나팔소리 기다린 자들은

 

세상의 끝 지금 진행 중임을 믿지 않는다

 

해와 달 머리 위에 있는 한

 

땅벌이 장미꽃을 방문하는 한

 

장미빛 아이들이 태어나는 한

 

아무도 지금 진행 중임을 믿지 않는다.

 

 

다만, 예언자가 되고 싶었던,

 

그러나 너무 바빠 되지 못한, 한 백발 노인이

 

토마도 줄기 엮으며 계속 중얼거린다

 

세상의 끝 달리 없을 걸

 

세상의 끝 달리 없을 걸.


# 내 기억에 심각한 오류를 발견했는데..

이 시... 세상 끝날의 노래가 8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이란다..


그렇다면 그것은 중 3때..

중 3때라면 윤샘이 국사 선생님이 아니고 다른 분..(약간 개구리를 닮은 분..)


허걱...

잠시 이 시가 그해 노벨상 수상자의 작품이라서 신문에 실린건 틀림없지만

다음해(그러니까 81년)에 실린거 아닐까? 의심도 해봤지만..


내가 가방에 분철한 책 서너권, 전과목 노트 한권 들고 다닌 시기라면

중 3때가 맞긴하다.. 그것도 학기 말쯤...


고등학교땐 그 정도는 아니었어...

결국 국사 샘이라는 함정에 빠져 전혀 다른 기억을 이어붙이고 있던 거였어...


즉..윤샘과는 그리 숭악한 기억이 없다는 이야기?

근데 왜 혼자서 맘 불편해 한거지? 헐... ㅠ.ㅠ


근데.. 그 기억을 정정하고 나니

윤샘과의 기억이 정말 없다... ㅠ.ㅠ

 

 


 





Posted by labosque :

# 며칠전 동사무소에 볼일 보러 갔다가...손 떨리는 일 발생...

우리 동네 동사무소는 주차장이 있긴 한데 건축 설계가 확실히 잘못되었다..


일단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매우 직각적이라..

한번에 턴이 안나온다..

일단 내려간 후 방향을 다시 잡아 후진 한번해서 각을 맞춰줘야 안으로 진입 가능..


좁은 건물 답게 당연히 내려갔던 길로 올라오는데

주차장에서 집입로까지 한번에 각이 안나오는건 당연한 일..

이땐 뭐 두번, 세번도 각을 잡아줘야 하지만...

그정도 쯤이야...


올라오는 길은 더 문제인게 경사까지 가파르다..

가파른 경사는 내려갈땐 별 문제 없지만 올라올땐 조금 살 떨리지만...

뭐...그정도 쯤이야...


그런데..

하필 올라오는 길 정상에...즉...고바위에...

빗물받이 홈통이 가로로 길게 파여 있고

그위가 구멍 뻥뻥 뚫어진 철제 판으로 덮여있다..


사진 한방이면 쉬울 걸 말로 하려니 참 힘들다...

걍 하수구 같은데 위에 덮여 있어서 

우리가 종종 그 사이로 껌종이 같은 걸 버리곤 하는 뚜껑을 생각하면 된다..


어쨋든 그런게 하필 고바위 위에 있는데..

내 차는 바닥이 유달리 낮아서 경사가 심하고 매끈하게 미장질이 되어 있지 않은 

진입로 같은데선 종종 배를 부딪히는데

이 동사무소에서도 가끔 배를 부딪혔단 기억이

마침 올라오면서 확 떠올라 오는거다..


그래서 내딴엔 최대한 조심 조심..

속도를 내면 더 덜컹하면서 부딪히니까..

정말 최대한 살살 올라왔는데

바로 그 철제판 위를 지나는데 그만..

'쾅' 하는거다..


정말 깜짝 놀랄정도로 '쾅'

그러면서 뭔가가 걸려서 아예 넘어가지지가 않고...

더 큰 일은 이넘의 차가 뒤로 줄줄줄...


브레이크를 밟아도 계속 줄줄줄...

액셀을 밟아도 줄줄줄...


순간 아찔한 가운데 뒤를 보니 그대로 후진으로 미끄러져

주차되어 있는 차량 한대 정도 부수고 벽에 박을 기세...


흠.. 그 와중에 나라도 살려면 차를  버릴까? 도 잠깐 생각하다가..

일단 싸이드를 밟았다...


휴..차가 서더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뭔지 모르지만 어찌나 세게 박았던지

시동이 꺼져 있는거였다..


다시 시동을 켜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정말 시속 1KM의 속력으로 다시 올라가는데

같은 자리에서 다시 '쾅' 

'쾅'은 좋은데 넘어가지지가 않는거다..


차를 세워놓고 내려서 봐도 뭐가 걸렸는지도 모르겠고..

식은 땀은 삐질 삐질 나고..

동사무소로 기어 들어가서 '다같이 나가서 제 차좀 들어주시죠?' 해야하나??

온갖 생각을 하다가 전에 남편은 한쪽 옆으로 살살 빠져나가던 생각이 났다..


그래 바로 그거야..

오른쪽 옆 시도..

'쾅'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왼쪽 옆 시도...

간신히...


휴...

차바닥도 만신창이

내 마음도 만신창이...


정말 사는게 사는게 아니다..

이런 날은...


고바위에 있는 철제 뚜껑이

바퀴가 지나가면서 어딘가를 누르면 벌떡 일어나 버리는거 같았다..

하필이면 그 홈통을 경사가 제일 가파른 곳에 만들어서 벌어진 불상사...


민원을 넣어야 할까?


# 과거의 악몽이 하나 더 따라올라왔는데

서너해전에 이 동사무소에서 딱 죽어버리고 싶던 날이 한 번 더 있었다..(아..트라우마)


그날은 지하 일층이 자리가 하나도 없어서

지하 이층으로 내려가려던 날이었는데


역시나 그곳도 한번에 각이 나올리가 없는 구조..

경사면에 앞 부분을 두고 뒤로 살짝 후진을 하여 각을 잡은 후 내려가야 하는데..

경사가 심하고 턱이 져서..차가 후진이 안되는거다...


전진을 하기엔 각이 안나오고

후진을 하기엔...헛바퀴만 돌고...

아..정말 죽고 싶었다...


일단 차에서 내려서 주차장 한쪽 벽에 막 쌓여있던 벽돌을 가져다가 앞 바퀴밑에 고여도 보고..

널판지도 찾아보고 (손 다 까지고 피 철철)

쌩쇼를 하다가 어떤 남자분이 어찌 어찌 도와줘서 간신히 주차...(남자들은 그게 왜 되나 모르겠다..)


그때도 그렇고, 배 닿을 때도 그렇고

동사무소에 차 가져오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그걸 또 까먹고 며칠전에 그 꼴을 당한거다...


한번 더 잊어버리면 정말 돌대가리다...












Posted by labosque :

# 고등학교 때 종종 자체 오락 시간을 갖었었다.

난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기에 엄청난 거부감과 공포를 가지고 있었는데

'선화인'들의 특징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노래부르기를 강요는 커녕 권유도 안한다는거...


선생님을 졸라서 오락시간을 갖게 되면 누가 시키기도 전에 한명이 나가서 노래를 한다.

끝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두번째 친구가 나가서 노래를 하고...

암튼...이 인간들은 마이크 한번 잡으면 놓을 줄을 모른다..


원래 한, 두명의 노래만 듣고 수업을 하려고 마음 먹었던 선생님들은 결국 시간 전체를 

오락시간으로 내어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자기 권유형 자발적 노래 행렬이 도무지 끊어지지가 않아서..


김은주라는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굵은 뿔테 안경을 꼈던 친구는 주로 '뱀을 사'라고 외쳤던거 같다..

그때는 '뱀이야~' 뭐 이런 노래는 없을 때라 '이 뱀 한 번 잡숴봐..'로 시작되는 약장사 흉내...


이미정은 하덕규 (시인과 촌장)의 '꽃을 주고 떠난 여인'을 불렀는데

그렇게 세련된 노래를 처음 들어본지라 기억에 오래 남아 있고


강태성은 주로 '돌아오라 소렌토로' '오 솔레미오' 등이 아니었나 싶다..

여자 중에선 박선희가 가곡.. 아마도 한국 가곡..'선구자(?)' 그랬던거 같고..

선희가 가곡을 워낙 잘 불러서 태성이가 나한테 선희에게 살짝 반했단 이야기를 한 기억도 있고..


김소연은 (강태성이랑 사귀어서 여자아이들에게 미움 깨나 받았던.. 근데 이건 뭐..

질투라기 보다 둘의 닭살 행각에 눈꼴 시어 했던 경우다.. 왜냐하면 강태성도 똑같이 미움 받았으니까...)

트윈 폴리오 노래를 잘 불렀는데 다른 친구 한명과 '웨딩케잌'.. (다른 친구는 기억 안나네...)


유도영은 '제비꽃'을 불렀던 기억이 나고

김동준은 '편지'...


박태종은 그때 성악으로 전과한지 얼마 안되

밤마다 실기실에서 피를 토하며 돼지 멱을 따던 시절이라

뭘 불렀는지 혹은 안 불렀는지 기억에 없다..(확실히 명태는 아니라는.... )


뭐 대충 이랬다구...


# 중학교 1학년때 현희는 나한테 책을 빌려 달라고 말을 걸었던 모습으로 기억한다..

그때 두꺼운 뿔테에 두껍고 살짝 푸르스름한 안경알..

양옆으로 땋아 내렸던 숱 많고 뻣뻣한 갈색 말총머리..


윤현의 첫인상도 또렷한데 첫시험을 치르고 이춘미 영어 선생님이 34번 누구예요? 하고 찾았고

누군가 손을 들었는지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뒤로 돌아갔는데 

내 뒤에 뒤에 쯤에 그아이가 있었다. 

(난 아마도 두번째줄에 앉았을 듯..그때만 해도 22번..현희야..넌 48번 아니었니?)


나도 고개를 돌려 그 아이를 보았는데 까무잡잡한 얼굴에 큰눈, 새초롬한 입술이 인상적이었고

기쁜듯, 쑥스러운듯, 살짝 붉어진 얼굴로 난처한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게 기억에 남아있다. (영어 시험 1등)


권혜원은 야물딱지게 생긴 아이가 첫 시험이 끝나고 나한테 와서 어떻게 공부했는지 몇시간 공부했는지 

꼬치꼬치 물었던 기억이 있고..(내가 첫 시험 1등, 혜원이 2등)


헤숙이는 뒷자리에 앉아있었고 친한 친구 한, 두명에 둘러싸여 늘 소곤 소곤, 조곤 조곤

침착하고 어른스러웠던 기억..나랑은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로 호의적이고 호감적인 

느낌의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때 내 짝 23번 송인경은 정말 예쁜 아이였는데 나와 24번 한 미경(?..발레를 했던)과 3각 관계에 빠져 있었고...

나에게 이런 저런 묘하고 아련한 추억을 남겨주었다..


# 진짜 사소하고 하찮은 기억은 이제부터인데

가령 난 윤현이 레먼북스에서 '제복의 처녀'라는 책을 좋아했던 것을 기억한다.


주원이가 이자벨 아자니를 좋아했던 걸 기억한다.


같은 반이었던 게 중 2때인지 3때 인지는 기억 못해도 장혜경이 '오만과 편견'을 무척...좋아했던 걸 기억한다.


소라가 뭉크와 이사도라 던컨을 좋아했던 걸 기억하고...


고1 때, 정지원이 수업시간에 걸려서 모두 앞에서 공개되었던 연애편지에 이니셜이 Y,(윤희)

그 편지에 써있던 시가 김춘수의 '꽃'이었다는 것도 기억나고..


고 3 무렵 김승진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들고 다니던 게 기억이 난다... 


미원이가 나랑 사이가 좋던 중 2무렵 자기가 어렸을 때 엄마가 외출 할때면 

늘 닥터 지바고의 'somewhere my love'를 틀어 놓았다고 말했던 거...


그런 것들이 기억이 난다...










Posted by labosque :

한권의 잡지

2013. 5. 8. 21:57 from 기억한올


# 내가 가끔 포토그래픽 메모리 기능을 발휘한다고 했었다...
갑자기 한가지 이야기가 생각났는데..
그건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오래전에 읽었던 어떤 스토리다...

아마도 대학 무렵쯤 아닐까?
한동안 우리집에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굴러다녔다..
거기서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읽었었다..

그리고 지금 기억 난 이야기의 제목은 '어떤 봄날' 혹은 '어느 봄날'쯤이 아니었나 싶고...
어떤 시골마을의 초등학교에 젊은 여선생이 부임해 온다...

화자는 초등학교 6학년쯤 된 남자아이였는데 그 여선생을 보는 순간 
선생이 교탁에 섰을 때 던지려고 뭉쳐두었던 종이공을 슬그머니 바닥에 놓아버린다..

그리고 그날부터 매일 여선생을 위해 칠판을 닦아주고 책상을 정리해주며 기다렸다가 
같이 귀가를 하곤 한다..

그리고 어느 날, 여선생과 소년은 같이 피크닉을 간다.
간단한 음료수 한병을 마시고 샌드위치를 나누어 먹은 게 전부인...

그리고 나서 선생님은 소년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학교로 전근가겠다고 말한다..
(뭔가 부적절한 느낌 때문에?)
소년을 위로하며 언젠가 '보상'받을 거라고 한다..
소년이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소년은 돌아와서 마을의 공동묘지에 가서 선생님의 무덤에 헌화한다..
그리고 자신이 선생님이 돌아가신 나이보다도 더 나이가 많이 먹었음을 안타까와한다..
(선생님이 너무 젊은 나이에 돌아가심..)

그리고 소년--이제는 청년--의 약혼자가 호텔에서 나와 소년을 묘지로 찾아가는데 
사람들이 그녀를 6월의 햇살같고 아침식사때 우유와 씨리얼 같다고 묘사한다..
바로 소년이 그 여선생님을 보았을 때 느꼈던 느낌...

뭐 대략 이런 스토리..
아름답고 순수했던 첫사랑에 관한..


당시, 선생님께 던지려고 종이 공을 뭉쳤다는 게 참 이해가 안 갔고
우유와 같이 먹는 '씨리얼'이란 게 뭔지 궁금했고
(사람을 그런 느낌이라고 표현했으니 정말 정말 궁금했었다...)
'보상'...어떻게든 인생에서 보상을 받을거다..라고 말하는 게 
기억에 오래 남아있었다..

간절한 무언가엔 '보상'이 있는건가?
그렇지만 그 '보상'은 딱 그것은 아니잖아..
그것과 비슷한 다른 것이지..
그런 생각도 했던듯...

미친거 아닐까?
왜 이런 기억이 이렇게 세세한건지...






Posted by labosque :


작년 가을 오타루




사실은 자기가 싫은거겠지...

이유는?

별달리 없다..

새벽 두시..

늘 이시간 쯤 자긴 하는데

조금 늦게 일어나도 되는 내일 아침이라...


전에 싸이 할때는 그냥 괜히 끄적거려도 됐었는데

여기는 너무 넓~~~~어서

괜히 쓰잘데기 없고 객적은 소리 늘어놓기가 면구하긴 하다만..


그래도 괜히 그런 밤이 있잖아...

주절 주절..떠들고 싶은 밤...

아무 의미없는 소리를...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바쁘긴 바쁜데..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바빠지면 늘 두가지 감정에 빠진다..

뭔가 보람 있는 것도 같고

뭔가 놓치고 있는 것도 같고...


내 발밑의 풀꽃..

계절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바람의 냄새가 어떤지...

참..요즘 바람은 황사겠구나...


어쨋든...

나...

잘 살고 있는거겠지?

Posted by labosque :

우울한 깔대기

2013. 2. 20. 12:45 from 기억한올

오십을 바라보는 여자 셋이 모였다..

여자들의 친구가 일하는 가게이다.

여자들은 서로 자식들의 안부를 묻는다.

여자 4호가 써비스로 땅콩을 가져다 주면서 친구들의 대화에 동참한다.


4호: 우리 아들 이번에 재수해..

3호: 우리 아들도 재수 했잖아.. 걱정 마..학원 가면 다 해결돼..

       근데 OO이네 애도 이번에 고 3이었는데 어찌됬나 모르겠네..

1호: OO이도 고3이었어?

3호: 응..XX네도.. VV네도..

1호: 아.. 고 3 많네..

여자들은 한참 자식들의 이야기에 열을 올린다.

2호 : 아~ 애들 얘기 하지마 . 머리 아퍼...

1,2,3호 : 우울해...


1호 : 그래 애들 얘기 하지말자..

        시부모님 이사하실 때 가봐야 돼?

2,3호 : 가보면 좋아하시겠지.. 오후쯤 가..식사나 같이 해드려..

3호 : 시부모님 두분만 사시니?

1호 : 아니 큰집이랑 같이 사셔..

3호 : 왜?

1호 : 몇년전에 큰 형님이 돌아가셔서..

3호 : 아니 아직 젊은데 어쩌다가..암이였어? 암?

1호 : 그건 아니지만... 

2호 : 내가 아는 누구도 젊은 나이에 죽었는데 말야... 

여자들은 각자 자기 주변에 죽은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

1,2,3호 : 아~ 죽는 얘기 하지마... 우울해....


3호 : 뭐 재미있는 일 없어?

2호 : 재미있는 일이 뭐가 있어? 나 하루종일 화장실 청소 한 얘기 해줄까?

여자 2호는 홈쇼핑에서 보고 산 세제를 이용해 화장실 청소 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2호 : 그래서 지금 손목이 다 아프고 말야..

여자들은 각자 어디가 아픈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화제를 돌린다..


3호 : 1호는 이근처에 일이 있는거야? 뭐 배우러 다녀?

1호 : 배우러 다니는건 아니구..

2호 : 얜 맨날 뭐 배우잖아..

3호 : 그러다 너 훌륭한 사람 되겠다..

1호 : 책을 읽을 수가 없어..눈이 침침해..넌 괜찮아?

여자 3호는 바느질을 한다..

3호 : 나도 안보여.. 요즘 안하잖아.. 이거..이 안경..기능성이래는데 괜찮아..

2호 : 다촛점? 

3호 : 다촛점은 아니구..

여자들의 이야기는 노안으로 빠진다...

그리고 나서 곧 흰머리 이야기가 시작된다..

1,2,3호 : 아~ 우울해...



서로 얼굴을 쳐다본다..

그리고 웃는다..

1호 : 오늘 왜 이러니?

2호 : 그러게 말야..

3호 : 모든 이야기가 다 우울해로 끝난다..야..


50을 목전에 둔 여자들은 우울함의 깔대기가 너무 커서 기를 쓰고 안간힘을 써봐도 

벗어날 길이 없는건가? 잠시 의아해하다가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쓸쓸히 집으로 향한다..










Posted by labosque :

Take This Waltz

2013. 1. 1. 15:09 from 기억한올

 

 

 

 

 

오랜만에 만난 친구 M과 시네 큐브

아무르는 너무 무거울 거 같아 M도 나도 고개를 흔들고

로열 어페어는 시간이 안맞아서

축 당첨 된 영화...

 

말 그대로 축 당첨..

 

시네 큐브에서의 영화 보기는 늘 신선한 즐거움을 주는데

여러가지 장점 중 가장 큰 한가지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그냥 무작정 나간다는 것..

 

그냥 가서 그냥 골라서 그냥 본다..

그리고 그 결과는 늘 만족스럽다..

 

이 영화를 5년전 혹은 10년전에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때도 좋다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의 느낌은 아니었을 거라는건 분명하다..

 

M도 나도..

서로가 서로의 많은 경험들을 알고 있고

많은 정서들을 공유하고 있고 하기에...

영화를 보고나서 나눌 수 있는 것들도 더 많다..

 

영화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고

그래서 너무 의외였다고 M이 말했다..

 

교훈을 얻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그런가?

그게 메시지였나?

 

'모든 새것은 결국 낡는다'

'인생에는 빈틈이 있다. 누구도 어쩔 수 없는 빈틈..미친년 처럼 그것들을 메꾸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본다고 그것들을 메꿀 수 있는게 아니다..'

 

그런 대사들이 메시지인가?

 

시간이 지나면 가슴 뛰는 새로운 사랑도 결국 낡고 지루해져서

상투적인 일상이 되어 갈 뿐이고

결국 나와 함께 해줄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과 외로움 밖에 없다..

 

그런 장면들이 메시지인가?

 

그렇지만 제목은 말한다.

 

Take This Waltz

 

사람은 어차피 죽는다.

그렇다고 살지 않을 수는 없지 않나?

 

Take This Waltz

 

언젠가 바래고 낡아지고 무덤덤해질 사랑이라도

그게 내 앞에 오면...

 

인생을 사는 쪽이 낫지 않나?

 

난 여전히 그렇게 내 좋은 쪽으로 교훈을 얻는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