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올'에 해당되는 글 58건

  1. 2012.05.04 BUNKER 1 습격사건 6
  2. 2012.04.16 뒷풀이 풍경
  3. 2012.04.13 선택 4
  4. 2012.04.13 남편에게 원하는 기능 4
  5. 2012.03.20 2
  6. 2012.03.20 Sora 2
  7. 2012.03.19 생활의 발견 4
  8. 2012.03.10 흰머리 5

BUNKER 1 습격사건

2012. 5. 4. 21:41 from 기억한올

 

2:00 pm S양과 혜화역 2번 출구에서 만남

벙커1을 향하여 고고씽..

 

2:15 pm 벙커1 도착

카운터 맞은 편, 창가에 있는 자리에 얼른 가방을 던져두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메뉴판'에서 '아에리카노' 2잔과 '비비케잌' 주진우를 시킴..

카운터 앞쪽에 테이블이 딸랑 두개 뿐인데 들어오는 사람들은 전부 카운터에 주문을 한후

어디론가 사라짐..

가방을 던져 놓았지만 사실 우리 옆 테이블은 한동안 비어있었음..(아무도 탐내지 않음..)

 

 

 

 

 

 

2;30 pm 창가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는데 창밖으로 시사돼지와 김총수가 이쑤시개를 씹으며

걸어오는 모습 포착됨..

S양은 김총수 옆에서 걸어오고 있는 뽀글머리 아가씨가 포스가 장난이 아니라고 감탄에 감탄중..

이쁜 뇨자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는 애써 무시...

시야에서 사라진후 잠시 기다리고 있자니 시사돼지가 카운터 앞에 등장..

선거땜에 맘고생 했는지 호~올~쭉 해서 마음이 살짝 아팠음...

들고 간 책을 얼른 꺼내서 싸인을 부탁함..

그닥 친절하지 않게 싸인해줌..

(불 친절했던것도 아니지만..암튼 그닥 반가와하지 않음.. ㅋ)

허둥지둥하느라 사진은 못찍고 있는 새 그냥 퇴장하심... 

 

 

 

 

2: 55 pm 시사돼지씨가 사라지고 김총수도 시야에서 사라져서 걍 수다 삼매경 중이었는데

쨔잔~ 총수 강림..

얼른 친한척하고 준비하고 있던 아이폰을 들이 댐..

실제로 보니...

연예인 만난것보다 더 감격스러웠음..

역시나 그닥 친절하지 않게 사진 찍어주심..ㅋ

 

 

 

 

 

4:00 pm 대략 수다를 마치고 둘러보지 못했던 벙커 1 내부를 둘러 봄..

둘러보니 들어 온 사람들이 전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게 되었음..

지하에 나꼼수 녹음을 할수 있는 스튜디오가 마련되어 있고

녹음 부쓰 앞에 좌석이 있었음..

꽤 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음..

시사돼지와 김총수는 콧배기도 안보임..

 

S양과,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에 관해 자화자찬하며 벙커 1을 나섬..

'역시 일찍 오길 잘했다'

'우리가 1층에, 창가 바로 앞에 붙어 앉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

'원래 시사돼지가 벙커 1을 주로 지키고 김총수랑 주기자는 수시때때로 들리나봐..'

'그래서 내가 김용민 책만 가져왔잖아..세권 다 가져오긴 너무 무거워서...'

'바쁜 사람들이라 언제 올지 몰라..'

'주기자 못봐서 아쉽지만 대신 빵 먹었잖아...그래서 괜찮아...' 등등등...

스스로의 선견지명에 흡족하고 운좋음에 감탄하며

문을 나섰는데 그만...

우리의 울트라 촉이 발동한거심..

출구조차도 탁월한 선택이었음 (벙커1, 문이 두개임)

 

우리가 나선 문 바로 앞에 가림막이 서 있는데 그 뒤쪽으로 야외용 벤치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음..

원래는 흡연용 좌석인데..

거기에...

바로 문앞 그 좌석에....

주기자가 있는거심....

 

맞은편에 여자손님과 앉아서 뭔가를 막 읽고 쓰고 하고 있었음..

80 cm쯤 떨어진 곳에 서서 S와 계속 소근거림..

'일 하고 있나봐..'

'어떡하지?'

'앙~ 주기자 너무 멋있다...'

'말을 못 걸겠어..'

'귀찮아 하겠지?'

'너무 미안하긴 한데...'

그렇슴..

내 친구 S는 '상'용감한 아이였슴...

S가 용감하게 다가가자 주기자 벌떡 일어서심...

아마도 우리가 서서 망설이는것을 다 느끼고 이미 눈치채고 계심... ㅋㅋ

'사진 찍으세요..찍으세요..네..네...'

역시나 그닥 친절하진 않음...

그렇지만 간지 좔좔..포스 후덜덜...

 

 

그렇지만 내가 '죄송해요' 라고 하자 '아니예요' 라고 했슴..

생각해보니 세명 다 유명인 놀이가 익숙치 않아서 싸인이나 사진 찍자는 요청을 아직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거 같았슴..

어찌할바를 몰라 오히려 살짝 퉁명스러운거 같았는데 그게 뫅뫅 귀여웠슴..

 

암튼..무지하게 기분 좋은 하루...

 

 

덤) 지나가는 비, 피하러 들어갔던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카페...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뭔가 모르게 여러가지로 정말 마음에 듬...

 

 

 

Posted by labosque :

뒷풀이 풍경

2012. 4. 16. 18:40 from 기억한올

# 선배이자 학부형이자 이젠 친구가 되어버린 YR 언니

   첫 개인전 축하해요!

 

# YMJ 선생님

   그날 너무 짧게 뵈어서 서운했구요..

   저보고 연애하라고 벌써 한 세,네번째 말씀 중이신거 혹시 알아요?

   할말이 없나? 왜 반복해서 그말만...

   아님 내가 오직 그말에만 꽂히는건가?  -.-;;

   담번엔 대놓고 물어볼꺼예요..

   왜 자꾸 그말을 반복하시는건지?

   아님 누구 소개 시켜줄 사람이라도 있는건지요...

 

# SY 샘과 HS 샘..

   두분 무슨일 있는거죠?

   뒷풀이 내내 잠시도 근처에도 안 오고 테이블 이쪽 끝과 저쪽 끝에서

   서로 못 본척 하고 계신거 봤거든요?

   갤러리 사람들에게 살짝 물어볼까 하다가 마음을 바꾸었어요..

   궁금한게 있으면 직접 물어볼래요..

   더 이상 관계를 타인의 뒤에 숨어서 하지 않으려구요..

   모든 관계를 스스로 맺겠다는 뜻은 아니구요..

   앞으로도 여전히 어떤 부분은 누군가에게 엎혀가겠지만요..

   샘들과의 관계는 이제 스스로 맺고 풀어볼꺼예요..

   근데..고민은 있네요..

   어느 샘과 먼저 시작해야 할까요?

 

# J 군

  그대의 진심은 내 블로그 주소를 안물어본 것에서 87%쯤 드러났다고 보아지네..

  내가 모처럼 '나 블로그 한다~' 자랑질을 하는데 어떻게 주소도 안물어 볼수가 있나?

  그대의 평소 언행 대로라면 메모지가 없으면 손바닥 아니 볼따구에라도 받아적었어야 하는거 아니겠나?

  그러니까 내가 그대에게 곁을 줄수가 없는거라네...

  노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네..

  흠..역시 만고불변의 진리..'세상엔 믿을넘 하나 없다..' ㅜㅜ

 

# M 선배

   K 언니.. 언니 살짝 취한 모습 정말 백만년만에 다시 보는데

   흠...왜 이렇게 장면이며 싸운드며 씽크로율 100%로 오버랩 되죠?

   예전보다 몸무게가 수 kg 늘어난거 외엔 카랑 카랑한 목소리며

   목소리에 뚝뚝 묻어나는 자신감이며.. 정말 옛날 생각나더라..

   그런데 왜 그 자리에선 언니와의 옛기억을 떠올리며 즐거운 화제거리를

   찾아내지 못했는지 몰라..

   그래서 언니는 '내가 정말 예뻐하는 후밴데..' 소리만 몇번이나 되풀이하셨죠...

   거기서 좀 더 진도를 나갔어야 하는데..

   그러게..대화법도 어디가서 지도 받아야 할거 같아요..

 

# 사장님

   처음으로 진심으로 칭찬해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칭찬에 인색한건 기호가 흐릿해서 인거 같아요..

   감정이 쉽게 동하지 않으니 무언가를 칭찬한다는게 저절로 나오는게 아니고

   막막 노력해서 끌어올려야 되는 일이라서 저한테는 그냥 좀 수월치 않네요..

   왜 몸에 익숙치 않은 의례 있잖아요?

   뭐 그런거랑 비슷해요..

   하긴 해야하는데 익숙치 않아서 좀 어색하고 뻘쭘하고 쭈뼛쭈뼛하게 만드는 그런거요..

   그런데 사장님 최근 작품은 저절로 '좋다' 소리가 나왔어요..

   그 '좋다'는 '잘한다'와 동의어가 아니예요..

   '잘하는건지 어떤건지' 솔직히 저 그런거 잘 몰라요..

   그 '좋다'는 내가 '좋아한다'도 아니예요..

   저 그닥 취향도 없고, 순간 순간 이랬다 저랬다 하는거 외에

   딱히 '좋아하는' 거 없어요..

   그 '좋다'는 차라리 그 순간 사장님의 그림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쪽일꺼예요..

   더 엄밀히 따지고 들자면 '그림을 이해한다기 보다 과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쪽?

   어떤 사람이 흠...화가라고 해두죠..

   자기의 내면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모색해 가는 과정을 제가 발견한거죠..

   그런 부분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좋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거예요..

   그러니까 결국 굉장히 저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이유인것 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사장님이 '진짜'를 향해 가고 있는거니까 '최고의 칭찬' 이기도 한거 아닌가요?

   그렇다고 해둘래요..

   어쨋거나 그런 의미에서 감사해요..

   결과물만이 아닌 과정도 만나게 해주셔서요...

   저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눈뜨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신거거든요..

 

#  YM 언니

   흔들리는 눈빛이 매력적인 언니..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주는 운명같은게 있다면

   그리고 그 운명이 지금 발동하고 있는 거라면..

   그런 이유로 언니를 만난거라면...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죠?

   어쨋거나 굉장히 흥미로운 첫만남이었어요..

   한번에 주저함 없이 깊은 곳으로 풍덩 몸을 던지는 듯 보이는 언니의 속도와

   절대 한꺼번에 두발 다 담그는 법이 없는 제 속도가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두고 볼께요..

 

# 지나고보니 그 순간보다도 훨씬 더 매력적인 밤이었네요... ^^

 

 

   

 

 

Posted by labosque :

선택

2012. 4. 13. 22:09 from 기억한올

그런 저녁이 있다..

낮에도 즐거웠는데 아직도 뭔가 미진한 그런 날..

어디론가 한번 더 뛰쳐나가고 싶은 그런 날..

 

몇가지 초이스가 있었다..

 

1. 집에서 티비를 본다

2. 친구가 보내준 영화를 본다

3. 밀린 책들을 읽는다

4. 산책을 한다

 

오늘은 기호 4번..

 

 

 

 

 

 

 

Posted by labosque :

아줌마 셋이 모였다.

 

A : 살이 쪄서 얼굴이 똥그래졌어

B : 요즘엔 '라톡스'가 최고래..

C : '라톡스?' 그게 뭔데? 나경원이 했다는거야?

B : 아니~ 라면 먹고 자면 그 담날 얼굴 붓는거..

 

A : 난 어젯밤에 밤 11시에 칼국수 해먹었잖아..

B : 아니? 왜? 그 밤에?

A : 우리 남편은 맨날 그렇게 한밤중에 칼국수, 떡라면 그런걸 찾는다..

     간식은 빵이나 뭐 그런거 먹어야 되는거 아니니?

C : 간이 배밖으로 나왔구나...

B : 니가 버릇을 잘 못들여서 그래..

B,C : 해주지마~

 

A : 근데 안 해주면 삐져..

C : 삐짐 좋지 않니? 말도 안 시키고? 말 좀 안시키면 좋겠어..

B : 맞아..그냥 삐지라고 해..

A : 삐져 있으면 불편해..그냥 말만 안시키는게 아니고 심통을 부리 잖아..

     난 남편이 그냥 아무 불만없이 소파에 눌러붙어 앉아서 테레비나 보고 있는게 제일 좋아..

B : 가구처럼?

A : 맞아..가구처럼.

     남편이 있긴 있어야되잖아..

     그냥 암말 없이 있는게 젤 편해...

 

뮤트 기능 있는 테레비처럼 조용히 해주길 바래..

셀프 크리닝 기능이 있는 오븐처럼 자기 한 몸쯤은 혼자서 건사하길 바래....

새로 나온 트롬 스타일러처럼 옷도 다려 입으면 얼마나 좋을까?

로봇 청소기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건 걸리적거릴 뿐이니

제발 한쪽 구석에 딱 붙어 있어줘...

 

우린 그저 묵묵한 장롱을 바랄뿐이야..

 

 

 

 

Posted by labosque :

2012. 3. 20. 20:41 from 기억한올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하다못해 꽃 구경도...
매화마을 매화꽃 축제에 맞춰 떠난 섬진강 여행은
꽃구경의 측면만 놓고 보자면 한마디로 '꽝'이었다..

꽃구경이란건...
꽃들은 그저 피어 있고, 우리는 그저 봄바람 타고 살랑 살랑 나들이 가면 되는..
그런일이 아니었던 거다..

'꽃구경'이란 말의 도대체 어디에 무게감이 숨어있나..
그저 바람에 나풀 나풀 날릴거 같은데...

여기서 '모든 것은 때가 있다'라는 말의 그 '때'...
그 '때'라는 말이 쓰나미처럼 어마어마한 중량감으로 꽃구경을 덥쳐오는거다..

굳이 생각해보자면..
어긋난 '타이밍' 때문에 황망하고, 먹먹하고, 안타깝고, 씁쓸한 기억 한,두가지쯤은
누구나 있을 터...
'꽝'된 매화 구경 정도는 그저 가뿐하게 내년을 기약해버리면 될 일이다..

너무 일러서..혹은 너무 늦어서...
죽지도, 살지도, 가슴을 치지도...
않을 일이었으니까...


01234







   <매화마을에서 업어온 매화>
꽃망울만 맺혀있는걸 데려와서 어제 분에 심었는데 오늘 활짝 피어 버리고말았다..

Posted by labosque :

Sora

2012. 3. 20. 19:27 from 기억한올

소라는 6개의 이름을 가진 아이였다..
소라..클레어..야야...세개밖에 기억안난다..
소라라는 이름만으로도 특이하고 이쁜데 6개의 이름이라니...
'영한' 따위의 남자스러운 이름으로 골치가 아팠던  나로서는
너무 부럽고 신기해서 말도 안나왔었다..

소라는 뭉크를 좋아한다고 했다..
'뭉크'라니...
그런 이상한 뭉텅스러운 이름의 화가도 있단 말인가?
게다가 화집에서 짚어준 그 그림..'절규'
'이런것도 그림이란 말인가?'
가능하다면 나도 마구 비명을 지르고 싶어졌었다.

그리고 나에게 이상한 약속을 시켰었다..
오래동안 스스로 부끄러워해서 그 애 앞에 나서지 못하게 만든 약속..
'우리 이상해지자..이상한 어른이 되자'
그때 난...
무척이나 이상해지고 싶었지만 난...
그다지 이상하게 되지는 못하리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랬지만...
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진 않았기에..
열의를 다해 약속을 했다..


오늘 다시 만나서 차 한잔을 하며..
둘만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건 30년만의 일이다..

항상 그리워했지만 기회를 만들지 않았던 건
그리움이 충분치 않아서일까?

아니면 실체없는 그리움이 세월의 어색함과 그에 따른 빈곤한 화제의 벽을 넘지
못하리라는 걸 아는 현실적인 감각이 지나치게 발달한 때문인건가..

그도 아니면 여간해서 결코 먼저 손 내밀지 않는
그저 타성에 젖어 늘 그렇듯 소극적인 삶의 방식을 지향하고 있는
내 오래된 습성 때문인가...

년전에 그녀에 대한 꿈을 꾼적이 있다..
그녀가 등장하지는 않았었고
그냥 이야기만 들었다..
'죽었다고..'

꿈속에 나는 꽤나 슬퍼했던 것 같다..
후회도 많이 했고..
마음만 먹으면 만날수 있음을, 닿을수 있음을 알면서도
실체없는 그리움속에 가두어두고 있었던 걸..

깨고나서 그 일이 꿈이라는 걸 알았을때의 안도감..
그리고 다짐
연락해보리라..
만나리라..
후회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그 다짐은 또 한번 허망하게 스러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손 닿는 곳에 있었고..
언젠가 마주 앉을 때가 오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은건 아니지만...
그냥 그런 날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처럼..
어렸을때의 이야기를 하고
이사도라 던컨과 뭉크의 이야기를 하고..
그녀의 가족들..
개 (쉬바 라는 이름이었단다)
그리고 꼭 말하고 싶었던 그 '약속'에 대해
나누는 날이 오리란걸...
그냥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이 왔다.....
Posted by labosque :

생활의 발견

2012. 3. 19. 21:00 from 기억한올

 

15년을 살았다..
앉은 자리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사람만 모르고 산줄 알았는데..
길도...
몰랐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막다른 길이다..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같다..

택시를 타고 들어오는 날엔 어김없이
' 아저씨 저기 세워주시구요...끊어진데서 돌아나가세요' 한다..
길은 이어져 보이지만 출입구는 없다.

아니 없는 줄 알았다..
차에게 없으니까 사람 에게도 없는 줄...

아파트 길  끄트머리엔 고속도로변에 세워 놓은 방음벽이 있는데
그 옆으로 길이 나있다는 걸 안지 채 얼마 되지 않았다..

 
어디로 이어진지 모르는 오롯한 샛길이 나 있는걸 보고
차일 피일 하다가 드디어 큰 맘먹고 걸어보았다..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 오솔길..

폭 1M 남짓의 작은 길이지만
흙으로 덮여있고 나무도 양쪽에 두어줄 서 있고하여..
제법 오솔길 답다..

무엇보다 인적이 없고 드물게 마주치는 산책 나온 주민들..
나름 산책로라 이름 붙여줄만한 호젓함..




중간에 거리를 하나 건너면 롯데 아파트 앞까지 이어진다..

롯데 아파트 안쪽에선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게
이 동네에 살고도 15년간 몰랐던 경부 고속도로 밑을 관통하는 토끼굴..

그걸 건너면 신사동 번화가가 나온다..

이 아파트 사람들은 이걸 건너서 버스도 타러가고
집앞에서 한잔, 치맥도 하러가고..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겠구나..
싶은 순간...

세상엔 나 모르는 새 별별일들이 다 일어나고 있을거 같은 기분..

담번엔 친구랑 이 길을 걸어
저 골목안 선술집에서 맥주 한잔을 하리라 마음 먹으며...



집으로 다시 걸어오는데 새시랑 새시랑 대나무가 바람을 붙잡고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조그마한 대 숲..
아니 숲이라기엔 좀 민망한 대 뭉치 쯤?

어쨋거나 대나무숲에 바람이 들면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처음 알았다..

글로 배운걸 이렇게 동네 뒷길에서 익히기도 한다..



아파트 위로 떠 있는 별을 보며..
별들의 이름을 불러줄 수 없음을 늘 안타까와하며...

생활의 발견을 마쳤다..


*곰양 블로그 따라하기*

Posted by labosque :

흰머리

2012. 3. 10. 11:53 from 기억한올
모든 흰머리가 다 미운건 아니다..
그냥 말 안듣는 한올이 안타까울뿐..

어제 오랜만의 친구들 모임에서 심군..
자연스럽게 늙어가자..
주름 한줄, 흰머리 한올에 연연해하지 말고..
하더니..

저녁시간내내 신경쓰였다던, 삐죽이 튀어올라온 내 돼지털 흰머리를
기여이 뽑아주고야 말았다..

친구의 튀는 흰머리가 안타까왔다나 머라나 하면서..
잠시 서로의 털속을 헤쳐 이를 잡아주는 원숭이가 된 기분..

머리를 들이대고 맡길수 있는 같이 늙어가는 친구들이 있어 좋은건가???!!!...
싶기도 하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