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올'에 해당되는 글 58건

  1. 2014.11.16 지난 며칠.. 5
  2. 2014.11.01 우울 전염 2
  3. 2014.10.19 잊기전에... 여행 에피소드
  4. 2014.07.03 감사.. 1
  5. 2014.06.27 노동 주간 혹은 독서 금지 주간
  6. 2014.05.27 5월 일기
  7. 2014.03.27 근황 2
  8. 2014.02.27 시간 주워담기... 5
  9. 2014.02.15 그 사이... 6
  10. 2014.01.20 독서에 대한 기억 4

지난 며칠..

2014. 11. 16. 02:17 from 기억한올

1.친해지기..

사람과 사람이 친해진다는 건 뭘까?

어느만큼이 적절한가?

그런게 있는건가?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을 하려니 흠...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두자..


2. 오랜만에..

얼굴 본 친구 C

단순해서 이쁜 친구..

퉁퉁거려도 툴툴거려도 생각이 고대로 다 드러나는 친구...

'하지마..하지마..귀찮아..귀찮아...'해도

해주면 뱃속부터 미소가 올라오는 친구..

누군가를 기쁘게 해줘서 나도 기뻣던 

오랜만의 하루... 


3. 말 너무 많이 한 날..

후회 되...

심리학 공부 괜히 했어...

더럽게 아는 척 해버렸다... ㅠ.ㅠ

교과서에 나오는 말만 하고 있는 내가

조금 싫다...


4. 송년..

이제 다시는 방탕하지 못할거 같은 느낌..

풀어진 시간들은 다 지나가서 되돌릴 수 없는건가?

흠... 술도 못 마시고... 

흥청거리지도 못하고...

맨날 이렇게 맨 정신으로 살아야 돼?

새삼... 지루하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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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전염

2014. 11. 1. 11:13 from 기억한올

# 우울함은 살짝 전염성이 있다..

아니..보다 정확하게 기분은 살짝 전염성이 있다..


아침에 말할수 없이 가라앉은 기분과 이유를 알수 없는 눈물로 눈을 뜨는 것은 참 오랜만이긴 하다..


사실 이유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세가지 뚜렷한 이유가 이 감정이 전염이 아니고 자연 발생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제 날씨...우중충하고 흐릿흐릿 묵직한 하늘에 스산한 바람까지...

더구나 우리 집은 중앙 난방이 되어놔서 간절기인 이맘때 오히려 바깥보다도 춥다..

뼈를 시리게 하는 냉기가 불꺼진 집안에 가득하단 말이다...


어제 몸 상태...감기 뒤끝에 혈기 왕성해진 내 백혈구란 놈들이 

감기군을 퇴치하고 의기양양해진것 까진 좋았는데 빨리 해산을 안하나보다...

적인지 아군인지 구별도 제대로 못하는 이 정신 못차리는 것들이 다시

내 모세혈관들을 공격하고 있다...이번엔 좀 넓게 오래 공격한다..

수도 없이 반복되는 이 내전에서 지원병 노릇을 하고 있는 스테로이드 연고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죽을만큼 아픈건 아닌데 스물스물 걱정이란 놈이 

때를 놓치지 않고 내 척수를 타고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우울이란 간세가 내부에서 호시탐탐 성문을 열어 줄 기회만 엿보던 참이다..


어제 읽은 책...레싱의 <다섯째 아이>

여기에 대해선 정말 정말 말하고 싶지 않다...

흘러 보내도 흘러 보내도 마르지 않는 내 맘의 우물같은 곳인가보다..

충분히 퍼내고 말려서 뽀송뽀송해진줄 알았는데 이렇게 직격탄을 쏘아버리면 

나로써도 어쩔 수 없다...


# 누군가 우울하다고 할때 내가 그 기분에 도달하지 못하면 답을 해 줄수가 없다...

그저 그렇고 그런 상투적인 답변으로 억지로 북돋음의 먼지를 피우거나

아니면 훠어이 훠어이 물럿거라... 불안 불안한 내 곁에 가까이 못오도록 살짝 한걸음 비켜서는 수밖에...


내가 그 기분에 도달했을 때도 여전히 답을 해줄 수가 없다..

막상 우울에 빠지면 다른 누군가에게 손 내밀기는 점점 더 힘들어 진다..

우울한 두 사람이 모여서 각자의 우울의 근원과 깊이를 재어보여주는 건 얼마나 볼썽 사나운가...



이러 저러한 이유로 실은 우울한 사람들이 서로 모이는 건 그닥 현실성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서로 딱 만나는 지점은 힘들다..

누군가는 너무 이르고 누군가는 너무 늦다..

누군가는 오래 머물고 누군가는 스쳐 지나가 버린다..

가버리는 사람의 뒷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게 

오래 머무는 자의 숙명이다...


# 비록 눈물로 시작했더라도 11월의 첫 아침이 환했으면 좋으련만...

20여년전 가깝게 지냈던 가족의 부친 문상을 가는 건 뭐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 본다 치면 되는데

그 소식을 전해 주는 지인의 간암 소식은...

도대체가 활기차게 시작할 수가 없는 아침이다...




Posted by labosque :

#

나를 리스본으로 이끌었던 책 <리스본행 야간 열차>를 조금씩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

(조금씩인 이유는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걱정 때문에 몰입 할 수 없어서..어차피 아무 것도 안하면서도..)

초반 그레고리우스가 갑자기 리스본을 향해 떠나는 돌발 행동을 할 때 귓속에 울리던 '포르투게스...'

'하루종일이라도 이소리를 듣고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라든지 '조용하고 우아하군요 지나치게 번쩍이지 않는 은처럼.'

이라고 묘사하게 만든 언어...


다시 들춰보기 전까지 이 부분에 대해 전혀 기억 못한채로 포르투게스에 대해서 나도 나만의 느낌이 있었는데..비슷하다...

리스본을 들러 바르셀로나로 갔는데 리스본에 대해 묻는 한인 민박집 주인과 객들에게 나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보다) 더 조용조용하고 친절한 것 같아요..'

'스패니쉬는 되게 시끄럽게 들리는데 포르투게스는 마치 속삭이는 것 같아요..'

그에 대해 사람들은 바르셀로나에 비해 리스본은 관광객이 적으므로 사람들이 아직까지 순박하고 착하다..혹은 여유롭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직까지 그 곳을 오염(?) 시키지 않았으므로 일본인들이 구축해놓은 예의바른 동양인의 이미지가 

살아있어서 사람들이 친절한거다 등등의 해답을 내놓았고

바르셀로나에서 8년이상 살고 있는 민박집 주인은 '스패니쉬가 시끄럽죠... 맞아요... 포르투게스가 더 조용하고 그래요..'라고

비로서 나의 느낌에 동조하는 발언을 해주었다..


사실 나는 포르투게스와 스패니쉬를 구분하지 못한다..

'감사합니다'를 스패니쉬로는 '그라시(티)아스', 포르투게스로는 '오브리가다(여자),오브리가두(남자)'라고 한다는 것 

이상의 지식이 없다..

두 언어를 동시에 듣는다해도 구별해 낼 자신은 없다...

그럼에도 확연히 포르투게스는 부드럽고 속삭이는 듯 하다라는 느낌은 있었다...

그리고 그걸 책에서 다시 확인하니 반갑다...


#

리스본과 바르셀로나 중 어디가 더 좋았는지 묻는다면 참... 힘들다..

같은 시기 비슷한 지역으로 떠난 여행인데 이렇게 느낌이 다를수가...

바르셀로나는 보다 확실한 느낌이다.. 

언제 어느때 가더라도 실망하지 않을 확실함, 견고함이 그 도시에는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가우디에 있다..

가우디는 아마 지구상 그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리스본은.. 나에게 타임머신을 태워준 기분이랄까?

내가..마치...30대의 자유로운 여행자가 된 기분을 맛보게 해주었다면

어쩌면 가우디보다도 더 멋진 일일 수도 있다..

가우디의 건축물은 언제 어느때라도 나를 감동시키겠지만

30대의 나와 같은 느낌은 언제 어느때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기분이 아니다..

(리스본을 다시 간다고 해도 그런 기분이 다시 들지는 의문이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사람들 말대로 관광객이 적어서 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리스본에 모여든 관광객들에게는 뭔가 모를 여유가 있다..

아마도 도시가 사람들을 초조하게 만드는 꼭 봐야할 것, 혹은 놓치지 말아야할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코메르시우광장 앞 강가에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아름다울 것도 없는 풍광이 펼쳐지지만 

새똥으로 얼룩진 더러운 돌계단에 기대고 누운 사람들은 거리의 음악가들의 연주를 배경음악 삼아 

저마다의 시간과 상념속에서 타호(테쥬)강을 바라본다..

그냥 하염없이 앉아있는다... 

리스본에서의 시간은 말하자면 그런 식으로 흐른다..


#

리스본에서 내가 30대 여행자의 기분을 살짝 맛 보았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가령.. 여행을 그렇게나 많이 다녔어도 모르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어 본  기억이 없다..

특히 외국인과는 더욱 더...

단체 여행을 따라가도 거의 우리 식구 혹은 동행자와만 이야기 나누고 행동했었다..

외국인에게는 길 물어보는 것 이상의 소통을 해본적이 없고 그나마도 별로 없다..

그런데 리스본에서는 다른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단순한 이유가 나를 타임 머신 타게 만들었다면 나도 참 단순하다..

맞다... 나 단순하다... ㅠ.ㅠ

그냥 '아~ 젊은 사람들은 여행에 이런 느낌들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겠구나~'

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기분을 잠시 맛본걸로 해두자...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건 런던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20년쯤 전에 갔던 런던의 인상이 무색하게 (당시엔 영국 사람들, 무척 교만하고 불친절하단 느낌..)

어찌나 사람들이 친절하시던지 잠깐만 길을 물어도 자신이 알던 모르던 얼마나 자세히 설명하려 애쓰는지

우리끼리 결론을 '사람들이 죄 외롭다.. 그래서 누가 말 걸어주기만 기다리고 있다'로 내릴 지경이었다..

(자기도 잘 모르는 길을 하도 친절히 가르쳐주어서 우리가 오히려 길을 잃고 헤매게 만든 사람도 있었다..ㅜ.ㅜ )

(친절과잉으로 우리를 이상한 뮤지엄까지 안내해준 이상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아마도 내가 20년 전보다는 영어가 좀 되니까 리액션이 좋아져서 그런가 보다 싶은데

리스본에서는 택시 운전사부터 시작되었다..

공항에서부터 호텔로 데려다 준 이 택시 운전사 아저씨..

내가 몇마디 맞장구를 쳐주자 알아듣기 힘든 포르투갈 액센트가 섞인 영어로 쉬지않고 말을 풀어놓는다..

처음에는 성심껏 알아듣고 맞장구 치고 질문하고 하려고 애썼으나 곧 깨닫게 된

이 아저씨에게는 나의 반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자신의 임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나보다.. 아니면 모처럼 만난 외국인 앞에서 나홀로 영어 연습?

나중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든 그냥 듣고 있고 이 아저씨 고장난 어학 테이프처럼 쉬지 않고 줄줄줄...

그래도 이 아저씨 덕에 중간 중간 유용한 정보도 몇개 얻긴 했다...(예를 들어 우리 호텔 바로 옆 건물이

시외로 나가는 기차 터미날이라는 것과 뭐... 몇가지 더 있었는데... 잊었다...)


그 다음 만난 외국인 커플은 파두 공연장에서..

둘쨋날 저녁식사를 파두공연을 볼 수 있다는 아마도 관광객 전용 식당쯤 되는 곳에서 하게 됐는데

옆자리에 미국인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이 앉았다..

식탁들이 촘촘히 놓여지고 한군데도 빈좌석이 없이 빽빽히 채워진 곳이었는데 할머니, 내 옆에 앉자

곧 영어 할 줄 아느냐고 묻는거다.. 조금 한다고 하니 반색을 한다..

시애틀에 사는 부부로 집떠난지 4주가 되어 간다는 할머니.. 

우리와는 반대로 바르셀로나로부터 시작하여 스페인 곳곳을 거쳐서 (그라나다, 마드리드, 세비야 등등)

리스본에 도착하였는데 포르투게스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영어를 쓸수 있어서 너무 반갑다고...

바르셀로나에서는 멋진 한국인 가족들을 만났노라고 하며 무척 반가와한다..

아마도 미국에서부터 나 같은 동양계 외국인들을 많이 대해보았는지 발음 한마디 한마디를 천천히

분명하게 해주려고 애쓴다..

할머니는 내게 이 파두 식당이 새벽1시까지 문을 연다고 알려주었고 나는 나대로 포르투갈어에 

전혀 지식이 없다는 할머니에게 포르투게스로 R은 H로 발음한다고..

그래서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옆 광장인 호씨우 광장과 할머니가 묵고 있는 호텔 옆 광장인 로씨우 광장이

사실은 같은 곳이라고 알려주었다..

할머니..바르셀로나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 부분은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확인을 했다..

(다음 기회에..) 

부부가 같이 와서 자기네 끼리는 실컷 같은 언어로 이야기 할수 있었을 텐데도 

모르는 낯선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심리..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은 심리...그것이 여행가의 심리인가? 

그렇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30대의 마음인건가?

그렇다면 이 노부부도 여행하는 마음은 30대 인건가? 등등의 엉뚱한 생각을 뒤로하고

우리는 10시 반쯤 인사하고 나오고 그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아마도 1시까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다는 파두를

즐기기위해 식당에 남고...(마음은 어쩌면 우리가 더 늙었구나.. 내일 걱정을 하다니...하는 생각도 잠시...)


셋쨋날 알파마지구의 상조르제 카스텔로 아래 식당에서...

밥부터 먹고 힘을 내어 성 구경을 하기로 하고 가장 호객행위를 활발하게 하는 식당의 노천 파라솔 밑에 앉았다..

호객행위를 열심히 하는 웨이터와 메인 웨이터의 재미있는 말씨름 공방을 보면서 (씨애틀에서 왔다는 어떤 

미국인에게 제발 좀 저 말많은 녀석 데려가라고.. 데리고 가서 바다에 던져 버리라고...) 웃고 있다가

친구가 내 뒷쪽 (의자의 방향을 약간 돌리면 옆테이블이라고 할수도 있는..) 테이블의 커플이 마시고 있는

음료에 눈길을 주었다..'나도 저런거 먹고 싶어...'외국인과의 몇번의 접촉으로 자신감을 얻어 겁이 없어진 나는 

'지금 마시고 있는 음료가 뭐예요?'하고 물었고 곧바로 '샹그리아'라는 답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말길이 열렸다..

그 커플은 친구랑 둘이 흘깃거리며 여자도 참 예쁘고 남자도 참 멋있다 라고 논평하던 대상이었는데...

내 뒷자리에 앉은 남자가 자꾸 말을 걸어온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그들은 파리에서 북쪽으로 한시간쯤 떨어진 도시에 산다는데 두번이나 발음해주었지만 

알아들을수 없었다..

여기보다 날씨는 나쁘지만 사람들이 참 좋은 곳이라고 한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가보고 싶단다.. 

친구중에 포르투게스들이 있는데 그들이 참 좋아서 리스본에 오게 되었다고..

샹그리아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스페인에서 먼저 만들어졌는데 와인에 설탕과 탄산수와 과일등을 섞은 거란다.. 

그런데 그게 포르투갈에 들어오면서 포르투갈 식의 뭔가가 더 들어가서 더 맛이 있단다.

비밀 재료가 뭘까 물으니 아마도 더 많은 설탕인것 같다고 하며 웃는다...

잔 바닥에 미처 녹지 않은 설탕이 하얗다..

프랑스식 액센트가 섞인 영어로 이런 저런 말을 하고 말을 거는 남자의 눈동자가 참 예쁘다..

회색눈인데 맑고 밝고 초롱초롱한 눈이 아니라 뿌옇고 탁한듯 보이는, 그러면서도 투명한 회색눈이다..

어릴때라면 정말 이상하게 보였을 회색눈... 그런데 정말 예쁘다...

식사를 마치고 서로 인사하고 헤어진 후 서 너 시간쯤 후 성을 다 보고 한가롭게 골목 골목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는데 마침 트램이 지나간다..

길 한쪽으로 비껴서서 트램을 보내는데 누군가 팔을 쭉 뻗어 크게 손을 흔든다..

그 커플이 트램을 타고 있다가 우리를 발견하고 마치 반가운 친구처럼 아는 체를 해준다..

이런게 여행지에서 친구를 사귀는 느낌인가?

새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진이라도 한장씩 찍을 걸..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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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2014. 7. 3. 22:07 from 기억한올

# 나를 웃게 하는 친구..


알게 된지는 며칠 안됐지만 흠... 그런 친구가 있다...

요 며칠 나를 미친듯이 웃게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 특급 칭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은 이제 관용어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어떤 칭찬은 여전히 영혼없이 들린다..

칭찬을 들어도, 춤추는 고래는 커녕 지나가는 굼벵이도 코웃음 치게 만들거 같은 순간도 있다..


얼마전 들었던 찬사는 듣는 순간부터 마음 속이 환해지게 기뻤고 두고 두고 기억하고 싶다..

다시 먼 나라로 돌아가는 친구에게 잘 가라고 전화를 했더니 그 친구는 도리어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애들이 다 너 너무 좋아하더라~'

'누가?'

'다~ 다 좋아해~

너는 참 정해'

'정한게 뭐야?'

'맑다구.. 우리 나이에 맑은 게 참 쉽지 않은데.. 넌 아직도 참 맑아..'


나지막하고 듣기 좋은 저음으로 가만가만 다정다감하게 말해줬던 친구..

떠나는 널 배웅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위로 받았네...

고마웠다..




# 숨구멍..


그냥 내게는 숨구멍 같은 친구..

아니... 산소방 같다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까?

평소, 호흡하고 생활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지만 

만약 산소방에 가면, 아무 것도 걸리는 게 없는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

머리가 맑아지는 그런... 

근데 산소방보단 더 절실하다...

산소방은 가면 좋고 안가도 상관 없지만 그 친구는 그보다 내게 훨씬 더 중요하니까...

그냥 가끔은 마음껏 숨 쉴수 있게 해주는 숨구멍이라고 해두자...

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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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장고 깊이, 문제의 시작...

 

일이 커져 버렸다... 원래는 냉장고만 바꿀 생각이었다.. 정말이다..

근데 우리집에선 냉장고의 깊이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왜 중요한지는 묻지 말자...

설명하려면 복잡하다.. 한마디로 그냥 너무 튀어나와서 부담스럽다... 그렇게만 이해하자...

 

다들 간다니까.. 나도... 하이마트에 갔다..

우리집 냉장고 깊이가 79cm 인데 벽면에서 5cm띄고 84cm다..

하이마트에 진열된 삐까 번쩍한 새 냉장고들은 최소가 91cm...아무리 열심히 돌고 또 돌아도 신형 중엔 없다..

한쪽 귀퉁이에 한 두개 전시된 단종된 거 같은 모델도 80여cm 가 넘는다..

흠... 17년 된 우리 냉장고... 여기 와 보니 조상님이다..  

 

하필 세일.. 2년만에 고장난 에어컨에 대해 불평 몇마디 했더니 하필 직원가...

다섯대 선착순이란다... 얼른 떡밥을 물었다...

깊이 92cm 짜리 새 냉장고를 모실려면 실은... 깊이만 문제가 아니다..

폭도 더 넓어지기 때문에 원래 냉장고에 딱 맞게 둘러 쳐 놓았던 장들도 얼른 자리를 비켜드려야 한다...

그래서 얼른 한샘으로 갔다...

 

한샘에 갔더니 세상에... 실은 가자마자 생각이 났는데 세상에...

빌트-인 이란게 있는거다...그래...나도 아는 거다... 그냥 냉장고 사기전에 기억이 안난거 뿐이다..

그리고 이 빌트인은 무려... 60cm..

13cm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머리를 싸맸더랬는데 이건 심지어... 37cm쯤 부담을 날려버리기 까지 한다..

 

디자이너랑 상의를 하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햄뽁는다는 한샘에서.. 드림 주방이라는 한샘에서...

디자이너 언니와 의논을 시작했다는 건... 불을 보듯 뻔한 나의 패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일이 커진다... 점점 커진다...

 

그래... 결심했어...

냉장고를 바꾸기 위해 부엌을 고치고

부엌을 고치기 위해 이사를 포기하는 거야..

해마다 도지는 이사병..

부엌으로 지그시 누르기로 했다...

 

 

 

# 말 거는 세탁기...

 

업친데 덥친다... 대충 일들은 그러하다...

세탁할 때 찬물이 안나온다.. 모든 빨래가 삶는 빨래가 된다..

오늘 갑자기는 아니고 언제부턴가 그렇다..

관리 소장님이 오셨다.. '수도의 문제는 아니구요.. 세탁기 문제 같은데요?'

세탁기 역시 조상님이다.. 냉장고랑 17세.. 동갑이다...

미운 것들은... 고장도 안 난다...

 

어딘가에 연락해서 오시라고 하면 앞으로도 계속 쓸수 있겠지만..

출장비도 만만치 않을테고.. 에잇 미운 것들... 같이 내쫓아버리고야 말겠다..

장화, 홍련 계모의 심정으로 새 세탁기를 샀다..

이번엔 엘지로 갔다.. 지난번 냉장고 취소할 때 빈정 상했다..

에어컨 고장 난 것 불평했다가 삼성에도 빈정 상했다...

풀릴 때까진 엘지로 고고 씽이다..

 

17년 만에 새 세탁기..

엄청 조용하다.. 조용 조용 기특하다..

근데 때도 더 잘 빠진다.. 더 기특하다...

근데 세탁 끝났다고 띠리리링 노래를 하며 말도 건다...완전 기특하다...

 

17년 됐으니.. 그간 일 열심히 잘했다만...

물건은 새 물건이 좋구나...

너무 서운해하지 말게..세상 인심이 다 그런거야...

 

음... 눌러 살아야겠다...

 

 

 

# 못 찾는 것들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 입니다...

 

한샘몰 수납용품 페이지에 뜨는 광고 문안이다...

집이 다 뒤집어 지고 있다...

냉장고가... 냉장고만의 문제인게 아닌게 되어 버렸고..

부엌이 부엌만의 문제인게 아닌게 되어 버렸는데..

거기에 베란다의 문제, 옷방의 문제, 아들방의 문제 들이 끼어들면서

집이 한바탕 뒤집어 지고 있다..

거의 이사 수준의 난리 법석이 지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저 광고 문안은 남편이 옷방 정리를 하다가 찾아내는 보물들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유감없이 증명하고 있다..

7년동안 숨겨져 있던 물건들이 어찌나 한결 같이 보물인건지... 참...나...

남편 방에는 17년 동안 숨어 있는 보물들도 있다..틀림없이 있다...

 

나도.. 실은...조그만 노트를 하나 발견했다..

2002년에 한겨레 문화 센터에서 사진 배울 때 쓰던 노트이다..

대부분 버려도 상관없는 자질구레한 필기들과 촬영기록인데..

몇장... 딸랑 몇장... 메모가 있다...

어쩌지? 이거 어쩌지? 하아~

이게 뭐라구 메모 부분을 찢어 두어야 하나 어디다 옮겨 적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이게 뭐라구...

 

그냥 눌러 살아야겠다..

보물도 많은데....

 

 

Posted by labosque :

5월 일기

2014. 5. 27. 14:01 from 기억한올

# 4월이 바쁘다하고 정신없이 보냈는데... 

세.상.에....


5월이 원래 그렇게 순발력 좋은 달이었던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체감 속도로는...음.... 우사인 볼트 저리가라다..


# 사실... 시간이 뭐가 빠르랴...

상대적으로 내가 느린것일뿐...


내가 좀 빨랐던 지난 날들엔 토끼 정도 였다면 

지금은 거북이처럼 엉금거리고 있으니 시간이 혼자 저만치 뛰어가는 것 처럼 느껴질뿐...

내가 느려지면 느려질수록..

시간은 점점 더 앞서갈 뿐이다..


# 5월의 시작은 참 좋았는데...

연아의 아이스쇼도 보러 다녀오고..

에버랜드에서 아기사자도 만나고..

친구들과 곤지암에서 좋은 시간도 보내고..

미국에서 28년만에 다니러 나온 친구 보러 이 모임 저 모임 모임도 잦았고..

또 다른 친구들과 부산도 다녀오고...


한 일은 참 많았는데 정리가 하나도 안 되어 있다...

모든게 다 뒤죽박죽이다...


아... 머리가 무겁다...

짜증 난다...


남편이 갱년기 증상이란다...


 # 책 들을 죄다 읽다 말았다..

이중텐의 중국사 1권.. 현혹 반쯤... 백년의 고독도 1권...


로쟈 강의도 정리하다가 밀린지 오래...

심리학 개론 노트정리도 밀린지 오래...

상담보고서도 안쓰고 밀쳐놓고...


흠... 포코팡 미워... ㅠ.ㅠ







Posted by labosque :

근황

2014. 3. 27. 19:43 from 기억한올

# 로쟈와 함께 책 읽기를 하며, 또 책을 지나치게 읽기 시작하며 생활의 기록은 소홀했다..

1, 2월엔 좀 많이 읽었고... 따라서 책에 대해 포스팅 해야할 내용도 꽤나 많았고 그러다보니 신변잡기까지 

끄적거릴 여유가 없었는데... 3월은 확실히 나사 하나가 도망가 버린듯 하다..

책도 안 읽고 포코팡과 연갤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


# 책을 읽는게 가끔 좀 무서운 게, 책을 읽다보면 마구 마구 나의 비 활동성이 자극되어 버린다..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데도 안 나가고 아무도 안 만나고..집에서 책만 읽을....거 같은데...

처음엔 그런식으로 책을 읽다가 결국은 책 조차 안 읽게되는 비활동성의 막장으로 가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나 지금 독서에다가 책임전가 하고 있는 중이다..


# 그렇게 비활동성 게이지가 상승하면 그때부턴 모든 외부활동을 줄이고(혹은 줄이고자) 그에 대한 합리화에 돌입한다..

예를 들어.. '치료사 자격증을 땄더니 더 이상 목표가 없다고 생각되서인지 갑자기 모든 의욕이 사라졌어..'

'책 읽는 게 너무 재미있는데 왜 내 인생을 보고서 쓰는 일 같이 재미 없는 일에 낭비해야 해? 역시 일을 줄여야겠어..'

'집단 상담이 뭔지 궁금했는데 궁금증은 풀렸네..그리고 소기의 성과도 있었어...즐거움 보다 스트레스가 더 큰데 

계속 시간과 비용과 (스트레스를 감수하는)노력을 들이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이런 식으로 나의 중간에 뭐든..(뭐가 되었든..) 그만두어 버리는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려고 애쓰게 된다...


# 오늘 선린 중학교 아이들을 만나고 왔다..

또래상담을 동아리 활동으로 선택한 아이들을 돕는 미술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처음 해보는 종류인데 귀차니즘과 무의욕이 한창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터라 

뭐 '대충 그까이거'로 준비하고 학교에 갔다..

생각보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동아리 활동 첫날이라..) 준비해 간 것도 미처 다 못하고 수업을 마쳤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이 막 상쾌하고 신이 난다..

가기 전에는 살짝 긴장도 되고 하기 싫은 마음도 들고 걱정도 됐었는데 막상 아이들을 만나니 재미있다..

그래..아이들 만나는 건 좋다.. 대신 담당샘께 서류 작업은 대충 하자고 해야겠다...

뭐..어차피 무급이니 비용대신으로 퉁치자고 해야지..싶다... 두학기째라 낯이 익어서 그렇게 하자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 사람들은 더 큰 즐거움을 위해 성취욕을 불사르는 거겠지?

지금 이 순간의 편함과 즐거움, 달콤함을 유보하고 힘듬과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거겠지? 

집에만 있고 싶은 귀차니즘과 싸우고 나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나니 참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무언가 했을 때의 즐거움을 알 수 없다..

너무 당연한 건데... 자꾸 잊는다...


# 그런데... 심사숙고해도 여전히 별로인건 안 하는 게 맞는거겠지?

인생..어차피 선택인데..하는것과 안하는 것의 선택이라면 하는 것을 택한다 할지라도

뭔가 하는 것 A와 또 다른 뭔가 B의 선택이라면 하나를 버려도 어쩔수 없겠지?

너무 끈기가 없나?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거라고 변명한다...


 




Posted by labosque :

시간 주워담기...

2014. 2. 27. 16:30 from 기억한올

1. 

로쟈 가라사대.. (이렇게 말하니까 마치 로쟈가 내 신이나 적어도 선지자쯤 되는 거 같다..)

산문이 가진 지표적 성격의 의의는 시대를 반영하는것이라고 했다..

시대..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

그것은 '시'가 할수없는 산문 고유의 영역인 것이다..


뭐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요즘 내 일과를 기록해야 하는 당위를 갖다 붙일 필요는 없겠지만..

약간 과장되게 비장함을 즐기는 내 성격탓이라고 해두자...


2.

요즘 하고 있는 뻘짓은..

디시인사이드의 '김연아 갤러리'에 출입하기...

집에서 하루종일 뒹굴면서 연갤 들락날락 거리면서 새로 업뎃된 포스팅들 다 검색하고

사이 사이 남편에게 클로버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주기 위해서 가입하여 잠시 몰두해있는 게임 '포코팡'을 해주고...

그게 요즘 일과의 대부분이다..


뭔가에 꽂혀서 몇날 며칠씩 허우적대는건 내 오랜  습관 중의 하나라

대학교때 무협지에 빠져 밤을 꼴딱 꼴딱 새워가며 식음전폐하고 누워서 책만 읽었던 기억을 필두로 (영웅문)

게임에 빠져 한달씩 날밤을 새워가며 노가다를 한적도 있고 (군주)

드라마에 빠져 시청자 게시판을 들락거리며 패를 나눠 설전을 벌인적도 있고.. (발리에서 생긴 일)

채팅에도 한달쯤 미친듯이 빠져서 벌건 대낮에도 채팅창의 파란 화면을 환상같이 보면서 (다음 까페)

부족한 잠때문에 벌개진 눈으로 좀비처럼 돌아다닌 적도 있다..


또..

그렇게 미친듯이 빠져있다가도..

빠져나오기도 참 잘 빠져나온다...

한번 빠져나오면 거의 다시는 눈길도 주지 않는게 내 성격이기도 하다..(의외로 단호박..)


3.

김연아에 대해선..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 그렇듯...

참 좋아했었다...

선수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우리나라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되던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냥 딱 그만큼.. 언론에서 이야기해준만큼..

어렵고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 스케이트를 그렇게 타게 되었는지

우리나라에 어떻게 저런 보물이 뚝 떨어졌는지...뭐 그정도...


김연아의 동정엔 늘 관심이 있었던게

연아같은 위대한 선수(천재)와 동시대를 산다는게 너무 행운이라고 느껴져서

내 생애에 한번이라도 그녀의 스케이팅을 직접 보고싶다..(그래서 내 생에 의미있는 순간을 만들고 싶다..)라는 이유로

언제 어떤 일이 있는지 정보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그레브 출전하기 얼마 전쯤

디시인사이드 피겨갤러리라는 곳에 출입하기 시작했다..


4.

디시인사이드는 2002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 싸이트는 사실 DSLR을 포함한 카메라류 인터넷 판매싸이트이다..

지금은 워낙 커지고 게시판이 훨씬 더 활성화 되어 있고 심지어 일베의 발생지이기도 한 좀 이상한 곳이지만 원래는 전자상거래의 기능이 주기능이고 보조기능으로 몇몇 게시판들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 그런 곳이었다..

이곳은 자신을 노출하지 않아도 되는 익명게시판인데다가 싸이트의 주인장(보통 대장이라고 불린다)의 코드와 유저(그때는 대부분 사진, 카메라, 노트북 등에 관심있는 사람들)들의 유머감각이 절묘하게 결합된 온갖 유머의 생산처였었다..

그래서 이른바 '디시폐인'들을 양산하게 되고 디시 특유의 문체와 디시인들만의 은어를 가진 독특한 문화공동체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생산되는 유머가 여기저기로 퍼 나름을 당하게 되고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싸이트는 양적으로 매우 팽창하게 되나 질적인 면에서는 의문이 생기고 뭐랄까..한마디로 찌질이들의 집합소라는 오명을 얻게된다..


디시에는 갤러리라는 말이 카페 대신 쓰인다...

그 중의 하나가 피겨갤러리라는 곳이다.. 흔히 줄여서 피갤이라고 한다..

연아의 자그레브 대회 얼마전부터 이곳에 들락거리며 눈팅을 했다..

눈팅을 하며 연아팬들의 고유한 언어문화에 접하게 되었다..

처음엔 파악하느라 애좀 먹었다...

서설이 이렇게 길었던 이유는 그 말들을 기록하기 위해서이다..

세월이 많이 흘러 연아팬들이 쓰는 말들이 바뀌어도 연아팬들은 여전히 나보다 몇십배 더 자신들의 역사를 잘 기록해두겠지만

아마도 나는 연아팬질에서 벗어나는 순간 많은 것들을 다 망각속에 묻어버릴 것 같다..

그래서 나 자신의 기억을 위해 산문의 힘을 살짝 빌린다..


5.

피갤 - 디시인사이드 피겨 갤러리

연갤 - 디시인사이드 김연아갤러리

망갤 - 갤러리가 망하는 것

곱등이, ㄱㄷㅇ - 처음 피갤에 눈팅하며 무슨 뜻일까 의아했던 말로 계속 지켜보며 스스로 내린 정의는 

김연아의 팬인양 가장하며 실제로는 김연아를 까거나 피갤이나 연갤을 망가뜨리고 와해시키려는 유저,

또,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나오는 벌레 같은 악플러..

고닉 - 고정된 닉네임(익게라서 자기 닉을 쓸 필요가 없는데 고정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팬들)

유동닉 - 고정된 닉네임을 쓰지 않는 유저들

뉴비, 늅 - 새로 들어온 팬

어그로 - 게임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갤에서 쓰이는 용도는 분탕질을 치기 위해 하는 모든 행위..특히 관심받고자

자극적인 제목달기 등..모든 찌질한 짓..


갤러리는 게시판이 총 3개라고 볼수 있는데 일단 전체게시판에서 조회수와 추천수가 많은 것들이 [일간베스트]와 [개념글]이라는 

게시판으로 넘어간다.. (여기에서 '일베'라는 용어가 차용당했다고 보면 된다..)

전체게시판은 진지한 글들도 올라오지만 온갖 종류의 인터넷 악플러들이 설치는 공간이기도 하다..


피갤에서 눈팅을 하다가 소치 올림픽때 악플러들이 갤을 거의 망가뜨려도 연아 팬들이 갤을 방치하는 걸 보고 나도 얼른 김연아갤러리로 옮긴다.. 피갤에서 악플러들의 논리는 여기는 피갤인데 왜 김연아만 찬양하느냐 라는 것이었고 마오찬양이나 다른 선수들의 이야기가 꼴보기 싫은 연아팬들은 [올챔퀸연아]라는 말머리로 불필요한 클릭질을 예방하고자 한다..그렇지만 소치 기간동안의 악플러들의 등쌀에 견디다못해 결국 대부분 피갤을 떠나 연갤에서 활동하게 된다..징글징글한 악플러들은 연갤까지 따라와서 여전히 연아흠집내기에 몰두하고 있다..진정 답없는 또라이들 같다..


짤 - 사진 (짤림방지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움짤 - 움직이는 사진. 즉 동영상

짤줍 - 짤을 주워간다

조공 - 팬들이 선물이나 팬 아트등을 바치는 것


연아의 팬들은 진심 대단한데 8년에서 10년정도 봐왔던 오래된 팬들이 있고 나처럼 이제 겨우 팬질을 시작한 늅늅도 있다..스스로 연덕이라 부른다. 연덕은 오타쿠에서 비롯된 오덕(후)과 연아가 합성된 말..즉 연아오타쿠..같은 맥락에서 등덕이란 말도 있다..

(연아등에 빠진 덕후)


연아팬의 공식 명칭은 승냥이 이다.. 왠만한 연덕들은 스스로를 승냥이라고 감히 부르지 못한다..적어도 몇년이상 꾸준히 연아를 봐오고 경기에 참관하고 팬아트를 바치고 조공을 한 팬들이나 간신히 승냥이 무리에 스스로를 올린다..

승냥이라는 말은 피갤러, 연갤러들이  연아 미니홈피에 방켓(경기후 파티)사진이 올라왔다는 소식에 우르르 몰려갔던게 스스로 승냥이떼 같다라고 표현하면서 연아의 공식팬클럽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드르븐 승냥이떼..더럽다..라는 말은 팬심 폭발이라는 말의 반어적 표현이다..


샌딘이후 피갤, 연갤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은 의상성애자..연아의 팬들은 스스로 세운 규칙이 있는데 그것은 '연느 뜻대로..'

모든 것을 연아에게 믿고 맡긴다 라는 뜻이다..그래서 의상에 대해서 처음 한두번 말이 나오는 것은 두고 보지만 지속적으로 그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의 주장을 하는것은 '곱등이'로 규졍한다.. 연아의 팬인체 하며 마치 안타까움을 표현하거나 충고하는체 하지만 실은 논란을 일으켜 연아에게 부담을 주려는 숨은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의상에 집착하는 것을 그래서 '의상성애'로 부른다.


피갤에서 활동하다가 악플러들의 등쌀에 못이겨 연갤을 만들고 또 일부는 폐쇄된 커뮤니티 [피버스케이팅]이란 곳을 만들었다..이곳이야말로 승냥이들의 집합소로, 여기는 어쩌다가 한번씩 회원모집을 하는데 심지어 연아에 대한 시험도 친다고 한다..그런데 그나마 그 오프닝도 5년전 쯤에 한번 있었다고 한다.. 이 피버스 횽아들은 지금도 연아를 위해 묵묵히 소치 올림픽의 부당함을 알리는 팩트위주의 동영상을 만들고 항의 운동을 하고 있다..참 피갤이나 연갤에서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이다..


피갤에서는 게시판을 깨끗이 쓰고자 [정빙]이라는 용어로 게시글이나 댓글을 달지 않기로 하여 곱등이와 찌질이들의 활동을 줄여보려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진 못했다..연갤에서는 [병먹금] 이라고 한다.. 병신먹이금지 라는 뜻이다.. 찌질한 글에 반박 댓글을 달면 사람들이 댓글수를 보고 클릭하게 되고 조회수가 늘면 일간베스트로 넘어가게 되기때문에 아예 댓글을 달지 말고 철저히 무시해라 라는 뜻이다..

[피꺼솟]이란 말도 있는데 피가 꺼꾸로 솟는다란 뜻이다..


사실...연아의 팬들은 좀 독특한 데가 있다..

단순히 예쁘고 천재적인 한 운동선수를 선망하고 지지하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연느라고 연아를 신처럼 떠 받들자는 그런 모임도 물론 아니다.. 연아에게는 정말...누구도 따라올수 없는 스토리가 있다..연갤을 드나들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 그 이상의 무엇...그런 것들을 알게 되면 마오가 아무리 불쌍해도 더 이상 불쌍한 마음이 안든다...


네이버에 '김연아와 마오이야기'라고 쳐보면 어떤 횽아가 일목요연하게  몇페이지에 걸쳐 정리해놓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을수 있다.. 연덕 입문의 필독자료쯤으로 보면 된다..

연아 팬들은 팩트..팩트...팩트로 움직인다.. 자신의 생각을 올릴 수는 있지만 정당한 링크나 팩트가 없는 추측성 글쓰기는 [궁예질]이라고 지적받는다.. 연아도 연아팬도 혹독하게 단련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일들을 최소화하고자 게시판에서 늘 뉴비들을 단도리한다.. 늘 사고는 하룻강아지가 치는 법이다..


연갤, 피버스 말고도 연아까페[연깝]도 있고 공식 홈피도 있는 걸로 안다..그렇지만 연아팬들은 모두 한 마음이다..

2010년 2월 26일은 연아가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딴 날인데 이 날을 기념하여 연아 팬들은 모금을 하여 유니세프에 기부를 한다..

세계에 유래가 없는 팬클럽이다.. 그래서 올해는 나도 기부에 동참했다...


"연아야 고마워~"


단어장 업뎃)


개추(먹어) - 개념글 추천 (해줄께)

닥눈삼 - 닥치고 눈팅 삼년 (뉴비들에게 하는 이야기얌)

금손 - 연아 팬 아트를 잘 그리거나 만드는 사람

핡 - 핵심용어중 하나.. '하악'의 줄임말로 이상한 상상을 하면 안된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 떨리거나 두근거리거나 

설렘을 표현하는 것. 


연퀴 - 연아+바퀴벌레(팬), 연아의 팬들을 악플러들이 비하해서 부르는 말

주작 - 이 단어는 국어 사전에도 있더라..없는 사실을 꾸며만듬 이래.. 실제로 그렇게 쓰임..(주작질 하지마!)

국뽕 - 국가 + 히로뽕, 마치 뽕 맞은 것 처럼 국가에 대한 과도한 찬양을 일컫는 말..지나친 자문화 중심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팬코 - 팬코스프레, 실은 안티인데 팬인척 코스프레. 갤에서 이간질을 조장하거나 드러내지 않고 묘하게 분탕질을 침.

과자네 - 연아의 전 소속사..발음이 과자 발음과 비슷하다..(나쁜 집단..한마디로 적의 무리)

알밥 -알바




Posted by labosque :

그 사이...

2014. 2. 15. 15:20 from 기억한올

1.

2월 초부터 어느 틈에 중순이 되어 버린 그 사이..

뭐 그럭저럭 바쁜 일들이 많았나보다...


헤밍웨이까지 수업을 듣고 얼른 후기를 쓰다가...말고...

친정식구들과 코타키나발루를 간게 지난주 목요일 밤..


코타키나발루에서 돌아온 게 월요일 아침...


월요일 하루는 죽은듯이 지내고

화요일 아침 휘경 초등학교에 임상을 갔다가 와서

저녁에 다시 로쟈의 수업을 들으러 갔다..


이번 책은 겨우 반쯤 읽었다..

<드리나 강의 다리>..


이것 저것 개인적인 생각들도 좀 있었고

낯선 작가(이보 안드리치), 낯선 작품에 대한 로쟈의 강의도 재미있었는데

정리할 틈도 없이 다음날은 치료사 모임, 저녁엔 캐나다에서 온 친구를 위한 번팅...


목요일은 점심, 저녁 각각 친구 모임..

어제 금요일은 부모님 모시고 점심먹고 영화보고..

집에 돌아와서 셜록을 보다말고 잠이 들어버렸다..

(세수도 못함..)


흠...

오늘을 '영칩'이라고 이름 짓는다...(영한이가 튀어오르는 날..)

봄이 왔구나...


2. 

코타키나발루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자면


수요일 아침, 4년만에 고등학교 동창 신윤미가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했다..

윤미와는 고등학교때는 그냥 얼굴만 알고 인사만 하던 사이이고 (윤미가 워낙 붙임성이 좋은 아이라서..)

미국에 있을 때 중간에 끼인 친구가 미국방문을 하는 바람에 서로 인사 나누게 되고 가깝게 지내게 된 사이이다..


나도 귀국을 하고 윤미도 뉴욕에서 멀리 아리조나 세도나로 이사를 하고 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거의 끊겼었는데 윤미가 페이스북에서 먼저 나를 찾아낸 거였다..

그래서 나도 얼른 수락을 하고..

서로 안부를 조금 묻다가 윤미가 '나 지금 코타키나발루'란 곳에 있어.. 놀러와~'

헐...

나 다음날 밤 비행기로 거기 가는데....


윤미는 오빠가 코타에서 사업을 하는 관계로 여러차례 방문을 한 적있고 

또 방문하면 서너달씩 머무는지라 준 현지인에 가까운 상황..

그래도 연락하면 만나러 와서 차나 마시거나 밥이나 한끼 먹게될 줄 알았는데

모든 일정을 비우고 2박 3일간 우리 식구들 관광가이드를 해줘버렸다..


참.. 별 신기한 인연도 다 있다..

고맙다 친구...


3.

캐나다에서 온 친구는 나한테는 진짜 어릴 때 친구...

초등학교 3, 4학년때 같은 반이었고 제법 친해서 같이 놀았던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고..

또 중 3때 했던 독서회의 멤버이기도 하고..

남자사람으로 나에게 유일하게 별 경계심 없이 친구 같은 느낌을 주는 녀석이기도 하다..

아마 전생에 내 동생 쯤이 아니었을까?


이 독서회의 정체가 사실은 학업을 빙자한 사교모임이고 비밀리에 추진되던  음흉한 숨은 목적

바로 이 녀석의 연애사업 후원이었다..

그때 독서회의 여학생 멤버중에 근처 여고의 동창들도 두 명쯤 있었는데 그 중 한 아이를 이 녀석이

만나고 싶어해서 공식적으로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낸것이 바로 독서회였다..


맑은 정신으로 사는 걸 싫어하는.. 흔들리며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진..

그래서 기억력도 매우 단편적이고 특히 단기 기억에 관해선 거의 치매수준인 이 녀석의

선택적 기억능력과 역시 마찬가지 수준의 내 어린시절 편향적인 기억을 조합해보니..


우리는 독서회를 3차례쯤 했는데

첫번째 책이 '이방인'이었고

두번째가 '죄와벌' (난 내 인생에서 도스토엡스키를 건너 뛰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세번째가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무려...내가 추천한 책이라고...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꽤 여러 날 들고 다닌 기억은 있다.. 제법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도..)

흠... 중 3때 나... 독서수준이 제법 높았다...(이해의 수준과는 별개로...)


내 기억에 남아있는건..

이 녀석이 어느 달 밝은 날 밤...

대공원 후문 근처의 자기 집에서 독서회를 마치고

542번 종점 근처의 우리집까지 (아마도 걸어서) 바래다 주었는데...

(아니면 중간에 그 여자애 집이 먼저라서 그 친구가 집에 가고 날 어쩔수없이 마저 바래다 준건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난 사랑을 위해서 살꺼야..'뭐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

그때... 내용이 뭐가 되었든...

중 3짜리 남자애가 무언가를 위해 살겠노라고 자기 삶의 방향을 규정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그 후 그 녀석과 그 아이는 길고 긴 연애에 돌입했고

독서회는 자연스레 해산되어 버렸다..


중 3부터 거의 10여년의 세월동안 그 둘은 함께 했고

그 녀석과 나와도 그다지 허물 없는 친구 사이는 아니었기에 가끔 가끔 이런 저런 일들로 

이어졌다 끊어졌다 소식 전하다가 말다가 하는 사이로 흐지부지 지나갔다...


이제쯤 결혼하겠구나 싶었던 때 그 여자아이의 결혼 소식이 들려왔고

곧이어 그 녀석의 결혼 소식...


그리고 세월이 무정하게도 흘러 그 녀석이 캐나다에 이민간지도 벌써 6년..

나와 이렇게 편안하게 얼굴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는 것 처럼

그녀를 만나서 지난 이야기 (도대체 왜 그때 우리가 헤어졌을까? 자신은 아직도 이유를 모른다한다..)하고 싶은데

그녀는 아직도 못만나겠다고 한다고..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술을 털어 넣으며 하소연을 한다..


그러게..

각자 다 자기의 사정이 있는거니까..

그녀에겐 그녀만의 사정이 있는거겠지...

그래도 친구야..

그리워할 사람이라도 있으니까 넌 행복한거야..


어쨋거나 너는 나에게 연탄재 같은 친구야...

함부로 발로 찰 수 없지...


4.

이런 저런 일들 덕분에..

<드리나강의 다리>도 아직 반이나 남아있는데...

<분노의 포도>는 2권짜리이다..(480p. 492p)

고민이다..

<드리나 강의 다리>를 먼저 끝내야 하는 걸까?

<분노의 포도>를 1/3쯤이라도 읽고 가야 하는 걸까!





 













Posted by labosque :

독서에 대한 기억

2014. 1. 20. 11:44 from 기억한올

# 처음으로 글자를 읽게 된게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 다만 5세 이전에 읽을 수 있었다..(유치원 들어가기 전) 어느 날..하루종일 내가 안보이고 밥 때가 되어도 안 돌아와서 식구들이 골목 골목 찾아나섰는데 동네 만화 가게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누군가의 제보)..그림만 본 건 아니었다..어렴풋하게 나도 몇몇 장면이 떠오른다...


# 초등학교 4학년(국민학교인가?) 여름 방학때부터는 밖에 나가 뛰어 노는것 보다 집 안에서 책 읽는걸 더 좋아했다.. 바깥에서 아이들이 왁자하게 노는 소리...숨바꼭질이나 다방구 같은 거 하며 지르는 소리.. 아니면 짝이 맞아야 되는 놀이를 하면서 나를 부르는 동생이나 언니의 소리를 무시하고 소파에 가로 누워 책을 읽었다..그 때 집안에 책이라야 계몽사 50권 하고 또 다른 전집 몇질이 전부였을텐데..그리고 아마도 이미 다 읽은 거였을텐데.. 도서관이 있어서 빌릴수 있었던 것도 아닐텐데... 아마도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했으리라..


# 어릴 때 책 읽는 속도가 제법 빨라서 가령 초등학교 6학년때 잠시 <고전 경시대회>라는 게 있었는데 (그 시험은 초록색 표지로 되어 있는 동화책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시간을 정해서 읽게 한후 시험 문제를 풀게하는 거 였다..몇 차례 실시되다가 없어졌다.,)주어진 시간 안에 나는 보통 2번 반을 읽었다..학과 공부로는 해본적이 없는 전교 1등을 고전 경시대회에서 매번 했었다..뭐 남들보다 배로 읽으니 당연한거겠지만...어쨋든...그만큼 책 읽는 속도가 빨랐던 나는 6학년때까지 우리집 안방에서 교실까지 천천히 걸어도 5분~10분의 범위를 넘기 힘든 시쳇말로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 살았는데 그 길 중간에 문방구가 하나 있었다..그리고 그 문방구에는 간단한 아이들 도서도 같이 팔았는데 종종 집에 가는 길에 한권 사서 집에 가자마자 미친듯이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두 시간 쯤 후에 가져가서 '이거 별로 재미없을 거 같은데 바꿔주시면 안되요?' 한다..주인 아주머니는 별 의심없이 다른 책으로 교환해주신다.. 그런 짓을 종종 했었다..


# 초등학교 6학년 겨울 방학때 드디어 동화책을 졸업해야겠다 마음 먹고(아마도 누군가의 권유로) <데미안>을 읽으려고 했었다.. 실패했다..중학교 1학년 겨울(즉 정확히 1년 후) 다시 시도했고  <데미안>과 사랑에 빠졌다..


# 엄마는 어떻게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딱 두번 받은거 같은데 두번 다 자고 일어나보니 머리 위에 놓여있었다.. 하나는 유치원 무렵, 눕히면 눈을 감고 일으키면 눈을 뜨는 인형이었다..그리고 두번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머리맡에 <어린왕자> 하얀 바탕에 어린왕자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양장본..계몽사 빨간책에 <별의 왕자님>이라고 실려 있었지만 단행본으로 그것도 양장본으로 갖게 되어 너무 기뻤던 책..그 후로도 오랫동안 내 보물 1호였다.


# 중 3때 초등학교때 친했던 남자동창들이 연락을 해와서 독서 토론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초등학교때부터 그 무리의 아이들의 과외선생님으로 그 무리의 아이들을 특히 예뻐하셨던 은사님을 자문으로 모시고 한다고 그 녀석들 나름의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하여 나와 내 친구, 근처 여학교에 진학한 또 다른 초등학교 동창 여자애 두명 등을 끌어 들였다. 첫번째 모임만 선생님이 동석하시고 그 이후엔 우리끼리 몇번 만났는데 그 때 읽었던 책이 <이방인>.. 뭐 기억에 남는 책은 그거 하나다.. 그땐 그냥 '뫼르소'란 인물을 이해할 수 없다라는 생각만 가득.. 그 이후 <이방인>을 다시 읽어본 적 없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저절로 '뫼르소'가 이해가 간다.. 참 신기하게도..그 모임은 그 후? 사심 가득했던 그 모임은 모여서 하는 이야기라곤 '신'이 있는지 없는지 같은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는 자기 주장만 난무하다가 옆길로 새서 책 이야기보다 일종의 사교모임처럼 변질되서 한 두차례 이어지다가 흐지부지 막을 내렸다.. 뭐 그 중 한 남자애와 한 여자애가 고등학교 졸업도 하기 전에(즉 학력고사 끝나자마자) 사귀기 시작한걸 보면 모임의 생산성이 전혀 없었다고 할순 없겠다..


# 오늘은 여기까지..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