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

2012. 3. 20. 19:27 from 기억한올

소라는 6개의 이름을 가진 아이였다..
소라..클레어..야야...세개밖에 기억안난다..
소라라는 이름만으로도 특이하고 이쁜데 6개의 이름이라니...
'영한' 따위의 남자스러운 이름으로 골치가 아팠던  나로서는
너무 부럽고 신기해서 말도 안나왔었다..

소라는 뭉크를 좋아한다고 했다..
'뭉크'라니...
그런 이상한 뭉텅스러운 이름의 화가도 있단 말인가?
게다가 화집에서 짚어준 그 그림..'절규'
'이런것도 그림이란 말인가?'
가능하다면 나도 마구 비명을 지르고 싶어졌었다.

그리고 나에게 이상한 약속을 시켰었다..
오래동안 스스로 부끄러워해서 그 애 앞에 나서지 못하게 만든 약속..
'우리 이상해지자..이상한 어른이 되자'
그때 난...
무척이나 이상해지고 싶었지만 난...
그다지 이상하게 되지는 못하리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랬지만...
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진 않았기에..
열의를 다해 약속을 했다..


오늘 다시 만나서 차 한잔을 하며..
둘만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건 30년만의 일이다..

항상 그리워했지만 기회를 만들지 않았던 건
그리움이 충분치 않아서일까?

아니면 실체없는 그리움이 세월의 어색함과 그에 따른 빈곤한 화제의 벽을 넘지
못하리라는 걸 아는 현실적인 감각이 지나치게 발달한 때문인건가..

그도 아니면 여간해서 결코 먼저 손 내밀지 않는
그저 타성에 젖어 늘 그렇듯 소극적인 삶의 방식을 지향하고 있는
내 오래된 습성 때문인가...

년전에 그녀에 대한 꿈을 꾼적이 있다..
그녀가 등장하지는 않았었고
그냥 이야기만 들었다..
'죽었다고..'

꿈속에 나는 꽤나 슬퍼했던 것 같다..
후회도 많이 했고..
마음만 먹으면 만날수 있음을, 닿을수 있음을 알면서도
실체없는 그리움속에 가두어두고 있었던 걸..

깨고나서 그 일이 꿈이라는 걸 알았을때의 안도감..
그리고 다짐
연락해보리라..
만나리라..
후회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그 다짐은 또 한번 허망하게 스러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손 닿는 곳에 있었고..
언젠가 마주 앉을 때가 오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은건 아니지만...
그냥 그런 날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처럼..
어렸을때의 이야기를 하고
이사도라 던컨과 뭉크의 이야기를 하고..
그녀의 가족들..
개 (쉬바 라는 이름이었단다)
그리고 꼭 말하고 싶었던 그 '약속'에 대해
나누는 날이 오리란걸...
그냥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이 왔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