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2012. 3. 19. 21:00 from 기억한올

 

15년을 살았다..
앉은 자리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사람만 모르고 산줄 알았는데..
길도...
몰랐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막다른 길이다..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같다..

택시를 타고 들어오는 날엔 어김없이
' 아저씨 저기 세워주시구요...끊어진데서 돌아나가세요' 한다..
길은 이어져 보이지만 출입구는 없다.

아니 없는 줄 알았다..
차에게 없으니까 사람 에게도 없는 줄...

아파트 길  끄트머리엔 고속도로변에 세워 놓은 방음벽이 있는데
그 옆으로 길이 나있다는 걸 안지 채 얼마 되지 않았다..

 
어디로 이어진지 모르는 오롯한 샛길이 나 있는걸 보고
차일 피일 하다가 드디어 큰 맘먹고 걸어보았다..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 오솔길..

폭 1M 남짓의 작은 길이지만
흙으로 덮여있고 나무도 양쪽에 두어줄 서 있고하여..
제법 오솔길 답다..

무엇보다 인적이 없고 드물게 마주치는 산책 나온 주민들..
나름 산책로라 이름 붙여줄만한 호젓함..




중간에 거리를 하나 건너면 롯데 아파트 앞까지 이어진다..

롯데 아파트 안쪽에선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게
이 동네에 살고도 15년간 몰랐던 경부 고속도로 밑을 관통하는 토끼굴..

그걸 건너면 신사동 번화가가 나온다..

이 아파트 사람들은 이걸 건너서 버스도 타러가고
집앞에서 한잔, 치맥도 하러가고..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겠구나..
싶은 순간...

세상엔 나 모르는 새 별별일들이 다 일어나고 있을거 같은 기분..

담번엔 친구랑 이 길을 걸어
저 골목안 선술집에서 맥주 한잔을 하리라 마음 먹으며...



집으로 다시 걸어오는데 새시랑 새시랑 대나무가 바람을 붙잡고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조그마한 대 숲..
아니 숲이라기엔 좀 민망한 대 뭉치 쯤?

어쨋거나 대나무숲에 바람이 들면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처음 알았다..

글로 배운걸 이렇게 동네 뒷길에서 익히기도 한다..



아파트 위로 떠 있는 별을 보며..
별들의 이름을 불러줄 수 없음을 늘 안타까와하며...

생활의 발견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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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