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 자리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사람만 모르고 산줄 알았는데..
길도...
몰랐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막다른 길이다..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같다..
택시를 타고 들어오는 날엔 어김없이
' 아저씨 저기 세워주시구요...끊어진데서 돌아나가세요' 한다..
길은 이어져 보이지만 출입구는 없다.
아니 없는 줄 알았다..
차에게 없으니까 사람 에게도 없는 줄...
아파트 길 끄트머리엔 고속도로변에 세워 놓은 방음벽이 있는데
그 옆으로 길이 나있다는 걸 안지 채 얼마 되지 않았다..
어디로 이어진지 모르는 오롯한 샛길이 나 있는걸 보고
차일 피일 하다가 드디어 큰 맘먹고 걸어보았다..
생각보다...
길게 이어지는 오솔길..
폭 1M 남짓의 작은 길이지만
흙으로 덮여있고 나무도 양쪽에 두어줄 서 있고하여..
제법 오솔길 답다..
무엇보다 인적이 없고 드물게 마주치는 산책 나온 주민들..
나름 산책로라 이름 붙여줄만한 호젓함..
중간에 거리를 하나 건너면 롯데 아파트 앞까지 이어진다..
롯데 아파트 안쪽에선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게
이 동네에 살고도 15년간 몰랐던 경부 고속도로 밑을 관통하는 토끼굴..
그걸 건너면 신사동 번화가가 나온다..
이 아파트 사람들은 이걸 건너서 버스도 타러가고
집앞에서 한잔, 치맥도 하러가고..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겠구나..
싶은 순간...
세상엔 나 모르는 새 별별일들이 다 일어나고 있을거 같은 기분..
담번엔 친구랑 이 길을 걸어
저 골목안 선술집에서 맥주 한잔을 하리라 마음 먹으며...
집으로 다시 걸어오는데 새시랑 새시랑 대나무가 바람을 붙잡고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조그마한 대 숲..
아니 숲이라기엔 좀 민망한 대 뭉치 쯤?
어쨋거나 대나무숲에 바람이 들면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처음 알았다..
글로 배운걸 이렇게 동네 뒷길에서 익히기도 한다..
아파트 위로 떠 있는 별을 보며..
별들의 이름을 불러줄 수 없음을 늘 안타까와하며...
생활의 발견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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