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주워담기...

2014. 2. 27. 16:30 from 기억한올

1. 

로쟈 가라사대.. (이렇게 말하니까 마치 로쟈가 내 신이나 적어도 선지자쯤 되는 거 같다..)

산문이 가진 지표적 성격의 의의는 시대를 반영하는것이라고 했다..

시대..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

그것은 '시'가 할수없는 산문 고유의 영역인 것이다..


뭐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요즘 내 일과를 기록해야 하는 당위를 갖다 붙일 필요는 없겠지만..

약간 과장되게 비장함을 즐기는 내 성격탓이라고 해두자...


2.

요즘 하고 있는 뻘짓은..

디시인사이드의 '김연아 갤러리'에 출입하기...

집에서 하루종일 뒹굴면서 연갤 들락날락 거리면서 새로 업뎃된 포스팅들 다 검색하고

사이 사이 남편에게 클로버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주기 위해서 가입하여 잠시 몰두해있는 게임 '포코팡'을 해주고...

그게 요즘 일과의 대부분이다..


뭔가에 꽂혀서 몇날 며칠씩 허우적대는건 내 오랜  습관 중의 하나라

대학교때 무협지에 빠져 밤을 꼴딱 꼴딱 새워가며 식음전폐하고 누워서 책만 읽었던 기억을 필두로 (영웅문)

게임에 빠져 한달씩 날밤을 새워가며 노가다를 한적도 있고 (군주)

드라마에 빠져 시청자 게시판을 들락거리며 패를 나눠 설전을 벌인적도 있고.. (발리에서 생긴 일)

채팅에도 한달쯤 미친듯이 빠져서 벌건 대낮에도 채팅창의 파란 화면을 환상같이 보면서 (다음 까페)

부족한 잠때문에 벌개진 눈으로 좀비처럼 돌아다닌 적도 있다..


또..

그렇게 미친듯이 빠져있다가도..

빠져나오기도 참 잘 빠져나온다...

한번 빠져나오면 거의 다시는 눈길도 주지 않는게 내 성격이기도 하다..(의외로 단호박..)


3.

김연아에 대해선..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 그렇듯...

참 좋아했었다...

선수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우리나라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되던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냥 딱 그만큼.. 언론에서 이야기해준만큼..

어렵고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 스케이트를 그렇게 타게 되었는지

우리나라에 어떻게 저런 보물이 뚝 떨어졌는지...뭐 그정도...


김연아의 동정엔 늘 관심이 있었던게

연아같은 위대한 선수(천재)와 동시대를 산다는게 너무 행운이라고 느껴져서

내 생애에 한번이라도 그녀의 스케이팅을 직접 보고싶다..(그래서 내 생에 의미있는 순간을 만들고 싶다..)라는 이유로

언제 어떤 일이 있는지 정보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그레브 출전하기 얼마 전쯤

디시인사이드 피겨갤러리라는 곳에 출입하기 시작했다..


4.

디시인사이드는 2002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 싸이트는 사실 DSLR을 포함한 카메라류 인터넷 판매싸이트이다..

지금은 워낙 커지고 게시판이 훨씬 더 활성화 되어 있고 심지어 일베의 발생지이기도 한 좀 이상한 곳이지만 원래는 전자상거래의 기능이 주기능이고 보조기능으로 몇몇 게시판들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 그런 곳이었다..

이곳은 자신을 노출하지 않아도 되는 익명게시판인데다가 싸이트의 주인장(보통 대장이라고 불린다)의 코드와 유저(그때는 대부분 사진, 카메라, 노트북 등에 관심있는 사람들)들의 유머감각이 절묘하게 결합된 온갖 유머의 생산처였었다..

그래서 이른바 '디시폐인'들을 양산하게 되고 디시 특유의 문체와 디시인들만의 은어를 가진 독특한 문화공동체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생산되는 유머가 여기저기로 퍼 나름을 당하게 되고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싸이트는 양적으로 매우 팽창하게 되나 질적인 면에서는 의문이 생기고 뭐랄까..한마디로 찌질이들의 집합소라는 오명을 얻게된다..


디시에는 갤러리라는 말이 카페 대신 쓰인다...

그 중의 하나가 피겨갤러리라는 곳이다.. 흔히 줄여서 피갤이라고 한다..

연아의 자그레브 대회 얼마전부터 이곳에 들락거리며 눈팅을 했다..

눈팅을 하며 연아팬들의 고유한 언어문화에 접하게 되었다..

처음엔 파악하느라 애좀 먹었다...

서설이 이렇게 길었던 이유는 그 말들을 기록하기 위해서이다..

세월이 많이 흘러 연아팬들이 쓰는 말들이 바뀌어도 연아팬들은 여전히 나보다 몇십배 더 자신들의 역사를 잘 기록해두겠지만

아마도 나는 연아팬질에서 벗어나는 순간 많은 것들을 다 망각속에 묻어버릴 것 같다..

그래서 나 자신의 기억을 위해 산문의 힘을 살짝 빌린다..


5.

피갤 - 디시인사이드 피겨 갤러리

연갤 - 디시인사이드 김연아갤러리

망갤 - 갤러리가 망하는 것

곱등이, ㄱㄷㅇ - 처음 피갤에 눈팅하며 무슨 뜻일까 의아했던 말로 계속 지켜보며 스스로 내린 정의는 

김연아의 팬인양 가장하며 실제로는 김연아를 까거나 피갤이나 연갤을 망가뜨리고 와해시키려는 유저,

또,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나오는 벌레 같은 악플러..

고닉 - 고정된 닉네임(익게라서 자기 닉을 쓸 필요가 없는데 고정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팬들)

유동닉 - 고정된 닉네임을 쓰지 않는 유저들

뉴비, 늅 - 새로 들어온 팬

어그로 - 게임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갤에서 쓰이는 용도는 분탕질을 치기 위해 하는 모든 행위..특히 관심받고자

자극적인 제목달기 등..모든 찌질한 짓..


갤러리는 게시판이 총 3개라고 볼수 있는데 일단 전체게시판에서 조회수와 추천수가 많은 것들이 [일간베스트]와 [개념글]이라는 

게시판으로 넘어간다.. (여기에서 '일베'라는 용어가 차용당했다고 보면 된다..)

전체게시판은 진지한 글들도 올라오지만 온갖 종류의 인터넷 악플러들이 설치는 공간이기도 하다..


피갤에서 눈팅을 하다가 소치 올림픽때 악플러들이 갤을 거의 망가뜨려도 연아 팬들이 갤을 방치하는 걸 보고 나도 얼른 김연아갤러리로 옮긴다.. 피갤에서 악플러들의 논리는 여기는 피갤인데 왜 김연아만 찬양하느냐 라는 것이었고 마오찬양이나 다른 선수들의 이야기가 꼴보기 싫은 연아팬들은 [올챔퀸연아]라는 말머리로 불필요한 클릭질을 예방하고자 한다..그렇지만 소치 기간동안의 악플러들의 등쌀에 견디다못해 결국 대부분 피갤을 떠나 연갤에서 활동하게 된다..징글징글한 악플러들은 연갤까지 따라와서 여전히 연아흠집내기에 몰두하고 있다..진정 답없는 또라이들 같다..


짤 - 사진 (짤림방지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움짤 - 움직이는 사진. 즉 동영상

짤줍 - 짤을 주워간다

조공 - 팬들이 선물이나 팬 아트등을 바치는 것


연아의 팬들은 진심 대단한데 8년에서 10년정도 봐왔던 오래된 팬들이 있고 나처럼 이제 겨우 팬질을 시작한 늅늅도 있다..스스로 연덕이라 부른다. 연덕은 오타쿠에서 비롯된 오덕(후)과 연아가 합성된 말..즉 연아오타쿠..같은 맥락에서 등덕이란 말도 있다..

(연아등에 빠진 덕후)


연아팬의 공식 명칭은 승냥이 이다.. 왠만한 연덕들은 스스로를 승냥이라고 감히 부르지 못한다..적어도 몇년이상 꾸준히 연아를 봐오고 경기에 참관하고 팬아트를 바치고 조공을 한 팬들이나 간신히 승냥이 무리에 스스로를 올린다..

승냥이라는 말은 피갤러, 연갤러들이  연아 미니홈피에 방켓(경기후 파티)사진이 올라왔다는 소식에 우르르 몰려갔던게 스스로 승냥이떼 같다라고 표현하면서 연아의 공식팬클럽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드르븐 승냥이떼..더럽다..라는 말은 팬심 폭발이라는 말의 반어적 표현이다..


샌딘이후 피갤, 연갤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은 의상성애자..연아의 팬들은 스스로 세운 규칙이 있는데 그것은 '연느 뜻대로..'

모든 것을 연아에게 믿고 맡긴다 라는 뜻이다..그래서 의상에 대해서 처음 한두번 말이 나오는 것은 두고 보지만 지속적으로 그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의 주장을 하는것은 '곱등이'로 규졍한다.. 연아의 팬인체 하며 마치 안타까움을 표현하거나 충고하는체 하지만 실은 논란을 일으켜 연아에게 부담을 주려는 숨은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의상에 집착하는 것을 그래서 '의상성애'로 부른다.


피갤에서 활동하다가 악플러들의 등쌀에 못이겨 연갤을 만들고 또 일부는 폐쇄된 커뮤니티 [피버스케이팅]이란 곳을 만들었다..이곳이야말로 승냥이들의 집합소로, 여기는 어쩌다가 한번씩 회원모집을 하는데 심지어 연아에 대한 시험도 친다고 한다..그런데 그나마 그 오프닝도 5년전 쯤에 한번 있었다고 한다.. 이 피버스 횽아들은 지금도 연아를 위해 묵묵히 소치 올림픽의 부당함을 알리는 팩트위주의 동영상을 만들고 항의 운동을 하고 있다..참 피갤이나 연갤에서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이다..


피갤에서는 게시판을 깨끗이 쓰고자 [정빙]이라는 용어로 게시글이나 댓글을 달지 않기로 하여 곱등이와 찌질이들의 활동을 줄여보려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진 못했다..연갤에서는 [병먹금] 이라고 한다.. 병신먹이금지 라는 뜻이다.. 찌질한 글에 반박 댓글을 달면 사람들이 댓글수를 보고 클릭하게 되고 조회수가 늘면 일간베스트로 넘어가게 되기때문에 아예 댓글을 달지 말고 철저히 무시해라 라는 뜻이다..

[피꺼솟]이란 말도 있는데 피가 꺼꾸로 솟는다란 뜻이다..


사실...연아의 팬들은 좀 독특한 데가 있다..

단순히 예쁘고 천재적인 한 운동선수를 선망하고 지지하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연느라고 연아를 신처럼 떠 받들자는 그런 모임도 물론 아니다.. 연아에게는 정말...누구도 따라올수 없는 스토리가 있다..연갤을 드나들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 그 이상의 무엇...그런 것들을 알게 되면 마오가 아무리 불쌍해도 더 이상 불쌍한 마음이 안든다...


네이버에 '김연아와 마오이야기'라고 쳐보면 어떤 횽아가 일목요연하게  몇페이지에 걸쳐 정리해놓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을수 있다.. 연덕 입문의 필독자료쯤으로 보면 된다..

연아 팬들은 팩트..팩트...팩트로 움직인다.. 자신의 생각을 올릴 수는 있지만 정당한 링크나 팩트가 없는 추측성 글쓰기는 [궁예질]이라고 지적받는다.. 연아도 연아팬도 혹독하게 단련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일들을 최소화하고자 게시판에서 늘 뉴비들을 단도리한다.. 늘 사고는 하룻강아지가 치는 법이다..


연갤, 피버스 말고도 연아까페[연깝]도 있고 공식 홈피도 있는 걸로 안다..그렇지만 연아팬들은 모두 한 마음이다..

2010년 2월 26일은 연아가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딴 날인데 이 날을 기념하여 연아 팬들은 모금을 하여 유니세프에 기부를 한다..

세계에 유래가 없는 팬클럽이다.. 그래서 올해는 나도 기부에 동참했다...


"연아야 고마워~"


단어장 업뎃)


개추(먹어) - 개념글 추천 (해줄께)

닥눈삼 - 닥치고 눈팅 삼년 (뉴비들에게 하는 이야기얌)

금손 - 연아 팬 아트를 잘 그리거나 만드는 사람

핡 - 핵심용어중 하나.. '하악'의 줄임말로 이상한 상상을 하면 안된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 떨리거나 두근거리거나 

설렘을 표현하는 것. 


연퀴 - 연아+바퀴벌레(팬), 연아의 팬들을 악플러들이 비하해서 부르는 말

주작 - 이 단어는 국어 사전에도 있더라..없는 사실을 꾸며만듬 이래.. 실제로 그렇게 쓰임..(주작질 하지마!)

국뽕 - 국가 + 히로뽕, 마치 뽕 맞은 것 처럼 국가에 대한 과도한 찬양을 일컫는 말..지나친 자문화 중심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팬코 - 팬코스프레, 실은 안티인데 팬인척 코스프레. 갤에서 이간질을 조장하거나 드러내지 않고 묘하게 분탕질을 침.

과자네 - 연아의 전 소속사..발음이 과자 발음과 비슷하다..(나쁜 집단..한마디로 적의 무리)

알밥 -알바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