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2014. 2. 15. 15:20 from 기억한올

1.

2월 초부터 어느 틈에 중순이 되어 버린 그 사이..

뭐 그럭저럭 바쁜 일들이 많았나보다...


헤밍웨이까지 수업을 듣고 얼른 후기를 쓰다가...말고...

친정식구들과 코타키나발루를 간게 지난주 목요일 밤..


코타키나발루에서 돌아온 게 월요일 아침...


월요일 하루는 죽은듯이 지내고

화요일 아침 휘경 초등학교에 임상을 갔다가 와서

저녁에 다시 로쟈의 수업을 들으러 갔다..


이번 책은 겨우 반쯤 읽었다..

<드리나 강의 다리>..


이것 저것 개인적인 생각들도 좀 있었고

낯선 작가(이보 안드리치), 낯선 작품에 대한 로쟈의 강의도 재미있었는데

정리할 틈도 없이 다음날은 치료사 모임, 저녁엔 캐나다에서 온 친구를 위한 번팅...


목요일은 점심, 저녁 각각 친구 모임..

어제 금요일은 부모님 모시고 점심먹고 영화보고..

집에 돌아와서 셜록을 보다말고 잠이 들어버렸다..

(세수도 못함..)


흠...

오늘을 '영칩'이라고 이름 짓는다...(영한이가 튀어오르는 날..)

봄이 왔구나...


2. 

코타키나발루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자면


수요일 아침, 4년만에 고등학교 동창 신윤미가 페이스북에서 친구 신청을 했다..

윤미와는 고등학교때는 그냥 얼굴만 알고 인사만 하던 사이이고 (윤미가 워낙 붙임성이 좋은 아이라서..)

미국에 있을 때 중간에 끼인 친구가 미국방문을 하는 바람에 서로 인사 나누게 되고 가깝게 지내게 된 사이이다..


나도 귀국을 하고 윤미도 뉴욕에서 멀리 아리조나 세도나로 이사를 하고 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거의 끊겼었는데 윤미가 페이스북에서 먼저 나를 찾아낸 거였다..

그래서 나도 얼른 수락을 하고..

서로 안부를 조금 묻다가 윤미가 '나 지금 코타키나발루'란 곳에 있어.. 놀러와~'

헐...

나 다음날 밤 비행기로 거기 가는데....


윤미는 오빠가 코타에서 사업을 하는 관계로 여러차례 방문을 한 적있고 

또 방문하면 서너달씩 머무는지라 준 현지인에 가까운 상황..

그래도 연락하면 만나러 와서 차나 마시거나 밥이나 한끼 먹게될 줄 알았는데

모든 일정을 비우고 2박 3일간 우리 식구들 관광가이드를 해줘버렸다..


참.. 별 신기한 인연도 다 있다..

고맙다 친구...


3.

캐나다에서 온 친구는 나한테는 진짜 어릴 때 친구...

초등학교 3, 4학년때 같은 반이었고 제법 친해서 같이 놀았던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고..

또 중 3때 했던 독서회의 멤버이기도 하고..

남자사람으로 나에게 유일하게 별 경계심 없이 친구 같은 느낌을 주는 녀석이기도 하다..

아마 전생에 내 동생 쯤이 아니었을까?


이 독서회의 정체가 사실은 학업을 빙자한 사교모임이고 비밀리에 추진되던  음흉한 숨은 목적

바로 이 녀석의 연애사업 후원이었다..

그때 독서회의 여학생 멤버중에 근처 여고의 동창들도 두 명쯤 있었는데 그 중 한 아이를 이 녀석이

만나고 싶어해서 공식적으로 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낸것이 바로 독서회였다..


맑은 정신으로 사는 걸 싫어하는.. 흔들리며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진..

그래서 기억력도 매우 단편적이고 특히 단기 기억에 관해선 거의 치매수준인 이 녀석의

선택적 기억능력과 역시 마찬가지 수준의 내 어린시절 편향적인 기억을 조합해보니..


우리는 독서회를 3차례쯤 했는데

첫번째 책이 '이방인'이었고

두번째가 '죄와벌' (난 내 인생에서 도스토엡스키를 건너 뛰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세번째가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무려...내가 추천한 책이라고...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꽤 여러 날 들고 다닌 기억은 있다.. 제법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도..)

흠... 중 3때 나... 독서수준이 제법 높았다...(이해의 수준과는 별개로...)


내 기억에 남아있는건..

이 녀석이 어느 달 밝은 날 밤...

대공원 후문 근처의 자기 집에서 독서회를 마치고

542번 종점 근처의 우리집까지 (아마도 걸어서) 바래다 주었는데...

(아니면 중간에 그 여자애 집이 먼저라서 그 친구가 집에 가고 날 어쩔수없이 마저 바래다 준건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난 사랑을 위해서 살꺼야..'뭐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

그때... 내용이 뭐가 되었든...

중 3짜리 남자애가 무언가를 위해 살겠노라고 자기 삶의 방향을 규정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그 후 그 녀석과 그 아이는 길고 긴 연애에 돌입했고

독서회는 자연스레 해산되어 버렸다..


중 3부터 거의 10여년의 세월동안 그 둘은 함께 했고

그 녀석과 나와도 그다지 허물 없는 친구 사이는 아니었기에 가끔 가끔 이런 저런 일들로 

이어졌다 끊어졌다 소식 전하다가 말다가 하는 사이로 흐지부지 지나갔다...


이제쯤 결혼하겠구나 싶었던 때 그 여자아이의 결혼 소식이 들려왔고

곧이어 그 녀석의 결혼 소식...


그리고 세월이 무정하게도 흘러 그 녀석이 캐나다에 이민간지도 벌써 6년..

나와 이렇게 편안하게 얼굴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는 것 처럼

그녀를 만나서 지난 이야기 (도대체 왜 그때 우리가 헤어졌을까? 자신은 아직도 이유를 모른다한다..)하고 싶은데

그녀는 아직도 못만나겠다고 한다고..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술을 털어 넣으며 하소연을 한다..


그러게..

각자 다 자기의 사정이 있는거니까..

그녀에겐 그녀만의 사정이 있는거겠지...

그래도 친구야..

그리워할 사람이라도 있으니까 넌 행복한거야..


어쨋거나 너는 나에게 연탄재 같은 친구야...

함부로 발로 찰 수 없지...


4.

이런 저런 일들 덕분에..

<드리나강의 다리>도 아직 반이나 남아있는데...

<분노의 포도>는 2권짜리이다..(480p. 492p)

고민이다..

<드리나 강의 다리>를 먼저 끝내야 하는 걸까?

<분노의 포도>를 1/3쯤이라도 읽고 가야 하는 걸까!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