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 깊이, 문제의 시작...
일이 커져 버렸다... 원래는 냉장고만 바꿀 생각이었다.. 정말이다..
근데 우리집에선 냉장고의 깊이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왜 중요한지는 묻지 말자...
설명하려면 복잡하다.. 한마디로 그냥 너무 튀어나와서 부담스럽다... 그렇게만 이해하자...
다들 간다니까.. 나도... 하이마트에 갔다..
우리집 냉장고 깊이가 79cm 인데 벽면에서 5cm띄고 84cm다..
하이마트에 진열된 삐까 번쩍한 새 냉장고들은 최소가 91cm...아무리 열심히 돌고 또 돌아도 신형 중엔 없다..
한쪽 귀퉁이에 한 두개 전시된 단종된 거 같은 모델도 80여cm 가 넘는다..
흠... 17년 된 우리 냉장고... 여기 와 보니 조상님이다..
하필 세일.. 2년만에 고장난 에어컨에 대해 불평 몇마디 했더니 하필 직원가...
다섯대 선착순이란다... 얼른 떡밥을 물었다...
깊이 92cm 짜리 새 냉장고를 모실려면 실은... 깊이만 문제가 아니다..
폭도 더 넓어지기 때문에 원래 냉장고에 딱 맞게 둘러 쳐 놓았던 장들도 얼른 자리를 비켜드려야 한다...
그래서 얼른 한샘으로 갔다...
한샘에 갔더니 세상에... 실은 가자마자 생각이 났는데 세상에...
빌트-인 이란게 있는거다...그래...나도 아는 거다... 그냥 냉장고 사기전에 기억이 안난거 뿐이다..
그리고 이 빌트인은 무려... 60cm..
13cm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머리를 싸맸더랬는데 이건 심지어... 37cm쯤 부담을 날려버리기 까지 한다..
디자이너랑 상의를 하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햄뽁는다는 한샘에서.. 드림 주방이라는 한샘에서...
디자이너 언니와 의논을 시작했다는 건... 불을 보듯 뻔한 나의 패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일이 커진다... 점점 커진다...
그래... 결심했어...
냉장고를 바꾸기 위해 부엌을 고치고
부엌을 고치기 위해 이사를 포기하는 거야..
해마다 도지는 이사병..
부엌으로 지그시 누르기로 했다...
# 말 거는 세탁기...
업친데 덥친다... 대충 일들은 그러하다...
세탁할 때 찬물이 안나온다.. 모든 빨래가 삶는 빨래가 된다..
오늘 갑자기는 아니고 언제부턴가 그렇다..
관리 소장님이 오셨다.. '수도의 문제는 아니구요.. 세탁기 문제 같은데요?'
세탁기 역시 조상님이다.. 냉장고랑 17세.. 동갑이다...
미운 것들은... 고장도 안 난다...
어딘가에 연락해서 오시라고 하면 앞으로도 계속 쓸수 있겠지만..
출장비도 만만치 않을테고.. 에잇 미운 것들... 같이 내쫓아버리고야 말겠다..
장화, 홍련 계모의 심정으로 새 세탁기를 샀다..
이번엔 엘지로 갔다.. 지난번 냉장고 취소할 때 빈정 상했다..
에어컨 고장 난 것 불평했다가 삼성에도 빈정 상했다...
풀릴 때까진 엘지로 고고 씽이다..
17년 만에 새 세탁기..
엄청 조용하다.. 조용 조용 기특하다..
근데 때도 더 잘 빠진다.. 더 기특하다...
근데 세탁 끝났다고 띠리리링 노래를 하며 말도 건다...완전 기특하다...
17년 됐으니.. 그간 일 열심히 잘했다만...
물건은 새 물건이 좋구나...
너무 서운해하지 말게..세상 인심이 다 그런거야...
음... 눌러 살아야겠다...
# 못 찾는 것들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 입니다...
한샘몰 수납용품 페이지에 뜨는 광고 문안이다...
집이 다 뒤집어 지고 있다...
냉장고가... 냉장고만의 문제인게 아닌게 되어 버렸고..
부엌이 부엌만의 문제인게 아닌게 되어 버렸는데..
거기에 베란다의 문제, 옷방의 문제, 아들방의 문제 들이 끼어들면서
집이 한바탕 뒤집어 지고 있다..
거의 이사 수준의 난리 법석이 지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저 광고 문안은 남편이 옷방 정리를 하다가 찾아내는 보물들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유감없이 증명하고 있다..
7년동안 숨겨져 있던 물건들이 어찌나 한결 같이 보물인건지... 참...나...
남편 방에는 17년 동안 숨어 있는 보물들도 있다..틀림없이 있다...
나도.. 실은...조그만 노트를 하나 발견했다..
2002년에 한겨레 문화 센터에서 사진 배울 때 쓰던 노트이다..
대부분 버려도 상관없는 자질구레한 필기들과 촬영기록인데..
몇장... 딸랑 몇장... 메모가 있다...
어쩌지? 이거 어쩌지? 하아~
이게 뭐라구 메모 부분을 찢어 두어야 하나 어디다 옮겨 적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이게 뭐라구...
그냥 눌러 살아야겠다..
보물도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