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와 있는 두 주가 친구 S의 방문기간과 많이 겹쳤다..
아이가 오기 며칠전에 귀국한 S와 거의 오자마자 얼굴을 보고 두주간 완전 방치..
갑작스러운 시아버지의 병환이 좋은 핑계가 되어 주었지만
그 이유가 카톡도 전화도 까맣게 잊게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꼭 필요한 볼일을 제외하곤 거의...
집에서 아이와 함께 뒹굴었다..
아이도 같이 시간을 보낼만한 친구들이 이제 더 이상 한국에 남아있지 않다..
밀린 티비프로그램을 보며 집에서 뒹구는 걸 제일 좋아라한다..
같이 거실에 누워 뒹굴면서
나는 이미 다 본 프로그램을 다 다시 보면서
아이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아이가 다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면서..
생각한다..
아이가 돌아가서 다행이라고...
아이가 돌아가지 않으면 아마도..
나로 살아가기 참 힘들거 같다..
그러면서 또 생각한다..
나는 아이를 참 좋아하긴 하는데..
참 이상한 엄마라고..
다른 엄마들처럼 뭘 해먹이느라 애쓰지 않는다..
집밥이 그립다소리도 않하긴 하지만
그렇게 짐작하고 엄마 밥 한끼라도 먹이려는 다른 엄마들처럼
부엌에서 동동거리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거의 밥을 안해먹였다..
그냥 간단히 있는 반찬 차려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배달음식 시켜먹고
나가서 맛있는 것 사 먹이고...
내가 음식하고 요리하는 걸 그닥 좋아라하지 않긴하지만...
그래도 에미의 모성이 있다면 난 왜 이런걸까..
생각을 하다가...
그 생각이 났다..
난 떨어져 있기 싫은 거다...
같이 있고 싶다...
아이가 티비보는 동안 부엌에 가서 혼자 있기 싫다..
그냥 시켜먹고 아이랑 붙어있고 싶다...
뭐 이런 말도 안되는 핑계...
어쨋거나 그런 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갑자기 20여년전 쯤 본 영화 <파리 텍사스>가 생각났다..
거기에서 남편이 와이프를 너무 사랑해서 일도 안나가고 하루종일 붙어있으려는 집착증 같은걸 보였었는데...
하는 뭐 아주 쓸데없는 생각...
나도 아이에 대해서 뭐 그렇다고 해두자..
거실바닥에 나란히 누워
티비보다가 아이얼굴 보다가 하는 순간이
더할나위없이 행복했으니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난..
같이 있어주는 엄마이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