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holm Östra

2013. 11. 27. 00:28 from 생각꼬리

 # 낯섬
Östra어떻게 읽어야할지 당황스러운 우물라우트를 붙인 이 문자가 East라는 뜻의 스웨덴어이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북구의 풍광은, 그렇지만..영화 내내 차갑게 비가 내리는 모습이다..
저곳은 원래 저렇게 차가운 겨울비가 오는 곳인가? 아니면 영화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감독이 저렇게 연출한 것인가..
가본적 없으니 알길도 없다..
으드스드그드내 귀에 낯설게 울리는 북구의 언어들..
낯설어서 참 좋다..
숲속에 집들이 있고 도로엔 차도 별로 없고보니까 알 것도 같고 머리속에 그릴수 있을 것도 같은 스톡홀름 교외의 삶
뭐 미국이나 캐나다랑 얼마나 다를까 싶기도 한데자세히 보니 집을 에워싼 숲의 나무들이 자작나무다..
아..자작나무 숲... 참 좋다..
# 독한 멜로(?)
교통사고를 내어 아이를 죽인 남자와 아이를 잃은 여자와의 러브스토리..얼마전 종영한 TV드라마처럼 '독한 멜로'를 표방하고 있다.
이를테면 원수와 사랑에 빠지는건데..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영화는 그 과정을 제법...당위성 있게 보여준다...흠... 저렇게 전개되면 그럴수 있겠다...싶다...

# 어긋나기
한 부부가 있다..교통사고로 아이를 잃는다..
여자는 그 외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아이를 잃었다는 걸 모르는 낯선 사람을 만나 아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행동하며 하루를 견딘다..환상으로 성을 쌓는다..
남자는 그 사실을 벗어나고 싶어한다..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한다..너무 아파서...아이에 대해서 더 이상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그냥 묻고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한 커플이 있다..
남자는 사고로 아이를 죽게한 죄책감으로 모든것을 놓아버렸다..일상도 삶도 일시정지이다..물속에 갇혀 허우적대는 꿈 처럼 그렇게 무기력하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
여자는 그만하면 되었다고 말한다..이젠 나도 좀 봐달라고, 우리 미래도 생각하자고,뭔가 쌓아가자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소리친다..
이런상태라면..누구 하나 잘잘못을 따질수 없는 상태라면..
그저 상처를 받고 그 상처가 회복되는 데 각각 다른 시간을 가진 사람들이라면...그래서 상처 받기전엔 비숫한 점이 너무도 많았지만...
상처 이후엔 온통 그 상처에 마음을 빼았겼는데그게 인생에 너무나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어서
그 부분이 너무 서로 달라서 서로 이해도 위로도 될수 없다는 걸 어느날 갑자기 알게 된다면...
영화는 말하자면 그런 상황에 대한 이야기이다..

# 불륜(?)
결혼한 여자와 동반자가 있는 남자가 사랑에 빠진다..그걸 불륜이라고 부른다..
생각해보면 사랑은 상대가 있어야 하는거다..그리고 비교는 제3자가 있어야 가능한거다...
따듯한 물속에 들어가 목욕을 한다면그 따듯하고 포근한 물속에 뭄을 뉘인다면그 물이 얼마나 식었는지는 다른 따듯한 물을 만져봐야 비로소 알게 될듯하다..
다른 원인들이 있어 매일 악쓰고 싸우는 악다구니의 일상이 아니라면사랑 하나의 문제라면사람은 대체로 관성의 법칙에 따라 타성적으로 살게 마련이다..아직까지는 미지근한, 삶 속에서 크게 불만없이..스스로 적응하려 노력해가며...
그러니 기혼자들이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건불륜의 형태가 가장 당연하다..
한 사람과의 사랑을 종결지은 후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시작하라는 건...어찌보면 불가능한 요구이다...
되풀이 말해서사랑 만의 문제라면...어느만큼이 식은건지는...더 따듯함과 비교해보기전엔 정말 알기 힘드니까...


# 감정에 충실하다는 건...
서구 영화들을 보면, 특히 이런 불륜 류의 영화를 보면늘 놀라게 되는게 그들의 감정처리 방식인데..비록 공감하진 못하면서도 대한민국 미즈넷 게시판을 종종 보고 있는 나로서는감정처리방식의 그 차이에 신선하게 압도된다..
가해자-피해자라는 공식을 떠나서도덕-비도덕 이라는 공식도 벗어던지고감정만을 앞장에 세우는 그들의 사고방식에언제나 동조한다..
가장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감정을 가장 소중하게 다룬다는건...어쩌면 어떠한 혁명보다 더 혁명적인 사고의 전환일지도 모른다..
'감정이 변했다..'이 말 한마디 (혹은 말이 아니라 그냥 암묵적 메시지 만으로도)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상대방은 그저 묵묵히 받아들인다..누군가의 감정은 누군가의 것이다..
내가 아무리 아파도 힘들어도속상하다고 악을 써봐도..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그가(혹은 그녀가) 나를 다시 사랑하게 할 수는 없다...
그저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상처를 보듬는것 역시...스스로의 몫일 뿐이다..

# 지금-여기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서 또 늘 부러운게...이러한 상황들에서 그들이 내리는 선택..지금-여기의 선택지금-여기의 삶..
같은 상황에서 모든 서구인들이 같은 선택을 내리고 모든 한국인들이 또 동일한 선택을 내릴리는 없다..
안나도 요한도상황이 달랐으면 다른 선택을 했을수도 있고그들의 사랑이 영원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그게...영원하지 않은 그 순간을 위해서지금-여기의 선택을 하는 그런것들이정말..부럽다...
지금 이순간이 지나면 후회할지도 모르지만..또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지만..
어차피 미래는 원래..미정(未定)의 영역 아니었나?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서 지금-여기의 선택을 유보하고 마는 게 어쩌면...그만큼 우리나라가 불확실성이 더 큰 사회라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곁가지로 살짝 뻗었다..
뭐 미래의 불확실성이 비약이라면현재의 나를 온전히 나로 버려두지 않는 수많은 한국적 관계들 쯤으로 이유를 돌려놓아주자...
어찌되었든...참..여러가지 이유로 삶을 유보시키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얼핏 그런 생각이 든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