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isters

2013. 7. 6. 13:02 from 제멋대로 여행기

# 6월 12일 수요일


뉴욕에 도착한 이튿날..

뉴저지에 사는 동생과 그 딸을 만났다..

2004년 부터 2008년까지 4년간 뉴욕시 북쪽 외곽 Westchester에 살때 알게 된 친구인데

아마도 2006년쯤 처음 만나게 되지 않았나 모르겠다..


나보다 5살 어리고 동양화를 전공하여 국전에도 입상한 경력이 있는 작가님이시다..

이 친구도 살아온 인생 역정이 아주 평범한 축은 아니라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선 그야말로 이야기거리가 풍부하여

내 싸이에도 몇몇 에피소드를 남긴적이 있다..


어쨋든..

3년전에 뉴욕 방문때 태어난지 백일 된 아기를 보러 뉴저지까지 갔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꼬물 거리던 아기가 이제 벌써 세살...

늘 하는 말이지만 참...남의 집 아이들은 참..잘도 큰다..


이 귀여운 꼬맹이도 탄생부터 범상치 않은데

내가 이 친구를 방문하고 와서 몇몇 친구들에게 말한바 있는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주인공이다..


이 친구를 만나러 생전 처음 맨하탄에서 뉴저지 가는 버스를 타봤다..

뭐든지 처음이 있다는 건 참 기쁜일이야...




3년전..아니 그보다 더 오래전인 2008년..헤어질 때만 해도

운전도 안돼..영어도 안돼..

미국 생활 경험도 많지 않은 이 친구..

어떡하나..갑갑한 마음도 있었는데

이번엔 빨갛고 귀여운 차를 몰고 나와 기특하게

'언니..어디 가고 싶어? 가고 싶은데 다 데려다 줄께..'한다..


제일 가고 싶은 곳은 언제나 나 살던 동네...

3년전 뉴욕 왔을 때도 선뜻 가보질 못한게 보통 맨하탄에서 묵을 때는 렌트를 안하는데

맨하탄 밖을 벗어나려면 차가 필요하다..

42번가 Grand Central Station에서 기차를 타고 나 살던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데

막상 그곳에 가면 차편이 없다는 거..

그 동네가 기차역에 내려봐야 암것도 없다...

미리 택시 회사에 콜 택시를 불러놓기 전에는..

근데 사람 마음이.. 그렇게까지 해서 찾아갈 필요가 있는가 싶은게...

딱히 볼일도 없고 찾아 볼 사람도 없는데...


어쨋거나 이 친구, 제법 먼거리를 얼마든지 데려다 준다니 호기롭게 길을 나섰는데

어쩌나 조다리를 건너버렸다..(조다리는 George Washington Bridge)

다시 맨하탄에 들어오고 보니 마음이 슬그머니 바뀐다..

흠.. 이왕 맨하탄에 들어온 거 그냥 클로이스터나 가자...


클로이스터는 맨하탄 북쪽의 포트 트라이언 파크 라는 언덕위에 세워진 뮤지엄인데

거의 대부분 록펠러의 기증과 기부로 이루어진 박물관이다..

건물 자체가 중세 수도원들의 잔해를 사다가 그것들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전쟁통에 망가진 유럽의 사원들에서 문 한짝, 서까래 하나, 기둥 한주...

뭐 진짜 하나씩은 아니겠지만 그런 식으로 모아서 지었다고 한다...


건축물 자체가 중세 수도원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정말 좋아하는 곳중의 하나다..

메트로폴리탄의 분관으로 이곳의 입장권 (뺏지)를 가지고 있으면 당일에 한해 메트로폴리탄도 입장이 가능하다..


이곳을 처음 오게 된것도 이 친구와 또 다른 한 친구와의 모임을 통해서였다.

2006년 늦 가을쯤..(내 기억이 맞다면..)

뉴욕 한인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크사니에 누군가 얄궂은 공지를 하나 올렸다..

맨하탄 근처에 사는 아줌마인데 같이 문화생활해요~

뭐 요지는 그런거였다..


당시...맨하탄을 지척에 두고 뮤지엄이니 갤러리니 맛집이니 뮤지컬이니

가보고 싶고 해보고 싶은 일은 그렇게 많은데 막상 같이 할 사람에 목말라 있던 나는 

냉큼 그 포스팅을 물었고 쪽지로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전화통화를 한 다음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만나러 나갔었다...


그래서 만나게 된 동생들과 그 후...참 많이도 즐겁게 어울렸었다...

그 시절 해봤던 많은 일들과 가보았던 많은 곳들이 이 친구들과 꽤나 많이 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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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사진은 많이 안 찍었다...


오랜만에 그리운 장소에서 반가운 사람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또 한명의 그때 그 시절 친구가 생각이 났다.

한국 시간과는 막무가내로 카톡에 사진을 전송해버린다..( 그 동생이..)

얘가 이렇게 생긴것과 무관하게 무대뽀다...


곧바로 장문의 답장이 왔다..

거의 5년만인데 마치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반가움과 그리움을 담뿍 담아서...


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어디로 가나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5년이란 엄청난 시간일텐데

이미 어른이 되고 난 후의 5년쯤은..마치 옆동네 마실 나온듯한 거리감일 뿐이다..


그렇게 하루의 나들이...

또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아...

그때도 우린 어제 헤어진 사람처럼 반갑게 웃으며 수다 떨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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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인형같이 생긴 요 귀여운 아기를 밀리언 달러 베이비라고 부르는데는 이유가 있다..

이 아기를 낳기전 '그 동생'은 유산을 두번이나 했다..

늦은 결혼에 임신..엄청 기대하고 기다렸는데 그만 자궁외 임신..

나팔관 절제 수술까지 해야했고

그 이후 또 한번의 비슷한 상황을 겪고...

어찌 어찌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갖은 아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수월치 않게 이 꼬맹이는 예정일 백일도 전에 태어나 버렸다..

1Kg 조금 넘는 몸무게로 태어났단다...

백일간 인큐베이터및 스페셜 닥터 비용 등등

이 꼬맹이에게 들어간 돈이 실제로 거의 밀리언에 가깝다.. (십억)

물론 아빠가 빵빵한 보험이 있어서 이 친구가 실제 지출한 돈은 그리 많지 않다..

3년전 방문했을 때 아기가 백일 무렵이었는데 어찌나 작고 가냘픈지

백일된 아기가 엄마의 팔꿈치부터 손끝 크기였다..

정말 한손에 그렇게 올려 놓았던 기억이 있다..

축하하면서도 속으로 걱정도 많이 했는데

아직도 좀 작긴 하지만 영리하고 건강하게..

성격도 만만치 않게 커준 모습조차 참 대견하고 기특했다..

당시..

그렇게 작은 아기를 살려낸 의료기술에 한번 놀랐고

어마어마한 병원비에 두번 놀랐다..

건강하게 무럭 무럭 자란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되길...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