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일기

2015. 6. 13. 13:31 from 기억한올

# 6월 하고도 15일이 지나도록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하고 있다..

아니, 고르지 못하고 있다..

뭔가 쉬운 책, 편안한 책, 책 위에 몸을 뉘일 수 있는 그런 책이 읽고 싶다...


# 6월은 메르스로 흉흉하다..

2015년은 유래없는 가뭄으로, 또 전염병으로 두고 두고 기억될 것이다..

잘 됐다, 개인적인 기억도 그 위에 얹혀져 갈 것이다..


# 온통 예민하다.. 

예민하고 뾰족하다..

이럴 때 도움이 될까하고 시작했던 명상은 3주째 방치되어 있다..


마음이 도통 내려 앉지 못하는 때는 명상도 별 소용이 없다..

마음을 내려앉히려고 명상을 하는건 조금 더 차원 높은 사람들 이야기..

마음이 일단 어딘가 주저 앉아야 명상도 시작된다..

마음이 '붕..붕...붕' 벌떼처럼 쏘다닌다...


# 새로운 단어를 두개 배웠다..

비말.. 시조명..

비말이란 단어는 국어사전에서 검색 가능하다..

그렇지만 시조명은 국어 사전엔 빠져있다..

eponym이란 영어 단어 옆에 이름의 시조라고 씌여있다..

흠.. 아버지가 걸린 병은 어려운 말로 하자면 운동신경원 질환이고

시조명을 보자면 루게릭이다.. 


# 어머니가 중환자실에 의식 없이 누워 계신지 6개월인 친구가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했다..

'슬픈건지 안 슬픈건지 모르겠어.. 어머니가 계신건지 안계신건지도 모르겠고..'

그냥 이 상태가 너무 어정쩡해서 그게 힘들고 괴로운데..

이젠 그만 보내드리는 게 어머니를 위해서도 좋은 것 같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못하는거라고...

이미 기도삽관을 하고 호흡기를 달고 있기때문에 누구에게도 그 장치를 제거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이 가장 가깝게 와 닿는다..

솔직히..

내가 어떤 마음인건지..

혹은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 엄마가 언니에게 매일 매일 자신을 쏟아낸다..

그리고 언니가 우리에게 엄마에 자신을 보태서 또 쏟아낸다..

우린 그 시점에서 이미 4차 감염자들이다...


# 강한 산은 강한 알칼리로 중화 가능한건가?

어제 아침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시댁에서 다급한 전화..

충돌, 고성, 때려부심, 밀침, 공포............... 출동

어제는 머리가 아팠지만 

한잠 자고난 오늘은 차라리 태도를 정하기에 쉽다...


그래... 인생은 이렇게 계속 되는 거야...

그리고 한가지 기분에 계속 빠져 있는다는 건 너무...

작위적이야...


마른 하늘이 오늘은 밝고 명랑하다...

물론 비가 와주길 바라지만....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