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심리학 이론들이 인간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에 대해 실험하고 증명한다..
그나마 자신이 감정형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나을텐데 나처럼 자신이 엄청 이성적인 사고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쩌면 더더욱 자신의 비합리성을 인지하는 게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감정적 판단이나 감정적 행동을 하고도 이런 저런 이유들을 갖다 붙여서 자신을 합리화하고 정당화
하려 하겠지..
생각해보면 난 꽤나 옳고 그름을 따지는 편인데 그건 결국 상대방을 그른쪽에 밀어넣기 위함이다..
며칠전..남편과 말다툼을 하며 '이러이러해서 화가났다' 라고 설명하다가 갑자기 그 모든 이유 들을 벗어던졌다..
이러 이러 한건 상대적인거다.. 똑같이 이러 이러해도 어떤 사람은 화가 안나기도 한다..
그러니 그걸로 아무리 따지고 내가 화내는 게 정당한거라고 이해해달라고 (속말은 결국 내가 틀린게 아니야..
니가 틀린거야...)해봐야 별 소용이 없다..
그래서 말했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그냥 화가 나... 엄청 기분 나빠...니가 사과해도 화가 안풀려..'
너 때문에, 니가 잘못해서 내 기분이 나빠졌다.. 라고 말하지 않았고 니가 잘못한게 뭔지 요목조묙 짚어주지도 못했지만...
말다툼은 그냥 그자리에서 얼어붙어버리고 남편의 머쓱한 사과와 이어지는 정적...
난 감정을 발산한 것으로 좋았고 남편은 내 감정에 방어와 방어를 위한 공격을 하지 않아도 되니 편했던 거 같다..
내 기분이 나쁜데 남편이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뭔지 모르지만 기분 나쁘냐? 풀어' 라며 시간을 두어 주는 것뿐..
'그게 왜 기분 나쁠 일이냐?' 라고 받아치며 자신을 방어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아, 저사람은 저게 기분 나쁘구나' 둬두면 되니까
'나보고 나쁘다고 한다' 가 아니라 '나보고 다르다고 한다..'.라면 받아들이기 좀 낫다..
감정은 감정대로 발산하게 두면 된다..
감정에 설명을 붙이려 드니까 일이 꼬이는 거다..
감정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
나도 그렇다...
흠... 책과 별 관계 없는 이야기만 잔뜩... ㅜ.ㅜ
(307p)
# 우리가 종종 잊는... 세상에는 정말 많은 수의 각자의 입장이란게 존재한다...
80억 인구라고 치자면 80억개의 각자의 입장이란게 있겠지...
물론 이 영화는 나치의 입장을 보여주는게 아니고
나치하에서 동조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독일인들 중에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라는 이야기지만..
그냥 힘없고 작고 잘 모르는 어떤 사람들은 생존의 두려움 때문에 묵묵히 방관하고...
또 때로는 맹목의 눈가리개를 하고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는 그런
집단 광기속에 몸과 마음을 맡기기도 하고...
심지어 이성과 지성 그래서 결국 인간애를 상징하는 책 조차도 그러한 외부적 폭압속에선 아무 힘없는 존재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읽고 또 써야 한다는 거...
읽고 쓴다는 것의 의미와
군중이라는 것...(최근 읽었던 책인 <현혹>의 주제였던..)에 대한 생각이 잠깐 마음을 어지럽혔다..
# 지난 달에 반 읽고 간신히 마저 읽었다..
보통 중간에 끊는 건 이유가 있다...
그래도 어떤 책은 그런 식으로 읽고 나서도 어떤 느낌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드리나 강의 다리> 같은 것..
그런데 이 책은 ...
처음엔 오히려 솔깃하고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으나
뒤로 갈수록 기계적으로 책장을 넘기기에 급급했다..
그렇게 서둘러 정신없이 우겨넣었지만 나중에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안든다..
휴... 다 읽어서 다행이다...
(30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