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영화 1

2013. 3. 2. 01:28 from about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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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나면 왠지 '박찬욱 답다'라는 생각이 머리에 꽉 찬다..

박찬욱 다운게 뭔지는 잘 모르지만..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수 없고 정적인 가운데 불안과 음산한 느낌이 

불길하고 어두우면서도 아름다운 영화..


음악과 색채, 장면 장면의 디테일까지 모두 상징으로 꽉 차있다고

집에 돌아와서 읽은 블로그에 써 있었다..


남편은 쉬르 리얼리즘 적이라고 말하는데..듣고보니 정말 그렇다..

스토리 텔링 보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


다른건 모르겠고 박찬욱이 거장이라는 생각은 든다..

브라보~


#  (이 부분부터 스포일러 만땅)

어젯밤 늦게 영화를 보고 돌아와서 간단히 포스팅하고 잤는데

꿈에서도 그 느낌이 이어졌었다..

특별히 기억은 안나지만 뭔가 쉬르리얼리스틱한 분위기의 꿈을 꾼듯한 어렴풋하고 몽환적인 느낌..

몽환..꿈에 대한 기억이니까 당연히 몽환적일수 밖에 없겠다..


남편..우리나라에서의 흥행성적이 썩 좋지는 않다고 말을 전한다.

나..그럴거 같다고 말했다.


한 장면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인디아가 아빠와의 사냥에서 잡은 새들을 전부 박제해 놓았는데

이비가 그걸 찰리에게 보여주며 하는 대사..

얼마나 쓸모없는 낭비인가(뭐 이런류의 대사였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어쨋거나 이비의 태도는 사냥이라는 행위 자체를 전혀 이해할수도 없고 동조할수도 없는 

비윤리적이고 옳지 않은 행위라고 보는듯한 태도..

내 삶의 태도(영화속에서 이비가 얼마나 윤리적이고 올바르냐의 문제)와 상관없이 

누구나 다 쉽게 말 할 수 있는 아주 근본적인 도덕의 잣대..-- 생명존중..

생명존중의 거스를수 없는 도덕관으로 보면 사냥은 정말 쓸데없는 생명의 낭비--나쁜짓이다..

아무 이견없이..


그렇게 도덕의 틀로 자신을 규정해놓은 사람은 결코 사냥의 미학을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나쁜짓 이기 때문에..

나쁜짓은 이미 그 자체로 멀리해야 할 대상이지 이해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사냥에는 사냥의 미학이 있다..

오랜 시간의 기다림..

고도의 집중..

적확한 순간을 포착하여 날카롭게 공격하고..

마침내 그것을 내 소유로 하는것..

그게 생명을 빼앗는 형태로 이루어지든 포획으로 이루어지든...

그리고 나서 이어지는 희열..


무언가에는 무언가의 미학이 있다..

그것이 설사 생명을 빼앗는 일이 될지라도..

그게 무엇이 되었든 무언가에는 그것에 탐닉하는 사람의 영혼을 빼앗는 무엇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도덕의 잣대로 재단하는 순간 

그 미학이 사라져버리는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뭉뚱그려 싸잡아서 꼬리표를 붙여버리면 

우리는 영영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그것은 '죄'이므로...

매혹당할 수 있는 기회도 당연히 함께 날아가 버린다..

역시 그것은 '죄'이므로...


한국사람들은..

조금 더 획일적인 환경속에서 

확일적인 도덕관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사냥..그거 쓸데없이 생명을 빼앗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거기 때문에...

이 영화가 보여주는 미학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을거라는거 

짐작 가능하다..


나 역시도..

이 영화를 보기전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사냥..왜 쾌락을 위해서 불쌍한 동물들의 생명을 해쳐?


고개를 돌려 그 옆도 잠깐 보게 만들어 준 박찬욱 감독에게 감사..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