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의 날씨..

2015. 11. 27. 00:29 from 기억한올

선린중학교쪽으로 난 골목으로 들어서는데 난 왜 먼지가 풀풀날린다고 생각했을까..

만재도에서 신문지를 태워 불을 피울 때 마치 눈처럼 소복히 날리던 하얀먼지..

그렇게 먼지가 날리고 있다고 멍하니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말도 안되는 생각인지 문득 정신을 차리니 눈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먼지처럼 어처구니 없이 눈이 왔다..



2015년은 만약 우리나라의 날씨가 앞으로도 쭉 올해만 같다면...

서안해양성 기후의 원년이 될거라고 봄부터 쭉 말해왔다...

부엌 창밖을 내다보다 기막혀하며 내뱉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저 말도 안되게 파란 하늘.. 뭐야 이거..여기 캘리포니아야?


그렇게 가물었더랬다..

하늘은 파랗고 기후는 건조하고 좋았는데 그렇게 말할 수 없이 가물었더랬다..

올 봄...여름 동안...

그리고 그날부터.. 아버지 돌아가신 날부터 사흘동안 그렇게 미친듯이 비가 쏟아졌더랬다...


언니와 엄마는 아버지 모시고 강남성모병원으로 가고

난 간병인 아주머니를 짐을 챙겨 보내드려야 했었다..

비도 내리기 시작하고..또 마침 조금만 돌아가면 되는 길이라 성남 어디어디메까지 

태워다 드렸다..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가로등 불빛에 빗줄기가 굵은 화살처럼 내리꽂히고 있었다...


소양강댐 바닥이 쩍쩍 갈라질 정도로 가물었었는데...

그날 저녁부터 사흘동안 그렇게 정신없이... 온국민이 기다리던 단비가...

아마도 그날 잊지말라고...

우리야 장례식장에 있느라고 바깥에 천둥이 치는지 벼락이 치는지 장대비가 쏟아져도 몰랐지만..

조문 오시는 분들 사흘 내내 그렇게 생고생 시키더니..

발인날은 반짝 개어서.. 비한방울 안맞게 하고..

비 싫어하던 아버지.. 당신도 한방울 안맞으시고...

장지에 갔더니 유달리 쨍하게 빛나던 하늘...

그 자리만 유독 양지바르고...

뭐냐... 진짜... 잊어먹지 말라고...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