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상

2012. 7. 24. 18:52 from 기억한올

그곳은 별 특징없는 가게였어..

별 특징없는 상가의, 별 특징 없는 가게..

가게 라는 말이 더도 덜도 아니게 그저 딱 어울리는 그런 곳..

팬시한 장식도 인테리어도 없이 딱 동네 옷수선집 같은 그런 분위기였는데

하나 다르다면 유난히 좀 널직해서 시원스런 느낌이 있었지..

 

SH를 따라 가게에 들어설때 사람들 몇몇으로도 가게는 북적 거리고 부산스러웠어..

친구야 그곳이 익숙했겠지만 난 처음이니까 누가 주인인지 누가 손님인지 뭔지

도대체 이곳의 아줌마들은 어떤 관계인지 모르니까 그저 조용히 따라 들어섰을 뿐인데..

 

눈초리들이 느껴졌어...

나를 파악하기 위해서 살피는...

아니..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원피스가 예쁘다고 '저런 것도 만들 수 있어요?'라고 한 여자가 입구에서 마치 금방 갈듯 나서다가

멈춰서서 말하면서 조금씩 정리가 되기 시작했어..

 

'만들수 있죠..뜯어보게 해주면...'

내 친구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주인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돌려 세워 원피스 뒤쪽의 레이블을 살폈어..

'명품은 본이 달라..이거 어디꺼예요?' '명품 아닌데요? 그냥 메이커이긴 한데..'

잠시의 수다가 이어지고 가게를 나서던 사람들이 갈길 가고 나자

가게는 잠시 한적해졌어..

친구와 선생님은 이런 저런 그들이 아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조신하게 걸려있는

핸드메이드 가방들과 옷들을 구경하며 풍경을 살폈어..

 

'청담동 며느리 스타일이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생님은 딱히 나에게 하는 말도 아닌 말들을 툭툭 던지며

나를 이야기 속에 끌어넣었어..

왜냐면 대답은 친구가 했거든..

 

이야기들은 그렇게 따갑게 이어졌어..

'그럼 친구도 같은 학교야?' '네..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예요..이 친구는 산디 전공..'

'상위 10% 네.. 얼굴도 이쁜것들이 공부도 잘해..'

친구와는 물론 허물없이 농담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이이겠지만

난 이런 상황이 조금씩 어색해지고 있었어..

초면에 어디까지 날 보여야 할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난 늘, 항상 무척 낯을 가리며 조심하는 편이거든..

 

이 사람이 나를 간보고 있네...싶은 생각이 들었어..

그렇다고 불쾌하진 않은게 뭐...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까..

나는 나대로 이 사람의 유형을 어딘가에 끼워 맞추면서 파악하기 놀이를 하면 되니까...

다만 처음 이 사람의 눈초리의 정체가 뭐였을까 궁금하긴 했어..

그냥 덤덤하고 무심한 첫 눈빛이 아니었거든..

약간의 경계, 약간의 반감, 약간의 뭔가.. 그런 느낌이었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나도 몇마디 거들 정도로 살짝 거리감을 좁히고..

친구와 선생님은 동대문 시장에 같이 나갈 계획들을 말하고 있었어..

그러다가 나를 보고 '친구도 내일 별일 없으면 같이 나오면 어때요?'라고 조용한 초대를 했어..

 

순간..'아..처음의 그 눈빛이 관심이었나보다...'싶었어...

관심...탐색...호감과 반감의 경계에서 약간은 호감쪽으로...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난 그 사람에게 인상을 남긴거 같아...

아니...사실은 그 사람이 나에게 인상을 남긴거겠지...

 

합리적 추론이란 말을 좋아하는데 예를 들어 셜록 홈즈처럼..

누구라도 잘 관찰하면 알수 있는 드러난 증거들을 수집하여 어떤 사람에 대해 합리적 추론을 하는거야..

관찰하고 사고하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서 그 사소하고 일상적인 징후들이 그 사람에 대해 뭔가 말을 해주겠지..(more or less)

그 분은 직업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날테고(아무래도 여자들..특히 주부들) 그러다보니 사람들에 대해 살피는 경향이나

딱 보면 안다라는 일종의 자신감도 있을테고..

누구를 처음 만나면 자기도 모르게 살피게 되고..또 점장이같이 툭툭 던져서 자신의 추론이 정말 정확한지 확인해보는걸

즐기고..흠...그런거 같아...

 

나는 사실,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첫 인상을 안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노력해야 한다라는건 사실은 그런것이 있다라는 반증이거든..

난..그런게 있어..

그리고 역시나 그 선생님처럼..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그런말 듣는걸 좋아하기도 하고..

다만 티를 안내려 들거나, 무관심하거나, 굳이 믿으려 들지 않거나, 혹은 무심히 잊어버리는 것 뿐이지..

 

누군가를 그렇게 살피는 사람을 만난건 참 오랜만이야..

내가 마무리를 셜록 홈즈의 합리적 추론을 거론해가며 짓는건 그 사람의 눈초리의 정체가

호의적 관심이었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겠지?

어쨋거나...그 누군가 나를 살폈다는건 기분 나쁠일은 아닌거야..

그 사람이 만약 끝까지 반감을 고수했더라도...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