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면...

2013. 10. 11. 00:41 from 생각꼬리

# 친구가 그랬다..

요즘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는건 책을 읽고 있지 않기 때문이야..

체대생들이 왜 무식한지 알겠는게 운동을 하다보면 정말 책 읽을 틈이 없어..라고도 했다..


확실히... 책을 읽고 나면 잔 생각들이 좀 많아지긴 한다..

때로 내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지 뇌를 찌푸리고 있는지 모르게

소소한 생각들에 사로 잡히기도 한다...

물론...아주 짧은 순간들이긴 하다.. 붙잡기에는..


#' 그리고 산이 울렸다'를 막 읽고..

이것 저것 휘리릭~ 머리속을 휘몰아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들이 있었지만...

흠...너무 빠르다.. 붙잡기에는...


다만... 달려나가는 바람의 꼬리 끝이라도 잡았다면

따듯한 사람들은 어떻게 따듯한가..

뭐 그런거?

아니면..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거리에 있을 때 따듯한가..

뭐 그런거?


아흔 아홉개 바람 같은 꼬리 중에 나를 잠깐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었다..


# 공작새 깃털 같은 또 다른 꼬리 하나는 

묵묵하고 조용하게 사라져 가는 그래서 우리가 더 미화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그렇지만 도저히 그렇게는 살아낼 수 없는 

과거의 모습..

참는것.. 인내하는 것.. 묵묵한 것..무뚝뚝한 것.. 거칠고 조용한것..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표현되지 않는 것..표현 되지 않아야 하는 미덕들..

침묵으로 지켜내는 가치들...


# 말을 안하고도 소통하는 방법은 뭘까?

말을 하지 않고 소통하려면 결국 행동인데..

행동으로 무언가를 전달하려면 시간이 참 오래 걸린다..

어린 왕자와 장미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행동으로 무언가를 유추해내는 걸 쉽게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한 아빠들은 기억 속에서 좋은 평점을 얻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말없이 묵묵히 보여준 행동의 일관성때문이 아닐까?

같은 행동이 되풀이 되면 그 행동은 하나의 표지가 되는데

그러한 표지들이 모여서 아마도 묵묵하게 의사를 전달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 소리없이,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 침묵이란 건 참 많은 걸 담고 있는듯 하다..

감정이 깊어야.. 사고도 깊어야..비로소 침묵이 떠오를 것 같다..

가장 가슴 깊은 밑바닥에 있는 것..

그게 침묵일거란 생각이 든다..


그 바닥에 내려가보지 못하면..

영영 침묵을 만나지 못할 거 같다..


아니면, 그래서 진짜 깊은 감정을 만나지 못하나 싶다..

침묵하지 못하니까..


참을 수 있어야 침묵할 수 있다..


# 뜬금없지만..

사람은 결국 타인을 자기를 빛내 줄 두개의 뱃지로 사용하는데

하나는 우월함이고 다른 하나는 괴로움이다..


쉬운 말로 바꾸어 말하면 하나는 자랑이고 다른 하나는 흉이다..

자랑은 말 그대로 자랑으로 나를 빛내주고 괴로움은 또 그대로 그 괴로움 속에서 

내 선의가 얼마나 빛을 발하는 지를 증명해준다..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건지..


나 또한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의 흉을 내 뱃지로 사용하곤 한다...

그게 내 흉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당당히 달 수 있었을까?


# '너는 알라께서 너를 얼마나 강하게 만드셨는지 아니? 

얼마나 강하고 착하게 만드셨는지 아니?'

나는 이런말을 듣고 자라야 했다..

나는 내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해주어야 했다..


우리 모두는 매일 이런 말을 듣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마음속에 회의가 몰려 올때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인건지..

따듯해질 수 있는건지 모든것이 모호하고 흐릿해질때 

한 줌... 용기를 끌어 올릴 수 있을텐데...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