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사람들...

2016. 8. 4. 17:11 from 생각꼬리

1.

'어르신.  종양 있으신 건 알고 계시죠?'

'어르신. 이게 별로 좋지 않아요. 악성이세요.'

'어르신, 암이세요.'


여러번 바꿔 말해도 잘 알아듣지 못하자 의사는 부드러우나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네에에?'


그제서야 알아들은 할아버지는 여태까지 주고 받은 이야기가 무색하게 화들짝 놀랐다. 

말에도 무게가 있다면...... 마치 철거를 할 때 쓰는 길다란 쇠줄에 달린 쇠공같은 것이, 뒤로 한껏 당겨졌다가 

놓아진 것 같은 속도와 무게로 할아버지를 한대 후려친 것 같았다.

실제로 그 말을  듣는 순간 보이지 않는 말의 쇠공에 맞은 듯 몸이 휘청 하는게 보였다.



2.

하필 그 순간일게 뭐람...

지난주 일수도 있었고 다음주 일수도 있었다..

아니.. 방학 동안 차일 피일 미루었으면 나는 그저 개학하고 난 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소식을 들었을 터였다..


기름을 넣고 세차장을 통과하는 차 안에서 K샘께 카톡을 보냈다.

'샘~. 이번 일요일이나 다음 일요일에 메쎄나 폴리스에서 차나 한잔 해요~'

'샘..저 내일 입원해요..암이래요..'


뒤이어진 통화에서 K샘은 위암 4기이고 이미 손쓸수 없이 퍼졌고 의사가 2개월~6개월 이라고 했다고...

그 소식을 오늘 아침 들었다고.. 신장이 막혀서 응급 수술을 해야 하는데 정리할게 있어서 내일 입원하기로 했다고...


'샘.. 샘이 오늘 연락안했으면 통화안됐을텐데...'

'어떡해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말도 안돼요.. '

여름 감기에 걸려 잔뜩  쉰 목소리로  엉엉 울고 있는 나한테 담담하게 응대하는 K샘...


'나 너무 착하게 살았는데... 남한테 해꼬지 한적도 없는데...지난 학기 정말 열심히 했는데..

앞으로 좋은 일도 정말 많이 하고 싶은데... 샘도 너무 착하게 살지 마요.. 나 너무 착하게..참고 살아서 병 걸린거 같아..'


'너무 담담하게 말하지 마요' 고함치듯 말하는 나에게

'아침에 소식듣고 너무 많이 울었어요.. 이제 온 몸에 수분이 다 빠져 나간거 같아요..'


왜 하필...

이 순간... 되도 않는 오지랍으로..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될 인사를 챙기느라고...

왜...


이 사람과의 무슨 인연인건가...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