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

2015. 10. 18. 16:38 from 생각꼬리

#제인 오스틴의 책들...


생활이 너무 복잡할 때..

머릿 속이 복잡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도피하고 싶은 때...


원래 한 작가의 책을 그렇게 많이 읽지는 않는 편인데

어쩌다보니 오스틴의 책은 4권이나 읽어버렸다..

워낙 과작의 작가라 6권의 소설이 있을 뿐이니 나도 곧 오스틴을 

나의 완독목록에 올려 놓을 수 있을지도..


흠.. 아껴 읽어야겠다... -.-;;


오스틴의 책들이 유달리 재미있는 이유는

전부 일종의 로맨스 소설이라서 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게 말하면 제일 쉽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싶은게...)

등장인물들이 뭐랄까... 생동감이 있달까?

성격묘사가 참 탁월하다 싶은게...


200년의 세월을 격하고도 과히 바뀌지 않는 인간들의 성격과 행태...

물론 시차를 감안하여 당시의 사회적 풍속과 가치관, 생각들을 엿보는 재미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들을 확인하는 것도 역시나 재미있고..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이 어찌나 그렇게 어딘가 모자라고 찌질한지...(정이 훅 가는 느낌?)

브론테 자매의 소설들에 비해서 더 진솔한 느낌이 있다..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을 읽었을 뿐이지만..)

작가가 창조자라기보다 관찰자라는 느낌...(난 왜 관찰자 스타일에 더 호감이 갈까?)

암튼.. 받아들이기 편안하고 훈기도 있고..(무엇보다 유머감각..^^)



중학교 2학년 때 <오만과 편견>을 품에 안고 다니던 장혜경도 생각나고... ^^




#점심식사 중...


가족이 모여 점심식사를 하다보면 의례히 입맛 까다로운 언니와 동생의 식성이 언급되는데..

(흠.. 이렇게 써놓고 보니 당사자들은 참 듣기 지겹겠다..앞으로 삼가해야지..)

언니와 동생은 이것도 안먹고 저것도 안먹고...

안먹고의 리스트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데 비해서...

난 뭐... 꽤 짧다...


그러다가 원래는 같이 예민하고 입 짧았던 내가 어떻게 회도 먹고, 돼지고기도 먹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기억이 났는데

두가지 다 대학 때였다..

엠티 갔을 때..


한번은 경포대쯤 갔을 때였는데 점심식사로 바닷가 횟집에서 회를 먹는데 사람들 앞에서 안먹는다 할 수 없어서

조용히 먹는척하다가 티안나게 맨밥만 먹어야지 하면서 한 점 입에 넣었는데..

흠... 맛있었다.. 사람들이 이래서 회를 먹는구나.. 싶었다...

돼지고기도 역시 다른 엠티 갔을 때..

선배의 조부모 댁이었는데 마당에서 불 피우고 슬레트 판 위에다가 빨갛게 무친 돼지고기를 얹어서 구웠는데

그게 또 그렇게 맛있었다.. (슬레트 판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발암물질을 고기에 잔뜩 묻혀 먹은 셈이지만..)


다른 많은 가리던 음식을을 대학다니며 직장 다니며 또 결혼해서 먹게 되었겠지만..

그 두가지는 정말 분명히 기억난다..

잘 간직해야지.. 기억은 소중하니까... 




#폐결핵의 흔적


연애가 결핵 같은 거라면 불발된 연애는 자신도 모르게 앓고 지나간 결핵의 흔적 같은 것일까

아무런 증세도 없이 아픈 기억도 없이 X-ray 상에만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지만

수술이라도 받아야 할 때는 기여코 발목을 잡고야 만다..

(판독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결핵 검사를 해야만 했고 그렇게 엄마의 수술 날짜가 일주일 미루어졌다..)



불발된 연애가 발목을 잡는 순간은...

언젠가 희미하게 판독될 때...



#빨간 책방


언제부터인가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챙겨 듣고 있는데 참...

책에 대한 수다를 저렇게 한없이 주저리 주저리 떨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또 참...

편안하다..

저 사람은 실제로도 친구들과 술 한잔을 기울이며 저렇게 수다를 떠는 걸까?

저런 썰렁 농담을 하면 저런 더 썰렁 농담으로 받아주고?

같이 읽은 책들을 저렇게 일일이 다...

나누고 사는걸까?

그럴리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참...

좋아보인다..


참...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읽은 책에 관심없었는데 빨책 청취 이후로 바뀌었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책 읽고 무슨 생각하는지.. 조금 궁금해졌다..


참2... 전에도 가끔..난 기억도 못하는 구절을 들이대며 '니가 그랬잖아.. 혹은 언니가 그랬잖아..'

따위의 출처 증명을 당하는 일들이 있긴 했지만 얼마전 문상 갔을 때 친구가 했던 출처 증명엔 

나도 좀 식겁했다..

이미 기억에서 실종되어버린 노년과 죽음에 대해 했던 말에 대해 친구가 깊이 공감한다며 '니 말대로..'를 시전했는데

위악적이고 냉소적으로 내가 말했을 법한 이야기이긴 했는데...

다시 듣자니 별로 따듯하진 않더라..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나도 좀 따듯한 사람이고 싶은데...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