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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주 가끔...
아무 이유도 없이...
울컥....
할 때가 있다..
마음에 집히는 콩알 반쪽만한 이유도 없이
가슴이 싸아~하고 먹먹하고
속 깊은 곳에서 울음이 울컥 울컥 올라오고...
그럴때면
알지 못하는 끈으로 연결된 누군가에 무슨일이 있어서
강력한 텔레파시 같은 무언가로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영화를 너무 많이 본게지..
그렇지만 가끔..
아주 가끔..
그런 순간이 있을 때면..
비록 나는 알지 못하는...
아마도 평생 알지 못하고 죽을수도 있는...
내 소중한 누군가가 지구 한편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이에게 무언가 슬픈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생각을 하며...
그 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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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작은 일이 하나 떠올랐는데
가령..
중학교 들어가서 첫 봄에 읽었던 책..
(중학교 들어가서 처음 읽었던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지식의 '하얀 길'이라는 단편모음집이었는데
내 생각엔 그 책에서 처음..
'신작로'란 단어를 배운듯 하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냥 그랬던 거 같은 기분.. ^^
신지식이라는 사람은..
어떤 작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하얀 길'이라는 책을 냈고
또 중학교 시절 내내 좋아했던 '앤' 씨리즈의 역자이기도 했다.
당시 앤 씨리즈 10부작이 5권의 책으로 나와있었는데
아마도 일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중역본이었던거 같다.
또 그 '하얀 길'을 떠올리면 같이 떠올라오는 친구가 있는데
중학교 1학년 처음 들어가서 내 옆번호였던 친구..
키 순으로 번호를 정했는데 난 22번..그 친구는 21번 아니면 23번..
그래서 한주씩 걸러가며 짝을 했는데
스위스 소녀같이 예쁘게 생긴 아이였다..
하얀 피부에 핑크빛 볼
갈색 눈에 갈색 고수머리..
그리고 어린 눈에도 묘하게 육감적이던 입술..
하얀길에도 화자와 화자의 친구가 나오는데
화자는 영리하게 생겼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화자의 친구는 예쁘다라는 말을 듣는다고 묘사되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하얀길을 떠올리면 언제나 그 친구가 같이 따라온다..
그리고 그 예뻣던 봄날...
난 정말 별걸 다 기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