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작은 흔적

2015. 4. 26. 17:10 from 생각꼬리

# 징징거리기


시험때가 되면 단톡방에서 서로 하루 종일 징징거린다..

개구리가 개울가에 모여 울듯.. 맹꽁이가 논가에 모여 울듯...

신기하게 서로 모여 징징거리고 나면 불안이 가라 앉는다..

그래서 개구리나 맹꽁이들이 떼로 몰려 우는 모양...




# 엘리노어 릭비


M과 모모에서 <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그 여자>를 봤다..

영화를 보러 들어가기전 예의 그 꽃가루 알러지 때문에 눈이 몹시 가렵기 시작했다..

알러지 약을 하나 먹었고 덕분에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정신을 겨우 수습해서 집중 할 무렵 다시 눈이 무척 가려웠고 어둠속에서 부스럭 거리며

알러지 약을 하나 더 먹었다..

덕분에 결말은 영영 알수 없게 되어 버렸다..

굳이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은 안든다..


M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길

아버지가 엘리노어에게 '인생엔 어려운 일이 있어.. 그 일이 지나가고 나면

더 어려운 일이 온단다'라고 위로(?)하는 게 이상했다고..

다행히 그 장면에선 나도 깨어 있었고 그 부분에선 나도 참 웃기다고 생각했었다..

저런 위로라니...


거기에 덧붙여 난 아버지가 윌리엄 허트 라는 것도 알아차렸단 말이다..

윌리엄 허트를 알아보면서 윌리엄 허트가 저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고 그걸 알아보는 나는 

참 얼마나 오래되었는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덧1) 며칠 뒤 잠결에 '별똥별을 보는 순간은 얼마나 짧은지... 그렇지만 그 순간을 두고 두고 기억하잖니...'하는 

대사가 기억 났는데.. 이거 이 영화에서 나왔던 거 맞는거 같은데... 아닌가?


덧2) 엘리노어 릭비를 검색해보니.. 아마도 세편으로 만들어진듯...

그 여자편, 그 남자편, 그들편... 같은 사건을 다르게 기억한다는 의미인것 같은데...

뭐..어차피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도 결국은 나 좋을대로 기억한다..

굳이 다 봐야겠다는 생각은 안든다..




# 탱고


HJ

'탱고는 내 색기를 가장 건전하게 발산하는 도구야..어느 날, 탱고를 추고나서 "나 정말 섹스 안 하고도 살수 있어"라고 

말했다니까.. 같이 춤을 추는 상대에 따라 어떻게 리드하는지에 따라 남자들이 얼마나 다 다른지 몰라.. 

춤을 추는 그 순간은 그 한사람 한 사람과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거야..'


그러게... 내 생각에도 그렇다... (비록 해보진 않았어도...)

적당한 밀착과 적당한 간격...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규범적인 형식..

그리고 그것들을 다 뛰어넘는 호흡의 순간..

몰아의 순간... 

혼자서는 잊을 수 없는 자신을 위한 완벽하게 둘만을 위한 시공간...

섹스와 다르지 않다...


가까운 친구는 아니지만 어느 한순간 포착된 같은 시선...





I'm all ears


들어주는 일이 직업이 되어가고 있다..

미술 심리상담사가 아니고...

그냥 하나의 커다란 귀가 되어 가고 있는 느낌..





# 내 결혼 생활의 실체


밥 솥 안의 밥이 납작하게 눌려 있는채 한쪽 구석에서만 밥을 퍼낸 자국을 보면

불현듯 증오심이 솟구친다..

밥을 풀 때면 (밥을 앉히고 다 되기 전에 내가 나가게 될때) 푸기전에 한번 휘저어 주라고

아마 천번은 말했을거다...

이 돌연한 미움을 진지하게 말해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하지만 순식간에 옆으로 치워버린다..

충격요법도 안 써본게 아니니까...


'빨책' 이동진이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에 대해서 기가 막히게 해설했는데

103%의 소금량이라는 말이다..

소금을 녹일 때 녹일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을 물에 넣게 되면 처음엔 녹는거 같지만 

비이커의 옆면을 유리막대로 긁어주면 순식간에 결정이 생겨버린다..

레이먼드 카버는 소설 속에서 3%의 순간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이미 말해지지 않은 

100%의 소금들이 있는 것이다..


천번쯤 말한것 같은데 전혀 듣고 있지 않음을 확인하는게 바로 그 3%의 순간..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