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에 대하여..

2015. 6. 28. 23:22 from 생각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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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에서 파생된 모든 언어에서 동정(compassion)이라는 단어는 접두사 '콤(com-)'과 원래 '고통'을 의미하는 어간 '파시오(passio)'로 구성된다.... 라틴어에서 파생된 언어에서 동정이라는 단어는 타인의 고통을 차마 차가운 심장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달리 말해 고통스러워하는 이와 공감한다는 뜻이다. 거의 같은 뜻을 지닌 연민(pitie)이라는 단어는 고통 받는 존재에 대한 일종의 관용을 암시한다.... 이러한 동정은 고도의 감정적 상상력, 감정적 텔레파시 기술을 지칭한다. 감정의 여러 단계 중에서 이것이 가장 최상의 감정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쿤데라는 compassion, co-sentiment, pity를 일일이 구분해가며 미묘한 뜻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역자는 어쩔 수 없이 동정과 연민을 구분해서 사용했지만 모국어에 대한 내 감각으로는 우리는 동정과 연민을 쿤데라 식으로 구분하여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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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에 대한 내 느낌은 그렇다..

연민은 상처 낸 자리에서 자란다..

연민은 연민을 가리고 있는 모든 겉 껍질의 감정들이 벗겨져야 비로소 몸을 드러낸다..

연민은 자신을 연민하는 것을 멈춰야 비로소 타인에게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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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처를 주고나니 미안한 마음과 함께 연민이 생겼다..

나를 감싸고 있던 모든 감정들...

분노, 미움, 원망, 짜증...

그런 것들이 사라지고 나자 연민이 찾아왔다..

'나보다 더 불쌍해?'라고 묻지 않게 되어야 다른 사람이 불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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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이야기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