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롤리타...

2014. 1. 23. 17:28 from 생각꼬리

1.

<롤리타>로 부터 깨달음이 있었다..

독서와 문학에 관한 새로운 시각이다..


2.

로쟈 가라사대..

작가는 자기 자신에 대해 쓰는 작가와 드물게 다른 사람에 대해 쓰는 작가가 있다고 했고

나는 당연히 험버트를 작가가 창조한 대상이라고만 밀쳐 두었다..

그건 아마도 내가 동일시할 수 없는 험버트를 작가인들 동일시 할 수 있으랴 하는 지극히 단순한 

자기 중심적인 사고의 결과였으리라...


독서회를 마치고도 여전히 험버트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가운데..

나보코프의 자아가 험버트 안에도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번뜩 떠오른다...

그건  님펫에 대한 열광, 험버트의 독특한 유머감각과 재치, 외모나 성격의 특징 등의 겉으로 표현된 부분이라기 보다...

금지된 것에 대한 열정이라는 내면..


험버트가 님펫에 대해 그토록 무모한 집착적인 사랑을 끊을 수 없는 것은 

나보코프가 소아성애적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라기 보다 (뭐 실제로 그런지는 알수 없으나 그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

롤리타가 바로 모든 금지된 것의 표상(이 부분은 지난번에도 말했지만..)이고

험버트의 추구는 바로 나보코프의 추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금지된 주제를 예술로서 추구하는 것..)

즉... 험버트는 나보코프의 분신이자 또다른 자아이기도 하다...(그 집요한 집착과 추구..어쩌면 광기...)


3.

단치는 '훌륭한 작가는 자신이 쓴 책보다 나을 수 없다'고 했다..

나보코프가 <롤리타> 보다 나은지 시시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험버트는 실패하고 나보코프는 성공한 게 있는데

험버트는 롤리타가 자기를 사랑하게 하는데 실패했지만 나보코프는 <롤리타>를 그저 그런 책이 아닌 예술로 만들었다..

(하긴 험버트도 롤리타를 불멸로 만들기 위해 감옥에서 책을 쓴다..)


4.

<롤리타>를 읽으면서 문학이 예술의 한 분야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보코프의 말처럼 심미적 희열(호기심, 감수성, 인정미, 황홀감)과 연관된 느낌으로서 뿐만 아니라

금지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냥 밀쳐 버릴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문학도 예술의 일부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식의 세련됨이 금지된 주제를 어떻게 다루는가라는 문제)


추악하고 부도덕한 일 이면의 '미학'을 추구하는 것..

그게 예술의 한가지 기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5.

책을 읽는다는건,  주로 사고과정을 사용한다..

어떤 문학도 직접 우리의 우뇌와 접속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시각예술과는 사뭇 다르다..


미술 작품을 이해한다는 건 사실

시각정보를 받아들여 즉각적으로 감정과 직관과 감각을 사용해서 일단 우뇌로 접속하고

좌뇌의 사고과정을 거쳐 언어화, 개념화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인데

책을 읽는다는 건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고과정을 통해 머리속에서 감각을 창조해내고

다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다시 감정을 경험하고 하는 식으로..

직관은 아마도 많이 사용하지 않을 거 같다..(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할 거 같다..)

그러다보니 사고에 다른 기능이 많이 종속되어 버린다..


그래서 미술 작품을 볼때 흔히 말할 수 있는 '그냥 좋아.. 색깔이 좋아..' 이렇게 개념이 배제된 표현을

독서 후에는 하기 힘든 것이다..


6. 

롤리타를 읽으면서 내용과 상관없이 말장난..묘사..운율..그 자체로도 아름다울 수 있고...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낀다면 설명할 필요없이 예술성과 연결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롤리타가 외설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바로 그 아름다움...

우리가 이미지화 했을 때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유희성..그냥 좋아..내용이 뭐든 상관없이 그냥 좋아..

마치 게르니카를 볼때 한장면 한장면 분석해가며 이것은 전쟁의 참상에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눈물이니까 아름답고

저것은 희망의 메시지를 주니까 아름답고 하고 말하지 않아도 그냥 아무것도 몰라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문학도 그렇게 표현 되고 읽혀질 수 있다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7.

미술에서는 진짜 더한 것들도 표현한다..

따라서 주제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