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결말

2015. 6. 25. 23:49 from 기억한올


# 기쁨의 순간은 은밀해서 함께 나누기 힘들다...


오늘 낮, 광화문...

버스에서 내려서 세종문화회관 사이길로  흥국생명 빌딩까지 걸어가는데

알수없는 즐거움과 기쁨..

그런 순간은 너무 사소하고 은밀해서 누군가와 나누기 힘들다..

그렇지만 결국..순수한 기쁨은 대충 그런것..

한 순간 밀려오는 아주 사적인 기억들이다...



# 영화를 보았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한 여정의 마무리인셈...


영화는 괜찮았다...

그만하면... 소설의 이야기를 영화라는 포맷에 맞게 그런대로 잘...

짜맞추어 넣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가 나를 정신없이 몰입시켰던 순간들...

그런 순간들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까진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아마데우의 성격 표현이 조금 마음에 안들었다..

내가 읽은 아마데우는 거침없는 인물이란 말이야..

영화 속 아마데우는 뭔가..소심하다...


문두스(라이문드 그레고리우스)는 책에서의 인상보다는 조금 융통성 있어 보이고

다른 인물들... 생략 된 많은 인물들과 이야기들도 납득이 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스테파니아가 마음에 들었다..(영화에서는 스테파니아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상상한것처럼 예뻤다..


# 이 영화를 SH와 본건 탁월한 선택이다..

리스본 여행을 같이 했던 친구다...

영화 곳곳에 여행의 흔적이 묻어 있어서 마치 기억날듯한 장소들이 나온다..

호시우광장..호텔 옆 기차역..알파마 지구..코메르시우광장..아우구스타 거리..

테주 강..4월25일 다리...신트라...트램...상조르제 성...


내가 권하는 책을 같이 읽어주고

같은 곳에 가서 같이 책에 대한 상상을 이어가고

또 돌아와서 같은 영화를 보고 기억을 되살릴수 있어서 좋았다...

뭐랄까... 친구가 같이 나눌 수 있는 것을 다 나눈..

마치 우정의 교본같은 경험이랄까?

흠...이만하면 만족스럽다...


# 시간이 약이라는 건 불문가지인셈...

여행 후반부의 피곤함과 불편함 덕에 껄끄러워진 관계를 더 식게 두는데

여러달 걸렸다..

그냥 식게 두었다..바쁘다는 핑계가 좋은 방어막이 되어주었다..

시간이 지나니 더 이상 떨어질 온도가 없다...

어느틈에 정상 체온이다..


#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책을 우연히 만나고..

리스본에 가게 되고..

여행 후 친구와 소원해지고..

다시 영화를 같이 보고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하고...

걸린 시간은 총 2년...


한권의 책으로 떠난 여행 치고는 그럴듯 하다..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 덧) 생각해보니 이 모든 여행의 밑바탕에는 <리스본 삼부작>이 있었다...

리스본 삼부작의 밑바탕에는 한 친구의 리스본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하하...세상에 이처럼 인과관계가 분명한 일이라니...

알파와 오메가가 한줄로 꿰어지는 이처럼 청량한 기억...


case closed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