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4분 달걀

2012. 7. 24. 12:40 from 생각꼬리

오랜 전 본 영화중에 'Run Away Bride'라는 리차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가 나왔던 영화가 있다..

리차드 기어는 독설로 유명한 뉴욕의 칼럼리스트인데 사람들에 대하여 동정심없고 냉소적인 유머를 구사해서

매주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주로 나이드신 어르신들) 야단을 맞고, 봉변을 당하는 그런 인물이다..

어느날..리처드 기어는 결혼식날 신부가 도망가는 바람에 '새'된 인물을 바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 신부가 그런류의 전과 3범이란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낀다..

 

물론 그 신부는 줄리아 로버츠이고, 리차드 기어가 처음 이야기만 듣고 상상했던 것 처럼 팜므 파탈의 악녀가 아니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기분을 맞춰주려고 자기 자신을 너무 누르는..

그러다보니 사랑보다 동정심으로 결혼 약속을 하고 막상 그 순간이 되면 너무 두려워져서 자기도 모르게 도망치게 되고..

뭐 그런식으로 전개 되는데 그중 흥미로왔던 장면이 있다..

 

리차드 기어가 그런 줄리아 로버츠를 파악해내고 너는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알아라는 의미로 한말..

'어떤 계란 요리를 좋아하느냐?'

리처드 기어가 인터뷰했던 3명의 X 약혼자들은 각각 다른 종류의 계란 요리를 좋아하는데

줄리아 로버츠도 자신과 같은 걸 좋아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거다..

계란 요리에 관한 질문은 리처드 기어의 일종의 Key Question..

리차드 기어가 이렇게 묻자 줄리아 로버츠는 당황한다..

좋아하는 (혹은 좋아한다고 믿는) 상대가 바뀔때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계란 요리가 바뀌었던것..

(여기서 줄리아 로버츠는 Pretty Woman이 아니고 체홉의 '귀여운 여인' 이었다..)

 

그 다음이야 뭐 클래식한 로코의 전개를 따르는 엔딩이고...

영화를 보고나서 즉각 나도 나에게 물어 봤었다..

'난 어떤 계란 요리를 좋아하지?'

계란 요리 하나도 스타일을 정하는게 쉽지 않다..

(이건 일종의 문화차이일거란 생각도 드는데 우리야 여러 반찬중 하나로 계란 후라이, 계란 찜, 계란 말이를

돌아가며 하면 되지만 미국은 아침 식사때 (특히 호텔에서의 아침 식사를 상상해보면..) '계란은 어떤 스타일로

원하세요?' 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만 한다..즉 자기의 계란 취향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어쨋든...

그 예들 중에 '에그 베네딕트' 란게 있었는데 그게 뭔지 몰랐던 나는 기억해두었다가 결국은 궁금증을 풀었었다..

사전적 정의인 '수란'만으론 설명히 부족한, 정확히 말하면 빵위에 햄을 한장 깔고 그위에 수란을 얹고 홀랜다이즈 쏘스를

뿌린게 에그 베네딕트이다.. (맛있다... ^^)

그 오랜 미국 생활동안 어딘가에서 계란 요리를 주문해야 할때면 주로 'Sunny Side Up'을 외쳤는데

그건 그걸 좋아해서라기 보다 스크램블이 먹기 싫을때 달리 아는 계란 요리가 없어서였다..

바짝 익힌건 싫은데 겉에만 살짝 익고 속은 덜익은 걸 설명하기도 힘들고하니 차라리 한쪽면만 익히자...뭐 그런 마음..

나중에  ESL을 다니다보니 'Over Easy'라는 단어가 있었다..

 

연초에 터키 여행을 갔을때 파묵칼레란 도시에서 묵었던 호텔에서는 아침 식사가 부페였는데

삶은 달걀들이 있고 표지에 3분 달걀, 5분 달걀 이렇게 되있었다..

예상대로 3분 달걀은 반숙..5분 달걀은 완숙이었는데

그때 내 기호를 분명히 알았다...적어도 계란 요리에 관해서는...

3분은 속이 너무 덜 익어 노른자가 거의 흐르는 상태이고

5분은 완숙이다..

난 그 중간이 좋다..4분..

노른자가 살짝 굳어지는 듯하지만 완전히 팍팍하지는 않은 상태

약간의 액체가 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고체화 된 상태...

(흠 알고보니 나 꽤 까다로운 여자였다..)

 

좋아하는 계란 요리 하나 찾는데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자기 자신을 찾는다던가...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든다던가 하는게...

쉬울리 없다...

 

그래서 스타일 있는 사람이 멋져보이나 보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