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잡상..

2013. 7. 11. 15:41 from 생각꼬리

# 개츠비와 호밀밭의 파수꾼..


고등학교 2학년때쯤(?) 괜히 쓸데없이 노트를 한권 꾸몄었다..

뭐..한장 한장.. 예쁜 그림을 그려넣고

가장 자리를 마구 장식하여 시도 써 놓고 (물론 자작시는 아니다..)

좋아하는 글귀들을 장식적인 글씨와 그림으로 꾸미고

한달의 달력을 그리고 읽은 책들도 적어 놓고..


소녀취향 200%의 정점을 찍었던 때인거 같다..

한권을 다... 만들진 못했고

열 몇장 쯤?


까맣게 잊고 있다가 몇년전 친정에서 오랫동안 꽁꽁 싸매 보관하고 있던

내 옛날 짐들을 '엣다..난 이제 그만 발 빼겠다'라는 듯이 던져준적 있는데

뭐 대학 다닐때 도구들, 재료들이며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던 플라스틱 모형까지

나왔으니까...


그틈에 이 노트도 내 손에 들어왔다..

아들에게 보여줫더니 '엄마.. 미대 맞네?' 라고 했었다..

캔디 그림만으로도 우리 아들 눈엔 대단해 보이나 보다...


어쨋거나.. 그 노트에 호밀밭의 파수꾼의 글귀가 있었고

내가 그 책을 얼마나 좋아했는지가 떠올랐었다...


호울든 코올필드


그리고 개츠비..


이상하게 이 둘은 세트로 떠오른다..



# 내 인생의 책들


명사들이 주로 이런 제목하에 책들을 추천하곤 하는데

난 뭐...그닥...내 인생을 좌지 우지 할만큼 특정한 무언가로 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잘 모르겠다..


논어를 수십번 읽었다.. 

플라톤의 국가론을 수십번 읽었다..

뭐 이런 이야기들을 들은 적은 있다..


난 두번 읽은 책도 별로 없는데

'어린 왕자'만은 30번쯤 읽었다...


어릴때다...


어린왕자는 계몽사 빨간책에 '별의 왕자님'이라는 제목으로 있다..

아~ 계몽사 책들은 수차례씩 읽었다..

뭐.. 낱장이 나달 나달 해질때까지 

어릴때야 몇번씩 읽은 책들도 꽤 많았지..


계몽사 50권은 국민학교 2학년때쯤 읽었던거 같고..

그때는 별의 왕자님은 그냥 읽었다..

별 특별한 감흥없이..


국민학교 4학년 크리스마스 아침에 머리맡에 선물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단행본으로 된 '어린 왕자'였다..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그림이 표지로 된 하얀 책...

별의 왕자님과 같은 내용이란 건 바로 알 수 있었는데

빨간색 50권짜리 전집속의 한권으로 정체성이 실종되어 자리를 차지 하고 있던 모습과

하드커버에 매끈한 종이.. 

표지부터가 자신의 개성을 자신있게 드러내는 모습은

그 내용까지도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던지...


난 금새 매혹됬다..

그후로 꽤 오랫동안...


그 책이 내게 영향을 미친 게 있다면 아마 그걸거다..

'길들인 것에는 책임이 있다는거..'


그래서 내가 관계맺기에 조금은 신중했는지도 모르겠다...




# 레어 아이템


어린 왕자는 내 인생의 책이긴 하지만

어린왕자가 꼬셔버린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니라서...


그에 비해 '앤' 씨리즈는 그 당시 확실한 레어 아이템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전권을 구할 수 있겠지만

내가 그 책을 숙모로 부터 받았던 중학교 1학년 당시엔 아무도 그 소설의 존재를 몰랐으니까...

적어도 내 주위에선...


앤 씨리즈는 빨간 머리 앤을 1편으로 총 10편으로 되어 있다..

각 권에 2편의 이야기가 합본되어 총 5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5권의 책 속에 앤의 출생과 성장, 학업, 첫사랑, 결혼, 주변 사람들과 자녀들

자녀들의 성장과 결혼까지..앤의 전 생애가 씌여져 있다..


이 책도 수도 없이 읽어서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기억나는 사소한 디테일들이 아직도 있다..

가령 앤이 '픽윅 페이퍼스'를 읽으면 주인공이 언제나 뭔가 먹고 있어서

자기도 배가 고파진다고 말하는 장면..뭐 그런것들..

그래서 픽윅 페이퍼스가 궁금했는데... 뭐..찾아 읽지는 않았다...


어제 갑자기 떠올랐던 레어 아이템은 다음 두가지 이다..


첫째 시벨의 일요일이라는 프랑스 영화

둘째 제 8요일이라는 소설..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 확실치 않지만

그때 딱 한번 씩 봤던 영화와 책이다..


시벨의 일요일은 하디 크루거라는 배우가 나왔었고

하디 크루거는 대 탈주에도 나왔었고..


난 어디서 그런걸 검색했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신기하게도 그런걸 검색해서 알고 있었고..


제 8요일은 그냥 한번 읽고 좋았다...

내용은 대충 생각나지만 그리고 당시에 잘 이해하기 힘든 정서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그냥 어떤 절망..슬픔...그런게 느껴져서 좋았었다...

그리고 그 절망과 슬픔을 견디기 어려운 젊음의 초조함 미숙함...


그 두가지가 한동안 나만의 레어 아이템이었다는게...

개츠비를 곱씹다가 같이 딸려와 버렸다...


아..레어 아이템은 소장 하는게 맞는거겠지? 


덧) 책 사려고 인터넷 검색하다보니 2003년에 출간 된 책은 절판이고

2007년에 번역된 책은 일어 중역이다..

아..물론 2003년 책은 영어 중역

원작이 폴란드 작가..

내가 읽었던 건 1980년대임에 분명하니까 지금 남아있다면 희귀본이겠다...

2003년 영어중역 중고도서를 사야하나? 

2007년 일어중역 새책을 사야하나..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