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닥 재미없는 깨알같은 기억이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라는 영화를 처음 보고 레마르크를 알게 되었는지

'개선문'을 먼저 읽은건지

영화를 보긴 했으되 레마르크 원작이란걸 알기는 한건지..


다 기억에 없다..


고등학교때쯤 일것으로 짐작되고

사랑할 때와 죽을 때라는 영화를 보고도 몇날 며칠 가슴이 아팠고

개선문을 읽고도 한 서너날을 잠을 잘 못잔거 같다.


당시는...

엔딩 크레딧이니 뭐니...

그런거에 익숙하던 때가 아니었으니

(디비디 보다가 pause  시키고 다시 돌려보고 그런 시절이 아니니까..

주말의 명화에선 아마 엔딩 크레딧이고 뭐고 영화 끝나면 바로 광고~ 그랬으리라..)

영화가 레마르크 원작이란건

책을 읽고 뒷장에 작가 연보를 보다가

아~ 그 영화도 이 사람 소설이 원작이었네...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한가지 확실한 건 개선문을 읽고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읽었다는거..

'사랑할 때와 죽을 때'를 책으로 다시 읽은건지 아닌건지는 잘 모르겠다..


작품해설에 레마르크를 서부전선 이상없다 이후의 작품들로는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에 있는 작가쯤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하여

혼자서 분노했던 기억이 있다..


왜...왜...왜...

이렇게 마음 아픈 소설을 쓴 작가가 마치 통속 소설가 취급을 받는건지

이해할수 없어서 혼자서 변론도 해주고 그를 대신해 속상해 해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순문학과 대중문학을 가르는 경계가 뭔지에 대해서 의아한 궁금증을 

갖기도 했다.


세월이 30년이나 흐른 지금도

난 여전히 그만한 안목이나 내공이 쌓이지 못했다..


여전히 내게 중요한 건 어떤 형태로는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이지

다른 사람의 평가나 해설이 아니다..


리스본의 밤을 읽다보니 그 나이에 읽었더라면 잘 이해 못했을 거 같은 감정들이 있다.

그땐 열렬하고 운명적이고 번개에 맞은듯하고 불에 데인듯한 사랑만 사랑인줄 알았으니까..

아니 그냥 그런게 사랑 일꺼라고 믿었으니까..


잔잔하고 일상적이고 무덤덤하게 아무것도 열렬히 표현되어 지지 않았던 그 무엇

그래도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그 무엇..

그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반전 소설가 레마르크..

전쟁의 급박함과 참혹함 속에 늘 사랑이야기를 쓰는 레마르크..


한치 앞을 모르는 전시라면, 언제 살지 죽을 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역시 사랑이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