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자다가...

2014. 12. 11. 11:49 from 생각꼬리

이번주 상담 가고 있는 중학교 기말고사 기간이라 일정이 비었다...

마침 내 기말고사도 금욜이라 나도 이틀을 온전히 비워놓았더니 늦게까지 침대에서 뒹굴 뒹굴...

자다가 말다가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할 수도 있고...

뭐 행복하다구...


이런 저런 생각하다가 다다른 지점이 어제 읽었던 호빗...

빌보라는 호빗은 소시민적이고 안락한 삶을 사는게 최우선의 가치인 (사실상 다른 가치라는 건 없는..)

호빗 마을에서 아무런 의심없이 살다가 간달프의 충동질에 빠져 일생 일대의 모험을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엄청난 모험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지만...

책에는 이렇게 나온다..


'빌보가 잃어버린 것은 은수저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이웃의 존경을 잃은 것이었다. 그 후로도 빌보는

요정의 친구였으며, 난쟁이들과 마법사들, 그리고 그의 집 앞을 지나는 그런 족속들의 방문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는 더 이상 점잖은 인물이 아니었다. 사실 이웃의 호빗들은 모두 그를 '별난' 인물로 

여겼다' (p434)


또 이런 부분도 있다.


'그는 시를 쓰고 요정들을 방문했다. 대걔의 호빗들은 머리를 흔들고 이마를 만지면서 "불쌍한 골목쟁이네!"

라고 말했고 그의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지만, 그는 그의 생애가 끝날 때까지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


침대에 누워서 이런 저런 순간들에 대해서 생각하던 중이었다..

'에피파니'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찰라적인 깨달음..

그런게 있을까? 과연?

그러다가 많은 순간 순간들이 내 지나온 이야기들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결국은 내 이야기는 나만 관심있지 다른 사람들은 관심없을 것이다 란 생각도 했고..

빌보의 이야기 정도는 되어야 많은 사람들이 들어줄만 하다..

그래서 인생엔 모험이 필요한거다...

뭐 그렇게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베오른이 떠올랐다...

베오른은 빌보의 무리가 여행 중에 만난 곰인간인데 종잡을 수 없는 성격과 엄청난 괴력을 지닌 인물이다..

의심이 많고 경우에 따라서 엄청 난폭하고 사나워지지만 기본적으로는 양봉과 목축업을 하며 동물을 사랑하고

육식을 안하고 빵과 꿀과 크림만 먹는 자연친화적 평화주의자..

그렇지만 환경탓으로 결코 떠돌이에게 친절한 양반은 아닌데 간달프의 기지로 빌보와 난장이들이 그의 집에

묵으며 우정을 맺을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건 '이야기'

간달프가 그의 의심을 풀고 그의 호의를 얻어내는 방법은 바로 그들이 겪었던 모험이야기이다..


베오른은 이렇게 말한다..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로군! 오랫동안 들어본 얘기 중에서 최고야. 거지들이 모두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내가 좀더 친절하게 대할 텐데. 물론 자네들이 그이야기를 모두 꾸며낸 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저녁 한 끼는 대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얘기였어. 뭘 좀 먹지!" (p187)


드넓은 황야에서 스스로를 지키며 외롭게 혼자 사는 베오른이 재미있는 이야기에 목말라 있는 모습은 이해할만 하다..

그렇지만 만약 베오른이 듣기보다 말하기 좋아하는 양반이었다면 어땠을까?


자신이 길들여 온갖 식탁 시중을 들게 만든 조랑말들과 개들을 한마리 한마리 소개해주고 그들의 자랑을 한바탕 

늘어 놓은 다음 어떻게 해서 양봉을 그렇게 잘하는지 어떻게 해야 질 좋은 꿀을 많이 얻을 수 있는지 강의를 하고

맛좋은 크림을 만드는 비밀 레서피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고..


아줌마 톡이다...

지루한 일상..

그치만 뭐 우리에겐 대단한 모험이 없으니 그런 이야기들로 시간을 죽일 수 밖에...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는건가?

책속에 이야기들이 있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