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

2012. 5. 28. 20:02 from 생각꼬리

# 임상수 감독의 신작...'돈의 맛'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작위적인 부분들이 있지만

대충은 그럴듯하게 고개를 끄덕거릴만하다...

 

칸에 갔다고 하는데...

전 세계 사람들 앞에서 한국 사회의 조야한 천박함이 우스꽝스럽게 드러날텐데...

 

걱정되진 않는다...

 

# 20년도 더 전에..

처음 미국에 갔을때..

시에서 운영하는 외국인들 대상으로 공짜로 영어를 가르쳐주는 시설에 다닌적이 있다..

 

학생들은 대부분 외국 유학생의 와이프들...

아시아권...

중국, 대만, 일본, 우리나라...

 

어느날 무슨 이야기 끝에 각자의 나라의 정치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이 잠깐 오가고..

뇌물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오가고..

 

내가 갑자기 입을 열어 ' My country's X-President ...'라고 하며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 말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 수치심이 확 물려왔었다..

 

일본아이들은 자기네는 아주 청렴하고 그런일 없다는 얼굴이고

대만아이도 뇌물, 이런 말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이고..

심지어 중국 아이들조차 시치미를 떼고 있는데

 

내가 전두환 이야기를 하는건 참...

누워서 침뱉기구나....

 

가뜩이나...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한국이 어디냐가 기본이고

그나마 좀 안다는 사람조차

남한이냐 북한이냐...묻던 시절이었다...

 

선생님이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재촉했지만...

내 낮은 자존감으로는 차마 부끄러워서 뒷 이야기를 이을수 없어서..

그냥 대충...마무리 지을수 밖에 없었다...

뭐...영어도 딸렸고...

 

# 이렇게..

내가 민족주의자는 아니지만...

타 민족과 같이 있을때 내 나라와 내 민족의 흠을 잡을 수가 없다..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니까..

 

내 나라의 치부를 드러내서 나를 차별화 시킨다고

내가 그들이 되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내 속에 뿌리가 깊은걸 보면...

민족주의자 였는지도 모르겠다...

 

# 어쩌면...

그건 내가 민족주의자 였는가 아닌가에 대한 문제라기보다..

내가 어떠한 유형의 사람인가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의 약점이나 치부를 객관화하고 공개적으로 인정할수 있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은가?

 

# 지금...

이 영화가 우리사회의 부조리함과 병폐를 우스꽝스럽게 까발리는데 지지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된걸까?

 

우리나라의 경제적, 문화적위상이 20년전과 달라져서 민족적 자존감과 자부심이 생겨난걸까?

틀림없이 그럴것이다..

 

또 영화속에서도 나오듯 소위 선진사회라고 불리는 곳들조차..

돈과 권력과 욕망앞에서 인간은 어찌나 비숫하게 행동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 이후로..

 

3등국민으로서의 열등감 비슷한걸 조금은 극복하게 되어서 인걸까?

그것도 그럴것이다..

 

# 결국은 내안의 열등감의 극복과 자존감의 회복에 관한 문제인건가?

그게 개인적인 차원이든 공동체적인 차원이든...

 

# 영화를 보고나면...

결코 돈 많은게 부럽지 않다...

돈의 쓰고 더러운 맛을 느끼게 해주니까..

 

중산층 소시민으로 살면서

남의 눈에 피 눈물 안빼고

소박하고 소소한 것에 행복해하며

나쁘고 더러운 짓 안하고 살아도 되는데 대해

안도감과 자족감을 느끼게 해준다...

 

# 그냥 그렇게 그들과 분리하고 자족하며..

이해할수 없는 강 저편의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는것으로 끝나면 되는 일인건가?

 

# 끝없는 탐욕과 욕망에 분노한다...

그렇지만...왜?

내가 가질수 없는 신포도라서?

 

# 내가 그들이라면 다를까?

다르다면 어떻게 얼마나 다를까?

 

# 생각이 자꾸만 튀어서 곁가지를 친다..

결론도 없이 무수한 질문들만 남긴다..

 

 

 

* 포스팅을 마치고 칸 입상 실패에 대한 비난조의 기사들을 보았는데

다른 말이 필요없다..

솔직히 이 영화는 예술성이 전~혀 없다..

성찰도 없고 깊은 사색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칸에 어울리는 영화는 아니라는 느낌..

칸의 수상실패는 논쟁거리도 아니다..

 

그냥 사회적 시사점이 강한, 편향된 시각을 가진 오락 영화 정도...

그렇지만 누구나 다 한번쯤 관심 갖어줬으면 하는 영화..

 

그냥 우리 사회를 위해서..

조금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나를 위해서...

 

그냥 조금쯤은 수치를 아는 인간이 되길 바래서...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