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회..

2014. 11. 30. 01:51 from 생각꼬리

# 11월 독서회이자 이른 송년모임을 겸한 MT..

친구들과 여행 경험이 적지 않고..

놀러가서 밤을 새다시피 하며 수다를 떠는 일 또한 드물지 않아서

새삼 놀랄 정도는 아닌데

책 이야기하면서 밤 새는건 새롭다...

흠... 거의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책 이야기라서 좋았고 처음이라서 더 좋았다... ^^


# 이번 책은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

독서회까지 일정이 빠듯하여 틈틈이 읽으려고 책을 가지고 

상담을 갔다가 상담실에 그만 책을 놓고 와 버렸다..


나쁜 건 상담샘이 출장중이라 내가 뒷정리를 하고 문을 잠그고 열쇠를

교실 바깥에 있는 나무상자(열쇠로 잠겨있는) 구멍 속으로 곱게 빠뜨리고 난 후

그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

나쁜 건 상담샘이 내가 독서회 MT를 가는 금요일까지 내내 출장 중이라는 점...


꼼꼼히 메모도 하고 줄도 치고 책귀도 접어 놓았는데...

나쁜 건 반쯤 읽었다는 점...

 나쁜 건 읽기를 중단한 자리가 마침 엄청 흥미 진진한 부분이었다는 점...

(브란치가 자살을 하려 했다고 더크가 화자를 찾아 온 부분..)


도서관에 들러서 책을 빌렸다..

독서회 전까지 읽기를 마치는데는 별 무리가 없었지만

내 책이 아니라 내 맘대로 할 수 없으니 한참 답답했다..


# 읽다가 문득 떠오른 의문..

책에서 무명의 스트릭랜드는 살아 생전 자신의 천재성을 알아봐준 거의 유일한 사람인 더크 스트로브와 

섬에서 만난 브뤼노 선장을 제외하면 거의 아무에게도 인정을 못 받지만 사후 몇년 만에 일약 천재의 반열에 오른다..


몸은 스트릭랜드가 사후 몇년안에 명성을 얻게 되는 과정을 간략하게 몇줄로 표했했다...

'모리스 위레가 <메르퀴르 드 프랑스>지에 글을 한 편 기고하여 스트릭랜드라는 무명화가를 망각으로부터

구해낸 것은 그가 죽고 사 년이 지난 뒤였다. 모레가 일단 길을 터주고 나자 다른 비평가들도 별 반대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실제로 이렇게 무명속에서 가난과 궁핍속에, 살아 생전 단 하나의 작품도 팔지 못했다고 알려진 '대가'들이 있다..

갑자기 그들이 언제 어떻게 어떤 경로로 '누구'에 의해서 무명으로 부터 걸어나오게 되었을지가 궁금해졌다..


오직 묘비에 새겨져 있었을 뿐인 그들의 이름에 조명을 비추어 부활시켜준 최초의 발견자(비평가?)는 과연 누구일까?

궁핍과 절망속에서 쓸쓸히 사라진 그들의 사후.. 누가 그들의 작품을 찾아내어 먼지를 털고 그 가치를 알아보았을까?


밝은 눈을 가진 그들이 궁금하다..

누군가 그런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에 대한 책도 썼으면 좋겠다..

아니면 혹시 벌써 있으려나?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