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야기.. 두개...

2016. 12. 27. 15:10 from 기억한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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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남편이 해주었던 이야기 중에 '념.망.해'라는 게 있었다.


먼저 생각한다. 골똘히 생각한다. 

그리고 잊는다.. 잊을 만큼. 잊어도 좋을만큼 깊이 생각하고 나서 

깨끗이 잊어버린다..

그리고나면 사고는 스스로 진행된다. 그리고 문제가 풀린다....


말하자면 꿈이 그런 역할을 한다.

사고는 내가 의식 중에 잊고 있어도 무의식 중에 스스로 진행하고 있고

그걸 보여주는 바로미터는 '꿈'이다.


지난 학기 말 마지막 시간에 발표했던 '임상적 클라인' 우울적 자리 중에서...

발표를 해야하기 때문에 제법 꼼꼼히 읽고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모든 부분을 다 깨알같이 이해하고 갈 수 는 없었기에 대충 넘겼던 부분이 있다. 


사례 중에 한 남자가 꿈속에서 자신의 부모를 돌보려고 드는 내용이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해석과 설명으로 <회복의 과정은 그의 외적 대상, 실제 부모가 실제로 건강할 때 더 강하게

활성화 됨.>-(나중에 이렇게 써놓은 부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내용이 있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꼼꼼히 따져보지 않고 대충 발표하고 넘어갔었다.


며칠 후 꿈을 꿨는데 꿈 속에 엄마가 나왔다. 

호피무늬 코트를 입은 젋고 건강한 엄마로 혼자서 미국여행을 올 정도였다. 

(꿈 속에 나는 미국에 있었고 엄마가 혼자서 왔고 혼자 여행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


꿈에서 깨고나자 현재의 엄마가 떠오르며 늙고 손상된 엄마에게 죄책감이 느껴졌다..(그로인한

우울감도 가중되었으리라.)


즉, 내 꿈은 사례의 꿈과는 반대로 사례속에서 남자는 현실보다 늙고 약한 부모를 만나 돌보려고 애쓰다가

깨어나 꿈보다 젊고 건장한 부모를 만나며 자신의 (공격성으로 인한)죄책감과 우울감에서 회복되지만

나는 반대로 꿈속의 건강하고 믿을만한 엄마를 현실에서 만나지 못하고 더 늙고 힘이 없는 대상으로 

경험하며 죄책감과 우울감이 가중된다.


이렇게 기가 막히게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제대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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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꿈은 12월 16일에 꾼 꿈이다. 


어렸을 때는 놀라울 정도로 꿈에 대한 기억이 선명했었고 

한동안 꿈을 꿨다는 사실 자체를 잊을 정도로 

꿈에 대해 완벽히 잊어버렸었는데 

요즘은 적어도 꿈을 꿨다는 정도는 기억한다.

선명하게 기억나는 꿈도 드물지만  있다.


꿈에 어떤 건물 안에 있었는데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나왔다. (문을 열고 나오지는 않았지만 문을 열고 나온것 같은 느낌.)

내가 들어선 공간은 커다란 사무실 같은 모양이었고 한쪽 편에 책상과 가슴 높이 정도 오는 선반(책꽂이 같은 것들)이 있었다. (꿈 속에 약간 학교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어린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 아이가 내 아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뭔가 위태로운 상황이었고 나는 아이를 한쪽 벽에 붙어있는 책장 같은 곳에 선반들 사이에 숨겼다. 

소리내지 말고 일어서지 말라고 했던 것 같다. 잘 숨어있으라고.


나도 그 아이가 숨은 장소와 가까운 곳에 박스 더미 같은 것으로 몸을 가리고 숨었다. 

공간의 복도가 되는 부분에 한 남자가 (아마도 핸드폰을 받으며) 뒤쪽으로부터 걸어왔다. 

느낌 상 그 사람은 테러리스트였다. (shooting spree를 할 사람)

왜인지 아이가 일어서 있었고 그 사람에게 발견되었다. 

아이가 '나를 보호하기위해' 그 사람에게 용감히 맞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곧 그 사람에게 발각되었다. 


싸울 수 밖에 없다라고 생각이 들었고 힘을 내어 맞섰다.

뭔가 굉장히 잔혹하고 호러스러운 장면들이었다. (목을 조르고 삽으로 내리치고.. 등등)

어느 순간 그 자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 되었는데 

아이를 거의 반쯤 삼켰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그 자를 죽이고 반쯤 삼켜진 아이를 그자에게서 꺼냈다.

아이는 더 이상 사람이라고 보기에 어렵고 마치 고깃덩어리 같이 세토막으로 나뉘어졌다.

나는 그 덩어리들을 안고 119에 연락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아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맞섰다.'라고 생각을 했다.

깊은 슬픔이 몰려왔다.


잠을 거의 안잔것 같은 기분으로 꿈에서 깼는데 순간 범죄의 희생자가 된다는 것이 어떠한 기분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범죄의 혹은 사건 사고의 트라우마에서 회복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느껴졌다. 

이 기분을 잊지 않는다면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에게 더 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록을 남겨놓는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