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들어갔다가 친구가 데이브 브루벡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올린걸 읽게 되었다..
아..그렇구나..브루벡이 죽었구나...
Take Five 까지는 기억이 났다..
Time out CD를 줄기차게 들었던 기억이 있으니까..
몇년적 미국 살때, 정확히 2004년 부터 2008까지..
머리가 하얀 연주가들을 보고 참 감동했던 저녁이 있었는데..
그게 브루벡의 공연인지 확실치 않다..
아니었던 것도 같다..
아닌것 같기도 하다..
더 가까운 기억들은 오히려 속이 안들여다보이는 색유리 구슬 같다..
그 안에 무언가 있긴 있는데..
통 알 수가 없다..
그 연주회의 추억을 싸이에 올렸다는 기억..
타임캡슐인 셈이다.. 싸이월드가...
뭔진 모르지만 암튼 넣어 두었단건 알고 있으니.. 하하...
기억도 안나는 아이디와 비번을 간신히 어찌 저찌 찾았다..
그곳에도 그때 당시의 기록들이 있는데 이렇게 그냥 잃어지면 어떡하나 싶다..
언젠가는 싸이 아이디도 비번도..
심지어 싸이에 무언가 담아두었다는 것도 잊어버릴지도 모르는데...
87세의 트럼펫 주자
2007.5.12
우리 동네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중에 한군데가 되어버린
고풍스러운 콘써트 극장이 하나 있다...
1885년에 지어졌다니까 벌써 120년도 훌쩍 넘어버려
역사적 건축물이 되버린 곳이다..
840석 규모라는데 무대도 아담하고 객석도 아담해서
일찍 예매하면 정말 무대위의 연주자 주름살까지 볼수 있는
그런 친근한 거리의 좌석들에 앉을수 있다..
아르누보와 아르데코 스타일이라는 천장은
날긋 날긋 채색이 벗겨질 지경이고
의자는 아직 푹신하지만 앉을때마다 뒤축이 한번씩
기우뚱하는 느낌과 반들 반들해진 나무 손잡이를 가지고 있고..
극장 어느 한곳 낡고 오래 되지 않은 구석이 없다..
작년 이곳에서 우연히 데이브 브루벡의 공연을 보고난후
올해의 재즈 포럼을 기다려 왔다..
올해는 데이빗 베누아,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 클락 테리,
그리고 다시 데이브 브루벡의 공연이 잡혀 있었고
난 일찌감치 브루벡을 제외한 나머지 두 공연을 지근거리
좌석에 예매해 두었었다...
지난 3월말 베누아의 공연도 좋았는데
오늘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와 클락 테리의 공연은 정말
'최고'였다..
이 공연장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극장 만큼이나 낡은 전통의 느낌과
재즈처럼 편안한 자유로움의 적절한 조화가 아닌가 싶다..
관객들은 대부분 동네에서 저녁 마실 나오신 할아버지 할머니
중년 부부와 아이들 때때로 젊은 커플들..
아주 경우없이 캐주얼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정식으로
차려 입은것도 아닌 편안하면서 약간 신경쓴 복장들..
공연이 시작하기전이나 인터미션에는 사람들이 다들 일어나서
삼삼오오 떼지어서 정신 없이 떠들고 있는게 꼭 동네 반상회
라도 나온거 같다..
그러다가 공연이 시작되면 다들 조용해지긴 하지만
쥐죽은듯 긴장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고..
다들 아주 즐겁고 편하게 호응하면서..
연주자들도 아주 편안하고 흥겨운 분위기...
오늘은 오른쪽 구석 복도에서 한 커플이 내내 춤을 추더라..
듀크 엘링턴 오케스트라는 듀크 (공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에드워드 케네디 엘링턴이라는 걸출한 재즈 뮤지션이 만든
밴드로 지금은 그 아들을 거쳐 손자가 이끌고 있다..
피아노 1명, 드럼 1명, 더블 베이스 1명에 12명의 관악기 주자와
한명의 트럼펫겸 콘닥터..(이 사람이 바로 그 손자..)
여기에 한손은 진행요원의 어깨에 얹고 다른 한손으론 지팡이를
짚은 87세의 노장 클락 테리가 천천히 뒤뚱 뒤뚱 걸어 나왔다..
브루벡도 그랬지만 이 사람도 정말 수저 들 힘이나 있을까 싶은데
연주할때면 갑자기 청춘으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버린다..
87세에 무대에 서서 연주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만일 그 나이가 된다면 극장에 와서 즐기지 못하란 법이
어디있겠나 싶다...
그때도 병건이 팔짱 끼고 좋아하는 공연을 보러 다니면
좋겠다 싶다...
공연을 보다가 난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것 같았고..
병건이의 공연후 감상은 황홀하단다...
훈풍이 도는 봄밤..아직도 겹사꾸라가 흐드러지게 펴 있는
나무 아래를 걸어 멀찍이 떨어져 있는 주차장을 찾아 가면서
이런 순간이 행복이라고 이야기를 나눈다...
Dave Brubeck
2006.5.7
어제 이 살아 있는 전설의 공연을 다녀왔어..
우연히 동네 문화시설을 뒤지다 보니 공연 일정이 잡혀 있더라..
한때 'Time out' 이란 명반을 사서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있던지라
마침 병건이 시험도 하나 끝나고 해서 기념으로 예매를 해뒀었지..
친구한테 이야기 했더니 '그 사람 죽지 않았나?' 하는 거야..
생각해보니 언제적 데이브 브루벡인가 싶더군..
백발이 성성한 네명의 노 신사가 등장할때부터 가슴이 마구 뛰더라..
브루벡은 85세
나머지 세사람의 나이를 다 더하면 아마도 300살은 훌쩍 넘지 싶어..
거동도 원활치 않아서 걷는것도 한걸음 한걸음 더디고
말도 한마디 한마디 뱃속부터 기운을 끌어올려야 할것같은
노인이 어떻게 피아노는 아직도 그렇게 건반위를 날라 다니는지..
색스폰의 카덴쟈가 길게 이어질때면 마치 졸고 있는듯 보이면서 말야..
생전 언제 또 콘서트를 다시 하실지 모르지만
내 개인의 역사에는 꽤나 감격적인 순간이었어..
맨마지막에 Take Five...
정말 감동이었어...
Dave Brubeck Quartet
Piano Dave Brubeck
Drum Randy Jones
Bass Michael Moore
Woodwinds Bobby Militel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