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열하일기

2013. 4. 14. 14:43 from 생각꼬리

지난 2월, 열하일기를 읽던 중 분당 갤러리 모임이 있었다..

그룹전이었는데 마침..

사장님, 이사님, 그외 나랑 안면이 있는 여러작가들..몽땅..


실은 갤러리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작가군과 작가모임을 하나 만드셔서

적어도 년 1회 전시를 하자 뭐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올해가 그 첫 전시였던 셈..


그 중 장 모 샘이 계시다..

같은 대학 동양화과 후배인데 내 절친(?) 지모군의 직속 후배인셈..

지모군도 그 갤러리 식구나 다름없는데 어쩌다 보니 셋이 같이 있었던 적은 거의 없는듯..


장샘과는 후배이긴 해도 두어해전 처음 만나기전까진 일면식도 없던 사이고 

또 작가와 평민의 사이로 만난지라 어색 서먹..어렵 어렵하여..

종종 지모군을 얼음 깨는 도구로 썼음을 고백한다..(흥..어차피 지모군은 이 블로그를 모르니 상관없다..)


예를 들어..

어쨋거나 장샘에게는 네개 학번 이상이 차이가 나는 일종의 하늘 같은 선배인 지모군을

'아~ 걔? 내 밥이예요..'

라든지...

'걔가 그래요? 마이 컷네...'

라는둥...

지모군도 나름 구축해놓은 이미지가 있을텐데 마구 무시하고 

무지막지 하게 나 편리한데로 사용했다...(미안~ )


각설하고..

장샘과 이야기 도중 열하일기의 한부분과 씽크로율 98%쯤 되는 느낌을 받은 스토리가 있다..


장샘이 대학교때 '음란서생'이라는 영화에 알바일을 했다고 한다.

나도 그 영화를 봤는데 한석규가 주인공으로 '춘화'를 불법 유통시키는 몰락한 양반가 후손쯤이었듯 하다.

바로 그 한석규가 그리는 영화 속 '춘화'를 실제로 그린 사람이 '장샘'

돈도 되고 재미도 있을 거 같아서 했다는데..

그 후로 춘화에 '더' 많은 흥미가 생기셨다고..


세계 각국, 춘화가 없는 나라가 없다는데

다른 어떤 그림보다도 한 나라의 고유한 특색이 살아있는게 바로 춘화라는 게 장샘의 설명..

매우 그럴듯하다..


핸드폰에 담아놓은 동양 삼국의 춘화를 하나 하나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일본의 춘화에 이르자 일본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한토막..


일본 여행 중 오사카에서 제법 규모 있는 갤러리를 하시는 분을 소개 받았다고 한다..

60대쯤 되신 점잖은 신사이셨는데 꽤 귀한 수집품도 가지고 계시고 하여 수집품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다' 고 하시더란다.


'재미있는 것'이란 바로 일본 춘화..

일본은 '우끼요에'라고 불리는 목판화가 유명한데

춘화도 바로 이 목판화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춘화의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셈..


영화 '음란서생'에서처럼 한 사람이 멋들어지게 춘화책을 한권 창작하면 

그 다음은 그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그림을 복사하거나

창의력이나 그림 실력이 떨어지는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모사하거나 하여 

양산을 위해 노력하던 거에 비하면 일본은 정말 춘화의 천국이었겠구나 싶다..


올칼라 양장본 200년 묵은 춘화집이 가능한 나라..

흠...나름 쿨하다..


어쨋든 그 신사분은 일본의 그 오리지날 판화본 춘화를 수집하는 벽이 있으셨고

자랑스럽게 자신의 컬렉션을 보여주셨는데

우리의 장샘과 마침 공교롭게도 '뙇' 코드가 맞아버린거다..


장샘도 신나라하며 그간 모아왔던 각국의 춘화 사진을 보여주셨고

마치 '지음(知音)'을 만나버린 듯한 기분을 맛보셨을터..(그간 외로우셨을지도..)

분위기는 더욱 더 화기애애..

자리를 옯겨 장샘이 먹어본 최고의 소고기 (일본 소고기는 유명하다..장샘이 또 식도락가..)집에

가서 진수 성찬...

그리고 그 담날 다시 만나서는 바로. 그. 오리지날 판화 춘화집 중의 한권을

어제 처음 본. 낯선. 외국인인. 장샘에게 '뙇' 선물...

'모르긴 몰라도 '몇백은 넘을거예요..'

그렇지..아무리 판화라도 200년쯤은  됬을테니까...


그 이야기를 듣는데 바로 '열하일기'가 따라 올라왔다..

연암이 연경에 가서 중국의 선비들과 필담을 나누며 

서로 한마음의 도리와 이치와 학문을 논하며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고 우정을 쌓은뒤

다시는 못갈 길, 두고 두고 그리워 하는 걸 보며

한눈에 알아보고 하루에도 마음 길은 만리를 달리는구나 했는데...

우리 사는 세상엔 이런일은 없겠구나 했는데...


장샘은 범상하게 말하는데 듣는 나는 범상치 않고 온갖 의미 부여를 혼자서 했었다..


그 분..

그림을 모으시고 평생 사랑하셨던 그 분..

생전 처음 본 낯선 외국인인 어떤 사람에게 한번에 마음을 열고 

극진한 대접에 귀한 책까지 선물로 성큼 내어줄 수 있는 호방한 마음을 가진 그 분...

그런 분의 마음에 간직되어 있는 가치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폈었다...


오늘.. Nina의 블로그에 갔다가..

우정에 대한 한줄을 읽으니 그때 일이 떠올라서

잊지 않으려 남긴다..














Posted by labosq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