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책
# 8월 독서회의 책이다..
7월 독서회 다녀 오자 마자 주문하고 여행에서 돌아오자 마자 읽기 시작했다..
뭐...아마도 지금 가장 '핫'한 책이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던 하루키의 신간이라서..
# 난 '하루키스트'인가?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때 하루키를 참 좋아했고 지금도 호감과 관심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 그때..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으면서
많이 위로받았다..
산업화 역군도 아니고 민주화 전사도 아니었던..
70년대와 80년대 그 치열했던 시기를 그저 어영부영 살아낸 부채감..
늘 나를 부끄럽게만 만들었던 한국문학들..
그런데 그렇게 어정쩡한 인생도 인생이라고
그렇게 부끄러운 청춘도 청춘이라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한없이 가벼운 고민에 짓눌려서 사는거다..
# 이후..하루키의 책들은 내게는 상상력의 확장..
이해할 수 없는 암부호의 세계였지만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라서 (상상의 세계니까..)
그저 매혹당하면 되는 세상...
우리가 팀 버튼 영화를 볼때 하나하나 분석하며 보진 않듯이..
# 그런데 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이게 문제다... 가시권 안에 있는 세상이라서..
이 세계는 더 이상 허구가 아니고 개연성있는...
즉 나도 겪었음직한... 그런 세계란 말이다..
# 다자키 쓰쿠루가 겪었던 일..
그 비슷한 느낌이 내게도 있다..
느닷없는 절교의 문제가 아니라 그 느낌..
어린시절의 우정과 그 우정이 주었던 느낌..
더없이 조화롭고 완벽한 관계속에 있는 느낌..
다자키가 '꼭 다섯이어야 했다..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안된다' 라고 했듯이
나도 '셋이라서 완벽하다..정 삼각형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도형이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으니까..
# 이해란건, 한편으로는, 오히려 겪지 않은데서 더 가능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예 모르는 일에 대해선 다른 사람의 말이 '그래..내가 모르는 일이니까..뭐 그럴수도 있겠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비슷한 일에 대한 경험치가 내 안에 있으면 그 경험치가 '척도'가 되어 버리는거다..
그래서 '나도 해봤는데 말야...'가 되어버리는 거다..
어정쩡한 경험이 결국 나를 한계 짓는다..
# 그리하여..
다자키 쓰쿠루가 되어보려고..
내 안의 모든 작은 눈금자들을 버리고
그가 되어보려고..해보았다...
젠장...더럽게 안된다...
# 어느날 갑자기..알수 없는 이유로 절교를 당하고..
죽음 직전까지 다녀올 정도로 힘들었으면서
그 이유를 묻지도 않고 16년이나 살다가
어떤 여자를 만나 만난지 세번만에 뭐..무당 점치는 소리 같은 소리에
순례여행을 떠난다...
헐...
# 다자키 쓰쿠루는 그런 인간이다..
관계 맺을 줄 모르는 인간..
그림자 같은 인간..
다자키의 친구들도 모두 그렇다..
# 한때 일본것들에 빠졌다가
어느틈에 빠져나왔었다..
일본 것들은...한마디로
삶의 악다구니가 없어서 시시했다..
울고 웃고 밥먹고 똥싸고...
똥싸는 이야기, 악쓰며 싸우는 이야기..
그런게 현실의 냄새가 나서 좋았다..
# 무라카미 하루키가 변했을리는 없으니까..
내가 변한건가?
이 소설을 하루키가 쓰지 않았더라면..
누군가 눈여겨 보았을까?
# 흠..다시 생각해보니
하루키는 그 '관계 맺을 수 없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