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올

일기

labosque 2016. 2. 1. 06:39

# 시차


작년까지도 시차에 대해선 특별한 걱정이 없었는데 올해는 조금 다르다..

이젠 나이가 더 이상 시차를 누르지 못한다...

미국에 가서도 보통의 수면리듬을 찾기까지 꽤나 한참 걸려서 닷새가 지난 후에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른이 되어 있었다..

평소의 나처럼 12시 넘어 잠자리에 들고 아침 8시 넘어까지 밍기적 거리고 있는 건 

귀국 전날 간신히 이루어졌다.. 

차라리 평소의 수면 습관을 찾지나 말것이지...

돌아오니 또 다시 같은 상황의 반복이다..

하루만에 시차적응 완료니 뭐니.. 

전에 되던 일들이 이젠 안된다..

적어도 여기선 다른 식구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불을 켤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화장실...

따위의 어려움은 없으니 다행..(시차덕에 뉴욕 호텔 화장실에서 '사피엔스'를 거의 다 읽었다..)

모처럼의 새벽 시간을 즐길수도 있으니까.. 



# 귀국에 대한 느낌


여행에서 돌아오면 시차뿐 아니라 뭔가 적응하기까지 멍한 상태를 좀 견디어야 하는데

그건 일종의 낯설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단 2주만의 귀향인데도 생활의 연속성이 깨진달까.. 적응에 약간의 공백이 필요하다..

어느 곳에 가든 그 곳에 만족한다는 나를 보고 친구가 '너무 적응 잘하는 거..그것도 병이야..'

했었는데..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들과 있는 2주 동안 거의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밥만 해줬다...

딱히 달리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생각해보면 전에 아들과 같이 4년 동안 미국에서 살때도 그랬던 것 같다..

더 없이 단순한 생활에 특별한 불만이 없다..

그냥 좋아서 그랬다.. 애 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이번에도 역시나...

난 한꺼번에 두가지는 못할 거 같다..

능력도 안되고..

엄마 노릇 할때는 오롯이 엄마 노릇밖에...

혼자 두고 오려니 안쓰럽고 눈물났지만 집에 오니 안심이 되기도 한다..

여기선 나로 살수 있으니..

애가 눈 앞에 있었으면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일들을 하진 못했을 거다..

엄마로 오래 살아봤으니 이제 다시 나로 사는 게 실은 조금 더 좋긴하다...

어찌보면 여기선 혼자 있는 아들걱정.. 거기에선 덧없이 사라져 가는 내 인생을 걱정해야 하는게 맞는데

눈 앞에 안 보이는 건 까맣게 잊는다.. 

흠 다행이다..



# 아버지


아버지 돌아가신 후 감정의 수도꼭지 같은 게 생겼다..

언제라도 틀면 눈물이 나는 건 아니지만 금새 눈이 뜨거워지고 마음이 울컥거린다...

그리고 정말 '매일 매일 보고싶다..'

한번도 안 오시더니 그제 밤에 처음으로 꿈에 오셨다..

꿈속의 꿈으로 아버지가 누워계셨는데 (마치 임종시 같은 모습으로..)

꿈에서 내 느낌은 주무신다는 거였고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생각을 했고..

그러다가 꿈 속에서 한 꿈을 깨고 나서 언니와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하는데 

언니가 계속 질문을 하며 꿈 해석을 해주려 했고

젊고 (60~70대) 건강하신 아버지가 환하고 다정한 얼굴로 들어오셔서 방안에 앉으셔서 

같이 꿈 해석을 해주시는데 난 처음엔 아무 생각 없다가 

잠시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에게 가서 팔을 잡고 

'아버지..아버지..'하고 부르며 하염없이 울었다.. 너무 그리워서...너무 보고싶어서..

너무 생생하고 환하고 다정한 아버지 모습 뵈어서 좋았다..



# 엄마


미국 가 있는 동안 엄마는 한차례 또 입원을 하셨다가 퇴원을 하셨다.. 

정기검진에서 폐쪽으로 뭔가가 이상해서 조직검사를 한다고 했다가 

혈관이 검사부위와 너무 가까와 개복으로 수술을 한다고 하여 걱정했는데

폐기능이 너무 안좋아 개복 수술도 불가능 하다고 하고

PET-CT로 대체

PET-CT결과는 오히려 암이 아닌쪽으로... 하여 한숨 돌렸다..

수술했더라면 어쩔 뻔 했을지...

삼개월 후 검사 받을 때까지는 일단 모든 것을 일시 정지시키고 즐겁게 살기로 마음 먹었다..



# 외숙모


청주 외숙모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하셨다..

작년 2월 엄마 아버지 모시고 청주 외삼촌 장례식장에 다녀왔는데..

그 새 정정하시던 아버지가 그렇게 급하게 떠나시고

다시 외숙모..

이제 외가 쪽으로 남은 분은 막내 외숙모와 엄마뿐.. 

6남매와 그 배우자 들이 다들 떠나시고 한 세대가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