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꼬리

새해 첫 잡상

labosque 2016. 1. 3. 22:47

<왜 책을 읽는가?>


재작년인가? 샤를 단치의 <왜 책을 읽는가>를 읽었다.. 답으로 삼을 만한 많은 공감 가는 구절들에 밑줄도 그었었다.. 지금은 하나도 기억안나지만.. 난 책 읽기를 좋아하면서도 그게 꽤나 도피적이라고 생각했고 도대체 내가 왜 책을 읽는지 때로 궁금했었다... 더 정확하게는 왜 그렇게나 자주 책 속으로 도망가고 싶어하는지... 책읽기에는 종종 죄책감이 따라오기도 했었다..책을 읽는 것은 내게는 그것으로 뭔가를 생산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온전히, 아주, 매우, 철저히, 소비적인 일로만 여겨졌으니까...


재작년, 작년..꽤 많은 책을 읽었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독서에 집중한 것은 꽤 오랜만의 일이다.. 아니 이렇게 작심하고 책을 읽어댄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그리고 한가지 답은 스스로 얻었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에 대한...어쩌면 단치의 책의 한 챕터에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어쩌면 책 귀를 접어놓거나 줄을 잔뜩 그어놓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쨋거나 그런 가능성들을 모두 열어둔채 스스로 찾았다고 여겨지는 답은 세상에 대한 내 태도를 확고히 하고 싶어서 라는 거다..

가치관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내가 책으로 부터 배우는 것은 그것들이다.. 세상에 대한 나의 태도를 구축하는 일.. 그것은 단순히 지식을 얻거나 좋은 구절들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인용하는 것들과는 조금 다르다.. 막연하고 주관적인 느낌들을 통해서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며 막연하던 느낌과 생각들을 구체화하고 다듬어 세상에 반응하는 방식.. 책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 알고.. 결국 책이 나를 만든다...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새해 첫 독서는 아사독 주제 도서이다...이번 달 강의를 들을 예정인... 사실 별 재미는 없다.. 책의 주제나 내용과 상관없는 감상 하나는 사람들이 서로 이렇게 많이 소통하며 살기 시작한 건 의외로 얼마되지 않았다라는 거.. 등장 인물들의 사랑과 구애의 과정이 하도 황당해서 (뭐 서로 한 번 마주치거나 얼굴만 멀리서 보고 사랑에 빠지는 형국이라..)내가 알고 기억하고 있는 비슷한 시대, 배경의 소설들을 머리속에 떠올리다 보니 지난 시대에는 가족 외에는 그다지 사교가 없었을 법도 하고... 가족 외의 사람들과의 교제가 꽤나 제한적이기도 했겠다 싶기도 하고... 가족들 조차도 뭘 그리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살았겠나 싶기도 한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소통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 생각해보니 유사 이래 최고로 소통수단이 발달한 시대이기는 하다.. 근데 왜 그렇게 다들 더...더....더...외로워 하는 건지... 왜 그렇게 소통하라고 난리인건지.. 마치 여태 안그러다가 갑자기 소통이 안되는 불통과 단절의 시대에 살고 있기라도 한것처럼... 결국 외로움의 문제는 소통의 문제와는 별개일 수도 있다.. 과거의 사람들은 물리적 소통 자체가 어려웠음을 잠깐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데.. 그들은 안 외로웠나? 당연히 외로웠겠지만 당연하다 여기니 불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우리 시대의 외로움의 문제는 아무도 그 외로움을 당연하다 여기지 않는 데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소울 메이트 따위가 있을 리가 없잖아..외로움이 당연하다.' 받아들이면 견디는 법을 배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애시당초 외로움의 문제라는 걸 아무도 생각조차 안한다면... 그 감정에 이름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그런 감정이 있는 줄도 몰랐을텐데..

타인에 대해 기대도 하지 않았을텐데...이름이 붙은게 문제인건가? 사람들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을 좀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왜 여행을 하는가?>


시사인에서 짧은 칼럼을 읽었는데 위와 같은 제목이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여행의 방식은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에 따라 각기 다르니 우선 자신의 유형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여행 방식을 찾으라는 내용.. 나는 약간 외향적에 개방적인 쪽의 유형이라고 짐작되는데 뭐... 잘 모르겠다.. 역시나 여행을 한다면.. (뭐 여행은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으나..) 난 왜 여행을 할까? 결국은 이것도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와 관련이 있는 문제...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매사에 정치가 아닌일이 없다더니 매사에 정체성과 연관되지 않은 이야기가 없다.. 그러게... 평생 그걸 찾아가는 게 태어나서 해야할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