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꼬리

건축학 개론 - 기억의 확인

labosque 2012. 4. 1. 15:17

나도 대학교때 건축학과 수업을 들은 기억이 있다..

내가 들었던 수업은 영화처럼 낭만적이거나 매력적인 기억이 전혀 없다..

 

나도 건축학과에 아는 남자 아이 하나쯤은 있었다...

역시나 아련하고 예쁜 기억대신 맹숭맹숭하고 살짝 씁쓸한 흐릿한 기억이 하나 있을 뿐이다..

 

나도 누군가의 첫사랑이었을 테고

누군가 또한 내 첫사랑이었다..

다만 우리가 서로의 첫사랑이었는지는 평생 의문이다...(왠지 아닐거라는데 한표)

 

오랫동안 어떤 기억에 매달려 있다가

기여코 확인했던 경험들이 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동네..어린시절 살던 집..

그 집과 마당과 마당안에 핀 채송화, 나팔꽃, 분꽃등이 그리웠던 어느날..

사실은 엄마 아빠께 야단 맞고 내 행복은 어린시절 그 집과 이별하면서 다 사라졌다고 믿으며

집을 뛰쳐나왔던 어느날 (아마도 중학교 2,3학년 무렵?)

떠나온지 7~8년만에 찾아갔었다..

 

혼자서 가본건 처음이었고,  이사오고 나서 한번 언니랑 놀러갔다 오다가

길을 잃고 고생한 이후로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저녁 어스름에 옛 기억과 알고 있는 정보들을 종함해 찾아 간 우리집...

그 골목길은 내 어릴때 기억보다 세배쯤 더 좁고 남루했다..

 

그런데..

그곳이 내 기억과 어떻게 다른지 내 기억의 미화되고 각색된 부분을 하나 하나 집어가는건

차라리 아무것도 아니게...

 

우리집은 사라지고 없었다...

 

마당이 너른 편이었던 우리집에..

좁고 불편한 옛집을 모두 헐어버리고 우물과 펌프가 있던 마당을 다 차지하도록

크고 번듯한 새집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던 거다...

 

참 모양없고 본때없게...

 

더 이상 돌아갈 기억도 없어진 나는

하루만의 가출을 마치고 터덜 터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물론 아침에 맨몸으로 빈손으로 동전 한 잎 안챙기고 울면서 쌩하니 집을 나가버린

나 때문에 엄마는 그날 하루치 만으로도 마음 고생을 충분히 하셨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한동안은 그리워 할 기억조차 잃어버린게 속상해서 그날의 그 방문을 스스로 원망했었다..

 

 

첫사랑과도..

 

역시나 재회했었다..

한 이틀, 마음이 산란하고 두근거리고 '싱숭 생숭'했지만..

두어번 더 보게 되니 조용히 내려지는 결론..

'우리가 헤어진건 알수 없는 무언가가 안맞기 때문이었어..'

 

헤어질 때, 이유를 정확히 발라내진 못한,

어떤 감정의 손톱만한 무언가가 있었다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역시 그 부분이 그 사람의 본질이라는거...

 

딱 꼬집어 가르키거나 집어낼수 없는 무언가...

헤어지게 만든 무엇...

서로 안맞는 무엇...

 

그러고나니 그 사람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첫사랑에 대한 근거없는 의미 부여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었다..

 

결국 기억의 확인은 그리움의 종결자인 셈인가?

 

 

 

* 영화는 매우 훌륭했다..

갓 대학생(한명은 재수생)이 된 두 소년이 술 마시고 담배 피고 마치 어른인듯 행동해도

감정과 관계의 서툼에 어찌할바 모르고 쩔쩔 매는 모습들이 참....

예뻣다고 말하는 나는 참으로 늙었구나... 에효~

 

* 한가인이 안 어울린다는건 아닌데..

수지가 정말 좋았고 수지와 전지현이라면 씽크로율 99% 일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다..

이제훈과 엄태웅 씽크로율에 비해 수지와 한가인 씽크로율이 좀 떨어지는 게 아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