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천축사에 갔다...

엄마의 신묘한 꿈 이야기가 인상적이라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도봉산 입구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2KM..

언뜻 보기엔 고작..이지만,

산길이다...

 

거의 한시간을 숨이 턱에 닿을듯 몰아쉬어가며

Nina의 '실패지점' 근처까지 다녀온듯 했다..

흠..엄청 힘들었다...

 

절은 자그마했다...

법당에 들어가 언니를 따라서 절도 하고..

초도 사다가 키고..

종무소 비구니 스님이 놀다가라고 붙잡으셔서

차도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바람도 쉬고 나도 쉬었다..

 

 

 

후들거리며 내려오는 길..

발은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고

마음은 말에 채여 넘어진다..

 

아침에 아들과 통화했던 말소리들이 귓가에 쟁쟁 울린다..

아들에게 내었던 화..

아들의 신경질적 어투..

 

단순히 우리 밀월은 끝났나보다 라고 표현하기엔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있다..

 

나는 자꾸 붙잡고 싶고, 가두려 하고..

아들은 뛰쳐나가고 싶고, 뒤돌아보지 않으려한다..

 

말로는 아이들이 떠나갈수 있게..그리고 언제든 돌아올수 있게

묵묵히 지켜주자..한다만은...

 

곰곰히 생각해보니 알겠다..

길을 떠난 사람은 되짚어 돌아오지 않는다..

 

하다못해 연어도 새끼일때 떠나가서 어미가 되어 돌아오는데...

제 부모를 찾아 오는게 아니고 제 새끼를 위해 오는데...

 

생각해보니 내 미망이다..

전처럼 똑같이, 아니 적어도 비슷하게라도 내 그늘아래 두고자 함은..

언젠간 돌아오겠지 기다리고자 함은..

 

어리석은 욕심일 뿐이다..

 

 

 

아들은 이 시기를 지내고 나면 확실히 남자 어른이 될거 같다..

 

남자 어른들은 자기 엄마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

나는 남자 어른인 아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할까?

 

내가 풀어야할 오늘의 화두...

 

 

 

 

Posted by labosque :

글을 쓰는 습관

2012. 4. 16. 21:42 from 생각꼬리

친구 블로그에 들렀다가  '두달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다' 라는 구절을 읽었다..

블로그를 시작하여 규칙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스스로를 자각한 글귀이다..

 

그 친구의 글들을 보다가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시작한 블로깅이니 난 이제 겨우 한달쯤 되었나?

습관이라고 이름 붙이기엔 아직 좀 너무 많이 이르긴한데..

 

나이먹으니 기록의 필요성이 간절해 지던 차라..

이렇게 습관이 되어 주면 좋겠다 싶다..

 

글쓰기를 통해서 뭔가 하겠다는 그런건 아니지만

어쨋거나 흔적을 남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니까...

아리랑도 아니고 뱃노래도 아닌데 구전으로 기억을 전승시킬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 시점에서 참 신기한건 어른들의 기억력이다..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해도 토씨 하나 안 틀리던 할머니 옛날 이야기..

그렇게 수십번 듣고 자란 이야기를 내 아들에게 해줄때는

난 반이상 생략, 축약, 각색하지 않으면 안되었었다..

 

마찬가지로 소소한 디테일까지 재현해내는 능력이 탁월한 엄마의 꿈이야기..

어젯밤 아니 오늘 아침 눈뜨기 직전까지 꾸던 꿈도 눈 뜸과 동시에 잊어버리는 나로서는

엄마의 그 묘사력과 기억력이 신기하기만 하다..

 

어쩌면 어쩌면...

이렇게 적어놓기 때문에 더 마음 놓고 잊어버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긴한데..만약 그래도 어쩔수 없는게

애초부터 뇌님의 용량차이가 있는듯하다..

 

이미 내 뇌님은 거의 만땅이신듯...

적어놓지 않아도 담아놓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어쨋거나 살았던 흔적을 오래 오래 간직하기 위하여..

기록은 좋은 습관이 될듯하다...

 

블친님들~~ 우리 다같이 열심히 글을 씁시다~~

 

 

* 글을 쓰기 시작하니까 좋은 점들..

 

-쉽게 자극 받는다..(바로 이 포스팅처럼..)

-지루하고 기계적인 일들을 하고 있을때 - 예를 들어 운동이나 걷기 등등 - 시간이 엄청 빨리간다

(쓸데없는 생각하느라..)

 

일단 이렇게 두개 ^^

 

 

 

 

 

 

 

 

 

Posted by labosque :

뒷풀이 풍경

2012. 4. 16. 18:40 from 기억한올

# 선배이자 학부형이자 이젠 친구가 되어버린 YR 언니

   첫 개인전 축하해요!

 

# YMJ 선생님

   그날 너무 짧게 뵈어서 서운했구요..

   저보고 연애하라고 벌써 한 세,네번째 말씀 중이신거 혹시 알아요?

   할말이 없나? 왜 반복해서 그말만...

   아님 내가 오직 그말에만 꽂히는건가?  -.-;;

   담번엔 대놓고 물어볼꺼예요..

   왜 자꾸 그말을 반복하시는건지?

   아님 누구 소개 시켜줄 사람이라도 있는건지요...

 

# SY 샘과 HS 샘..

   두분 무슨일 있는거죠?

   뒷풀이 내내 잠시도 근처에도 안 오고 테이블 이쪽 끝과 저쪽 끝에서

   서로 못 본척 하고 계신거 봤거든요?

   갤러리 사람들에게 살짝 물어볼까 하다가 마음을 바꾸었어요..

   궁금한게 있으면 직접 물어볼래요..

   더 이상 관계를 타인의 뒤에 숨어서 하지 않으려구요..

   모든 관계를 스스로 맺겠다는 뜻은 아니구요..

   앞으로도 여전히 어떤 부분은 누군가에게 엎혀가겠지만요..

   샘들과의 관계는 이제 스스로 맺고 풀어볼꺼예요..

   근데..고민은 있네요..

   어느 샘과 먼저 시작해야 할까요?

 

# J 군

  그대의 진심은 내 블로그 주소를 안물어본 것에서 87%쯤 드러났다고 보아지네..

  내가 모처럼 '나 블로그 한다~' 자랑질을 하는데 어떻게 주소도 안물어 볼수가 있나?

  그대의 평소 언행 대로라면 메모지가 없으면 손바닥 아니 볼따구에라도 받아적었어야 하는거 아니겠나?

  그러니까 내가 그대에게 곁을 줄수가 없는거라네...

  노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네..

  흠..역시 만고불변의 진리..'세상엔 믿을넘 하나 없다..' ㅜㅜ

 

# M 선배

   K 언니.. 언니 살짝 취한 모습 정말 백만년만에 다시 보는데

   흠...왜 이렇게 장면이며 싸운드며 씽크로율 100%로 오버랩 되죠?

   예전보다 몸무게가 수 kg 늘어난거 외엔 카랑 카랑한 목소리며

   목소리에 뚝뚝 묻어나는 자신감이며.. 정말 옛날 생각나더라..

   그런데 왜 그 자리에선 언니와의 옛기억을 떠올리며 즐거운 화제거리를

   찾아내지 못했는지 몰라..

   그래서 언니는 '내가 정말 예뻐하는 후밴데..' 소리만 몇번이나 되풀이하셨죠...

   거기서 좀 더 진도를 나갔어야 하는데..

   그러게..대화법도 어디가서 지도 받아야 할거 같아요..

 

# 사장님

   처음으로 진심으로 칭찬해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칭찬에 인색한건 기호가 흐릿해서 인거 같아요..

   감정이 쉽게 동하지 않으니 무언가를 칭찬한다는게 저절로 나오는게 아니고

   막막 노력해서 끌어올려야 되는 일이라서 저한테는 그냥 좀 수월치 않네요..

   왜 몸에 익숙치 않은 의례 있잖아요?

   뭐 그런거랑 비슷해요..

   하긴 해야하는데 익숙치 않아서 좀 어색하고 뻘쭘하고 쭈뼛쭈뼛하게 만드는 그런거요..

   그런데 사장님 최근 작품은 저절로 '좋다' 소리가 나왔어요..

   그 '좋다'는 '잘한다'와 동의어가 아니예요..

   '잘하는건지 어떤건지' 솔직히 저 그런거 잘 몰라요..

   그 '좋다'는 내가 '좋아한다'도 아니예요..

   저 그닥 취향도 없고, 순간 순간 이랬다 저랬다 하는거 외에

   딱히 '좋아하는' 거 없어요..

   그 '좋다'는 차라리 그 순간 사장님의 그림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쪽일꺼예요..

   더 엄밀히 따지고 들자면 '그림을 이해한다기 보다 과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쪽?

   어떤 사람이 흠...화가라고 해두죠..

   자기의 내면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모색해 가는 과정을 제가 발견한거죠..

   그런 부분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좋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거예요..

   그러니까 결국 굉장히 저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이유인것 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사장님이 '진짜'를 향해 가고 있는거니까 '최고의 칭찬' 이기도 한거 아닌가요?

   그렇다고 해둘래요..

   어쨋거나 그런 의미에서 감사해요..

   결과물만이 아닌 과정도 만나게 해주셔서요...

   저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눈뜨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신거거든요..

 

#  YM 언니

   흔들리는 눈빛이 매력적인 언니..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주는 운명같은게 있다면

   그리고 그 운명이 지금 발동하고 있는 거라면..

   그런 이유로 언니를 만난거라면...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죠?

   어쨋거나 굉장히 흥미로운 첫만남이었어요..

   한번에 주저함 없이 깊은 곳으로 풍덩 몸을 던지는 듯 보이는 언니의 속도와

   절대 한꺼번에 두발 다 담그는 법이 없는 제 속도가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두고 볼께요..

 

# 지나고보니 그 순간보다도 훨씬 더 매력적인 밤이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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